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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의 부활

모로코의 경제중심도시 카사블랑카의 거리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논란이다. 윙크하는 젊은 여성과 현대자동차 사진 뒤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광고판 배경 때문이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햇살이 사방으로 퍼지는 형상의 광고 디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 이 광고판이 카사블랑카 거리에 등장한 것은 지난 3월이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나 SNS의 뜨거운 논란으로 부상한 것은 최근이니 이미 두 달이 넘도록 카사블랑카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다. 모로코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 광고판을 제작한 현지 업체는 형상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사용했단다. 광고판을 철거하겠다는 입장도 전해진다. 욱일기에 대한 감정이 우리와는 다를 터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광고 디자인에 왜 하필이면 욱일기 형상의 무늬가 선택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사실 욱일기는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 군대가 군기로 사용했던 깃발, 이른바 전범기다.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된 하켄크로이츠는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했던 시기에 국기로도 사용될 정도로 상징성이 강했지만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나치스가 해체되면서 독일 정부는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아예 법으로 금지했다.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욱일기 역시 태평양 전쟁 등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어김없이 군기로 내걸었으나 1945년 패전과 함께 사용을 중단했다. 전쟁을 일으킨 전쟁범죄자란 징표를 없애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묻어두려는 자구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 두 개의 전범기 신세는 다르다. 법으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독일과 달리 일본의 욱일기는 군기로 다시 돌아와 과거 체제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상징이 되어 있다. 그래서 다시 궁금해진다. 끊임없이 제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일본에게 카사블랑카의 현대차 광고가 큰 즐거움을 안겨주진 않았을까. 하기야 돌아보면 일본이 반가워할 광경은 이곳 대한민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보수단체의 집회 현장에나 등장했던 욱일기가 최근에는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뒤에서도 펄럭이는 일까지 잦아졌다. 소녀상 철거와 정의기억연대의 해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퍼포먼스 덕분이다. 이쯤 되면 군국주의의 망령을 다시 불러내려는 일본의 욕망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6.25 19:13

‘촉법소년’ 연령 하향,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수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죄의식 해이 등을 예방하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내의 경우 범죄를 저질러 적발된 만14세 미만 청소년은 지난 2016년 177명, 2017년 189명, 1016년 204명 등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이나 노력이 별 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흉포 집단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가 갈수록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범죄 양상도 다양화 잔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과거에 비해 더 빠르게 조속해지고,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고, 폭력게임 등에 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철부지가 아니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 범죄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될 때 마다 거론된 것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이다. 현행 연령 기준은 1953년 소년법 제정 이후 60여년 째 조정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은 만 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신 보호처분만 받는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일부 청소년들은 이처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하기 까지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여기에 피해자들의 고통울 감안한 법감정 까지 감안하면 법 개정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법 개정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00만명 이상이 동참하기도 했다. 교육부도 지난 1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처벌 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같은 법 개정 여론에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 예방이 엄벌만으로 해소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범죄 원인의 복합성과 다양성, 개인별 성장 과정의 특수성 등을 감안한 다각적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대다수 국민들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면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6.25 17:36

2년 남은 송하진 도정 현안 챙기고 경제 살려야

민선 7기 반환점을 돈 송하진 지사가 남은 2년 임기 동안 전북 경제 활력 제고와 경제 체질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도지사로서 당연한 책무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과 지역경제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7월 민선 7기 송하진 도정 출범 당시 지역경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서해안 산업벨트의 중심축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멈춰 서고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전북의 각종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쳤다. 산업생산과 지역소득 수출 고용 소비 등 전 분야에서 내리막길을 달렸다.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전북을 떠나고 취업을 위해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면서 출구가 없는 암울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민선 6기부터 전북도정의 최대 역점시책으로 추진해온 삼락농정은 쇠락을 거듭하던 전북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북지역 농가 평균 소득이 8.6%나 격감하면서 전국에서 농가 소득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농가 소득 5000만 원 시대를 내걸었지만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그래도 속도감 있는 새만금 개발이 전북도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되어 내부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새만금 국제공항과 신항만, 태양광 발전,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 등이 본격 추진된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올 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데다 미중 패권 분쟁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을 맞으면서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송하진 지사도 이에 민선 7기 후반기 도정운영과 관련, 남은 2년을 전북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산업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일자리 지키기와 일자리 키우기, 전북형 뉴딜의 고용유지 등을 내걸고 자동차탄소조선비대면 산업재생에너지수소첨단바이오 육성 등 7개 핵심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송 지사의 도정 운영 구상대로 전북경제가 살아나고 미래 혁신성장 산업을 통해 전북 대도약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 또한 남원 국립공공의대 설립과 국립감염병센터 유치, 한국탄소산업진흥원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등 당면한 현안도 임기 중에 꼭 성과를 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6.25 17:36

병력동원훈련 입영 시 준비사항

병력동원훈련 입영 시 준비 사항이 미비할 경우 귀가조치 되는 등 예상치 못한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개인 입영준비물은 동원훈련통지서, 신분증, 본인통장 계좌번호, 세면도구, 수건, 양말, 속옷, 취침복 등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만약, 병력동원훈련통지서를 분실하셨다면 병무청 홈페이지 및 병무청 앱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또한 훈련소집 부대 입영 시 대리입영 방지를 위해 본인 확인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신분증(본인 사진이 포함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여야 합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모두 분실하였을 경우에는 거주지 읍면동 주민 센터에서 발행한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재발급신청 확인서를 발급받아 입영하시기 바랍니다. 동원훈련 입영 시 동원훈련 복장은 전역 시 지급받은 복장으로 현역 착용기준에 준하고 있습니다. 기본복장으로는 베레모 또는 전투모, 전투화, 허리띠, 고무링, 명찰, 방상외피, 야전상의(동계)등이 필요합니다. 전투복과 전투화 대여 또는 교체 제도가 있는데, 대여는 본인이 착용 또는 지참한 전투복이나 전투화를 반납하지 않으며 훈련기간 동안만 대여하는 것이고, 교체는 본인이 착용 또는 지참한 전투복이나 전투화를 반납하면 다른 것으로 대체 지급하는 교체제도입니다. 훈련복장 및 준비물에 대한 상세내용은 해당 소집부대로 문의하시기 바라며, 연락처는 소집부대장이 보낸 입영안내 서신에 기재 되어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추가로 2020년도 병력동원훈련은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하여 전반기에는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후반기 훈련 시작 일자와 유형별 훈련방법은 코로나19 상황과 훈련 여건을 고려해 실시 할 예정입니다. 국방부에서는 훈련개시 45일 이전 재판단해 발표할 예정이며, 전북지방병무청에서는 2020년 병력동원훈련 일자가 결정되면 알림톡 등으로 사전 안내할 예정이며, 훈련일 30일 전에 병력동원훈련통지서가 발송될 예정입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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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5 16:25

전주·완주 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지난 2013년 6월 26일 전주완주 통합 주민투표가 완주 군민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전북 정치 주도 세력이 노골적으로 반대를 조직하고 완주 기득권 세력이 호응하면서 예견된 결과였다. 전주완주 통합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자 했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통합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완주군민들의 선택이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전북 정치권의 이중적 행동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정치권 인사들은 이후 정치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며 대부분 사라졌다. 통합 부결에 만세를 부르고 정치적 승리의 축배를 들며 반사이익을 기대했겠지만 전혀 얻지 못한 것이다. 당시 최규성 김제완주 국회의원, 민주당 도당, 김완주 도지사는 처음에는 찬성하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반대로 돌아섰다. 전북지사와 당시 민주당 전현직 도당 위원장의 반대는 치명적이었다. 김제완주를 지역구로 두고 전북 정치의 좌장으로 역할하던 최 의원의 반대는 결정적으로 전북 지사와 민주당 전북 도당을 반대로 나서게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통합 반대운동을 조직하는데 명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최규성 의원은 김제공항 반대에 이어 단지 자신의 지역구를 상실하게 된다는 이유로 전주완주 통합 반대에 나섰다. 전북 정치의 좌장으로서 전북 미래의 갈림길마다 지극히 개인적 기득권에 의한 잘못된 선택으로 낙후 전북 유지의 첨병으로 작용해 비판을 받았다. 김완주 지사도 처음에는 지지관망하다가 결국 반대로 나아갔다.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이 통합에 성공하면 얻게 될 정치적 확장과 파워, 3선에 대한 미련, 경쟁을 두려워했다고 볼 수 있다. 완주 기득권 세력, 특히 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주민을 선동하며 반대를 주도하게 된다. 거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가까운 감성적 호소와 접근이 완주 군민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전주완주와 마찬가지로 주민투표를 진행하여 통합을 이뤄낸 청주청원은 통합 청주시로 되어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무조건 큰 것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작다고 무조건 아름다운 것도 아니지만 중앙 중심 정치 구조와 예산 분배 시스템은 어느 정도의 인구와 경제 규모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전북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며 세가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실 있는 질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농촌과 중소 도시를 살리기 위한 노력, 어마어마한 물량 투여도 효과를 보지 못하며 젊은이들이 지역을 등지고 아이 울음소리도 그치며 점점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제 2% 대로 전락한 전북의 인구와 경제 규모는 정치적 영향력 감소는 물론이며 일자리도 없고 신규 투자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북에서 나고 수십 년을 생활하며 분명히 깨달았고 알게 된 것이 있다. 이웃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최근의 충북의 변화를 보며 전북 변화의 동력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 그 누구도 단지 생색내기만 할 뿐이고 우리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뼈아픈 깨달음이다. 전북인 스스로 소외감을 떨쳐내고 일어서야 한다. 통합을 통한 거점 도시 확보는 일제가 강제로 분할한 전주완주가 전북의 미래 거점과 동력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할 일이다. 물론 선택은 전주 시민과 완주 군민의 몫이다. 7년의 세월이 지났다. 주민 투표 부결로 무엇을 얻었고 잃었는가? 나 홀로 완주는 나아졌나? 냉정히 평가해보고 새로운 대안은 없는지 모색해야 한다. 전주완주 통합에 대해 완주 군민과 전주 시민, 전북 정치권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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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5 16:25

[금요수필] 학산(鶴山)이 주는 행복

이우철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학산을 오른다. 도시에 이처럼 갈 수 있는 산이 있으니 즐거운 일이다. 송정서미트를 지나 망태저수지에는 아침을 즐기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누가 돌보거나 가꾸지 않아도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산은 스스로 변화하면서 수천년을 이어온 전주의 심장이나 다를 바 없다. 중턱을 넘어가면 전주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보광재가 나온다. 교통사정이 열악했던 시절 완주 평촌사람들은 이 길로 전주까지 시장을 다녔던 곳이다. 촌부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게로 짐을 날랐고 채소를 팔아 어려운 생계를 이어 갔으리라. 수레도 다니며 선조들의 땀방울이 어린 산길, 짐승이 우글거리고 강도들의 은거지이기도 했을 것이다. 학산은 학의 날개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고산을 줄기로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의 지형은 아늑하고 평화스럽기 그지없다. 눈, 비가 와도 태풍이 몰아닥쳐도 방패막이가 되었고 예기치 않는 재해를 막을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모악산이 있고 나들이하기 좋은 강천산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노년에 은퇴자들이 몰려드는 지역이다. 등산은 진땀을 빼는 한고비쯤 있어야 맛이 있다. 보광재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면 깔끄막길이 나온다. 숨이 가쁘고 등짝에 진땀이 젖는다. 내려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뱃살을 줄이고 건강을 위하는 일이니 참고 견뎌야 한다. 때론 중단할까 돌아갈까 갈등이 앞서지만 어디 등산뿐인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렇듯 그 고비를 참고 넘기면 내리막길처럼 순탄하게 풀려지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니 상쾌한 바람으로 몸은 날아갈듯 가벼워진다. 구구 욱구구 산 비둘기 울음소리는 정겹고, 보랏빛 철쭉꽃이 만발해 있다. 코로나 역병 때문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오르내리지만 눈으로만 가볍게 인사를 한다. 어디 낙원이 별것이던가? 몸속의 묵은 찌꺼기를 땀으로 흘려보냈으니 보약을 매일 한 첩씩 먹은 셈이다. 아내도 제법 선수가 되었다. 처음엔 중간에서 내려가기를 반복했지만 이젠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가면 멀리갈 수 있다고 한다. 그간 묵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니 좋다. 부부중 누구라도 건강하지 못하면 가정의 분위기는 불안해지기 마련이니 나이 들수록 함께 건강해야 한다. 능선을 따라 정수장방향으로 내려오면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공기는 맑고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여유롭다. 도시에 살면서 어찌 욕심을 다 채울 수 있을까만 가까운 곳에 산이 있고 계곡에 물이 마르지 않으니 노후에 이만한 곳도 없으려니 싶다. 마음이 답답할 때, 글을 쓰다가 생각이 막힐 때 숲이 있고 훌쩍 떠날 수 있는 학산이 있어 행복하다. △이우철 수필가는 순창 출신으로 공무원으로 퇴직한 뒤 「대한문학」에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수필(부회장), 행촌수필, 순창문협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 <나이 드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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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5 16:25

코로나 이후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장 세상살이가 많이 달라졌다. 몇십 년은 뒤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적막하다. 길거리 자동차들이 많이 줄었다. 당연히 행인들도 줄었다. 어쩐지 그것이 딴 세상에 온 듯 낯설고 서툴다. 공주와 서울을 오가는 자동차의 횟수가 줄었다. 배차 간격이 떠서 많이 기다려야 한다. 공주 시외버스 터미널의 표지판을 보았더니 인천공항행 버스 시간표 위에 까만 표시가 모두 붙어있다. 공항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는 증거다. 그것은 또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치관이 바뀌었다. 이전에 가치 있는 것들이 가치가 없어지고 예전에 가치 없던 것들이 다시금 가치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대단위로 무슨 일인가를 하는 일부터 불가능하다. 무조건 사람 많은 데는 피하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제는 혼자서 하는 일들이 가치 있는 일이 되었다. 비대면, 비접촉,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는 길이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혼자서 무슨 일인가를 하면서 사는 연습을 해야만 하겠다. 코로나 사태를 건너오면서 우리는 그것을 너무나도 절실히 학습해야만 했다.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데 더욱 인생이 외롭고 쓸쓸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프라인의 삶이 위축된 데 비하여 여전히 작동한 것은 온라인의 삶이다. 절대적인 단절과 고독과 속박의 시대에 온라인마저 막혔다면 어쨌을까? 사람들은 걱정하고 또, 안도한다. 그런대로 답답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의 역할이 컸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 온라인의 영향의 더욱 증대되겠지 싶다. 내가 주로 만나거나 소통하는 사람들은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 한 분과 이야기하다가 조용히 놀란 일이 있다. 그분은 출판사 대표인데 코로나 사태 속에서 자기네 출판사에서는 매일같이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코로나 이전 때부터 책의 매출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무슨 일로? 문제는 책의 종류다. 그분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생활실용서인데 그 가운데서도 꽃 기르기, 실내 화단 꾸미기, 반려동물 돌보기와 같은 책들이 그렇게 잘 나가더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달 실내에 갇혀서 사는 동안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고 종이 오리기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디지털과 어울린 아날로그의 삶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방식은 디지털이되 그 내용은 아날로그로 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코로나 이후의 우리네 삶의 새로운 국면이요 피하기 어려운 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기를 맞이하여 시 쓰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본다. 비대면 비접촉이 강화되다 보면 인간은 더욱 고립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고독감, 소외감, 우울감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이런 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려주는 그 무엇일 것이다. 울퉁불퉁해지고 울렁거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고 쓰다듬는 그 어떤 심리적 작용일 것이다. 그것이 그러할 때, 동원되어야 하는 것이 시라는 문학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시는 인간의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 문장형식이다. 산문이 작정하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쓰는 글이라면 시는 작정 없이 언뜻 떠오르는 감정을 급하게 쓰는 글이다.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문장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격한 마음을 다스려준다. 말하자면 마음의 묘약인 셈이다. 만약에 시가 그런 역할을 감당하기만 한다면 시를 읽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나의 책은 변함없이 팔렸다. 물론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통해서였다. 코로나 시대. 코로나 이후 시대. 활기차게 자유롭게 살았던 어제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시대. 정작 그것이 그렇다면 마음이라도 평안해야 한다. 마음의 평안이 행복의 기초다. 그렇게 소중한 마음의 평안을 위해 시인들은 더욱 정성껏 시를 써야 하겠다. 그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길이다. /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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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5 16:19

주목되는 새만금 자율군집주행 테스트 베드

전북도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상용차 자율군집주행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국비 등 200억 원을 들여 새만금 4호 방조제 하부도로에 직선로 약 10㎞와 인접한 명소화 부지에 곡선도 1.5㎞를 구축할 계획이다. 실도로 왕복 주행 시 국내 최장 21㎞에 80㎞/h의 고속 자율군집주행 평가가 가능하다. 군집주행(Platooning)은 자동차들이 열차처럼 동일한 간격을 두고 일렬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차량 여러 대를 네트워크로 묶어 선두 트럭에만 운전자가 탑승하고 뒤따르는 차량과 통신으로 차량을 가깝게 유지한 채 운행하는 것이다. 새만금지역이 국내 명실상부한 상용차 자율군집주행 실증의 장과 동시에 명소화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 격변기를 맞고 있다. 종래 왕좌를 차지했던 내연기관을 밀어내고 전기수소차와 자율주행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이러한 추세에 앞서기 위해 엄청난 투자와 함께 인프라 구축, 대규모 실증단지 마련, 법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미래자동차 산업발전 전략(2030 국가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상용차업계는 높은 교통사고 비율을 낮추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차 사망사고는 3.7%로 전체 사망사고 1.9%의 2배에 달하고 화물트럭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화물차 운전자의 운전 연령도 50세 이상으로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다. 또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37%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자율주행기반 군집주행이다. 군집주행은 독일 스웨덴 등 6개 업체가 2016년 유럽 플래투닝 챌린지를 시행했고 일본도 2018년에 고속도로 군집주행을 구현했다.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여주시험도로에서 40톤급 트럭 2대의 시연을 마쳤다. 전북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군산 타타대우상용차 등 상용차에 특화돼 있다. 인근에 새만금 자율군집주행 테스트베드가 문을 열게 되면 이를 계기로 전북자동차융합기술원과 김제 특장차 집적화단지, 도내 10개 대학의 자동차관련학과 등이 협력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에 섰으면 한다. 또한 자율주행 실증 클러스터 구축과 아시아-새만금 상용차 플래투닝 챌린지 개최 등 발전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6.24 19:36

축제가 없는 전라북도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다. 전국 하루 평균 2.4개(2019년 기준)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는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는 휴식의 기회를 주며, 방문객에게는 잊지못할 추억과 해당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해 지역 브랜딩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잘 기획된 지역 축제의 경우 관련된 경제효과가 투자비용의 수십배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국제 규모의 축제를 준비하고 장려하는 것은 대한민국 뿐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추세다. 잘 키운 메가 이벤트의 경우는 전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축제들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하는 리스트, 일명 개인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갈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나의 큰 지역 축제가 발전된 경우 그 시즌에는 항공편과 숙소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앨버커키의 열기구 축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 태국의 송끄란 축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 스페인 부뇰 토마티나 등이 있다. 축제를 보면 체험형 축제와 관람형 축제로 나뉜다. 송끄란 축제, 토마티나 축제, 옥토버페스트 같은 경우는 지역 축제 속으로 관광객이 직접 들어가서 함께 즐기는 체험형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험형 축는 오랜 시간동안 축제가 이어져 내려와 하나의 전통과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을 관광객들이 즐기기 위해서 참여하는 형식이다. 이런 축제는 지역의 특산물, 기후, 역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정착시키기는 어려울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열기구 축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 같은 경우는 관람형 축제로 지자체에서 체계적인 기획과 투자를 통해 성공을 시킬 수 있는 혁식이다. 국내의 사례는 서울빛초롱축제, 대구의 풍득축제등이다. 해외의 아름다운 축제를 밴치마킹해 국내의 콘텐츠와 혼합해 국제 축제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 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국내외 지자체는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 이런 노력에 상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전라북도는 약 30억원<2017 곽상도 국회의원(문체부)자료>의 지역축제 예산을 사용했는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예산이었다. (세종시 12억 제외) 전남 240억, 충북 210억, 제주 40억원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인색한 예산 집행이었다고 보인다. 사실 성공하는 축제는 예산이 좌우하지 않는다. 전라북도의 축제가 가야하는 방식은 관람형 방식에 체험의 요소를 적절하게 넣어 완성시키는 축제일 것이다. 이미 전라북도에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전통의 스토리와 현대적인 즐길거리가 공존하는 기획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유치를 해야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축제를 성공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지자체의 체계적인 투자와 지원아래 지역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우리 지역을 성공적인 축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축제의 마음으로 운영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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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4 17:03

저질스러운 '뒷담화' 문화

문학모 솔내지역아동센터장 일반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듣기 좋게 꾸며 말한 뒤, 뒤에서 나쁘게 평가하는 대화 등을 뒷담화라고 하는데 뒷담화를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서양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즐기지 않는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직장 내 가십(뒷담화), 가볍게 넘길 대상 아니다」보고서(2012.11.)를 보면 직장인의 41%는 회사에서 뒷담화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직장 내 뒷담화에 참여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31%가 회사 타인 관련정보 확보를 들었고, 뒷담화를 통한 감정 분출, 스트레스 해소(24%)는 그 뒤를 이었다. 기본적으로 뒷담화는 수많은 단체의 구성원들이 특정 대상에 대한 비판을 함께 하면서 친목과 단합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욕구에 기반하는데 특히 대중 유명인들을 포함해서 지역사회 각 그룹에서 유명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뒷담화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자신이 사회적인 관심과 폭넓은 공감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뒷담화를 하는 중에 더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평판을 왜곡하기도 한다는데, 존 휘트필드 박사(칼럼니스트)는 대화하는 순간에는 대개 뒷담화의 주인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보다 현재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와 친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본인 지위 등을 이용하여 뒷담화로 다른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면서 대상자를 깔아뭉개는 일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순간적인 기분으로 바로 앞만 보고 하는 행위이다. 특히, 모욕죄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도 있는 일을 매일, 매시간, 밥 먹듯이 하기도 한다. 종편에서 정치ㆍ사회적인 것들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하게 되면서 으레 지인들, 특히 친구나 본인의 부인(군)조차도 뒷담화로 욕을 하는 행위가 문화로 정착되지 않았나 싶다. 형사적인 죄를 범하고 있음에도 죄의식 없이 말이다. 뒷담화는 대인관계에 있어, 제일 안 좋은 것이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모두 다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뒷담화를 하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타인과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지나치거나 비난일 경우, 상대는 상처받고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뒷담화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누군가와 더 가까워지고 다른 사람의 흉을 봄으로써 친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뒷담화를 듣는 사람은 이 사람도 언젠가는 내 뒷 담화를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 관계의 거리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뒷담화는 아주 나쁜 습관이다. 내 성격과 행동이 타인과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비난하거나 나만 옳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이해를 하기보다는 비난하고 흉보는 것에 바쁠 것이다. 내가 뒷담화하는 것이 얼마나 버릇처럼 나쁘게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인지를 뉘우치며 조심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게 될지, 말하기 전에 재차 생각해보고 말을 한다면 뒷담화하는 것을 아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뒷담화를 줄여야만 진정한 친구가 항상 옆에 있을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상습적으로 뒷담화 잘하는 본인도 뒷담화로 인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문학모 솔내지역아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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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4 17:03

부의장 직을 마치며

▲ 한완수 전북도의회 부의장 2년 동안의 부의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평의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돌이켜보면 진실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겸양의 미덕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다. 지면을 빌어서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우문(愚問)인줄 알면서 자문해봤다. 부의장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많은 분의 믿음에 보답했는가. 우문에 현답(賢答)이라고 했는데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자리의 무게를 느끼면서 주어진 소명에 충실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는 도리밖에 없다. 그래도 후회가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안정적인 가교역할을 하고, 도의회 운영이 마치 펄펄 뛰는 활어처럼 역동적인 모습으로 일관할 수 있도록 좀 더 힘써야 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2년이다. 부의장이 아니더라도 평의원으로서도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일차적으로는 도의회에서 내가 대표하는 임실군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제는 부의장 임기도 끝났으니 주민들과의 밀착 소통에도 더 큰 탄력이 붙을 것 같다. 도의회 차원의 쇄신과 분발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지금 지방의회는 제도적인 도약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방의회 위상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에 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정안에는 지방의회의 책임성 강화방안과 함께 도의회 의장의 사무처 직원 임면권과 정책지원 인력운영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개정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개정안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비대칭적인 권한 구조를 실감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의 책임성이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의 조치 없이 개별 의원들의 분발만을 요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설계도는 그대로 둔 채 건축자재만 좋은 제품으로 채운다고 해서 우수한 건축물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후반기 도의회를 이끌어갈 신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앞서 말한 구조적 또는 제도적인 문제는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그만큼 도의회를 평가하는 기준은 높아질 것이고 요구되는 책임성과 윤리의식도 한 층 강화될 것이다. 새롭게 태어나려는 도의회 차원의 준비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나 역시 비록 평의원이지만 신임 의장단을 맡아주신 동료 의원님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도의회가 될 수 있도록 손을 보탤 것이다. 다른 동료 의원님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응원도 좋고 채찍질도 좋으니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한완수 전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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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4 16:53

'찬밥 신세' 향토기업 위기 파격적 지원책 내놓길

토종기업, 향토기업은 지역에 연고를 갖고 오랜 시간 투자 또는 자체 기술로 승부 하면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여건 상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지역의 관심과 지원을 받는 정서가 강하다. 그런데 전북의 향토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쌍방울그룹이다. 1954년 익산에서 의류사업을 시작해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리조트사업과 전북 연고의 프로야구단 운영, 1997년 무주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후원 등 무리한 투자로 자금난이 초래됐고 결국 IMF 위기가 닥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최근에는 자본을 앞세운 외지 대형업체들의 공략이 노골화되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토목 주택건설업체들도 위기에 처해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장수기업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전북도와 상공업계는 향토기업의 현황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향토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는 뻔하다. 자급조달과 인력수급, 판로개척 등이다. 특히 규모가 적은 향토기업들의 실태는 심각하다. 자금조달,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으면 곧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도내 자치단체들은 외지기업 유치에만 신경 쓰고 있다. 인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보조금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도 없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먹튀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200억 원이나 되는 시민세금을 군산조선소에 보조금으로 주었지만 수주물량이 소진되자 공장 문을 닫고 만 것이다. 향토기업 역차별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외지기업 지원, 향토기업 찬밥신세 비판이 그것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잃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지금이 딱 그런 국면에 처해 있다. 더 늦지 않도록 전북도 등 자치단체는 사대주의 근성을 버리고, 향토기업 실태를 조사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원 인천 광주 등 자치단체들이 향토기업을 살리기 위해 경영자금지원과 금융이자 절감 등 특단의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지역에 기반한 우수한 향토기업들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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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6.24 16:53

잊혀지는 6·25 전쟁

24일 서울공항을 통해 북한에서 발굴된 625 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가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1990~1994년 북한 개천시와 운산군 장진호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는 1차 북미정상회담 뒤 2018년에 미국으로 송환됐고 2차례 한미 공동감식을 거쳐 국군 전사자로 판정돼 고향 땅을 밟게 됐다. 앞서 북한에서 발굴돼 송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는 92구로 이번에 돌아온 147구를 포함하면 총 239구의 유해가 봉환됐다. 앞으로 DNA 검사 등을 거쳐 전사자 신원 확인과 함께 유가족을 찾아 주는 게 우리의 몫이다. 한국전쟁 때 미수습된 전사실종자 수는 13만5000여 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발굴 수습된 유해는 1만여 구에 불과하다. 휴전된 지 67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유해발굴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625 전쟁 전사실종자 수는 국군이 13만7899명, 경찰 1만215명, 유엔군 4만670명에 달한다. 북한군과 중공군 사망자 수는 52만 명에 이른다. 625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은 더 크다. 남한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24만4663명에 달하고 양민 학살로 숨진 사람도 12만8936명이나 된다. 북한 지역 민간인 사망실종자 수는 117만8000여 명에 달한다. 25일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됐지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상태로 지속하면서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최장기 전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북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등 국지적 도발과 군비경쟁을 통해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24일 한 중앙 일간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소 충격적이었다. 625 전쟁이 일어난 해를 묻는 질문에 1950년이라고 정확하게 응답한 사람이 64.3%에 불과했다. 20대는 45.6%, 30대는 50.9%만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625 전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3만7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이 희생했지만 국민들이 전쟁의 참상과 피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여졌다. 그렇지만 625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우리 국민마저 한국전쟁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625 전쟁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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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0.06.24 16:53

총장 선거의 그림자

전북대교수 40명이 지난 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총장선거 개입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교수재판과 관련해 강한 유감 표명을 했다. 이들은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 사건을 기획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못했다면서국립대학 총장선거에서 외부세력을 교묘하게 활용해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고자 했던 피고인들의 추악한 행태에 솜방망이 처벌이 아닐 수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들이 지지했던 전임 총장은 지난 선거에서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아쉽게 분루를 삼켰다. 이날 성명은 그 때의 억울함과 참담함이 짙게 배어 있어 주목을 끌었다. 성명과는 별개로 그간 항간에 떠도는 선거 후유증이 아직도 곳곳에 잠재돼 있음을 확인하곤 했다. 작년 2월 취임한 김동원 총장이 탕평 내각을 구상하면서 선거에 같이 출마했거나 다른 계파 교수를 영입했는데도 약효는 크게 없었던 모양이다. 총장취임 이후에도 수면아래 똬리를 틀고 있는 패거리 문화가 학내 분란만 부추긴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뿐이다.벌금 교수를 둘러싼 징계수위를 놓고 교수사회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무렵 2018년 10월. 경찰관의 선거개입 의혹과 고소고발 등으로 선거가 끝났는데도 인사검증이 늦어지면서 총장 공석사태는 길어졌다. 100여일 넘는 진통 끝에 새 총장이 취임했음에도 교수들의 비위일탈행위가 잇따르면서 대학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작년 7월 김 총장이 보직교수와 함께 머리 숙여 도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김 총장 흔들기는 그 후에도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석에선 아예 대놓고 전남출신 총장이라고 지역감정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김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돌직구 발언도 쏟아졌다.이왕 총장이 된 마당에 출마당시 프리젠테이션에서 보여준 미래 청사진을 뚝심있게 밀어붙이라자기색깔 특유의 리더십으로 대학 구성원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라보직교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안타까운 심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올해 초 국민권익위가 발표한2019년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전북대는 전년보다 2등급 하락한 최하위 5등급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교수들의 잇단 비위 등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청렴도 하락과 부패방지 노력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대학은 지금 코로나의 녹록치 않은 여건에서 이런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도약할 수 없다. 지난 주에도 제자 장학금을 가로채고 학생들에게 개인무용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로 50대 여교수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의대생 성폭력 사건과 함께 부끄러운 민낯이 계속 드러남에 따라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않은 데도 계속 편 가르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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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0.06.23 20:29

성차별, 인종차별 그리고 노인차별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요즘 미국이 난리다. 코로나 19로 엉망인데다 인종갈등까지 겹쳤다. 또 백악관 참모였던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뒷덜미에 비수를 꽂았다. 세계 1등 국가라기에 부끄러운 얼굴이다. 이 중 인종갈등은 고질적이다. 지난달 25일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것이다. 8분46초 동안 숨을 쉴 수 없어요(I cant breathe)를 16번이나 애원했다. 명백한 인종차별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2012년에는 10대 흑인이 백인 자경단원의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이때 항의 구호가 유명한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MLB)였다. 미국은 유색인종, 특히 흑인에겐 참 나쁜 나라다. 돈도, 집도, 법도 흑인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인과 흑인간 소득 격차는 두 배가 넘고 흑인 집단거주지는 유해폐기물로 넘쳐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흑인이 높고 불심검문도 흑인이 더 자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인종차별은 비단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동양인을 멸시하는 차별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인종차별 보다 더 오래된 게 성차별이다. 꽤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은 아동과 함께 남성의 예속물이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나 우리의 경우 아직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독박육아에서부터 채용차별, 임금격차, 승진차별,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세계기준에 한참 멀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9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최하위다. 교육, 경제활동 참여, 임금, 관리직 진출, 임원승진, 의회 진출, 유급 육아휴직 등을 토대로 산출했을 때 100점 만점에 20점 남짓이다. 회원국 평균 60점에 크게 미달했다. 특히 임금은 여성이 남성의 65.4%에 머물고, 여성 관리자 비율은 12.5% 수준이다. 하지만 성범죄분야는 2018년 미투(#Me Too)운동으로 혁명적 계기를 맞았다. 오거돈 부산시장 등 정치예술분야 유명인들에게 대거 철퇴가 가해졌다.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 지난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인상적이다.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 여성 위원장에게 갈수록 아름다워져서라고 외모를 칭찬했다 경고를 받은 것이다. 이들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과 함께 3대 차별이 연령차별(Ageism)이다. 1968년 버틀러(Butler)가 명명한 연령차별, 즉 노인차별은 그러나 두 차별에 비해 그늘에 가려진 편이다. 나이를 근거로 항의시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현장에서 노인에 대한 차별은 비일비재하다. 노인 일자리의 경우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다 쉽게 잘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집에서 놀 사람을 불러서 일 시켜주면 용돈도 벌고 좋으니 감지덕지하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연령차별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 정년문제다. 연금지급과 세대갈등이 걸려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나 결국 철폐해야 할 차별이다. 미국은 1986년, 영국은 2010년에 정년제를 폐지했다. 일본은 65세 정년을 70세로 늘리려 한다. 차별은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 중 연령차별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이 세상에 나이가 줄어드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늙는다. 오늘의 청년이 내일의 노인이 아니던가.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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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3 16:49

한 지역 판화작가의 쓸쓸한 유작전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지난 5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한 뛰어난 판화작가의 유작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지용출로 예술계에서는 희귀하게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구매하고 유족이 기부한 일부 작품을 포함해 도합 67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지용출 작가는 1980-90년대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민중미술의 시대적 추세에 동참하며 판화를 통해 불의한 현실과 싸우는 사람들의 굵은 심줄과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변두리 민중의 깊은 주름을 칼끝으로 새겨 시대정신에 올곧게 부응했다. 이후 전북 지역에 정착하면서 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고풍스럽게 남아 있는 전주 일대와 주변 지역의 스러져 가는 전통의 흔적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버려진 아름다움을 그 음양의 판화에 담기 시작했다. 치열한 역사의 상흔을 다독이며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아로새길 만큼 그의 시선은 섬세해졌고, 일상의 현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브러진 가녀린 생명들의 신음소리에 눈뜰 만큼 그의 영혼은 풍성해졌던 것이다. 이렇게 그의 판화 속에서 이 땅의 역사와 일상이 만났고 전통과 생명이 알차게 어우러졌다. 전시회 첫날 김용택 시인이 지용출 작가의 대표작인 바람소리에 감동받아 그 작품을 자택 대청 문 앞에 걸어둔 사연을 전하며 말했다. 나무는 정면도 없고 경계도 없다고. 굳이 이 지역의 땅에 정착하여 겸손하게 농사를 배워 짓고 그 정직한 소출을 기대하며 한없이 기뻐한 그에게 꼭 맞는 자유로운 바람의 영감이 그 시인의 말에 압축돼 있지 않나 싶었다. 그렇다. 그는 그 나무를 닮아 바람과 시원하게 만나고 싶었고 오염된 이 땅의 아픔을 감싸며 그 원초적인 생명의 신음소리와 그 너머로 싹터 오르는 희망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다. 살아생전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지인들과 SNS의 소개로 익명의 관객들이 호기심에 끌려 지난 한 달간 이 전시회를 찾아주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파동 때문인지 전시장은 자주 조용하고 한적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판화작가의 10주기 유작전이었고 애호가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한 작품 구매와 기부로 이루어진 선례가 드문 전시였지만 취재기자 한 사람 발걸음하지 않아 다소 쓸쓸해 보였다. 나는 이전에도 몇 차례 그의 전시회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그의 작품들만이 그의 발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현장이었다. 언젠가 짤츠부르크 답사 중 그 유명한 미라벨 정원 한 복판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에서 렘브란트의 풍성한 에칭화 전시회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동판에 선 하나를 파면서 가한 그 손가락의 힘과 순간적인 영감이 만들어낸 작지만 섬세한 그 이미지들의 기억이 아련하다. 지용출 작가는 주로 나무판에 파고 새기며 작업하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또 얼마나 간절했을지... 그 모든 시들어가는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내 온 몸의 안간힘으로 재현한 그 판화 위의 땀방울에 경의를 표한다. 이렇듯, 불후의 예술가는 생전에 불우했던 망각의 그늘에서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의 힘으로 내내 소리 없이 담대하게 아우성친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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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6.23 16:49

청년층 탈전북 막기 위해 기업 유치 서둘러라

20대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고용시장은 아예 문 닫을 정도로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다.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현장의 일치된 목소리다. 이같은 청년층의脫 전북은 지역경제는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청년층은 고용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직장인은 실직 위기에 놓이거나 퇴사할 경우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혜택도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지난 달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명 넘게 줄었고,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서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22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을 빠져나간 인구는 12만 7000명이다. 이중 20대가 9만 7000명으로 가장 많다. 경제적인 여건 악화에 따른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자 단순한 구직활동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생각보단 훨씬 높다. 유례없는 고용대란 속에 구직활동을 포기한 20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대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으로 10.3%로, 5월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10.6%)에 이어 두 번째다. 취업기회 조차 갖지 못한 청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도 고려해볼만 하다. 정부 대책이 일자리를 잃거나 실직위기에 놓인 직장인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디지털중심 10만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청년층 취업의 근본 대책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상황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지만 당장 정부가 내놓은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같은 대책은 반짝효과가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에게 한시적이라도 숨돌릴 여유는 줘야 한다. 자치단체와 정부는 무엇보다 청년취업에 절박한 인식을 갖고 후속대책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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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6.23 16:44

코로나19 극복 간담, 지역 현안 반영이 관건

이낙연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전국순회 마지막 일정인 호남권 간담회가 지난 22일 전주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 관련 지역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대책 등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에는 호남권 광역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취지에 맞게 코로나 관련 지역 문제가 우선 거론됐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법 제정과 남원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이후 공공 의료인력의 부족으로 방역 및 치료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송지사는 공공의대 설립을 당 차원의 1호 법안으로 처리해 달라고 강력 요청했다. 아울러 익산에 위치한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 감염병연구소로 전환하는데 힘써달라고 제안했다. 본란에서도 누차 강조했지만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는 국내 최고의 연구시설과 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 최단 시간내 감염병연구소로 설립 활용이 가능하다. 전북도의 건의에 이의원은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만큼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자리에서 전남 정치권이 제기한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과 겹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남원 공공의대는 서남대 폐교로 발생한 의대 정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북도는 이어 지역현안인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 군산 조선소 재가동, 탄소산업 진흥원지정, 새만금의 그린뉴딜 활용 방안 등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의원은 금융중심지와 조선소 문제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리시절 부터 11차례나 전북을 방문해 지역내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을 이의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도민들을 실망시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의원은 간담회 건의사항 등을 청취만 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 결정에 적극 반영 실천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앞으로 차기 당대표와 대권후보 도전으로 정치일정 행보가 바쁘겠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호남 전체를 아우르려는 이의원의 그랜드 플랜에 전북의 현안들이 비중있는 위치를 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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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6.23 16:44

오유지족(吾唯知足)의 교훈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나는 가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뒤에서 흉을 보는 사람들, 시샘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그리 잘 못 살았었나? 아니면 하는 짓들이 미워서였을까. 어찌했든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에 걸쳐 거울 앞에서 웃어 보이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고쳐도 보고, 이런저런 표정을 바꿔가며 만족할 때까지 자신을 속이려든다. 거울을 보며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는 것도 결국은 사람들과의 관계정립을 잘해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삶을 이어가는데 스쳐가는 사람까지 헤아린다면 엄청난 숫자일 것이나, 그들 중에서도 연결고리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는다. 아름다운 진실은 마음가짐을 바꾸면 자기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평생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과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언어사용의 선택, 사랑의 선택, 직업의 선택, 친구의 선택, 가치관의 선택 등 헤아릴 수 없을 지로(支路)의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은 이성적 사회적 제약과 심리적인 순간의 갈등에서 일어난다. 후회와 더불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은 도덕과 사회적 기준에 맞춰 평가를 받는다. 사회생활에서는 소위 규정이라고 하는 도덕이나 규칙 등이 상식의 선을 강제 받아야하지만 우리내부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쾌락, 질투와 미움이 저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어 이것들을 합리적인 이성으로 억제하기는 매우 복잡한 틈바구니에서 삶이 지속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하라.는 의미의 오유지족(吾唯知足)은 즉 작은 것으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조차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알량한 자존심과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무관심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자기에게 유리한 기준만을 적용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나이가 든 만큼, 지식과 지혜가 쌓인 만큼, 살아 온 세월만큼의 경륜으로 냉정하게 객관적인 잣대로 자신을 가늠해야만 품격을 높여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영국의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의 성공을 위한 열 가지 중에 내 생각을 믿어라. 자신의 계획과 생각을 스스로 믿고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렇게 해주겠나라고 했는데 이 조언을 잘못 해석하다보면 이기주의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가 자기를 믿지 못하거나 버렸을 때, 자괴감과 고립의 함정이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20일경부터 오랜 시간 동안 피로에 지친 정신력과 움츠러든 경제가 우리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는 고립이 아닌 군중 속에서의 세상을 더 깊고 더 넓게 바라보는 자기성찰이 가능한 고독을 회복하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존해 살고 있음을 의식하자. 혼란을 불러온 팬데믹으로 인해 주위환경의 갑작스런 변화는 추억과 질서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면서 익숙했던 생활문화가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생각과 삶의 틀이 어쩔 수 없이 변화해가는 현실에서 아이러니는 필연의 가면(假面)이 되어버린 상황을 이해해가며 펼쳐진 자신의 생활에서 만족을 느껴보자.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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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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