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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의 의미와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

김종문 장수군의회 의장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이 있었다.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총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 전체의석의 3/5이나 되는 180석을 얻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올 초까지만 해도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측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정권심판론과 퇴행적 보수에 대한 야당심판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니 동물국회니 하면서 역대최악의 무능국회라는 오명을 얻고 있었고, 이러한 국회에 대한 불만과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21대 총선에서 투표 포기로 이어져 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코로나19 사태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유행 초기 중국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았지만 공격적인 검사와 감염자 추적,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로 코로나19를 잘 통제해 현재는 세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태에서 치러지는 우리나라의 선거를 크게 우려했지만, 정부가 철저한 선거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이 질서정연하게 투표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대응과 한 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현 사태를 빨리 극복하는 데 일조하려는 유권자의 열망이 반영되어 21대 총선의 투표율은 66.2%로 1992년 14대 총선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한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적 압승을 거둔 요인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일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총선에서 야기된 국민 간 분열을 봉합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고, 최선의 정치는 국민의 마음에 따라서 다스리는 것이다고 했다. 국가가 있는 듯 없는 듯 통제 없이 자연스럽게 국민의 마음에 따라 다스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이지만 무엇보다 어렵다. 국민의 통일된 의견을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는 국민들의 의견 충돌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장이다. 선거기간 동안 상호 비방 등으로 서로를 깎아 내린 후보자 간은 물론이고 유권자도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선택이란 관점에서는 다른 후보자 지지자와는 대척점에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21대 총선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보다 낮은 자세로 야당의 의견도 수렴하는 자세를 취할 때 최선의 정치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는 현 시국에서는 이에 덧붙여 반보 앞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의료진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헌신,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노력 등으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팬데믹 전(前) 세계하고는 전혀 다른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국가 간 왕래도 이전처럼 자유롭지 않을 것이고 일상생활의 패턴도 많은 변화가 따를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에는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국민보다 반보 앞에서 이끌어 줄 지도자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김종문 장수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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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6 17:10

그렝이 질과 주춧돌

추원호 건축사 오래된 사찰이나 古家집에 가보면 나무기둥 밑에 자연석을 놓고 그위에 기둥을 세운 것을 볼 수 있다. 흙바닥 위에 세운 기둥은, 상식적으로 깨지고 썩고 미끄러워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현대 건축물은 콘크리트 구조로 기초를 만들어 그 위에 기둥을 세우지만, 콘크리트를 만들지 못했던 그 시대에는 자연석 기초를 세워 기둥을 똑바로 세운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집을 지을 때 기둥 밑에 자연석 주춧돌을 받쳐 놓고 집을 지었다. 그렇지만 자연에서 구한 돌들의 모양은 울퉁불퉁 다양한 형태의 돌들이다. 표면이 평평하지 못한 울통불퉁한 자연돌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톱과 대패를 이용해서 만든 나무기둥의 밑면은 평평하여 자연석 위에서 서로 맞지를 않는다. 따라서 표면이 고르지 못한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기 위해서 단단한 돌을 평평하게 깎는 어려움보다 옛 장인들은 더 깎기 쉬운 나무 기둥의 밑부분 단면을 울퉁불퉁한 주춧돌의 단면과 꼭 맞도록 깎아내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렇게 울퉁불퉁한 주춧돌의 표면과 나무 밑기둥이 꼭 맞도록 하기 위해서 기둥의 밑둥 단면을 깎아내어 돌과 기둥 밑면이 밀착되게 만드는 것을 건축용어로 그렝이 질 이라고 한다. 나무기둥 밑 그렝이질이 잘된 기둥은 못이나 접착제 없이도 쉽게 넘어지지 않고 단단하고 꼿꼿하게 서 있다. 이렇게 기둥 밑과 주춧돌 면이 밀착되어 딱 맞는 경우, 주춧돌이 매끈한 돌이라면 지진이나 강풍에 의해 기둥이 밀려갈 수 있지만, 목구조의 경우 울퉁불퉁한 주춧돌 위에 서 있어서 쉽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표면이 거친 주춧돌 면이 기둥을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어찌보면 현대적 건축공법에는 콘크리트에 앙카볼트를 박거나 기둥 중앙에 철물 심을 박아 기초와 일체되게 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인공 공법이 아닌 자연석를 가공하지 않고 주춧돌 거친 표면과 일체되게 기둥 하부를 가공하여 밀착되게 만든 옛 선인들의 지혜를 생각해 본다. 고대 잉카문명의 숨결이 스며든 마추픽추의 돌담도 밑돌 모양에 딱 맞게 상부돌을 가공하여 마치 반죽한 흙벽돌 쌓은 것처럼 면도칼도 들어갈 틈이 없이 밀착공법을 한 것이나, 바람이 강한 제주의 돌담들이 밀리지 않는 이유는 서로 다른 모양의 돌들끼리 아귀를 맞추어 잡아주는 힘이 생기게 만든 원리이다. 이와같이 성격이나 형태가 서로 다름이 만날 때 한쪽 모양이 거칠고 울퉁불퉁해도 다른 하나의 모양이 불규칙한 형태에 맞추어 감싸 준다면, 상충된 그 둘의 만남은 세상 무엇보다 더 견고한 결합을 이룰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사회는 다양성과 다원화가 사회 저변에 형성된 시대이다. 나의 주변에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이 울퉁불퉁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피하고 미워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서로가 다른 그 마음에 어떻게 조화롭게 맞추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지금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역병에 의해 유사이래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밀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감정과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일시적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눈빛만으로 의사 전달해야 하는 시기에 오늘도 서로 다름의 상황을 인식하여 주변을 배려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렝이 질 많이 하는 그런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원호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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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5.05 19:28

뒤늦은 '보도 참사' 사과

한해 1000만명이 넘게 찾는다는 전주 한옥마을. 그 건너편 광장에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천막 분향소가 눈에 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희생자를 위한 작은 추모공간이다. 2014년 7월, 46일간 단식투쟁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부르짖은 정읍출신의 유가족 김영오씨. 그가 서울 광화문 뙤약볕 아래서 목숨 건 투쟁을 벌인 직후 전국 곳곳에 천막 분향소가 세워졌다. 노란리본 물결이 국민들 가슴마다 끝없이 이어지며 그해 11월 세월호 특별법이 끝맺음 됐다. 이 분향소는 뜻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세월호 6주기는 415총선 다음 날이라 묻힐 뻔 했으나 차명진 후보 막말이 세월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유가족 폄훼논란은 차치하고 그 직후 세월호 관련뉴스가 잇따라 신문지면을 장식했다.유민아빠김영오씨를 비롯한 유가족을 세월호 참사후 박근혜 정부가 불법사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한술 더떠 세월호 특조위 조사도 조직적으로 방해한 증거가 추가로 발견돼 수사에 들어갔다. 6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커녕 뭐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어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최근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유민아빠김영오씨의 근황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그가 고향이 아닌 광주로 거처를 옮긴 이유가 궁금했는데 사연이 밝혀졌다. 대인기피증이 심해 술 없인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었던 안산에서조차 사람들이 자신을 욕하고 비웃는 것 같아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다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이 혐오시설이라고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런 절망적인 현실에서 손을 잡아준 이가 세월호 투쟁때 가장 뜨겁게 반겨주었던 518성지 광주 시민들이었다고 술회한다. 이런 가운데 기자협회도 세월호 참사 6년만에 유족들에게보도 참사를 공식 사과했다. 지난 달 13일 기자협회 회장단은 피해자 가족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세월호 유족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6년전 세월호보도참사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통해 거듭 태어날 것을 다짐했다. 사실확인은 뒷전인 채 정부의 잘못된 발표만을 받아썼다고 언론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세월호의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가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더 나아가 지금도 유언비어와 괴담들이 마치 사실인양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진상규명 만이 세월호의 해묵은 숙제를 풀어내는 첫 단추다.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새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295명 사망자 얼굴과 이름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진 천막 분향소 한쪽 벽면에 이렇게 쓰여 있다.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5.05 15:54

코로나19 방역체계 전환, 경계 방심은 금물이다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오늘부터 일상과 방역을 병행하는 생활방역(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45일 만의 전환이다. 최근 보름넘게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에 그치고, 주로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로 나타남에 따라 우리 방역체계가 감당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정부의 방역체계 전환으로 그동안 폐쇄됐던 박물관 복지관 등 실내 밀집시설들이 단계적으로 개장하고, 종교시설을 비롯 체육및 모임 시설 등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운영을 재개한다. 고교 3년생이 13일부터 등교하는 것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의 순차적인 등교수업 일정도 확정 발표됐다. 코로나19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이다. 게다가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감영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달 30일 부터의 연휴기간 동안 유명 관광지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방역체계 전환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어버이날을 전후한 이번 주말에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많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시설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이고, 대부분 입원 환자들이 감염에 취약한 노인층들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가급적 방문을 자제하고, 전화통화로 안부를 대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방역체계 전환도 사회비용과 경제적 피해및 국민들 피로도를 감안한 일상과 방역의 절충방안이다. 자칫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 방심하다가는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모범적 방역 국가로 평가받던 싱가포르가 경계심을 늦췄다가 이주 노동자 숙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생활속 거리두기는 정부가 국민들의 사회경제 활동을 일정 부분 보장하되 국민 스스로 방역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개인이 방역 주체라는 인식아래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등 방역 기본수칙 준수에 더욱 힘써야 할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5.05 15:54

탄소산업 육성 국가차원 전폭 지원 나서야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 신성장산업인 탄소산업 육성을 위한 탄소소재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017년 법안 발의 이후 3년 만에 법안이 제정된 만큼 이제 대한민국 탄소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일본의 전략물자 한국 수출금지조치 때 전주 효성탄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전북을 탄소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초고강도초고탄성 탄소섬유 개발의 적극 지원과 함께 탄소 연구산업인력 양성, 연관산업 유치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탄소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 탄소소재법이 제정됐기에 국가 차원의 탄소산업 정책 수립과 산업진흥을 담당하게 될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전주에 세워야 마땅하다. 이번 탄소소재법은 신규 설립이 아닌 탄소산업관련 사업 수행 전문기관 중 한 곳을 한국탄소산업진흥원으로 지정하도록 한 만큼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전문 인력 양성 등 탄소산업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데다 이를 종합 컨트롤하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최적 기관이다.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도 필수적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탄소산업에 대한 예산 차별로 전북의 탄소산업이 헛바퀴만 돌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전주 방문 때 탄소섬유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대해 앞으로 7년간 78조원 규모의 예산 투자를 공언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매년 전폭적인 국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내 탄소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초고성능, 초고강도 탄소개발이 시급하다. 항공 우주분야 등 최첨단 소재로 초고성능, 초고강도 탄소 소재가 쓰이고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탄소섬유 원천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탄소기업 또한 가격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내업체에서 중성능급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 수요가 미미한 데다 일본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섬유 상용화 등을 통한 수요 창출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여기에 전주 탄소산업단지의 확대와 함께 규제자유특구 지정도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5.05 15:54

다가온 미래와 포스트 코로나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은 그 여파가 커서 구성원들의 의식은 물론 사회 시스템마저 바꿔버린다.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재앙에 부딪히면 기존 질서의 민낯이 드러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 무섭던 양반과 남성들의 무기력이 드러났고, 이후 신분제의 모순과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경우이다. 관성적으로 유지되던 생활습관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고민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제2차대전 이후 최악의 재앙이라는 코로나19의 파장도 그렇게 퍼져 나갈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세계적 확산 일로에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내년으로 연기된 동경올림픽마저 개최가 불투명하다고 하니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대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한쪽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이다. 지난주 연예기획사 SM은 세계 최초로 소속 그룹 슈퍼엠의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이 공연에 세계 109개국, 7만5000명의 관객이 참여했다. 관람료가 한화 3민3000원 정도니 입장료만으로도 최소 25억을 벌어들였다. 며칠 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역시 파이팅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이 시나브로 안방으로 향한다. 코로나 환경과 디지털 기술이 빚은 비대면 공연 문화이다. 코로나19 예방의 핵심은 비대면이다. 개학을 미루다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 그러나 이런 비대면 교육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온라인 교육으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교사들의 수업 능력을 시험하려 들 것이다. 대표적 온라인 교육기관 미네르바대학이 하버드대보다 합격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비대면이 그리 생소한 것도 아니다. 은행을 가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됐다. 대면 진료에 의존하고 있는 병원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모든 환자가 꼭 내원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떤 이는 대중교통의 종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교통정책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는 문제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소형화, 자율주행 등으로 나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온라인 중심 거래가 가속화 될 것이다. 미국의 백화점 삼분의 일이 이미 문을 닫았다. 몇백억 들여 화려한 백화점 건물을 지을 이유가 없다. 배달앱의 출현으로 소위 상권의 위력이 약해져 가듯 임대료도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조리기구만 있으면 외곽에서도 음식을 만들어 배달앱 플랫폼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속설이 옛말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국제 관계도 다소 폐쇄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항공산업의 그림자가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 외에도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떠났던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본격화되고, 인건비에 대응할 스마트 공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선진국의 일자리는 늘겠지만 제품의 가격도 오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갑자기 다가온 미래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망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하고도 내부 필름 기득권에 밀린 코닥의 몰락, 최초로 스마트폰을 내놓고도 퓨처폰 세력의 고집으로 시판을 못 하고 결국 문을 닫은 노키야의 사례를 타산지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0.05.05 15:50

소비자 신뢰 저버린 엉터리 로컬푸드

권순택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에도 전북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이 많이 늘어났다. 올 1분기 도내 36곳의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액은 30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3억 원보다 25%, 61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식자재 구매를 늘리는 가정에서 시중 마트보다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로컬푸드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농가와 소비자 직거래라는 로컬푸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대규모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아닌 공판장 물건을 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농협 로컬푸드는 공판장 중도매인으로부터 농산물을 납품받아 도시소비자들에게 공급해왔다. 로컬푸드 운영책임자도 시중에서 구입한 마늘을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 납품해서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값싼 중국산 당근을 들여와 판매하는 일도 벌어졌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농협 측의 처사다. 이러한 사실을 적발한 로컬푸드 조합원이 농협 측에 진상 파악을 위한 감사와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자 되레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원회에선 이 조합원에 대해 10년간 로컬푸드 납품 정지와 함께 농민연금 수급권마저 박탈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 농민조합원은 사실상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로컬푸드의 근간은 소비자의 신뢰다. 지역 농가에서 생산하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라는 믿음에서 로컬푸드가 급성장해왔다. 그런데 물품과 물량 부족을 이유로 공판장 물건을 떼어 다 팔거나 값싼 중국산 농산물로 이득을 취하면 로컬푸드의 신뢰는 송두리째 붕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전국 각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들어오는 공판장은 식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지역 농가와 소비자와의 직거래라는 로컬푸드의 선순환 체계에 역행하는 행태다. 10년 전 완주군에서 로컬푸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기치로 내걸었다. 전국 최초로 로컬푸드 인증제를 도입하고 토양과 농업용수, 농산물 잔류농약 분석 등 국가검사 기준과 동일한 320종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출하 농가 교육과 정기적인 로컬푸드 직매장 모니터링을 통해 농산물 안전성을 철저히 관리해왔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믿음을 쌓았고 단기간에 성공 키워드로 떠오를 수 있었다. 초창기 완주 로컬푸드가 주목을 끌면서 성공 예감이 들자 전주와 익산 등지에 짝퉁 로컬푸드가 등장했다. 이들은 지역 농산물이 아닌 공판장과 중국산 물품을 팔면서 폭리를 취했다. 당시 편집책임자로서 짝퉁 전담 기자를 배치해 엉터리 로컬푸드 실태를 연일 집중 보도했다. 결국 소비자 발길이 끊긴 짝퉁 로컬푸드 매장은 스스로 문을 닫아야 했다. 완주 로컬푸드의 성공 신화를 통해 이젠 로컬푸드가 농업농촌 회생과 도농상생,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전국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1000곳 이상 확충하고 4.2%에 불과한 로컬푸드 유통 비중을 15%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전국 자치단체 45곳에서도 완주군처럼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렇지만 한 지역농협의 직매장처럼 로컬푸드의 근본 취지를 일탈하게 되면 지난 10년간 다져 온 로컬푸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잘못된 직매장 한 곳 때문에 전체 로컬푸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선 안 된다. 공든 탑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는 것처럼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5.05 15:46

안전하고 평등한 예술 창작환경을 위한 모두의 과제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2018년 2월, 도내 모 극단 대표의 성추행 고발 기자회견으로 점화된 전라북도 문화예술계의 미투운동은 연이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와 고발에 이어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위드유로 확산되면서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 성폭력을 개인 대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문화예술계의 창작 환경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폐쇄적 구조, 소수 기득권의 권력 독점, 작품 내 빈번한 여성혐오적 표현, 불평등한 성별권력, 인맥과 품평중심의 진입 장벽 등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문제적 창작환경이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인 당사자들의 자정적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안전하고 평등한 창작 환경을 위한 지자체와 문화재단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미투 이후 정부는 성차별 해소를 위한 양성평등정책관을 문체부와 법무부, 교육부를 비롯한 8개 부처에 신설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문화비전 2030>을 통해 성평등 문화 실현이라는 의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 지역의 행정은 성폭력 사안 중심의 대응 방식으로 일관했다. 성평등을 중요 과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역문화 발전에 흠결을 내는 것으로 오인해 정책적 연구와 시스템 마련이 더디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특정 성별 및 나이대를 성적 대상화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작품 내 빈번한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한 여과 없는 재현, 자유분방함을 넘어선 성적 표현을 예술적인 자유로움으로 용인하곤 했다. 그러나 예술가의 창작물은 예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성인지 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과 창작 환경 개선을 도모하는 행정의 성평등 정책 마련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본 필자는 네 가지 정책 제안을 이미 2019 전주문화논총에 실은 바 있다. 첫째, 문화예술 기반 조성 및 제도 개선. 전담부서 신설 및 성평등 자치규약 제정, 실태조사 실시, 성폭력 근절 서약서 의무화, 성폭력 사안에 관련된 매뉴얼 마련, 예방교육 의무화 등이다. 둘째, 문화정책 전문인력 양성 및 활동 지원에서 젠더 관점 갖기. 교부금 심사위원 성별 균형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의무화, 범 예술인 대상 포럼 및 세미나 개최를 통한 현장 자정의 기회 마련, 문화예술계 내 젠더 문제 해결 소모임 지원에 관련한 정책이다. 셋째, 문화 프로그램에서의 성평등 감수성 제고.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 혹은 성차별적, 여성비하적 편견이 내재된 작품 소비 지양을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정책이었으며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지원사업 및 운영에 있어서 젠더 관점 가이드라인 제안에 대해 교부금 지원 창작물에 대한 젠더 관점 가이드라인 안내물 제작, 젠더 감수성 평가지표를 통한 사업 반영등 에 관한 정책이었다. 문화예술계의 미투는 단순한 이슈를 넘어서 시대적 정신이 되었다. 더는 아픈 과거가 재생되지 않도록 누구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인식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창작 환경 만들기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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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3 15:35

탄소법 국회 통과, 전북발전 획기적 역할 기대

전북의 숙원사업인탄소소재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30일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 근거와 함께 전북 탄소산업 발전에도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는다. 전북은 지난 2006년부터 탄소산업 불모지에 씨앗을 뿌려 10년 넘게 가꾸면서, 기초 기술 연구부터 시제품 제작과 상용화 단계까지 성장했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앞으로 100년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자세로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특히 탄소산업은 국가 전략사업을 대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탄소섬유는 알루미늄마그네슘타이타늄 등과 함께 4대 경량소재산업 육성계획에도 포함된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전주에는 세계 3번째 T700급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효성 공장이 있다. 효성은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공동으로 T700급 탄소섬유 양산기술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전북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탄소소재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북대원광대전주대 등 3개 대학에는 탄소산업 관련학과가 개설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에는 탄소기업 집적화를 위해 국내 처음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한국 탄소산업의 미래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인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의 설립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다행히 이번 관련법의 국회통과로 기존 탄소기관 1곳을 지정, 탄소산업진흥원의 역할과 운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탄소산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운천 의원(전주을)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2018년부터 국회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왔다. 오히려 야당보다 정부여당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거센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번에도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 동의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산업은 전북의 미래 먹거리다. 앞으로 탄소소재법 시행에 따라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한국탄소산업진흥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회는 물론 민관 합동의 총체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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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5.03 15:35

경영 위기 수출 중소기업 자금 지원 서둘러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4월 국내 산업의 체감경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역대 최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도내 수출 중소기업들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일본 미국 동남아 등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함에 따라 수출길이 꽉 막히면서 생존 기로에 놓여있다. 주문을 받고 제품을 만들었지만 항공과 선박 등 물류가 완전히 막혀 물건을 쌓아두고만 있다. 더욱이 물류가 막히면서 자금 융통이 안 돼 당장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문제는 수출길이 언제 다시 열릴지 장담할 수 없기에 더욱 답답한 실정이다. 수출 차질이 장기화하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달 수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8.7%가 수출이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수출 악화 이유로는 수출국의 수요 감소에 따른 신규 주문감소와 기존 수주물량 납품 연기, 입국 금지조치에 따른 수출국 영업활동 제한, 해외 전시회 취소로 수주 기회 축소 등을 꼽았다. 특히 응답 기업의 68%는 올 1분기 자금 사정이 악화했지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2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의 77.9%는 필요 자금의 50% 이하만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도내 기업 지원을 위해 익산시와 NH농협은행 전북본부 전북은행 등이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익산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사회적기업에 47억9000여만원을 긴급 투입한다. NH농협은행 전북본부와 전북은행은 코로나19 피해업체 지원을 위한 전용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피해기업을 위해선 정부와 광역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 당장 인건비와 운영자금 등 긴급 금융지원이 필요하고 선적 지연이나 수출대금 결제 지연 등에 따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업인의 수출국 입국 지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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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5.03 15:35

상임위 배정 문제

총선 당선자들이 초재선이어서 전북 현안과 국가예산을 확보할 때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간 경험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교문화권에 속한 우리 문화에 서열문화가 상존한다. 국회도 선수(選數)를 존중한다.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같은 국회직은 여야간 협상을 통해 선수를 고려해서 뽑는다. 하지만 초선이라도 능력이 출중하고 겸손하면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표시가 난다. 선거 때 초선 위주로 뽑으면 숫자도 적은 전북 정치권이 그나마 위축된다면서 중진들이 큰 정치 할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20대 때 녹색 돌풍으로 국민의당한테 7석을 안겨줬지만 그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각개약진해 결국 전북발전만 뒤쳐졌다고 힐난했다. 지금은 당선자를 놓고 시시비비할 게 아니라 결과를 존중하면서 당선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해 거대여당이 된 상황에서 전북 출신 9명이 어떤 상임위에 속하느냐가 관건이다. 국회의원은 주로 해당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므로 어떤 상임위에 속하느냐가 중요하다. 내심 당선자들은 노른자 상임위라는 국교위나 농해수위 같은 곳으로 배정 받길 원한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전북 당선자나 수도권과 같은 피튀기는 각축지에서 당선된 사람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상임위 배정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오는 7일 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누가 선출되느냐도 관련이 깊다. 초선이 68명이나 되기 때문에 초선들의 표 향배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도내 당선자 9명 가운데 신영대 당선자는 전해철 의원 보좌관 출신이라서 그를 지지할 것이고, 안호영 등 나머지 8명은 그날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성남에서 4선을 기록한 김태년 후보는 고향이 순천으로 전북 당선자들과 정서가 같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친문인 3선의 전 의원도 목포가 고향이어서 청와대 출신들의 지지가 예상된다. 전북정치권 10명이 예특과 윤리특위를 제외한 16개 상임위에 고르게 분포해야만 전북의 이익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전북도가 국가예산확보철만 닥치면 애를 먹었던 이유가 국토위 등 특정 상임위에 2~3명이 들어가 공석 상임위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전북 출신이 없는 상임위에서 전북 관련 예산을 확보할 때마다 어려움이 컸다. 전북도는 그때마다 청와대나 기재부 등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타 지역 여당이나 야당의원을 찾아다니며 읍소하기에 바빴다. 지금은 21대 개원을 대비해서 상임위 배정 등을 논의할 단계라서 송하진 지사와 안호영 도당위원장 등 당선자들이 당정협의를 통해 전략적으로 사전조율에 나서야 한다. 특히 송 지사는 전북 연고당선자가 46명이나 되므로 이들을 우군화해서 도움 받아야 한다. 다선이 없는 상황에서 송 지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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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0.05.03 15:35

위기상황에서 빛나는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의무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시 이동금지 등 국민기본권을 제한하지 않고 공중보건 관리와 방역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세계적 대유행에도 민주주의 바로미터인 선거를 높은 투표율로 치른 것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국산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에 대한 각국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신속한 검사와 정보공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헌신적 노력 및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전문가는 말하고 있다. 특히, 공적마스크 구매 시 질서유지와 장기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로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호 배려하고 공동체의 안위를 염려하며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왔다. 병무청도 코로나19 심각단계에서 전국의 병역판정검사를 일정기간 중단한 바 있으며 병역판정전담의사를 선별진료소에 의료인력 지원함으로써 공동체 안전을 위한 사회적 연대에 동참했다. 지난 4월 20일 재개된 병역판정검사 시 방역체계를 더욱 강화해 감염의심자 선별발열체크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이행하고 1일 검사인원 최소화로 감염증 차단에 전 행정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10월 15일부터 실시하게 될 전북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는 최초 감염증 확산 시기보다는 순조로울 것 같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일상생활 속에서 감염 차단에 주력하는 방역체계는 지속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병역판정검사는 현역보충역 등 역종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므로 안전한 환경에서 정밀한 검사를 받은 후 공정한 병역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병역판정검사에서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정확성이 최우선이기에 검사장에는 MRI 등 최신 의료장비와 전문 검사 인력을 배치하고 전문의 자격을 가진 병역판정전담의사가 과목별로 정밀한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또한 HIV 검사 등 총 27개 항목에 걸친 병리검사와 잠복결핵검사를 실시하는데 올해부터 당뇨질환 판별을 위한 당화혈색소 검사를 실시하는 등 만19세 남성의 생애 첫 건강검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은 검사가 행해진다. 한편, 병역이행의 형평성은 예외 없는 의무 부과를 통해 확보되므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런데 고무적인 것은 병역의무를 고의로 감면받고자 하는 면탈범죄와 달리 자원해서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질병으로 감면받은 청년들이 질병을 치유한 후 병역을 자진 이행하는 인원이 2016년도에는 256명에서 지난해에는 881명으로 대폭 증가한 데다 병역의무 부담이 없는 외국 영주권자의 입영도 10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643명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르낭은 애국심을 국가라는 하나의 공동체에 귀속되어 훌륭한 삶을 영위하고 공동의 선을 실현하기 위해 각각 제몫을 하고자 하는 의지로 표현했다. 위기 시 애국심을 발휘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 예의를 다할 때 공정과 정의는 반칙과 특권 없는 대한민국의 초석이 될 것이다. 연대와 협력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낼 즈음 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에서는 병역의무 이행의 첫걸음을 당당하게 내디딜 청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이영희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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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3 15:32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 동학 정신에서 해법을 찾는다

곽승기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코로나19 여파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는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높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도시 봉쇄나 인권 침해 없이 일상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만큼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세계는 놀라워했고, 이 와중에 총선을 무사히 치러낸 것에 또 한 번 세계를 경탄케 했다. 최근 거의 모든 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 확진자 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체계적 대응은 논외로 하더라도, 전 국민의 철저한 예방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인 동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 부족 뉴스에 각지의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대구로 집결하고, 줄 이은 성금 기탁 행렬 등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그동안에도 우리는 나라가 위기로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가 놀랍도록 집중단결하는 민족성을 발현시켜 왔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때는 350만 국민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해 가장 단시간에 IMF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로 수십 년간 서해 생태계는 되살아날 수 없다는 내외신 보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130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사고발생 2년 만에 수질과 어종을 사고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최근 코로나 장기화로 주식시장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맞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현상을 반외세 혁명인 동학농민혁명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위기때마나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는 민족정신은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역사적으로 민중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개혁 정신의 뿌리를 찾다보면 역사 발전의 주체로 민중이 최초로 등장하는 동학 정신과 만나게 된다. 안으로는 낡은 봉건제도를 개혁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밖으로는 일제 침략에 맞서 국권 수호를 외친 동학 정신이야말로 애국 애족정신의 표상이고 근대 민주주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3.1 독립운동과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동학 정신에 뿌리를 두고 계승 발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는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동학란, 동학농민운동, 갑오농민혁명 등으로 불리며 축소왜곡되어왔던 역사는 2004년 3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정명을 찾았다. 오는 5월 11일은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 코로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진정 국면에 진입했으나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확산 일로에 있어, 감염병에 대응하는 장기대책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즈음한 지금은, 감염병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뉴 노멀(New Normal) 즉, 감염병 대응에 새로운 표준이 필요한 시기이다. 동학의 후예로서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앞세우고, 현재의 진정세에 만족하기보다는 코로나 종식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실천으로 비대면 활동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개인 생활습관과 사회관행을 개선하는 생활의 과학화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요즘 시대의 동학 정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곽승기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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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3 15:32

마스크의 사회복지학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지난 3월 중순께 수원에서 열리는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일 때여서 께름칙했으나 부득이 안 갈수 없는 처지였다. 당초 혼주는 결혼식을 미루려 했으나 터무니없는 위약금으로 최소한의 인원만을 초청했다. 결혼식장에 들어서니 신랑신부와 혼주를 제외하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 때문에 처음에는 잘 몰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마스크를 내리고 서로 파안대소하는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가장 낯선 풍경은 식장 안에서였다. 150명가량 되는 하객들이 모두 흰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이란. 박수를 치며 축하하긴 했으나 조금 무겁고 어색한 분위기가 내내 감돌았다. 그 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마스크 착용은 일상사가 되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무례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지 100일이 넘었다. 큰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안심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300만명을 훌쩍 넘었고 사망자도 20만명에 이른다. 이번 사태는 뉴욕타임즈 칼럼이 세계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눌 만큼 역사와 사회를 확연하게 바꿔 놓았다. 코로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아마 마스크 쓰기가 아닐까 싶다. 정부와 의료당국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2m 거리두기가 그것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류가 짜낸 최고의 방책이다. 이 중 마스크는 시각적 효과가 커 자신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도구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어쩌면 개인위생과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종의 넛지(nudge 주의를 환기시킴)인 셈이다. 마스크의 어원은 마귀라는 뜻의 중세 라틴어 마스카(masca)에서 유래했다. 또 다른 용어로 가면이라는 페르소나(persona)와 맥락을 같이 한다. 얼굴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리는 마스크는 원시시대 종교의식에서부터 현대의 패션마스크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돼 왔다. 연극이나 무용의 분장도구로 사용되었고 1418세기에는 유럽에서 눈과 코, 얼굴의 반을 가리는 하프 마스크(half mask)가 유행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나 황사 등을 차단하는 기능성 마스크가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 장의 얇은 마스크에는 불안과 익명성, 비대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복지적 함의도 포함돼 있다. 우선 마스크는 크고 작은 재난이 그러하듯 불평등의 상징이 되었다. 빈곤이 주는 경제적 격차, 차별과 배제가 생명권의 격차로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 마스크 값이 폭등해 노인, 장애인, 난민,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은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미국의 경우 사망자 중 70% 이상이 흑인이다. 또 동양인이 마스크를 쓸 경우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반면 마스크는 타인에게 침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배려와 동시에 공존의 상징이었다. 기초수급자인 70대 노점 할머니가 마스크 39장과 틈틈이 모은 100만원을 대구의 어려운 분에게 보내달라고 파출소에 놓고 가는 등 사마리아인들의 선행이 잇따랐다. 마스크 양보 캠페인에 대한 호응도 높았다.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코로나가 고비를 넘기면서 마스크 쓰기도 조금 시들해졌다. 마스크가 단절과 차단이 아닌 소통과 연대의 상징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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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8 20:32

‘벌써’라는 의미의 아쉬움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창밖을 바라보니, 라일락이 만발하는 5월이 먼발치서 화사한 미소로 다가오고 있다. 계절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5월이라는 감정보다는 덧없는 세월의 무상에 벌써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현재의 시간이 현실에서 잘게 부서져간다. 벌써 라는 단어가 지난 세월을 아쉬움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누구의 인생이든 기를 써가며 살아 온 젊은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아른 거릴 것이다. 아직도 못 다한 일들이 남아있는데 이를 어찌할까하고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정표에 인생을 다르게 설계하며 삶의 철학을 얘기한다. 산다는 것은 사람마다의 색깔 있는 꿈을 갖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 꿈을 이뤄내려고 치열하게 꿈틀대는 전쟁이다. 저녁놀을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은 노인의 길목에 들어선 증거라고 한다. 하얀 새치가 하나둘 거울 속에 나타날 때,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은 인생을 음미해가는 사람이며, 할아버지라 부를 때, 웃는 얼굴로 받아들이면 그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한다. 세월의 무게에 밀려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삶의 맛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영글어간다고 그럴듯한 포장으로 위안을 받으려 한다면 그는 분명 센스 있는 사람이다. 오랜 세월을 건너오는 동안에 당신의 마음에는 무엇들이 걸려 있었을까. 스쳐간 인연들, 지난날들에 얽힌 회한, 못다한 그리움의 감정들, 즐겁고 아파했던 청춘을 돌아보며 이제부터는 가슴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아야 여생이 편안하지 않을까? 누구나 다양하고 바쁘게 이어온 과거는 현재의 나를 만드는데, 단단한 기저가 되었겠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미래가 오염되지 않도록 과거를 미련 없이 흘려보내야 한다. 우리의 조상들이 흰옷만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가령 빨간색이나 노란색을 입고 싶었어도 염색하는 기술이 없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감미롭고 순결하고 깔끔한 의미의 하얀색이 때로는 두려움을 연상하는 붉은색보다 더 많은 공포를 부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시작되었을까. 인자한 모습의 성모마리아상, 로댕의 생각하는 남성조각상 등은 왜 하얀색이었을까? 하고 생각해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슬픈 일, 기쁜 일들은 언제나 우리들 곁에 머물고 있듯이, 하얀색과 빨간색들이 어느 곳이나 펼쳐져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이 우리들의 오늘이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했다. 일그러진 운명이 다가왔을 때, 회피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모든 힘을 쏟아낸다는 뜻이 아니었을까하고 해석해본다. 여럿이 모이면 하나의 주제에서 의견이 다르듯, 굳이 나를 그 속에 묻어버릴 필요는 없다. 벌써라는 아쉬움이나 아직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초조해하지 말고 나름의 철학을 믿고 자기라는 인생을 꾸준하게 일궈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 자기를 나타내려한다거나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옆에서 치켜세우는 겉치레의 칭찬에 잘 속아 넘어간다. 생각이 빗나간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혐오감도 모른 체, 자기의 존재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받는 줄 알고 흐뭇해하는 사람이다. 라고 했다. 석양노을의 바닷가를 거니는 나그네의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은 노년기를 맞이하고 있는 비탈진 고비길 인생일 것이다.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4.28 20:32

야당 역할론

민주당 압승 못지않게 야당 몰락도 21대 총선 전북의 이변으로 꼽힌다. 그동안 전북정치를 이끌어오던 중견 정치인과 차세대 주자도 다수 포진했기에 충격 그 자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4+1패스트트랙에서 봤듯이 원래 민주당과 뿌리가 같은 진보진영 후보다. 지난 20대총선 정운천 의원(새누리당)같은 정통 보수야당과는 결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 직후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은 도내 지역구 11곳을 싹쓸이했다. 그 이후 처음으로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 쓰나미가 재현된 셈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민주당 입당을 선거 전부터 공식화 함에 따라 여당 독주체제가 예상된다. 정치 풍향계는 기대 반 걱정 반 이다. 그렇다고 순수 야당 국회의원이 전북에 없는 것도 아니다. 미래한국당의 전북출신 비례대표 의원 4명이 그들이다. 재선 정운천 의원(고창)을 비롯해 이종성(김제)조수진(익산)이 용(전주) 당선자다. 정 의원을 뺀 나머지 3명은 70년대생으로 정치 초년병이다. 비례대표 의원답게 전문영역에서 쌓은 내공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이들 활약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와 달리 수도권이나 타 지역에 지역구를 둔 전북출신 의원들은 드러내놓고 고향발전에 집중할 처지가 못 된다. 지역구 표심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4명의 비례대표의원 역할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그런 까닭이다. 지역구가 없는 이들 비례의원들은 도내 지역구의원 10명과 함께 11번째12번째13번째14번째 전북의 야당 국회의원이나 다름없다. 지난 20대 때 4년연속 국회 예결위원으로 전북 예산확보에 두각을 나타낸 정운천 의원이 중심에 있다. 정 의원은 평소 신념대로 지역장벽 극복과 전북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보수야당을 선택했다. 4년 의정활동에서도 지역현안 해결사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노력해왔다. 이 용 당선자도 지역구의원 10명에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다짐하며 전북 발전론을 펴기도 했다. 전주에서 부모가 감자탕음식점을 하는 봅슬레이 감독출신 이 당선자는 개표방송 후 평평 울었다고 한다. 부모님조차도 미래한국당 간판으로 당선되겠느냐며 회의적 시각이어서 속앓이를 많이 했단다. 직접 휠체어를 타는 이종성 당선자는 262만 장애인을 대표하는 복지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전주에서 여고시절을 보낸 조수진 당선자는 한국신문상최은희여기자상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기자 출신이다.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전북인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한 이들이야 말로 전북 정치권에서야당 역할에 걸맞는 인재들이다. 함께 상생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는게 진정한 야당이다. 때로는 견제와 균형을, 때론 동반자 관계속에서 전북발전의 쌍두마차를 꿈꾼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4.28 19:43

전북 고용안정 패키지사업, 실천이 관건이다

전북도와 익산시, 김제시, 완주군이 고용노동부의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사업에 선정돼 군산발 고용충격과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고용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기대된다. 고용부와 전북도, 3개 시군은 지난 27일 전주에서 올해부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해 신규 일자리 1만개 창출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용노동부의 패키지사업은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지역을 선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고용위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국에서 19개 컨소시엄이 신청해 5개 지역이 선정된 것이다. 전북엔 올해 136억원을 투입해 1396명의 고용창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북이 이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현재 전북의 고용사정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반증이다. 선정이 고무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픈 지역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지난 2017년 부터 군산 현대조선소 폐쇄에 이은 한국 GM군산공장 철수에 따른 협력업체 위기와 제조업 연쇄 도산으로 군산을 비롯 인접 시군은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는 지역 고용및 경제상황을 최악으로 내몰고 있다. 익산지역은 이미 제조업 113개사가 연쇄 도산해 5500명의 실직자가 발생했으며, 완주군 관내 상용차 공장은 최근 5년간 차량 생산대수가 2만대 가량 감소했고, 김제지역은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층을 포함 극심한 인구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군산시는 산업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됐으나, 협력업체 다수가 자리하고 있는 익산시와 김제시, 완주군은 정량요건 미달로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받지 못해 정부지원에서도 소외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도는 이들 3개 시군을 대상으로 상용차 산업 고용안정 세이프티 벨트구축으로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용성장 산업인 농식품 분야를 고도화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패키지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계획대로의 실천 여부가 관건이다. 단순 고용으로 실적만 내세워서는 안된다. 고부가 신기술 산업 육성으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지역 청년들에게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4.28 19:43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켜야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난 28일로 100일째를 맞으면서 확산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 감염사태로 인해 전국적으로 급속 확산하였지만 철저한 격리치료와 자가격리,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방역소독 생활화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10일째 신규 감염자 수가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고 28일까지 확진자 1만752명 중 82%인 8854명이 완치해 격리 해제되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다소 느슨해지고 있다. 관광지나 행락지에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서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고 마스크 없이 거리를 다니거나 유흥시설에는 젊은 층이 운집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위험은 여전하다. 세계 각국에선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28일 국내 신규 확진자 14명 중 12명이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다. 또한 완치되었다가 다시 확진되는 사례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력이 강해 자칫 방심했다간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전북지역에선 지난 1월 30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최초로 확진자가 나왔지만 우려했던 집단 감염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입국한 18번째 환자까지 산발적으로 발생했고 이들 가운데 10명이 완치돼 퇴원했고 현재 8명이 치료 중이다. 방역당국에선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했지만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고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인 유행이라고 강조한다. 다소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서 실천해야 한다. 이달 말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연휴기간에 감염 우려가 높은 만큼 방역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또한 유흥시설 출입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손소독 등 생활속 방역도 계속 준수해야 한다. 특히 인구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 활동도 철저히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절대 늦춰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4.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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