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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메가비전, 대선공약에 최대한 넣어라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자체들의 대선공약 선점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역현안이 대선공약에 채택되느냐 여부가 차기 정부 5년 간의 지역발전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도 지난 18일, 6·3 대선을 겨냥한 지역발전 공약인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9대 아젠다 74개 전략사업으로, 사업규모는 65조 2718억원에 이른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 전북을 홀대했던 윤석열 정부가 탄핵으로 파면되면서 치러진다. 그런 만큼 전북으로서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차별과 소외로 반영되지 못했던 대규모 국책사업을 발굴해 선거공약으로 제시하고 전북의 획기적 발전을 이끄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공약이 단순한 지역 건의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 호흡을 맞춘 실현 가능한 정책형 모델”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앞으로 대선 일정에 맞춰 정당, 국회, 대선 캠프 등을 상대로 아젠다별 대응 전략을 체계화하고 공약 반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무 협의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약은 2036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 등 정부 지원에 중점을 둔 점이 눈에 띈다. 인도와 이집트,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등 유치 경쟁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스포츠 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끌어내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신산업 테스트베드 구축 △글로벌 K-초격차 미래산업 육성 △금융도시 구현 및 인재 양성 △첨단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 △새만금 글로벌 전초기지 조성 △사통팔달 전북 광역권 인프라 확충 △생태경제 기반의 ‘2030 그린 전북’ 실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2036 하계올림픽과 관련된 2개 아젠다 18개 사업 이외에는 그동안 미제사업을 뭉뚱그려 놓은 느낌이다. 최근 꾸려진 이재명 캠프는 100조원 규모의 AI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광주는 이와 연계해 ‘AI 주도 초격차 성장도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북보다 한걸음 더 빠르다. 어쨌든 전북자치도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등 5개 정당을 방문해 이를 직접 설명하고 대선공약에 최대한 반영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제시한 메가비전이 차기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최대한 반영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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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21 12:29

역할 다하는 전북권역외상센터 되기를

권역외상센터란 쉽게말해 하루 24시간씩 일년 내내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이다.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는 물론, 인력까지 다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다. 그런데 전북권역외상센터는 가장 중요한 의료인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어 센터의 기능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전국 지방소재 권역외상센터가 대동소이한 상황이나 특히 전북권역외상센터의 상황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다. 단순히 걱정만 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없이 당장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곳에 살든 국민으로서 누리는 혜택에 엄청난 차별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통이나 의료환경 등 각종 인프라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북의 현 주소는 심각, 그 자체다.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최종 의료기관’인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17곳 중 9곳(53%)은 전문의 수가 10명 미만인 상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전북권역외상센터인 원광대병원의 상황이다.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17개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수는 올해 1월 말 기준 188명이었다. 전담전문의가 5명 이하인 곳은 2021년 말 경상국립대병원 1곳에서 올해 1월 말 경상국립대병원, 원광대병원, 목포한국병원 등 3곳으로 늘어났다. 목포한국병원과 원광대병원은 2021년 말 기준 전문의가 9명씩 근무했으나 올 1월 말 기준 각각 5명, 4명의 전문의만 근무 중이다.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보수와 체력적 한계 등으로 인해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상황이 좋지않다보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의사들은 더욱 꺼리고 있다. 원광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은 가장 상징적이다. 지난 17일 전주시 팔복동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3명의 근로자가 뜨거운 분진에 전신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이들은 응급헬기 등을 이용해 각각 87㎞, 117㎞ 떨어진 대전과 충북 오송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의료당국은 당장 이에대한 해법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대선에 나선 여야 주자들도 사소한 듯 해도 중요한 지방의료의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1 11:35

청년 전봉준의 꿈

나는 어려서부터 ‘세상을 흔드는 말’을 좋아했다. 문장을 쓰더라도 쫌스럽게 빙빙 돌리거나 남몰래 속삭이는 수작의 말 같은 것은 성에 안찼다. 조불조불 하지 않고 중심을 돌파하는 것에 끌렸고, 뭔가를 모색한다면 세상을 들어 엎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잔잔한 구간 없이 언제나 요동치는 격류를 흘러가는 것처럼 우리 역사와 시대가 그러했기에 세상을 담아내는 말도 그 굽이 따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믿었던 그때, 노을이 지는 미치게 아름다운 밤바다와 꽃 피고 지는 풍광의 위로, 지극히 사소한 개인의 시간에 물드는 것은 잠깐의 빛처럼 너무 짧았고 오래 마음을 붙들어두지 못했다. 청년시절 이래 세상을 바꾸는 꿈과 거역의 문장에 함께 빠졌던 도반 이광재 작가가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세 번째 책을 냈다. 책이 다루는 시공으로 따지면 역순이다. 혼불문학상을 받았던『나라없는 나라』가 2015년이었으니 십 년만의 일이다. 전작이 1894 갑오년의 들불을 그렸다면 이번에 나온『청년 녹두』는 세간에 알려진 이름 전봉준이 병호라는 이름으로 살던 1866년 열두 살에서 1875년 스물한 살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전봉준의 공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김덕명, 김개남, 송희옥 등은 이때 대부분 연을 맺고,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가파른 운명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소년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성인으로 커가는 성장소설의 외관을 취했지만 그 무대의 폭이 크고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 책을 넘겨갈수록 장쾌한 맛이 있다. 병인양요(1866)가 터진 그 해에 어린 전봉준은 유학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선비로서 할 일을 구하는 공부의 끝자락에 앉지만 이내 다른 생각의 씨앗을 품게 된다. 그것은 골방에 갇힌 경서 탐구가 아니라 신분제가 엄연한 조선 말엽의 세간에서 벼랑끝의 처지에 내몰린 백성들의 삶을 자신의 일로 겪고, 그 피눈물과 여러 겹의 죽음을 통과하면서 깨달은 득도 같은 것이었다. 전통의 유자 세계관은 물론 외래에서 건너온 서책과 풍문 등은 봉준이 제 눈으로 목도한 당대의 현실 속에서 해석되고 걸러진다. 힘을 모아 집을 짓고 논밭을 일구며, 짝을 만나는 일에 애를 태우기도 하고 절기 따라 동무들과 먹고 마시는 여일의 시간들도 전봉준이라는 그릇을 채우는 큰공부였다. 소설에서는 고부 금구 전주 고산 등 옛 지리와 풍속을 관통하여 지금도 이어지는 사람살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바로 이곳의 삶터 전북을 종횡하며 청년 봉준은 동구 밖을 지키고 선 큰나무처럼 이 현실에 바탕한 꿈을 키운다. 그러기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고장의 풍광과 사람들을 떠올렸다. 전체 3부작의 시작, 전봉준이 1894년에 결행할 꿈의 기원과 시작을 다뤘다 할 이번 책의 마지막 장은 봉준 일행이 눈 내린 함경도의 겨울강을 건너가는 것으로 끝난다. 이어질 2부에서는 1875년에서 1894년까지 20년간 생각을 키우고 사람들을 연결하며 일어설 준비를 하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이어지리라. ‘관광지’ 전주에 오는 사람들은 겨우 왕의 초상을 보고 왕조의 남은 성벽과 누각을 눈에 담고 막걸리 몇 잔과 먹거리 소찬의 즐거움에 찬사를 보내면 끝인가, 이광재 작가와 술상을 마주하면 우리는 이런 한탄을 제1성으로 내세우곤 한다. 왕조의 상징인 경기전 반대편에는 전동성당이 근대의 외관으로 살아남아 자리를 잡고 있다. 동서의 대비가 한눈에 들어오는 왕의 길을 따라 오늘도 여행객이 옛 전주를 보고 간다. 전주를 접수했던 농민의 함성도 동학의 푸른 빛도 거기엔 없다. 이른바 대선국면에서, 제 이름을 언제 불러주나 한양이 있는 북쪽만 바라보던 도포자락들의 운명 말고, 전라도에서 흥기하여 세상을 들어 엎으려 했던 진짜 큰 목소리를 꿈결에서라도 듣고 싶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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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0 16:15

새만금신항,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오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차가 어느 노선을 달리고 있는지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단지 먼저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방향이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군산시가 새만금신항의 관할권을 '자신들의 오래된 역사’에만 근거해 주장하는 것은 시대 변화와 행정적 절차를 외면한, 그야말로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오류에 가깝다. 칼을 물에 빠뜨리고 그 배에 표시를 해 다시 그 칼을 찾으려 했던 이 고사는, 흐르는 시간 속 고정된 인식이 얼마나 무용한지를 말해준다. 새만금 사업으로 공유수면 매립이라는 거대한 지형 변화는 해상 경계의 물리적, 행정적 변동을 가져왔다. 그런데도 군산시는 '예전부터 여기가 우리 땅이었다'며, 옛 금강의 물줄기와 126년 전 항구의 개항사를 근거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시대는 변했고, 지형은 바뀌었으며, 행정의 기준 또한 재정립되어야 마땅하다. 공유수면 매립은 단순한 토지 확장을 넘어 국토 구조 전반의 중대한 재편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관할권 또한 지방자치법, 행정안전부, 대법원의 기준에 따라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며, 이는 과거의 감성이나 정치적 수사로는 해소할 수 없는 문제이다. 김제시는 역사적 근거도 갖추고 있다. 고군산군도는 통일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 약 1,200년간 김제 만경현에 속해 있었으며, 이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 등의 역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군산 강제 편입으로 인한 식량 수탈의 아픈 역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김제시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기준에 따라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역사는 기억하되, 지금의 기준으로 미래를 말해야 할 때다. 군산시는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해상에는 도 간 경계가 존재하나 현행법상 시·군 간 해상 경계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 과거의 불분명한 해상 경계를 근거로, 매립으로 새롭게 형성된 육지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군산시는 마치 김제시가 이웃의 담장을 넘보는 듯한 프레임을 내세우지만, 김제시는 경계를 넘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행정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매립지의 관할권에 대해 정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흐르는 강물 위에 칼을 떨어뜨리고, 그 배에 표시해 다시 찾으려는 어리석은 행위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에서도 새만금신항의 무역항 지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되어야 국가와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새만금신항은 상위 법정계획의 조성 배경과 운영 목적, 전북발전, 그리고 항만산업 외연 확장을 고려할 때, 군산항과 명백히 구분되는 별도의 신규 국가관리 무역항으로 지정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새만금신항은 내부 개발에 따른 산업단지 지원과 식품·물류·관광 기능을 포괄하는 복합항만으로 구축돼 환황해권의 거점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중국 교역의 중심지로 육성될 명백한 독립 항만임을 감안하면, 전북경제 발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반드시 신규 국가관리 무역항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점을 직시해 새만금신항의 위계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광역 행정의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서백현 김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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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0 16:15

​‘무장애 도시’ 만들기, 지역사회 관심을

노령인구가 증가하고, 우리 사회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면서 ‘무장애 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장과 속도 중심의 도시보다 친환경·인간 중심의 도시를 기대하는 시민들의 요구와 맞물린다. 무장애(Barrier Free) 도시는 장벽·장애물이 없는 도시라는 뜻으로, 장애인과 노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 이는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도 함께 개선해 나가자는 무장애 운동에서 비롯됐다. 수년 전부터 전국 각 지자체가 속속 무장애 도시 구현을 선포하고, 관련 조례도 제정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전주시와 군산시·익산시·완주군·임실군 등이 무장애 도시 조성,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또 도시공원과 대학캠퍼스 등을 중심으로 무장애 나눔길 조성 사업이 잇따라 추진됐고, 다중이용 건축물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무장애 시설도 속속 설치됐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제도 도입 14년째인 ‘장애인 보호구역’은 전북의 경우 지난 2019년에 지정된 전주지역 딱 한 곳뿐이다. 장애인 보호구역은 보행이 불편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든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1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도입됐고, 이후 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의료재활시설 등으로 지정 대상이 확대됐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장애인 복지시설은 도내에 총 198개가 있고, 등록된 장애인은 12만8000여 명에 달한다. 장애인과 이들이 찾는 복지시설은 적지 않은데 그들의 보행안전을 위해 지정된 장애인 보호구역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와 관련 시설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제45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지났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이날뿐 아니라 일 년 내내 지속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권리를 되새기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시, 무장애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의 약속을 확인하고 실천해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넘어 그들의 시선으로 우리 주변을, 우리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0 16:15

대선판서 찬밥된 전북

지난해 총선 때 여소야대가 만들어지면서 사실상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권력을 장악, 여의도 대통령이란 칭호를 얻었다. 윤 전대통령은 이 대표를 정적 1호로 여기고 계속해서 부관참시까지 강행했다. 대선 출마를 막으려고 그렇게 집요하게 검찰권을 동원해서 이 대표를 전방위로 수사했지만 무위로 끝나자 난데없는 계엄령을 발동, 그 자신 한테 결국 부메랑 되어 탄핵되면서 6.3 장미대선을 치르게 했다. 공자가 설파했듯 순천자(順天子)는 존하고 역천자(逆天子)는 망한다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하늘의 섭리에 순응한 사람은 흥하고 역행하는 사람은 망한다는 뜻이다. 탄핵당한 윤 전대통령 한테 딱 들어 맞는 말 같다. 윤 전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이 인용되어 두달안에 대선을 치르도록 한 규정 때문에 촉박하게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국힘이나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경선을 통해 정하지만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감이 많다. 11명이 입후보 한 국힘은 1차 여론조사로 8명을 선출했고 2차 때는 국민 50% 당원 50%로 4명을 선출한 후 3차 때는 2명으로 압축해서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비롯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3명이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후보를 선출키로 했다.문제는 전북이 호남권으로 묶여 도민들과 당원들이 제대로 후보들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선거기간이 촉박한 관계도 있지만 그 만큼 전북이 차지한 정치적 비중이 낮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선 때만 되면 전북은 여야로 부터 찬밥신세다. 그 이유는 국힘측은 표가 나오질 않는다는 이유로 멀리했고 민주당은 90% 가까이가 절대적으로 지지를 해주기 때문에 굳이 전북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식으로 이번 대선이 진행되다보니까 탄핵을 이끌기 위해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주 객사 앞 광장에 모였던 도민들이 무척 허탈해 한다. 상당수 도민들은 윤 전대통령이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때부터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날 때까지 생업을 포기한채 윤 전대통령 탄핵을 강도 높게 외쳐왔었다. 도민들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민주화를 쟁취하려고 독재타도와 직선제 개헌을 줄곧 외쳐왔던 것. 진보세력이 탄핵찬성을 외쳐왔지만 도민들도 함께 탄핵찬성을 외쳐왔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와 경제를 당장 살려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총선 때 10석 전석을 석권해 완전히 이재명 당으로 만들어준 도민들은 이 후보에 대한 기대가 제일 크고 남 다르다. 새만금 사업을 비롯 각종 현안이 대선 공약에 꼭 반영돼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경선이 전주에서도 이뤄지길 바랬던 것. 지금 도민들은 전북특자도 출범 1년이 지났지만 특별하게 지원된 것이 없다면서 새로운 대통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정서상 전북은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 한테 압도적으로 표를 줄 것이다. 이 때문에 도민들은 민주당이 집권 하면 전북 출신들을 당정청에 대거 발탁해주길 바라면서 낙후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예산이 많이 지원되길 학수고대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4.20 16:14

군산조선소 정상 가동 정치권이 나서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 실적이 가장 좋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조선업이 호황이다. HD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빅3’ 조선소는 현재 배를 짓는 독이 꽉 차 있고 향후 3년치 예약도 확보돼 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의 경우 선박 59척을 건조 중이다. 10개의 독 중 가장 큰 ‘제3 독’에서만 LNG 운반선 2척과 LPG 운반선 1척, 초대형 에탄 운반선 1척 등 4척을 건조하고 있다. 이같은 호황에도 불구하고 군산조선소 물량은 증가하지 않고 근무 인력은 1080명으로 전성기 때 5000여 명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하청 형태인 블록조립 공장에 머무르고 있다. 조선소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군산조선소는 가동 중단 5년 만인 2022년 10월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가동률은 제자리이고 지역경제는 황폐화된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면 가동이나 향후 확대 계획도 없다. 문제는 자치단체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하고도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이나 신조선 건조 재개, 명실상부한 조선소로의 기능 확대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담보를 실행시킬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는 전북자치도와 군산시, HD현대중공업이 ‘점진적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이른바 구속력이 없는 문구로 협약했기 때문이다.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민세금인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따른 구체적인 이행장치가 없는 것은 큰 문제다. 또 오는 연말 재정 지원이 종료되면 군산조선소의 사업 지속성이 가능할지, 정상화 계획을 담보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유례 없는 조선 호황을 누리는 HD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의 가동률을 높이고 인력도 확충해야 마땅하다. 향후 정상화 계획도 내놓아야 한다.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고도 나몰라라 한다면 대기업의 자세가 아니다. 군산시민과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이 계속된다면 정치권이 나설 수밖에 없다. 명실상부한 조선소로 기능하고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적인 책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20 14:02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로드맵 내놓을 차례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문제 앞에서 더 이상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재가동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 문제를 둘러싼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수십 차례 회의가 열렸고, 수많은 협약과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전면 재가동 시점도, 설비 투자비용도, 수주 목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블록공장이라는 이름의 하청공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지만, 그 훈풍은 군산에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은 또다시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HD현대중공업에 있다. 군산조선소는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다. 당시만 해도 지역경제의 거대한 축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만,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한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한 줄기 기대를 걸었다. 일부 재가동에 들어간 군산조선소. 그때만 해도 지역경제의 숨통이 트일 거라는 기대가 컸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도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보조금과 행정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실었다. 그런데 협약서를 들여다보니 정작 HD현대중공업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원론적 표현만 담았을 뿐이다. 가동을 시작한 건 울산조선소 하청 블록공장에 불과했다. 그것도 모르고 지역민들은 조선소가 곧 활기를 되찾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기대는 곧 실망으로 돌아섰다. 군산조선소엔 한창때 5,000여 명에 달했던 근로자는 4월 현재 1,080명뿐이다. 대부분이 블록 조립에 투입되는 인력이다. 이대로라면 군산조선소는 앞으로도 울산조선소 하청 블록공장으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을 맺으며 “점진적 확대”라는 한 줄짜리 문구에만 기대왔다. 문제는 2026년부터다. 신조(배를 만드는 것)는커녕 전면 가동 계획조차 없다는 점이다.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HD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전면 가동이나 신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종 행정 지원과 보조금이 종료되는 시점에 조선소 운영 지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일감 부족을 걱정하던 과거와 달리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군산만 소외되는 이유를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HD현대중공업은 “노력하겠다”는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제 그 말에 속을 사람, 믿을 사람 없다. 이쯤 되면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기업의 모호한 태도에 끌려다니며 시간만 보내는 무책임한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언제까지 ‘희망 고문’만 할 것인가. 군산조선소 문제는 단순히 한 공장의 일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수천 가정의 생계가 걸린 절체절명의 현안이다. 더 이상 애매한 말로 지역민을 우롱하지 말고, HD현대중공업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신조를 하겠다는 건지, 블록공장으로 남겠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산업으로 전환할 것인지, 이젠 선택을 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전북도민들의 오랜 기다림과 희생 위에, 더 이상 불확실성과 무책임이 자리를 차지해선 안 된다. 지역민을 희망 고문하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HD현대중공업은 불확실성을 거둬내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계획을 밝힐 때다.

  • 오피니언
  • 문정곤
  • 2025.04.18 10:11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나요?

사회복무요원이 복무 중 다른 직무를 겸하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복무기관의 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겸직허가 대상으로는, 첫째, 본인 또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둘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수급권자, 같은 조 제10호에 따른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제5조 및 제5조의2에 따른 지원대상자인 경우, 셋째, 대가성 없이 비영리기관 또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사회봉사활동이나 공익 목적의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넷째, 그 밖에 복무기관장이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상기 열거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겸직허가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겸직허가 신청 내용이 겸직허가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겸직내용이 불법・퇴폐업소 등 복무부실 개연성이 높은 업종인 경우이거나 퇴근 이후 6시간을 초과하여 종사하는 경우, 프로(실업팀 포함)선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조제3호에 따른 대중문화예술인, 병역법 제77조의4제1항제1호 및 제4호에 해당하는 공직자・고소득자 및 자녀(채무・가정불화 등 부득이하다고 복무기관의 장이 인정한 경우 제외), 의사(한의사 포함), 약사 등 전문 직업군의 업종인 경우 겸직허가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른 직무를 겸직하고자 하는 사회복무요원은 겸직허가신청서를 작성하여 수급자 증명서 등 증빙서류와 함께 복무기관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복무기관의 장은 사회복무요원 겸직 허가 신청서를 접수받은 경우 겸직 허가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직무수행에 지장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복무기관의 장은 겸직을 허가할 경우 매회 6개월이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가하며, 허가한 후에는 월 1회 이상 겸직위반 사항을 확인하여 겸직허가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등 겸직허가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겸직허가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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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7 18:30

뻔한 말, 모두를 위한 도시

전주에서 산 지 어느덧 5년이 된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해지지만,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 승용차는 차를 살 수 있는 돈과 연령대가 되어야 탈 수 있다. 그런데 왜 점점 자동차 중심의 도시가 되어가는 걸까? 아이들, 대학생, 직장인, 어르신, 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방법은 보행과 버스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도시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주시가 BRT(Bus Rapid Transit) 도입을 예고했다. 아직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을 드러내는 어르신들을 여럿 봤다. “이젠 우리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겠네”는 말 속엔, 지금까지 이동이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보여주는 세월이 담겨 있다. 짐이 많아 객사 일대로 승용차를 몰고 간 적이 있었다. 승용차가 없었을 때는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뒤를 보면서 내 차를 피해야 했다. 그리고 또 뒤에 다른 차들이 오면 계속해서 비켜주며 걸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이기도 했다. 왜 이 사람들은 그냥 편안하게 걷지 못하는 구조에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까? 어쨌든 대중교통과 보행 환경이 불편해도 이동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목적지에 도달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인과 함께 전주 원도심에서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다. 카페를 찾기 위해 40분 넘게 돌아다녔다. 문턱, 계단, 좁은 입구들이 계속해서 길을 막았다. 실제 어느 원도심지역 현장 조사에서도 약 1,400개의 상가 중 입구 기준으로 진입 가능한 곳은 5% 정도에 불과했다. 맛집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자비로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한 식당과 카페를 알고 있다. 참 감사하다. 음식점, 카페에 들어갔다고 보자.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종종 본다. 어르신 대상 키오스크 이용 설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설명을 해드려도 키오스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분도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많은 사람에게 효율을 주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단절을 만들고 있다. 또, 키오스크의 높이도 누군가에겐 참 폭력적이다. 그래, 어쨌든 이번엔 여가를 보내려고 한다. 주말에 여가를 보내려다 보면 대부분의 선택지에는 비용이 따른다. 카페, 영화관, 쇼핑몰 모두 마찬가지다.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집 나가면 다 돈이더라. 그러다 문득 도서관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오래 머물 수 있고, 돈이 들지 않는 공간. 여전히 도시에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나는 AI와 앱을 통해 하루의 많은 일을 손쉽게 해결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이 편리함이 누군가에겐 진입장벽이 되고, 무심히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익숙함이 배제가 되지 않으려면, 그 익숙함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시의 이동 수단, 가게의 구조, 디지털 기기, 여가 공간, 그리고 일상의 기술까지, 모든 요소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장벽일 수 있다. 누구나를 위한 도시는 이런 일상의 수많은 장면 속에서, ‘누구도 놓치지 않겠다’는 작고 구체적인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뻔한 말처럼 들릴지라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이 도시는,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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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7 18:30

전북은 얼마를 손해 봤는가: 윤석열의 ‘정책 배제 비용’을 묻다

2025. 4. 4. 오전 11시 22분, 대통령 윤석열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파면됐다. 정치적 혼란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지난 3년 동안 전북이 어떤 대우를 받아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전북은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후퇴하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통계 속에서 이 지역의 기회와 미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 아래서 벌어진 일이었다. 윤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표방했다. 하지만 전북에서 체감한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소외의 시대’였다. 겉으로는 지역 발전과 균형을 외쳤지만, 실제 국정 운영은 수도권과 특정 권역 중심으로 쏠렸다. 그 결과 전북은 예산, 사업, 정책 모두에서 점차 배제됐다. 지역 경제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1.4% 증가했다. 산업 재편 정책에서 전북이 사실상 배제된 결과다. 새만금 해상풍력, 전북 스마트팜 클러스터, 완주 국가첨단산단 조성 등 핵심 사업은 줄줄이 지연되거나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2024년에도 관련 국비 예산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책사업이 좌초되고 전략 투자가 빠진다는 것은, 미래 산업 생태계에서 지역이 배제된다는 뜻이다. 전북이 성장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차단된 상태다. 청년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2023년 2분기 기준 전북 청년 실업률은 11.4%에 달했다. 전국 평균 6.6%보다 훨씬 높았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결국 떠났다. 2024년 기준 전북은 전입보다 전출이 6천 명 이상 많았고, 그중 70% 이상이 10-30대였다. 전주시의 순 유출 인구만 해도 7,500명을 넘었다. 이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청년의 이탈은 곧 소비 감소, 세수 축소, 공동체 약화로 이어진다. 지역 대학은 정원 미달로 고사 위기에 처했고, 자영업자들은 줄어든 손님 앞에 무릎 끓었다. 버스 노선은 사라지고, 산부인과는 줄어들고 있다. 전북이 겪고 있는 후퇴는 경제 지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일상과 생활 속 모든 지점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정책적 배제로 인한 ‘후퇴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회귀분석과 통계 모델링을 적용하면 GRDP 성장 저하, 청년 실업, 인구 유출 등으로 인해 전북이 지난 3년간 잃은 기회비용은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단지 예산 몇 줄이 빠졌다는 문제가 아니다. 전북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경로 자체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기업 유치는 늦어지고, 투자자는 관심을 끊고, 정부 지원은 공모사업조차 탈락을 반복했다. 지방은 자생을 강요당하고, 경쟁은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됐다. 더 심각한 건, 이 손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특정 지역을 선택하면, 선택받지 못한 지역은 결국 국가를 포기하게 된다. 전북은 지금, 정책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대한민국의 미래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진정한 균형발전을 말하려면, 구호가 아닌 재정과 제도의 배분에서부터 출발했어야 했다. 지금 전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단순한 정체가 아니다. 조용한 후퇴이며, 구조적 포기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차기 정부는 이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수천억 원의 예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북이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용승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ESG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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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7 18:28

‘전북권 광역전철망’사업에 역량 결집을

다시 철도의 시대다. 21세기 초 KTX 개통 이후 국가 교통망은 도로에서 철도 중심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국가고속철도망 조기 구축과 간선철도의 고속화·전철화를 추진하고, 대도시권 광역교통망을 철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을 속속 내놓았다. 철로가 지나는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철도 중심도시’ 비전을 속속 발표했고,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전북은 달라진 게 없다. 수십 년간 헛바퀴만 돌렸다. 최근에는 광역철도망 구축계획을 놓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철도 도시 익산시가 엇박자를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익산시는 지난 2016년부터 ‘전북권 광역전철망’ 구축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새만금신공항∼익산~전주를 잇는 동서축과 정읍~익산 남북축을 연결해 전북 주요 도시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도시 간 접근성 향상과 새만금 등 대규모 국책사업과의 연계 강화, 철도 중심 대중교통 활성화, 인구유입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지난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7개 노선 반영을 건의하면서 전북권 광역전철망을 빠뜨렸다. 대신 광주광역시가 제안한 ‘전주~광주선’ 철도계획을 포함시켜 익산시와 엇박자를 냈다. 전북자치도는 ‘당시 대광법 개정 전이어서 익산시가 요구한 전북권 광역전철망 사업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광주광역시가 정부에 제안한 전주~광주 철도노선은 전주시민의 접근성이 무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선이 완주 상관면과 김제 금구면을 지나는 방식으로 설계되면서 ‘전주 빠진 전주선’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북자치도는 이 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있지만 전북지역 교통망 구상과 동떨어진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 교통오지 전북의 숙원이었던 개정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교통혁신을 위한 청사진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철도 르네상스 시대, 광역철도망 계획이 중요하다. 전주~광주선 철도 대신 익산시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전북권 광역전철망 구축계획이 개정 대광법의 1순위 사업으로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국가계획 반영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절차에 지역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17 15:04

구곡순담 장수벨트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은 지리산권과 섬진강에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지역이다. 맑은 물이 흐르고 산나물, 약초 등이 풍부해 장수하기에 적합한 청정 자연환경을 갖췄다. 흔히 이들 전남북 4개 지자체를 장수벨트라 부른다. 장수의학자 박상철 교수(전남대 연구석죄교수)가 2001년 실태조사를 마치고 순창군수와 협의 끝에 착안한 이름이다. 이어 2003년 6월에는 4개 지자체가 장수벨트행정협의회를 창립했다. 그리고 해마다 돌아가며 ‘구곡순담 100세 잔치’를 열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 자원을 보면 구례는 화엄사와 산수유 축제, 산채비빔밥, 곡성은 기차마을과 심청축제, 참게장, 순창은 장류 및 장류축제, 고추장, 담양은 대나무(죽녹원) 및 창평 슬로시티, 죽순음식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자연환경뿐 아니라 장수와 직결된 음식과 육체적 활동도 활발했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2011년 구례, 곡성, 담양의 장수비결을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중 하루 1시간 이상 활발한 육체적 활동을 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88.7%에 달했다. 또 식품에 대한 기호도는 채소류 94.5%, 두류 91.8%로 매우 높았으며, 식사시간 및 식사량도 97.9%, 98.9%가 규칙적으로 한다고 응답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대기 중 음이온 함유량, 지하수 중 미네랄 성분 함유량, 토양 중 원적외선 방사율 등도 높아 건강유지에 좋은 영향을 줬다. 순창 역시 능동적인 생활 습관과 저지방 식사 등이 장수요인이었다. 2003년에는 미국의 타임지가 아시아의 장수지역 5개 중 순창군을 대표적인 장수촌으로 소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구곡순담 100세인의 20년 변화에 대해 주목할만한 내용을 밝혔다. 1세대 백세인(2001년)은 90%가 가족과 같이 살았으나 2세대 백세인(2018년)은 50%에 그친 반면 흡연율과 음주율은 21%, 26%에서 2.8%, 6.1%로 현저히 개선됐다. 악력(쥐는 힘)은 22㎏에서 10.9㎏으로 줄었다. 생활수준 만족도는 30%에서 50%로 좋아졌다. 또 남녀의 비율도 1:12에서 1;5로 완화됐다. 장수벨트의 미래는 어떨까. 한국은행 호남권본부는 12년 전인 2013년 장수벨트가 지자체간 협력부족, 구심점 결여, 열악한 재정 등으로 답보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수벨트’를 ‘건강장수벨트’로 바꾸고 구곡순담 드라이브 코스, 연계 관광상품 개발,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을 주문했다. 올해는 18일 순창군에서 100세 잔치가 열린다. 소멸위기에 직면한 이들 지역이 더 활성화되고 모든 장수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4.17 13:47

[금요칼럼] 무심과 평안

봄이 늦은 파주 교하에도 마침내 벚꽃이 피고 작약 움은 돋는다. 버드나무 가지마다 연두색이 짙어가는 화창한 봄날에도 나는 마냥 즐겁지는 않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맥이 풀리고 울적하다. 어쩐지 나는 “호두 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무한한 공간의 왕”(연극 ‘햄릿’의 대사)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파트는 높아졌지만 시야는 좁아졌다는 생각이 들 때, 배움의 이력이 늘어 쓸데없는 지식은 많아졌지만 정작 어떻게 살지를 모를 때 마음은 갈팡질팡 한다. 쩨쩨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소란스럽다. 그러면 ‘나는 비정하지만 조용합니다/무심하지만 평온합니다/나는 잘나지 못했지만 혼자 잘났습니다’.(김경미 ‘약속이라면’) 같은 시를 읽으며 마음의 소란을 다독이는 것이다. 살아가는 날마다 중대한 결심이 필요치는 않다. 어제에 이어지는 오늘의 완만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평정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한 덕목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멍청해지기로 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빈둥거려도 좋겠다. 항상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을 끌고 내달리니까. 세상은 더 풍족해지는 듯하고 데이터의 양은 나날이 쌓인다. 그 양적 팽창이 만드는 지식은 삽시간에 전지구로 퍼진다. 과학, 산업, 기술은 혁신을 좇는 가운데 세상이 퇴보할 거라는 생각은 설 자리가 없다. 그 대신에 기술과 산업의 발달로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부푼다.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게 최선이라고 선전하는 세상에서 최선이 아닌 것은 최악 취급을 당한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덜 영악하고 잇속을 덜 밝히고 어슬렁어슬렁 거닐며 바보로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이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합법칙적인 물질세계에 산다고 말한 이는 유명한 과학자다. 그는 인간 본성을 탐구한 연구자이자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다. 바로 하버드대학 교수를 지낸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이란 책에서 ‘별들의 탄생에서 사회제도의 운용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궁극적으로 (중략) 물리적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인간은 이전 세기보다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게 된 사실조차 부정할 수는 없다. 인간은 과거보다 분자, 원자, 생태계, 세포, 유전자, 염기서열, 별, 우주를 훨씬 더 많이 알게 되고, 과거와 견줘 생활의 편리는 늘고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며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과연 인류는 얼마만큼 더 똑똑해지고, 우리 삶은 어디까지 향상될 것인가. 한편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를 떠돌고, 엄청난 양의 핵폐기물은 지구에 쌓인다. 과학만능주의가 퍼뜨린 미래에 대한 낙관은 더 난망해지고, 과학이 기후재난 같은 인류의 숙제를 해결할 거란 기대는 어그러진다. 삶을 기계적으로 계측하고 항상 예측가능한 것으로 바꾸려는 이성의 기획에서 제 몫을 찾는 과학자와는 대척적인 자리에 있는 게 시인들이다. 과학자들이 물질을 계량하고 수치화해서 합목적적 논리 속에서 모든 것을 법칙과 원리들로 환원시킨다면 시인들은 자연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영감과 상상으로 존재의 숨은 숭고성과 신비를 콕 집어낸다. 오직 시인만이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라고 쓸 수 있을 테다. 봄날의 하루가 아무 일이 없어도 저무는 동안 나는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펼쳐들고 겨우 한 줄의 시를 읽었다. 먼저 핀 목련꽃들이 하르르 떨어지는 봄날 오후는 고요로 들끓고 마음은 심심했다. 무심과 평안 속에서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오늘 하루에게 말없이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한다. 잘 가라, 오늘이여. 봄밤에는 모든 이들에게 더 다정해지기로 한다. 까칠했던 마음도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고 싶다는 착한 생각을 하면서 누그러지는 것이다. 그 찰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데 그 미소는 오늘도 무사히 지났다고, 내일도 그렇게 지날 거라는 안도와 기대의 표현일 테다.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만개한 벚꽃을 더 볼 수 있는 날이 이어질 수 있도록 좋은 날씨이기를, 바보 이반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누군가도 오늘보다 더 자주 웃으며 착해지기를 바란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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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7 13:19

지방의원 갑질 민주당이 뿌리뽑아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5일 여직원 폭행·추행 의혹을 받고있는 차남준 고창군의회 의원을 제명했다. 제명조치는 당적이 박탈되고 강제 출당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그런데 이번 건은 비상징계다. 쉽게말해 선거 또는 비상한 시기에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당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지는 조치다. 대선을 앞둔 민간한 시기에 민주당이 텃밭인 전북에서 괜히 부정적 여론에 휩싸이는 것을 꺼렸다는 얘기다. 앞서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군의원이 지난해 12월 회식 자리에서 의회 여직원 2명을 때리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사안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주민들의 법 감정이나 정서를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조치인데 그동안 갑질을 일삼는 지방의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왔다. 아니 엄정하게 말하면 솜방망이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의원들의 비위·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솜방망이 징계’와 ‘제 식구 감싸기’ 때문이다. 누가 보다라도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잘못된 행태에 대해 지방의회 차원에서는 무늬만 징계를 해왔고, 공천을 한 정당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잘못된 관행과 행태에 대해 엄중히 꾸짖지 않으면서 유사한 일이 반복됐다. 오죽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난무하겠는가.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지방의원 징계는 경고, 공개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 등 4가지인데 사실 경고나 공개사과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출석정지를 해봐야 비회기때 어차피 나오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제명’ 조치가 지방의원에겐 엄중한 처벌인데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 요건으로 인해 이런 처분이 내려지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는 특히 지방의회에 징계를 맡겨봤자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게 사실이다. 그동안 전북도의회는 물론, 전주, 군산, 고창 등 시군의회의 잡음은 끊임이 없었다. 공무원들에게 업자를 소개해가며 특정 제품을 구매하도록 부정청탁을 일삼아도 그냥 넘어가는게 바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전북 지방의회의 현주소다. 외유성 연수나 여성 공무원 부적절한 접촉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일들은 일일히 열거할 수조차 없다. 결론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그동안 잡음이 일었던 지방의원을 확실하게 걸러내는게 민주당 중앙당과 도당이 반드시 해야할 일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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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17 11:44

새만금신항 15번째 국가관리무역항 지정해야

연안권 광역지자체에 국가관리무역항이 몇 개나 있는지는 광역지자체의 해양·해운 위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이다. 국가관리무역항이란, 항만법] 제2조 제5호에 따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무역항을 의미한다. 이는 무역항 중에서도 국가가 지정하고 국가가 직접 항만시설의 운영·관리·개발을 책임지는 항만이다. 항만이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되면 기본계획, 예산, 운영 등의 모든 것을 국가가 관리한다. 즉 항만건설에 대한 국가재정투입, 항만관리청사 건립, CIQ(세관·출입국·검역소) 설치 및 운영 등이 국가주도하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연안권 광역지자체는 보유항만에 대한 국가관리무역항 지정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장항항은 물동량이 지방관리무역항(예산·운영 등을 지자체에서 관리)의 평균 물동량보다 턱없이 적고, 지방관리무역항인 제주항의 물동량에 1/30 수준이며, 항만의 규모는 고작 화물 2선석이지만, 충남 공직자들과 지역 정치권이 하나되어 애쓴 결과, 2006년 3월 2일,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되었다. 여수항 또한, 하역능력이 없는 여객 2선석이 전부지만, 전남 공직자, 지역 정치권들이 힘을 합쳐 2009년 12월 14일,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결과 충남과 전남은 전국 14개 국가관리무역항 중 각각 3개의 국가관리무역항을 보유하게 되었다. 2026년, 총 10선석 중 2선석 우선개항을 앞두고 있는 새만금신항의 국가관리무역항 지정여부를 놓고 전북특자도, 기초지자체, 지역 정치권의 입장이 서로 상이하다. 본 의원은 21대, 22대 국회 농해수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해수부 국정감사 및 현안질의 때, 해수부 장관에게 새만금신항의 국가관리무역항 지정과 속도감 있는 개발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설득하였다. 혹자들은 국가관리무역항 지정여부를 새만금신항 관할권 때문에 김제와 군산이 소지역주의적 경향을 보인다고 하지만, 김제, 군산의 이익을 떠나 전북 이익의 관점에서 두 개의 항만 성장축을 확보하여 전북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또한, 관할권과 국가관리무역항 지정은 무관하다. 관할권은 행안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와 대법원에서 결정되고, 국가관리무역항은 해수부 중앙항만정책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새만금신항이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되고, 만약 관할권이 군산으로 결정되면 군산은 두 개의 국가관리무역항을 갖게 될 것이고, 김제로 결정되면 김제는 하나의 국가관리무역항을 갖게 될 것이다. 새만금신항이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되면 국가재정투입, 항만관리청사 건립, CIQ(세관·출입국·검역소) 설치 등을 해수부가 주도적으로 할 것이고, 전북은 두 개의 항만관리청사, CIQ 등을 갖게 될 것이다. 전북이 하나의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새만금신항과 군산항을 통합 운영할 것인가, 두 개의 국가관리무역항을 가지고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각각 특성화 항만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새만금신항이 15번째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되면 정부와 해수부는 새만금신항과 군산항을 중장기적으로 서해안권 해운물류 중심지로 계획하고 성장할 시킬 것이다. 새만금신항은 1997년, 기본계획을 최초로 수립하고, 2010년 12월 ‘새만금신항 개발 기본계획 및 신항만 예정지역’이 고시되었다. 개발 기본목표는 △중국·동남아 교역증대 대비, 미래지향적 항만개발, 새만금간척종합개발 전용, 국제종합항만 개발이다. 정부는 새만금신항을 1997년 기본계획 수립부터 2025년 ‘제3차 신항만건설 기본계획'(고시예정) 까지 일관되게 대중국 무역 및 환황해권 거점 특화항만으로 개발할 것을 밝히고 있다. 전북특자도 공직자 및 지역 정치권은 소지역주의를 버리고, 전북 미래세대들의 먹거리가 될 새만금신항을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지정하여 서해안권 해운물류 중심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김제부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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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6 18:06

‘20갑년 건강의 숨겨진 진실’을 규명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담배소송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2014년 4월부터 ㈜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대상으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약 533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담배를 제조, 수입, 판매한 담배회사에 흡연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고도흡연 후 폐암(편평세포암, 소세포암) 및 후두암(편평세포암) 진단을 받은 3400여명이 20갑년 30년 이상 흡연으로 발생한 보험급여비 중 공단이 부담한 급여비에 대한 소송이다. 20갑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20갑년은 하루에 한 갑(20개비)의 답배를 1년 동안 피우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20갑년 건강의 숨겨진 진실’은 보험자인 공단만이 규명할 수 있기에 10년 넘게 치열한 싸움을 진행 중인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폐암의 위험도가 크게 증가하고 심장과 혈관에도 큰 부담을 준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진 것으로 오래 전부터 문제 시 되어왔다. 하지만 공단은 1심 선고(‘20.11.20.) 결과 패소하였으나,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하여 항소 제기(‘20.12.10.)하여 현재 12차 변론(2025.5.22.)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법원의 기각 사유는 대상자들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습관, 가족력 등 흡연 외에 다른 위험인자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추가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공단은 이에 따른 3가지 쟁점(①제조물 책임 및 불법행위 ②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③공단 직접청구에 대한 법리보강)을 통해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 질병관리청의‘흡연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와 사회경제적비용’에 따르면 직접 흡연으로 인한 연간 58,036명이 사망(‘19년 기준)하고 있어, 이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인구가 매일 159명나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흡연은 ‘궐련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24년)’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폐암(소세포암 87.5%, 편평세포암 96.4%)과 후두암(85.3%) 발생의 원인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보험자인 공단이 지출한 급여비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단은 건강보험 진료비로 3조 8500억 원(‘23년 기준)을 지출하였고, 최근 5년간 평균 4.6%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담배소송 사례는 미국, 캐나다 등 선례가 있고, 특별히 캐나다 퀘벡주 집단소송은 눈 여겨 보아야 하고 참고할 만하다. 캐나다 퀘백주에서는 12갑년 이상 담배 흡연한 자 중 폐암, 인후암(후두암 포함), 폐기종으로 진단받은 자(약 110만 명)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19년 승소하였다. 이를 위해 공단은 보건의료·의학전문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소송 쟁점에 대한 의견서, 연구논문 확보 등 근거기반 법리보강에 힘써야 할 것이며, 흡연폐해에 대한 구체적 사례 공유를 통한 국민 관심도를 높이는 일도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될것이다. 소비자·시민단체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는 많은 기관단체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서로 연대하여 공단의 담배소송 항소심에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기를 희망한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정읍지부회장 김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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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6 18:05

전주 덕진공원 역사문화 제대로 복원하라

최근 전주시는 전주 덕진공원 정비계획 마무리 사업 내용을 제시하였다. 즉, 전주시가 2015년부터 한옥마을에 이어 덕진공원을 전주의 대표 관광지로 만든다는 ‘덕진공원 대표 관광지 조성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내용은 2025년 6월까지 열린 광장과 창포원 물맞이 소를 조성하고, 남생이 서식지를 복원할 계획이며 8월까지는 산책로를 재정비하고 맨발길도 조성한다고 한다. 이들 사업은 덕진공원 대표관광지 조성사업으로 계획했던 연화정 재건축, 연지교 재가설, 전통 담장길 조성 등과 함께 관광 기반 시설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2025년 상반기 열린광장 조성까지 마무리되면 해당 사업은 대부분 매듭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덕진공원 입구의 열린광장 사업은 개방 공간을 조성한다며 군집한 나무를 잘라내었다. 또 원형광장은 전주와는 관계없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콘셉트로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게다가 천연기념물 남생이의 서식지를 복원한다고 한다. 그나마 덕진공원과 관련된 단오 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창포군락 공간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덕진공원 조성 계획은 전주의 대표 공간인 덕진연못의 역사와 문화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상황을 보여준다. 덕진연못의 이름은 고려 조선 시기 백성들에게 ‘덕’을 베푸는 연못이었기에 ‘덕진’으로 불렸다. 그 덕은 전주를 지키는 풍수적 보호와 한 해 농사를 책임지는 물신인 용왕에게 기원하는 상징공간으로 또 단오절에는 백성들의 한해 건강을 기원하는 물맞이 행사장이었다, 그리고 근대에는 1929년 덕진역의 개설로 공립공원과 종합경기장 기능을 한종합 축제의 공간이었다. 이같이 덕진연못은 전주 사람들의 생계와 건강을 지켜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킴이’ 문화의 상징 공간이었다. 그런데 전주시는 정작 지켜야 할 전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이 중국풍의 돌다리와 인공 석재 호안시설 조성, 어설픈 모방, 그리고 나무를 베어내 휑해진 숲의 모습, 게다가 전주 시민 보호가 아닌 남생이 보호? 전주시는 뿌리 없는 신생도시 연못처럼 덕진연못을 망치지 말고 시급히 보완 대책을 마련해 전주 지킴이 문화의 원형 공간으로 전주 덕진공원이 재탄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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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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