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11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법과 원칙'에 따라 새만금 분쟁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새만금 사업은 군산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하는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이다. 새만금의 성공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10여년 넘게 이어지는 관할권 문제에 대한 갈등 상황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는 해법은 누가 뭐라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이익만을 따지고 ‘예전부터 자신의 땅’이라는 막무가내식 주장이 아니라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은 물론 소모적인 분쟁 또한 줄어들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며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단식을 하고, 대화도 단절하다가, 야합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을 짜놓고 나서는 "모두가 원하는 대화에 이제야 반대를 한다."며 김제만을 원망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서 너무나도 개탄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그동안 새만금신항의 무역항 지정과 관련해 김제시는 전북자치도에 중립을 지켜줄 것을 일관되게 요청해 왔다. 전북자치도 역시 중립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성사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동안 특별자치단체 참여를 반대해온 군산시를 설득하기 위해 전북자치도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 공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군산시가 특별자치단체에 참여할 경우, 전북자치도는 그간 군산시가 일방적으로 요구해왔던 자문위원회의 회의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일종의 밀약을 주고받은 셈이다. 김제시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전북자치도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자문위원회는 중립성이 크게 의심됨에도 이를 밀약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또한, 전북자치도가 특별자치단체를 한다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기본전제인 상호신뢰를 깨뜨리는 것 역시 묵과할 수 없었다. 더 이해되지 않는게 있다. 인접 시・도에서는 무역항을 3개씩 갖고 있으면서도 물동량 감소를 우려해 새만금신항의 국가무역항 지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항만산업의 외적 확대를 위해 기존의 군산항 뿐만 아니라 새만금 신항까지 신규 무역항으로 지정받아 2개의 무역항을 확보하는 것이 전북발전에 유리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전북자치도가 새만금 신항을 군산항의 부속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군산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국내 사례중 기존 항만의 부속항으로 지정된 경우는 일반적으로 기존 항만의 항만구역 내에 연접해 조성된 경우들 뿐이다. 그러나 다른 신항들과 달리 새만금신항은 군산항과 약 30km가량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물류 또한 식품·수소 관련 산업 등으로 특화되어 있어 군산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새만금 분쟁의 명확한 해법으로 '법과 원칙'을 제안한다. 매립지 관할권은 지방자치법과 새만금의 전체 관할구도 및 매립지 관할결정에 대한 일반원칙에 따라 결정하면 되고, 무역항 지정은 전북발전의 대의만을 염두에 두고 항만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지역의 정치인들 역시 더 이상 감정에만 호소하며 도민 간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논리를 개발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해법은 쌓여왔다. 이제는 상호신뢰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법과 원칙에 따라 분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성주 김제시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3 17:05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개헌‧정치개혁 약속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쓰나미가 온 국가를 덮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겨우 바닥에서 막 일어설 찰나에 암흑기를 겪고 있다. 소상공 자영업자 100만명이 폐업 또는 폐업의 위기에 몰려 있다. 종합건설사 641개가 면허를 반납했다.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라는 경제인들의 불만이 높다. 한 때 현직 대통령 체포와 총리 탄핵, 경제부총리의 대대행 체제, 폭도들에 의해 법원점거 등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의료파업에 국민들이 생명을 앗기는 등 불편이 극에 이르고 있는 데도 정치권은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 비용과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대외적인 상황은 또 어떠한가. 우방인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관세가 가장 아름다워”하며 우리의 철강,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려 하고 있다. 고환율, 방위비 재요구, 핵 관련 민감국가 지정, 미·중의 소비위축 등 악재도 태산이다, FTA 협약의 일방적인 파괴 움직임과 6개월된 방위비 협약도 무효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빅테크 원천기술 과점과 기축통화 달러를 앞세워 반도체와 자동차를 미국 내에서 투자, 생산하라는 압박도 견디기 힘든 횡포다. 외교, 국방, 통상이 총체적으로 위기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런 막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을 한시도 늦춰서는 안된다. 5000만 국민이 헌재 재판관 8인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을 하루빨리 마무리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첩경이다. 헌재 판단에 앞서 몇가지 당부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다. 첫째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결정에 승복하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승복하지 않는 행태는 혼란을 부추기는 파렴치한 이기주의요,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짓이다. 둘째는 개헌 약속이다. 낡은 1987년 헌법체제를 깨고 개헌을 통해 권력분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아울러 미비점 보완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셋째는 정치개혁, 검찰개혁이다. 정치는 4류라는 비판이 많다. 정당추천제, 의원 불체포특권, 국민소환제. 세비와 의원 수 조정 등 정치선진화 숙제가 많다. 국민눈높이에서 확 뜯어고쳐야 한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기관이 돼서는 안된다. 기소독점과 법 운용이 자의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법이 약자와 서민에겐 동아줄이 되고 고관대작에겐 언제든 뚫고 나갈 수 있는 거미줄로 기능하는 폐단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는 권력운용, 법에 의한 지배와 해석, 퇴행적인 정치문화, 돈과 신도에 기댄 극우 유투버와 일부 종교인, 유권자에 편승해 부화뇌동한 정치인 등 나라의 틀과 문화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기회를 허투루 보내서는 안될 것이다. 교훈으로 삼을 건 교훈으로 삼고, 개혁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개혁할 때 국민적 고통을 상쇄시키는 효율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도탄에 빠진 민생, 처참히 일그러진 정치를 바르게 세우는 대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패거리 정치문화, 외눈박이 민주주의, 확증편향의 아전인수 등 퇴행적 문화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고는 민생도, 경제도, 외교 안보도 온전할 수가 없다. 이 과제를 수행할 장치는 개헌과 개혁이다. 우리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미래를 내다보고 역사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과 정당에 표를 주고 응원해야 한다. 김일호 전북미래발전추진단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3 17:04

올림픽 유치와 내부 갈등

어수선한 탄핵정국하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모처럼만에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골리앗 서울을 꺾고 다윗인 전북이 유치해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간 열패감에 휩싸였던 도민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서 도민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이번 유치는 누가 뭐래도 김관영지사의 도전경성이 일궈낸 금자탑으로 도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박스선거에 능한 전북체육회 정강선 회장의 집념이 가해져 성공을 거두었다. 세상사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명심보감 안분편에 만초손겸수익(滿招 損 謙受益)이 나온다.가득차 있으면 손해가 오고 겸손하면 이익이 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여기에 호사다마(好事多魔)도 있다.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지금 도민들이 유치한 것을 놓고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초심을 잃지 말고 IOC 본선무대에서 최종유치를 확정짓도록 해야 한다. 개최지가 아시아에서 열릴 것으로 보지만 인도가 일찍부터 유치전에 뛰어드는 등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8개국 정도가 경합,경쟁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북전주가 국내후보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게 돼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할때 독일 바덴바덴에서 정부 재계 체육계 문화예술계가 총출동해서 합작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거국적으로 유치운동이 전개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일은 도민들이 똘똘뭉쳐야 한다. 도민 다수가 반신반의 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내부에서 분열이 있거나 갈등이 있어선 안된다. 김관영 지사를 정점으로 정치권도 최종 유치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내년 민주당 지사 경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안호영 김윤덕의원이 전북발전의 기회라고 인식,최종유치전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내부적으로 어수선하고 수선스런 대목이 있다. 새만금개발을 앞당기려면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로 묶어 특별행정구역으로 묶어서 나가야 하는데 서로가 반목과 질시를 앞세우며 적대시 해 한발짝도 못 떼고 있다. 지금와서 왜 김제공항이 백지화되었는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정부가 용지보상까지 마치고 착공할려고 하는 상황에서 벽성대와 일부시민의 거센 반대가 있자 정부가 감사원 감사결과로 나온 예상 항공수요 감소를 이유로 2008년에 백지화시켰다. 더 가관인 것은 완주 전주 통합문제다. 65만이었던 전주시가 날로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공장유치할 부지가 없어 완주와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완주정치권의 강력한 반대로 4번째 통합기회가 날아갈 공산이 짙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통합청사를 완주군에 짓겠다고 공식화 했어도 수긍하지 않아 갈수록 갈등골만 깊게 패였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맞서 오히려 양측이 내년 지방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고 힐난했다. 올림픽 유치로 전북발전의 기회를 잡았는데 내부 갈등으로 이 기회를 못살리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3.23 17:03

완주군의회, 균형 잡힌 공론도출에 충실하라

자치단체 간 통합은 주민 의견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공론 도출은 원칙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완주군의회가 통합반대만을 위한 활동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논란이다. 군의회 내에 ‘통합반대특위’를 구성했고, 완주 곳곳에 통합반대 현수막 100여 개를 내걸었다. 또 통합반대 단체 격려에 업무추진비를 수차례 집행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북도의회가 ‘통합시군 상생발전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완주군 의원 11명 전원이 “통합 되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완주 도의원은 삭발까지 했다.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런 행태는 과연 이성적인가. ‘상생발전 도의회 조례’에 웬 삭발투쟁이며, 단체장 불출마 요구는 또 무엇인가. 통합되면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선언은 사실상의 통합 반대를 강요하는 메시지가 아니고 뭔가. 이는 완주군민들의 이성과 자율적 판단을 무시하는 행태다.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의 반발만 증폭시킬 수 있다. ‘주민회의 때 보면 찬성의견이 많은 데도 군의원이 반대 입장만 강요한다’는 주민들 비판이 많다. 찬성기류가 강한 지역 공통 현상이다. 영향력이 있는 군의회가 선봉에 서서 통합반대를 획책하는 것은 반 민주적인 행동이다. 지위를 이용한 강요나 다름 없다. 주민 이해가 첨예한 통합문제를 놓고 특정 입장만 강요한다면 정당성이 훼손되고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과거 통합반대를 획책한 몇몇 정치인은 호된 비판을 받았고 지금 ‘역사적 죄인’으로 단죄 받고 있지 않은가. 정도를 넘으면 군수와 군의원 자리를 지키려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반대에 몰입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과거의 쓰라린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완주군의회는 통합과 관련, 여론수렴과 균형 있는 소통을 꾀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적 셈법이 아닌, 하나의 정책으로서 공론 도출의 균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주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 전환에 나서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3 14:04

모나리자가 미완성이지만 명작으로 꼽히고 있듯

아프리카 카메룬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뒤늦게 발생하였다. 그 당시 KOICA봉사단으로 약 20개월 정도 활동하던 시기였고, 20개월 동안 마을사람들과 땀 흘려 준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러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총괄 현지인 기술자와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들떴다. 정말 힘들게 준비해왔고 그 시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카메룬 마을 사람들도 나도, 기술자도 많은 기대를 했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설레는 월요일이었다. 기술자가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확진자 추가로 전원 긴급대피명령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고생해서 이걸 만들고 준비해왔는데, 첫날에 긴급 대피명령이라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본부에서는 오늘 당장 모든 짐을 싸고, 내일 수도로 올라오라고 했다. 토요일 귀국하겠다고 했다. 언제 공항이 폐쇄되고 언제 수도와 지방 이동도 통제될지 모르니, 당장 내일 오라고 했다. 살면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이웃들과의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밤을 새워 집을 정리했다. 아침 6시까지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 정신이 나갈 것 같지만, 마무리할 일이 많았다. 제일 중요한 마을 추장님과 부인을 만나러 가야 했다. 추장님과 부인은 나의 카메룬 아버지, 어머니였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마을에 가서, 문을 두들겼다. 추장님과 부인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카메룬 어머니가 힘없이 내 팔을 때리며 오열하셨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평소 무뚝뚝하던 아버지 추장님도 눈물을 훔치셨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네가 이후 귀국하기 전 마을에서 크게 파티를 열고, 너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하려 했다.” 너무 슬프고 괴로웠다. 두 분은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한 기도를 해주셨고, 나는 절을 올려드렸다. 그렇게 슬픈 인사를 마치고 수도로 대피했다. 공항은 바로 폐쇄되었다. 결국 수도에서 무기한 격리를 이어갔다. 격리 중 본부에 여러번 부탁을 했다. 마을 사람들과 내가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이니, 내가 없어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에서는 난감했다. 결국 우물 프로젝트만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내가 없는 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결국 한국으로 귀국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프로젝트는 계속되었다. 지하 80m 아래에서 물을 발견하고 지상으로 첫 물이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받았다. 또다시 펑펑 울었다. 카메룬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사에 우물사업이 주말 내내 방영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우물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하지만 가슴엔 남아 있다. 약 2,000여명의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멀리까지 힘들게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된다. 숲속의 샘물이 아니라, 흙먼지가 섞인 물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주인이 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살면서 가장 큰 이별을 겪어 슬퍼하던 나에게 이모부가 말씀해주셨다. “가슴속에 큰 그림을 가지고 갔는데 다 못 그리고 왔다고 너무 서운해할 것 없어.” “모나리자가 미완성이지만 명작으로 꼽히고 있듯, 그들의 가슴속에 네가 심어준 희망의 불꽃으로 나머지 작품은 그들이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넌 너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동안 타지에서 고생 많았다.” 이제는 마음이 정리되었다. 함께 한다면, 그리고 함께 해왔다면 그걸로 되었다.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0 18:52

들어라, 봄의 속삭임들

3월 다 가는데 날은 여전히 스산하다. 영등할매가 오는 봄에 심술 내듯 한파를 몰아온 탓이다. 영등할매 늦추위에 장독이 깨지고 중늙은이는 얼어서 죽는다고 했다. 영등할매는 음력 이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땅에 머물며 비와 바람을 쥐락펴락 다스리는 가신(家神)이다. 이월 초하루를 영등날이라고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 고향 선배인 박용래 시인도 영등할매에 관한 시를 남겼다. ‘김칫독 터진다는 말씀/2월이 떠올리라/묵은 미나리깡 푸르름 돋아/어딘서가 종다리 우질듯 하더니만/영등할매 늦추위/옹배기물 포개 얼리니/번지르르 춘신 올동말동’.(박용래 ‘영등할매’) 며칠 전엔 절기를 잊은 폭설로 내가 사는 파주는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설국으로 변했다. 저 멀리 보이는 심학산 봉우리도 눈 쌓여 희끗희끗 했다. 작년 이맘때 출판단지 안 매화나무 검은 가지마다 밥풀떼기처럼 자잘한 흰꽃이 피었었다. 올해는 한파 영향인지 매화꽃 필 기미가 안 보였다. 올 꽃소식은 유난히 늦은 셈이다. 옛 어른들은 아침이 오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고, 봄 오기 전 추위가 매섭다고 했으니, 옛 어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맘땐 묵은 김치에 질린 탓에 봄동 같이 상큼한 푸성귀 햇것이 먹고 싶어진다. 요즘 먹을 반찬이 마땅치 않다고 툴툴대던 아내가 오늘 아침엔 달래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 갓김치, 구운 고등어를 상에 올렸다. 공기밥 한 그릇을 거뜬하게 비우고 나와서 교하도서관 열람실에 앉아서 반나절을 읽고 싶던 책을 찾아 읽었다. 책을 덮고 도서관을 나와 쾌청한 하늘 아래 오솔길을 걸었다. 찬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중앙공원 분수대의 물은 얼어있는데, 얇은 얼음장 아래에선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오솔길을 걸으며 자꾸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우에 혼령 있는 하눌이여. 피가 잘 돌아… 아무 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라는 싯구를 혼자 중얼거렸다. 미당 서정주의 ‘봄’이란 시다. 아무 병도 없으면,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라니! 시인이란 무탈하게 지나는 봄날의 심심함도 그냥은 견디기 힘든 족속인 모양이다. 저녁밥 먹고 일찍 잠든 날엔 꼭 새벽에 한번쯤 깨어나곤 한다. 식구들 다 잠든 방에서 혼자 깨어나 앉아 있으면 적적하다. 고요한 한밤중 누군가 육체라는 조그만 막사(幕舍) 안에 갇힌 채 ‘도와 달라!’고 외친다. 그는 몸부림친다.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나는 깜짝 놀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외침에 집중한다. 물론 내가 들은 외침은 환청에 지나지 않는다. 내 안에서 몸부림치고 웃으며 부르짖는 자는 누구인가? 그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숨어 있는 가 아닐까? 곧 매화 꽃망울 터지고 제비꽃 싹 트고 울 아래 작약은 움이 돋을 테다. 봄날은 그렇게 만개한다. 젊은이들의 심장 속에선 춘정이 돌아 새로운 사랑도 시작되리라. 그건 다 생명의 약동에 따른 일들이다. 큰 야망을 품고 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 지금은 봄이 아닌가? 살아있다는 건 꿈틀대는 것, 갈망으로 타오르는 피의 명령에 무언가를 하는 것, 죽을 만큼 힘을 다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 이렇게 밥이나 축내고 군고구마 몇 개나 입속에 우겨넣으며 군살이나 찌우고 멍청하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하다못해 방바닥에서 머리카락 몇 올이라도 정성들여 줍고, 양지 바른 데서 겨우내 긴 손톱 발톱이라도 깎자. 지아비는 지어미에게 제주 귤 하나라도 까서 건네자. 눈꼽챙이문 밖 하늘에 떠가는 구름 몇 조각이라도 바라보자. 월동 마치고 북녘 고향으로 떠나는 쇠기러기의 무사귀환이라도 빌어주자. 불타 올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몰두하라. 삶도 죽음도 두려워마라. 이건 삶의 숭고함에서 나온 명령이다! 살아서 비명이라도 지르라. 살아 있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오늘이 마치 생의 마지막 날인 듯 살아보자.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0 18:50

병력동원훈련소집과 동원훈련 연기처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동원지정자에 대하여 평시에 동원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부대 및 기능별 임무수행 능력을 배양시키고, 동원소집입영 절차 등 전시 임무를 숙지시켜 동원령 선포 시 신속 정확한 병력동원소집을 위해 소집부대별로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원훈련 대상'은 증·창설부대 동원지2월 사이에 소집부대별 일정계획에 의하여 실시하며, 훈련실시 단위는 각 부대의 훈련은 대대급 단위로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소집부대의 통제 능력(훈련장 수용 여건, 훈련물자, 지원능력 등)을 고려하여 부대 실정에 따라 통합 또는 분할하여 실시할 수 있습니다. '동원훈련 내용'은 소집부대별로 부대임무 및 여건을 고려하여 부대 증창설 절차훈련, 직책수행훈련, 전술/작계시행 훈련, 안보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원훈련 연기'는 부득이한 사유로 지정된 일시와 장소에 입영할 수 없을 때에는 입영일자 5일전까지(전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까지 해당 지방병무청에 병력동원훈련 소집일자연기원을 제출하여야 합니다. 다만,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연기원서를 제출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전화로 우선 구두신고 후 3일 이내에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연기원은 인터넷, 팩스, 우편, 방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접수된 병력동원훈련 소집일자 연기원서는 지방병무청 담당 부서에서 심사하여 처리결과를 2일 이내에 문자메시지 등으로 통보합니다. '병무청 누리집 > 병역이행안내 > 예비군편성/병력동원 > 병력동원훈련소집 > 동원훈련연기'를 참조하면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0 18:50

탑사와 어울린 봄날

스트레스가 쌓인 주말이다. 둘째 사위와 딸들을 데리고 서둘러 마이산을 갔다. 외손자 뒷바라지에 지친 몸을 풀어주고 싶었다. 산과 들은 온통 꽃들의 향연이다. 남 마이산 쪽으로 향하니 입구는 벌써 차량들이 주차 대기 중이었다. 벚꽃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하얀 지붕을 만들었다. 가게 앞엔 5색 등불을 켜고 오가는 길손을 유혹했다. 약초 파는 곳을 지나니 겨울철 참나무에 매달려 녹색을 띠고 덩굴처럼 기생하는 약초 겨우살이를 파란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조금 위쪽으로 오르니 해물파전, 도토리묵, 산 더덕구이, 참나무 장작 돼지갈비구이 옆에 노릇노릇 구워진 메추리가 코를 자극한다. 옥수수 막걸리도 줄지어 서 있다. 숯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내저으며 도토리묵을 장에 찍어 먹는 모습들은 봄꽃 놀이의 일품이다. 길 오른쪽 낮은 물막이 댐에 고인 물이 물받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늘어진 벚나무 가지에 매달린 벚꽃들이 바람에 물결 속에서도 춤을 춘다. 전나무 푸른빛과 휘어진 허리의 물그림자가 출렁인다. 연못 가운데 금당사 5층 석탑도 보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크게 파손된 것을 이 자리로 옮단다. 금당사 괘불탱화는 넓은 천 가운데 커다란 관세음보살을 두고 있다. 야외에서 큰 불교 행사가 있을 때면 걸고 예배했다. 가뭄 들 때는 탱화를 걸어놓고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넓은 저수지가 눈앞에 있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귀가 보이고 흰 벚꽃 터널과 파란색 지붕의 찻집에선 오리배가 헤엄치니 지난해 마른 갈대가 머리를 숙이고 끄덕인다. 오리배 탄 사람들은 열심히 스마트폰에 담으며 산과 벚나무 물이 어우러지고 오리배 속에 청춘 남녀노소 해맑은 모습들이 물에 비친다. 마이산 석탑은 1885년 입산하여 솔잎 등으로 생식하며 이갑룡 처사가 30년에 걸쳐 쌓았다고 한다. 탑을 쌓을 때는 주변을 천연석으로 쌓았지만, 천지탑 등 중요한 탑들은 팔도의 명산에서 수집한 돌들이 한 두개씩 같이 쌓아 심묘한 정기를 담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천연석을 이용하여 조형 양식으로 정성과 솜씨가 돋보인다. 탑군(塔群) 중에 천지탑 등은 바람에도 약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 탑 꼭대기에 물 한 사발 떠 놓고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고드름이 거꾸로 하늘을 향해 솟는 묘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최초에는 120기의 탑들이었는데 지금은 80여 기만 남아 있다고 하니 긴 세월 속에 변화를 맞이했음이 짐작된다. 대웅전 넘어 탑사 왼편으로 보이는 벚꽃이 미쳐 잎이 피지 못한 나무들을 바쁘게 재촉한다. 탑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라는 탑사 경고문 옆에 작은 물레방아가 도는 사이로 약수가 흐르고 있다. 파란 바가지로 기암에 놓여있어 물을 삼키니 가슴의 냉기가 목부터 가슴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탑사 남쪽 마이산을 바라다보면 성인 키 네길 정도 웅덩이가 파인 홈이 있는데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곳에 두 무더기 돌탑이 안에 안치되어 있다. 저곳은 어떻게 올라가 쌓았을까 생각해보니 답 이 안 나오는데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꽃과 사람들이 탑사와 어울려 행복한 봄날의 하루였다. △김종윤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나브로 가는 길> 등이 있다. 현재 장수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0 18:46

군산항 상시 준설체계, 용역부터 제대로

국가관리 무역항인 군산항이 심각한 토사매몰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항만 정상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북특별자치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북자치도는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해 지방공기업 형태의 군산항 준설 전문기관(준설공사) 설립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군산항의 안정적 수심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상시 준설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반길만한 대책이다. 앞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승우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이달 초 군산항 토사 준설 현장과 운영관리 책임기관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을 방문해 군산항의 안정적인 수심 확보 대책을 거듭 촉구했다. 군산항의 기능 쇠퇴는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항만 운영이 원활하지 않으면 물류비 증가로 인해 기업이 다른 항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지역의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군산항 준설 예산은 연간 200억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산항이 물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근시안적 예산 편성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항만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공사 중인 새만금신항의 운영 정상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북지역 유일의 무역항인 군산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일한 대안은 상시 준설체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로서의 항만 준설공사부터 서둘러 설립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군산항 정상화 대책의 첫 단추인 준설공사 설립 타당성 용역부터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 용역은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 아닌 전북연구원에서 수행해야 마땅하다. 용역을 통해 준설 전문기관 설립 필요성은 물론 지역경제 효과와 재정자립도, 사업성 등 지방공기업 설립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인 만큼 주로 해양수산부 발주 용역을 수행해온 해수부 산하 연구기관보다는 전북연구원이 맡는 게 합리적이다. 어쨌든 군산항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준설 전문기관 설립 타당성 용역을 시작으로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협력해 상시 준설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0 15:40

황혼육아와 손주돌봄수당

황혼육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인생 2막에 들어서며 고민하는 고령층이 많다. 맞벌이에 정신없는 자녀들을 생각하면 외면할 수 없지만 건강이 예전치 않기 때문이다. 건강뿐 아니라 자식농사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 손주농사까지 떠 안아야 하는 게 큰 부담이다. 금쪽같은 손주지만 손주가 예쁜 것과 내 손으로 기르는 것은 별개다. 옛말에 ‘아이를 보느니 차라리 논에 가서 일하는 게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은 현실. 어쩔 수 없이 할마(할머니 엄마) 할빠(할아버지 아빠)가 손자녀를 돌보는 황혼육아가 대세다. 2024년 고용노동부의 ‘근로자 모성보호제도 확대에 관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아이의 조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48.8%에 달했다. 외조부모가 32.8%, 친조부모가 16.0%로 나타났다. 그러면 황혼육아의 빛과 그림자는 뭘까. 빛은 손주를 보는 즐거움과 보람, 가족의 화목과 경제적 도움 등을 꼽을 수 있다. 육아가 자존감과 결속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그림자는 신체적인 한계, 남은 인생의 삶의 방향과 가치, 관계 속의 갈등과 서운함 등을 든다. 가장 힘든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신체적인 한계다. 노후에 손주를 돌보다 보면 손목건초염, 무릎관절염이 빨리 진행되고 우울감과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도 취약해진다. 또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에서도 ‘손주 피로(孫疲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혼육아가 고령자들의 행복감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친손주인지 외손주인지에 따라 조부모 행복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외손주 돌봄 여성은 친손주 돌봄 여성에 비해 행복도가 13% 가량 낮았다. 즉 딸이 낳은 아이들을 돌볼 때 조부모의 스트레스는 더 커졌다. 딸의 입장에서 보면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시어머니보다는 친정 어머니에게 육아를 부탁하기가 쉽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선 외손주를 돌보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황혼육아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자체들이 황혼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손주돌봄수당을 신설하거나 조부모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손주돌봄수당은 저출생 문제 해결과 노인 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평가받으며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매달 20만~30만원(아동 1명 기준)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광주를 비롯해 서울, 경기, 경남, 충남 등에서 이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또 정부에서는 일하는 조부모의 육아휴직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스웨덴과 호주는 조부모 휴가(grandparent leave)를 입법화했고 일본에서도 기업과 지자체에서 육아 휴가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반갑긴 하지만 황혼육아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다양한 조부모의 양육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3.20 13:51

실제 여성기업 가려내는 시스템 강화를

여성기업은 각종 지역 입찰이나 수의계약 등 여러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무늬만 여성기업인 경우가 없지않아 짝퉁 여성기업을 가려내는 꼼꼼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기업 확인서를 가진 업체는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상으로 분류된다. 공공기관은 당해 연도의 물품·용역 총 구매액의 5%, 공사 총 구매액의 3% 이상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공공조달 시장 진입 과정에서 여성기업의 우대는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의 일반기업 대상 수의계약은 2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여성기업 확인서가 있으면 1억원까지 가능하다. 여성기업 제품은 전자입찰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소액 수의계약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여성기업 확인서 발급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현장 실사는 한 명의 전문위원이 진행하기에 객관적인 평가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 실사에서 미승인된 업체들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탈락했다고 느끼는 일도 왕왕 있다고 한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여성 대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장 실사를 통과해 여성기업 확인서를 발급받는 '위장 여성기업'이 있다는 거다. 쉽게말해 짝퉁 여성기업이 버젓이 행세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도내 여성기업 확인서 발급 건수는 2020년 831건에서 2023년 1202건으로 44.6%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1157건에 달했다. 반면 도내 평가위원은 8명에 불과해 철저한 검증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류상으로는 모든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 여부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깊이 있는 조사는 시간과 자원의 제약으로 어려움이 따른다.여성 대표자가 실제로 지분을 가지고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는지, 경영에 대한 수입을 내고 있는지 등을 현장에서 단시간내에 판단하는데 애로가 있다는 거다.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관행에서 탈피해 시스템으로 실제 여성기업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선의의 여성기업을 보호해야 하지만 소위 짝퉁만 여성기업인 경우가 있다면 이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전국적으로 여성기업은 무려 326만 개나 된다. 이미 산업현장의 큰 축으로 등장한 여성기업에 대해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혜택을 보려는 짝퉁 여성기업이 설 땅이 없게 조치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0 13:08

서울에서 만난 전북- 백정기 의사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청사 뒤쪽에 공원이 있어 산책하기 좋았지요. 바로 효창공원입니다. 원래 정조의 첫째 아들인 문효세자와 그의 어머니 의빈 성씨의 무덤이 있어 효창원(孝昌園)으로 불리던 곳이었지요. 일제 강점기 왕실 무덤은 고양에 있는 서삼릉으로 이전했고, 대신 골프장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효창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의 추모 시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김구 선생의 묘소와 기념관이 있습니다. 또 임시정부에서 활동하셨던 이동녕, 조성환, 차이석 선생도 모셔져 있지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묘역이 한군데 있었습니다. 바로 ‘삼의사묘’입니다. 삼의사(三義士)는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세 분을 말합니다. 부끄럽게도 당시 저는 윤봉길, 이봉창 두 분은 알았지만 백정기 의사는 잘 몰랐습니다. 설명판에는 백의사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었지요. “전북 부안 출신으로 3·1 운동 후 상하이로 건너가 무정부주의자 연맹에 가입하여 노동자 운동과 일본 상품 배척 운동을 이끌었고, 일본 시설물 파괴 공작과 요인 암살, 친일파 숙청 등을 목표로 항일운동을 전개하였다. 1933년 상하이 홍커우 육삼정 연회에 참가한 일본 주중공사 아리요시를 습격하려다 잡혀 일본 나가사키 법원에서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이듬해 6월 5일 순국하였다.” 당시만 해도 저는 ‘무정부주의자 운동’라던가 ‘일본 공사 습격 사건’ 같은 내용들은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중에 책이나 영화를 통해 이회영, 박열, 백정기 선생 같은 분들이 무정부주의 독립운동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백정기 의사는 1896년 부안군 동진면에서 태어났습니다. 1902년 정읍시 영원면으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성장했지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 19세 때인 1914년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그러다가 3·1 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문을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와 항일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이후 계속 무장 투쟁의 길을 걸었지요. 1924년 일본 하야카와수력발전소 공사장 파괴 시도, 같은 해 일본 천황 암살 시도, 1932년 홍커우 공원 폭탄 투척 시도, 1933년 홍커우 아리요시 일본 공사 습격 시도 등이 그것입니다. 홍커우 공원 폭탄 투척 시도는 윤봉길 의사가 성공했던 바로 그 사건과 같은 사건입니다. 당시 백 의사도 일본군 사령관 암살 등을 노리고 있었으나, 마지막에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거사를 일으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효창공원에 ‘삼의사묘’가 조성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1946년 일본에서 순국하신 세 분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시자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1946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장으로 세 분을 효창원으로 모신 것이지요. ‘삼의사묘’ 옆에는 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묘이지요. 하지만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신 후 유해를 찾지 못해 현재는 가묘 상태로 되어 있습니다. ‘조국의 자주 독립이 오거든 나의 유골을 동지들의 손으로 가져다가 해방된 조국 땅 어디라도 좋으니 묻어주고, 무궁화 꽃 한 송이를 무덤 위에 놓아 주기 바라오.’ 백 의사의 유언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이 의사에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덕분에 자주 독립된 나라에서 사는 우리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9 18:19

윤석열만을 위한 맞춤형 구속 취소, 사법 정의는 어디로!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재판부는 검찰이 구속 기간이 종료된 이후 뒤늦게 기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윤석열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즉시항고라는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다음 날 곧바로 윤석열을 석방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행정 착오나 절차상의 문제로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법원은 구속 기간을 통상적인 날짜 단위 계산이 아닌, 이례적으로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생소한 방식을 적용했다. 형사소송법 제202조는 구속 기간을 '일수(日數)' 단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지귀연 판사는 이를 '시간' 단위로 엄격히 해석하여 검찰의 기소 시점이 구속 기간 만료 이후라고 판단했다. 과거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법원의 이번 결정은 반헌법적이며, 법원이 스스로 입법기관을 자처하며 오로지 내란수괴 윤석열만을 위한 월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검찰의 태도다. 검찰은 법원의 전례 없는 판단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즉시항고를 통해 대응 하지 않고 윤석열의 석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기이한 점은 석방 이후 검찰 내부에서 뒤늦게 "구속 기간은 날짜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공식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 스스로 법원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석방 당시 검찰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몰랐다면 무능이며, 알면서 방치했다면 의도적 방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원의 비상식적인 판단과 검찰의 침묵이 맞물려 처음부터 계획된 듯한 이번 사태는 법과 원칙보다는 특정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는 확신이 든다. 사법부와 검찰이 특정 정치 세력이나 권력자를 위해 역할을 분담해 석방을 연출한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헌법 유린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법 앞에 예외가 인정되는 순간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은 흔들린다. 권력자나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이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사법부와 검찰을 믿을 수 없다. 이는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법을 믿을 수 없는 국가는 정의가 사라지고 신뢰가 무너진 사회다. 하지만, 윤석열과 내란공범들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검찰은 한때 자신들의 주군이었던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법기술자’를 자처하며 온갖 편법을 통해 윤석열에게 자유를 주었다. 흔들리는 법치주의 근간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파면 결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윤석열의 석방을 묵인한 ‘법꾸라지’ 심우정 검찰총장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총장은 정치적 압력을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만 바라봐야 하는 자리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영장주의, 적법 절차 원칙, 과잉 금지 원칙에 따라 항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검찰은 유사한 상황에서 수차례 즉시항고를 제기했고, 실제로 인용돼 피의자가 재수감된 사례도 있었다. 즉시항고 포기는 법치를 포기한 것이며, 검찰을 윤석열·김건희의 방패막이로 전락시키고 나아가 내란수괴의 졸개로 만들어버린 부끄러운 자백과 다름없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총장은 검찰의 독립성과 본분을 저버리고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석방을 계획하거나 방조한 모든 세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워 법치주의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회복하기 위한 엄정한 결단이 절실한 순간이다. 이제 생명을 불어넣는 봄이 왔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새싹이 움트듯, 법과 정의의 이름 아래 대한민국도 희망을 틔워내야 한다. 이번 사건이 가져온 어두운 시간을 극복하고, 진실을 밝혀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로 나아갈 때다. 이 봄이 단순한 계절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다시금 싹 틔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라,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자.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김제부안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9 18:18

대학가 불법방문 판매 피해예방 교육 강화해야

새 학기를 맞은 대학 캠퍼스에서는 해마다 소비 경험이 부족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적은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상술이 활개쳐 대학생들의 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신학기마다 반복되는 이같은 불법방문 판매와 온라인 쇼핑몰 사기는 판매업체 직원들이 대학교정과 강의실까지 찾아와 자격증 과정이나 어학교재를 필수 교육 서비스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금 납부를 독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 피해 사례로는 방문판매를 통한 온라인 자격증 강의 신청 후 비용 독촉, 훼손된 도서 배송 후 쇼핑몰 연락 두절, 할인 판매 광고 후 미배송 및 연락 두절 등이 있다. 특히, 이들은 설문조사나 피부 테스트를 빙자해 고가 화장품을 강매하거나 학교 동문을 사칭해 특정 교육 프로그램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가장해 대학생을 판매원으로 모집하는 불법 다단계 판매 참여 등 다양한 수법으로 신입생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전북도는 3월 18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과 함께 이러한 대학가 불법 방문판매나 피라미드 판매 등에 의한 소비자들의 피해예방을 위해 도내 대학 신입생들에게 올바른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찾아가는 소비자 이동상담실’을 운영한다고 하였다. 즉, 3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도내 9개 대학을 순회하며 캠퍼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문, 전화 권유, 불법 다단계 판매 등과 같은 대학생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소비자 피해 주의사항, 피해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을 안내하고 현명한 소비 생활 유도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이벤트적 행사는 캠퍼스내에서 1회성 홍보 성격의 행사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즉, 대학생을 위한 불법 방문판매 예방 현장홍보와 함께 각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내용 중 정식 항목으로 이같은 불법 판매 등에 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불법판매와 함께 원룸 전세와 임대 등 부동산 거래관련 피해 또한 여전한 상황에서 각 대학당국은 신입생 및 대학생들의 대학생활 관련 교육과 피해예방 및 대처활동을 더욱 강화해 주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9 15:44

서해안철도 연결, 호남권 역량 총결집을

국가 균형발전의 토대인 SOC 투자를 놓고 호남권 지자체와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국토교통부가 올 하반기에 확정할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군산~목포 구간 서해안철도 건설계획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준병‧이원택‧신영대‧이개호‧서삼석‧김원이 의원 등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군산~목포 구간 서해안철도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정책포럼을 열었다. 호남권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전북‧전남지역 지자체장들도 참석해 뜻을 모았다. 이날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 그리고 군산‧고창‧부안‧목포‧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6개 시‧군 시장·군수는 서해안철도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지금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국가철도망 계획에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서해안철도 노선은 현재 대한민국의 U자형 국가철도망에서 유일하게 단절된 구간으로 군산~목포 구간이 연결되면 수도권과 서해안이 하나의 철도망으로 묶이고, 서해안 경제벨트도 완성된다. 대한민국 서해안권 철도망이 허리에서 끊겼다. 이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당위성과 필요성은 충분하다. 지역의 잠재력을 끌어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SOC 투자가 필수다.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금 전국 각 지자체들이 하반기 확정 고시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지역에서 추진해온 철도사업을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군산~목포 구간 서해안철도가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사업 추진 여부와 그 시점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선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고, 국가예산 편성과 함께 즉각 공사에 착수해서 조기에 개통하는 게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남지역 지자체와 정치권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역량을 총결집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호남권 지자체와 정치권이 뜻을 모은 이번 국회 정책포럼을 계기로 동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9 15:17

새만금특별시와 흑묘백묘론

만일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집에서 쥐를 잡아오라고 시키는 교사가 있다면 목이 열개라도 견녀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전 대한민국 전역은 국가차원의 쥐잡기 열풍이 불었다. 때는 1970년 1월26일 제1차 쥐잡기작전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오후 6시 집집마다 일제히 쥐약을 놓고 1인당 5마리씩 잡는 동시다발적 행사를 치렀다. 학생들은 쥐 꼬리를 잘라 학교에서 확인을 받아야만 했다.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지만 대한민국에서 70년대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사람들이 배를 굶주리던 당시 곡물 총생산량의 8%에 이르는 물량을 쥐들이 먹어 치우는 가운데 나온 정책이었다. 대한민국에 쥐잡기가 있었다면 중국에서는 참새잡기가 성행했다. 때는 1958년, 중국 쓰촨성 일대를 시찰하던 마오쩌둥은 참새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쪼아먹는 광경을 목격했다. 살아있는 신처럼 권위를 가진 마오쩌둥의 지시 한마디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없애라”. 이후 참새는 쥐, 파리, 모기와 같은 유해 동물로 지정됐고, 베이징에는 소위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구성됐다. 중국 전역에서 참새 잡기운동이 펼쳐졌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재앙이 곧 중국전역을 덮쳤다. 참새가 잡아먹던 해충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최악의 흉년이 들었다. 1960년까지 3년간 중국에서는 최소한 2000만 명이 식량부족으로 굶어 죽었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이후 중국은 홍위병으로 대표되는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끝없는 추락을 하게 되는데 1976년 마오 전 주석의 사망을 계기로 전혀 다른 사회로 변모한다.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실권을 잡고 실용주의와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한 것이다. 이 당시 나온 슬로건이 이른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아니던가. 구 소련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 선언 보다 10년이나 앞선 조치다. 오늘날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빅2에 자리매김한 단 하나의 이유를 든다면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흑묘백묘론이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다. 요즘 전북의 핵심 사안인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이 발표 일보직전에서 무기 연기되면서 사실상 무산된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군산,김제, 부안 등 기존 시군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별도의 새만금특별시를 구성해 공동의 사무를 처리하고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자는 방안에 이의가 없을듯한데,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면 시군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린다. 동서도로나, 수변도시의 관할권이 아닌 새만금신항이 핵심이다. 군산시는 1포트를 통해 새만금신항을 군산의 영향권에 두려고 하는 반면, 김제시는 2포트 전략으로 별도의 무역항을 만들자는 거다. 쉽게 말해 새만금신항은 군산항과는 별개라는 거다. 이제 새만금특별시 성사 여부를 둘러싸고 김관영 지사의 조정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3.19 11:15

[새벽메아리] 교실 내 CCTV 설치는 교육공동체 갈등의 단추

지난 2월 끔찍한 일이 학교에서 발생했다.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이 교사 명재완씨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교육부는 즉각 이 사건에 대한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가칭) 하늘이법(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 고위험 교원에 대한 긴급조치 강화(긴급 분리 등) △긴급대응팀 지원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 근거법령 마련 △정신질환 관련 휴복직 제도 개선 △전체 교원 마음건강지원 △학교안전관리 강화:CCTV 확대, SPO 증원, 늘봄학교 안전 강화 등이다. CCTV 확대에 대한 고민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해 학운위 심의를 거쳐 교실에도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대표 발의 하였다. 학내 사각지대의 CCTV 확대 방침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공용공간의 사각지대 CCTV확대 설치는 학생의 안전을 담보하고 불의의 사고에 대해 정황을 파악하는 귀한 증거로 활용된다. 하지만 교실 내 CCTV 설치는 이야기가 다르다. 교사는 물론 학생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꼴이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일상적 언행까지 의혹, 문제를 제기하며 열람을 요구할 경우 학교의 부담과 교육공동체간의 갈등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교육활동 위축의 폭발 버튼 온종일 감시받는 환경은 학생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을 높여 결국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는 등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폭력 관련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하여 서울시 교육감에게 ‘CCTV로 인해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행동이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한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되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아울러 이러한 환경은 업무 부담이 큰 교사들에게도 더욱 압박이 더해질 수 있다. 교실 내 CCTV 설치가 교사의 직무 만족도와 열정을 떨어뜨리고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게 될 것이다. 단편적 초점에서 벗어나 전체를 바라봐야 교실 내 CCTV설치가 학운위 심의로 다뤄질 경우, 학교 내 구성원 간 불신과 갈등을 조장해 교육 현장에 비협력적 분쟁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교실 내 CCTV 설치는 학생들의 사회성 함양과 인관관계 경험을 방해하며, 갈등 해결을 감시 영상에 의존하게 만들어 교육적 접근을 저해하고 신뢰기반을 무너뜨려 더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사의 문제 뿐 아니라 학생 간 다툼이나 학교폭력과 관련해 CCTV 공개를 요청하는 민원과 부담, 갈등이 더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학생들이 체육복을 갈아입는 장면이 녹화된 영상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교사는 물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 또한 침해될 우려가 크다. 교실을 신뢰‧협력이 아닌 불신‧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학생 및 교사의 초상권, 사생활권(프라이버시권)등 기본권 침해가 충분히 예측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바람직한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을 이룩하는 곳이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을 심화‧발전하여 성장해 나가는 배움의 터전이다. 대전 초등생 사망사건이라는 극단적인 사례에만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단편적인 접근이 이뤄질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교실이 교육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수 있도록 충분히 숙고해야 할 것이다. 오준영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 총연합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8 18:45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