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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열여덟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

2015년 9월 25일, 제 70차 유엔 총회에서 193개국의 만장일치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가 채택되었다.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이 포문을 담은 의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세계가 함께 달성해야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하고 있다. 빈곤, 건강, 교육, 성평등, 물, 에너지, 기후 등 이 17개 목표들은 전 인류의 과제를 망라한다. 어쩌면 전 세계의 합의로 이러한 진보적인 약속을 만들 수 있을까 싶다.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분야를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목표의 시작을 처음 마주하였다. 교과서에서 바라본 이 목표는 종류가 너무 많았다. 중간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암기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국제분야로 진출하고자 마음먹었던 그 당시에는 진리처럼 보였다. 내가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었고, 나의 신념이 되어갔다. 그렇게 이 분야에 몸을 담아오며, 고민이 생겼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 사실 대답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반성도 들었다. 국제사회의 약속이라는 점, 따뜻한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만 머물렀던 건 아닐까? 시민들에게 이 목표를 알리면서, 단순 지식적 전달에 그쳤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했던 내 삶을 돌아보았다. 전주에서 한때, 청년들과 휠체어 경사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을 준비중이었다. 휠체어 관련 워크숍인만큼, 당연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을 서둘러 모집했다. 그렇게 모집하고 점검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사회구조적 불평등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을 놓치고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를 모두 남성분들만 모집을 한 것이다. 부랴부랴 모집을 다시 시작했고, 그 가치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17개 분야에 맞는 17개의 기관, 시민들을 모집하여 더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다. 17개 목표로 재미있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청년기획자들이 모여 ‘17인17색’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17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들의 생각과 가치를 책으로 묶었다.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아는 환경단체는 행사를 진행할 때, 이동약자를 배려하기도 하며, 장애인단체는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진리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다. 이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주어진 이 약속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17개의 약속에 우리를 가두지 말자. 각자 18번 목표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우리 엄마의 행복’, ‘행복한 고양이의 삶’ 뭐든 좋다. 행복을 위한 가치인 만큼, 행복하게 상상하며 함께하자. 지속가능발전, 환경운동의 시초가 된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1962)’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제는 고전서가 된 침묵의 봄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와 우리의 관계,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회복할 필요가 있다. 침묵의 봄이 아닌, 나무와 숲과 강과 어린아이와 우리 모두가 따뜻하고 시끌벅적한 봄을 느끼는 것이 지속가능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장금이가 음식에서 홍시맛이 나서 홍시가 들어있다고 말한 것처럼, 지속가능발전목표도 그랬다. 17개의 소중한 가치와 함께 살아와 보니 참 좋았다.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5.05.15 18:28

씁쓸한 스승의 날, ‘스승공경’ 풍토 아쉽다

‘제44회 스승의 날’이 지났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런데 정작 교사들이 맞은 스승의 날은 올해도 씁쓸하기만 했다. 교단이 활력을 잃으면서 교원들의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예전과 같은 사명감이나 자긍심을 찾기 어려워졌다. 20~30대 젊은 교사 상당수는 처우 문제로 이직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북지역 한 교육단체가 도내 초·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교직사회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5.8%가 ‘최근 3년 사이에 이직이나 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그 이유로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과도한 행정업무, 학부모의 무리한 민원, 처우 부족 등을 들었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올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조사에서는 또 현직교사의 약 3분의 2가 현재의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교사들의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제는 교대에서도 신입생 모집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중·고교에서는 정규직 교사들의 ‘담임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했다. 교육 현장을 떠나는 교사가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실력과 인성을 갖춘 젊은 교사들이 교단에서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교권 회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지만, 개선된 교권보호 제도를 체감하는 교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교원단체의 지적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 사례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처우에 대한 젊은 교사들의 불만도 추락한 교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위축된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교원 사기진작 대책이 필요하다.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는 사회풍토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15 18:14

전북 대선 공약 큰 거 한방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세종시에 있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한편, 국내 최대 선사 HMM 이전을 약속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특히 HMM과 관련, “민간회사라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 출자지분이 있어 마음을 먹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 후보가 민주당 제21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지난달 20일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이미 밝혔으나 민간회사인 HMM 이전 방침까지 피력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 지역 균형발전 공약이 5대 광역권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특별자치도인 전북의 경우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도 커지고 있기에 이번 부산 관련 공약은 전북도민들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균형발전 공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행정수도 세종 이전이다. 메가시티나 5대 광역권 발전론 역시 행정수도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광역경제권의 중심이 될 거점도시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의 균형발전 공약에서 전북은 한발 비켜나는 분위기다. 전북, 강원, 제주 같은 특별자치도보다 세종시와 비수도권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발전 전략이 설계된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균형발전 공약 역시 100만 이상 광역시를 집중 육성하는게 핵심이다. 존폐위기에 처한 전북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도약하려면 큰 거 한방이 필요한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2036올림픽 유치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나서도 될까말까한 국가 중대사인데 아직 어떤 대선 후보자도 구체성있게 직접 강한 톤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새만금사업 역시 획기적 발전전략이 제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앞당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새만금사업은 홍콩이나 마카오에 준하는 정도의 인식과 발상 전환이 없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전북은 명실공히 농생명수도를 표방하고 있고, 농업관련 기관들이 전북혁신도시에 집중돼 있으나 도민들이 기대했던 농협중앙회 유치 문제도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 등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전북도민에게 큰 거 한방을 들이밀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15 18:14

[금요칼럼] 다들 잘 알지만 쉬쉬 하는 작가들의 사정

나는 집필노동자다. 보통은 시인이나 작가라고 불리지만 서른 두 해 동안 나를 버팅기도록 도와준 건 집필노동이다. 집필노동자의 수입원은 두 가지다. 매체에 기고하면 나오는 원고료와 출판사와 저작권계약을 맺고 낸 책에서 발생하는 인세 수입이다. 우리나라에 문학(시인, 소설가, 수필가) 종사자를 알려주는 국가통계 따위는 없다. 어림짐작으로 30만명쯤 되리라 생각한다. 이들 중에 저작 활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작가는 넉넉하게 잡아도 300명을 넘지 않을 테다. 오직 0.001 퍼센트에 드는 사람만이 글을 써서 먹고 산다. 오직 집필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작가는 천운 덕분이다. 작가들은 생계를 꾸리려고 교사, 대학교수, 언론출판계, 의사, 건축가 같은 일을 하고 그 나머지는 비정규 노동자 처지와 다를 게 없는 학원강사, 판매직, 자영업, 공사장 잡부, 대리기사, 시간강사, 자서전 대필 같은 허드렛일을 한다. 글쓰기 외의 직종에서 일하는 작가들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혹은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쓴다. 드물게는 이종격투기나 장례지도사나 연예인 같은 직종의 일을 하면서 쓰는 이들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는 될 테다. 얼마 전 한 후배가 대리기사를 한 경험을 장편소설로 써서 책을 냈다. 신문사 두 곳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와 소설이 잇달아 당선되며 유망한 신인작가로 주목을 받은 작가다. 그가 유력 출판사들에서 출판 제의를 받은 게 16년 전 일이다. 그 뒤로 시집과 소설책 몇 권을 냈으나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가 받은 인세는 용돈으로 쓰기에도 부족했을 테다. 그는 무명작가로 살지만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가끔 저러다가 굶어죽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업계의 사정을 흘리자면 원고료는 40년 전과 똑같고, 작가들이 몇 해에 걸쳐 쓴 작품이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더라도(그건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책이 중쇄를 찍는 경우는 훨씬 더 드물다. 나는 종종 성인 열 명 중 여섯이 일 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는 척박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나온 건 기적 그 이상의 일이다. 그보다 작가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더 기적일지도 모른다. 여섯 해 전 한 시인이 굶어 죽은 일이 일어났다. 죽은 뒤 보름이 지나서야 비참한 상태로 발견되어 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게 외부로 알려진 건 그가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육체쇼와 전집’ 같은 시집으로 주목을 받고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덕분이다. 이런 업계의 참담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신문사나 계간지의 신인작가 공모에는 수 백, 수 천의 작품들이 몰린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하는 건 단 한 사람이다. 그들이 머잖아 처하는 사정은 앞서 밝힌 것과 어금버금하다. 이 업계가 처한 현실을 잘 알지만 다들 쉬쉬 하며 말을 꺼내지 않는다. 나라 경제 규모는 40년 전보다 훨씬 더 커졌지만 작가들은 최저 생계수준에서 허덕인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기금을 주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문학 우수도서를 뽑아 간접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그건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출판 편집자 15년 경력을 뒤로 하고 불가피하게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 서른 두 해나 우직한 회사원처럼 글 쓰는 데 매달렸다. 나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흥청망청 한 기억도 없다. 한때는 방송 패널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들인 시간과 노고에 견줘 수입은 보잘 것이 없었다. 집필노동으로 생계를 꾸린 일에 한 줌의 자부심이 없지 않은데, 물론 이건 재능이나 성실함 때문이 아니라 행운 덕분이라는 걸 잘 안다. 어쨌든 빈사상태에 빠진 이 업계를 살리려면 정부가 지금처럼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시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작가의 생계나 복지 실태를 살펴보고, 40년 째 그대로인 원고료를 올리며, 작가에게 노후 연금을 지급하는 지원책 등을 내놓아야 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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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5 18:08

노화와 노쇠

나이들면서 체중이 많이 빠진다든지 활력이 이전만 못하고 굉장히 피곤하다고 느끼는 노인들이 많다. 기억력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어 자연스런 현상이려니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노쇠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노화(Aging)와 노쇠(Frailty)는 다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화는 젊을 때에 비해 신체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현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젊은 시절에 비해 눈이 침침해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지며 근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노화다. 반면 노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 생리, 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면서 질병이나 장애가 생기기 쉬운 취약한 상태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노쇠한 노인들은 보행속도가 느려지고 팔다리의 근육이 말라 있으며 식사량이나 활동력이 뚜렷하게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의 50% 가량이 노쇠 전 단계(Pre-Frailty)이고, 10% 가량이 노쇠상태다. 노쇠는 노쇠 자체로 끝나지 않고 가족들에게 부양 부담을 주거나 요양시설 입소로 이어진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의료 및 돌봄 지출을 늘어나게 한다. 노쇠는 보통 70∼75세 전후에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에도 많이 발생한다. 너무 마른 사람은 좀더 일찍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진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미국의 노년의학자 린다 P.프라이드에 의한 프라이드(Fried) 노쇠 진단기준이 대표적이다. 이 기준은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연간 4.5kg 또는 5% 이상), 극도의 피로감(무엇을 하든 귀찮다고 1주일에 3∼4일 이상 느낌), 보행속도의 저하, 근육 허약(악력의 저하), 신체활동의 감소 등으로 평가한다. 이중 3항목 이상에 해당하면 노쇠로 판단한다. 대한노인병학회에서도 8가지 항목의 한국형 노쇠 측정도구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4가지 이상의 약물복용, 옷이 헐렁한 정도의 체중 감소, 우울감, 소변이나 대변을 지렸는지,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Timed Up & Go test) 등을 측정한다. 8항목 중 2점 이하는 정상, 3∼4점 노쇠 전단계, 5점 이상 노쇠로 진단한다. 노쇠는 예방이 가능하다. 단백질 등 균형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근력 유지 운동, 낙상 방지, 다약제 사용 감소 등이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생활, 봉사활동, 반려동물과의 활동 등 정신적 사회적 관계도 중요하다. 일본은 1978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노쇠 방지에 나섰다. 현재는 ‘건강 일본 21’ 3차 계획(2024∼2035)이 시행 중이다. 우리도 내년부터 질병관리청이 ‘노쇠 예방’에 나선다고 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5.15 16:49

[사설] ‘한글서예’ 계승, 세계적인 K-컬처로

전북특별자치도가 국가무형유산인 ‘한글서예’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과 국제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14일에는 서예문화의 중심 공간이 될 ‘세계서예비엔날레관’ 착공식을 열었다. 서예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한글서예 세계화의 거점이 될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은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내 부지에 연면적 7,674㎡,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사업은 지난 2019년 서예진흥법 시행을 계기로 추진됐으며, 오는 2027년 개관이 목표다. 더불어 전북특별자치도는 한글서예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203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전북특별자치도는 한글서예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2022년부터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추진해왔고, 그 결과 올 1월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는 서예의 본고장이다. 질 좋은 한지를 생산했던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에서 오래전부터 서예가 발달했다. 조선시대 이후 창강 조속, 송재 송일중, 창암 이삼만, 석정 이정직, 벽하 조주승, 석전 황욱, 강암 송성용 등 한국 서예의 거목들을 대거 배출한 지역인만큼, 서예문화 진흥의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 이 같은 명맥을 잇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개최해 왔고, 오는 9월~10월, 15번째 행사를 연다. K-컬처가 세계적 흐름이 되면서 우리 한글이 각종 패션이나 디자인 등에 차용되고 있다. 해외 유명인들이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예술이 바로 한글서예다. 한글서예는 단순한 글쓰기의 차원을 넘어 예술로 자리 잡았고, 한국의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계승하고, K-컬처의 상징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그 막중한 역할은 당연히 서예의 본고장인 전북이 주도해야 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통해 서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전북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한글서예를 세계적인 K-컬처로 키우면서 지구촌 세예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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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4 18:15

[사설] 전북, ‘애니메이션 산업' 지원전략 필요

애니메이션 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어 전북에서도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월 24일 애니메이션 산업진흥 기본계획(2025-2030)을 발표하였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총 1,500억 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특화펀드'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매출 1조 9,000억 원, 수출 1억 7,000만 달러, 종사자 수 9,000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영화,게임,광고 등의 영상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캐릭터 상품과 테마파크 등 연관 산업으로의 확장성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영화,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 등 신유형의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확산 등 미디어 소비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애니메이션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수요층이 전 세대로 확대되면서 세계 시장 진출에 용이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애니메이션산업 백서’를 보면 전년도 애니메이션 매출액은 1.1 조원으로 전년(2022년)대비 23.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OTT 등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애니메이션 수요가 청,장년층으로 넓어지면서 최근 3년간 온라인 애니메이션 제작도 연평균 57.9% 증가했다. 그런데 전북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5월 13일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도내에서 활동하는 애니메이션 기업 수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624개 기업 중 9개 기업(1.4%)에 불과했다. 애니메이션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매니지먼트사와 플랫폼 기업 등이 부재하고,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제작 지원 사업도 3~4건에 불과해 타 시도와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광주, 전남지역의 투자와 지원을 고려하면 전북의 위상은 창피할 수준이다. 한국전통문화의 수도를 자임하는 전북도는 과거 콘텐츠가 아닌 미래 문화자원의 수도로도 탈바꿈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북의 미래 자원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육성 특히, 인재양성을 위한 적극 투자와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한 전략마련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14 18:15

[오목대] 시험대에 선 전북의원

오는 6월 3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전북에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이 목격된다. 지방선거나 총선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때 전북지역 도처에 내걸린 민주당 선거 홍보물이나 유세 물결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우세 지역인 전북에서 민주당이 이처럼 눈에 띄게 선거운동을 하는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대선 후보나 당 총재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던 1987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때부터 전북에서는 민주당 계열 정당은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 득표를 해왔다. 그때부터 전북에서는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너무 유난스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자칫하면 영남권을 뭉치게해서 결과적으로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엔 어떻게 될까. 민주당 전북도당은 '93% 득표 '를 목표로 정했다. 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 과정에서 여야간 대결 구도가 극단적으로 갈렸고, 특히 새만금잼버리 사태 등을 거치면서 지역민들 사이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커졌기에 93% 득표율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정치 전반에 대한 염증이 확산한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야간 우열이 확실히 생기면서 전북의 투표율이 의외로 낮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기에 최종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전북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경우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때 김대중 후보의 92.3% 였다.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전북에서 4.54%를 얻는데 그쳤다. 이후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91.6%를 얻었고,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전북에서 64.8%를 얻었으나 결국 승리했다. 지난 2022년 대선때 이재명 후보는 전북에서 82.98%를 얻었다. 광주(84.82%), 전남(86.10%)과 근소하지만 어쨋든 호남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불과 24만7077표차로 윤석열 후보에게 패했는데, 만일 텃밭인 호남에서 조금만 더 얻었어도 승패는 엇갈렸으리라. 그래서일까. 민주당 중앙당은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선거구 사수를 지시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중앙당이나 후보에게 눈도장 찍으려고 하지말고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면서 구체적인 득표율로 말하라는 거다. 지방의원들도 각자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국회의원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서 보낼것을 지시 받았다. 대선때 중립의무가 있는 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이제 구체적인 점수로 답해야 할 상황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총선때 이번 대선의 성적표가 살생부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그래서 긴장감도 높다고 한다.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기에 적어도 전북에서는 대선 결과는 물론, 각 지역구와 전북 전체의 득표율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도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생사가 걸린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5.14 18:13

[타향에서] 서울에서 만난 전북- 정순왕후 송씨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더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1980년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던 왕방연의 시조입니다. 이 시조에 곡을 붙여 조용필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요. 학교 시험이나 학력고사에 자주 나왔던 시조인데요. 여기에서 ‘님’은 조선의 임금 중 가장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단종을 말합니다.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된 후 사방이 강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의 섬 청령포로 유배되었는데요. 왕방연은 단종을 호송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돌아오면서 슬픔에 겨워 이 시조를 지었다고 합니다. 단종은 유배된 지 몇 달 후 1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조선의 왕 중 가장 단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왕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단종의 왕비는 정읍시 칠보면에서 태어난 정순왕후 송씨인데, 본향은 여산입니다.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가 위치한 바로 그곳이지요. 개인적으로는 45년 전 중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면서 난생 처음으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정순왕후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한양으로 이주하였다가 15세의 나이로 당시 국왕이던 단종의 비로 간택됩니다. 하지만 1년 후 세조가 즉위하면서 왕비에서 물러나 대비가 되었다가 다시 1년 후 서인으로 강등됩니다. 파란만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요. 종로 쪽에서 신설동 쪽으로 가다 보면 흥인지문(동대문)을 지나 왼쪽으로 야트막한 산이 하나 보입니다. 그 산 끄트머리 부근을 동망봉(東望峯)이라고 부르는데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동쪽을 바라보는 봉우리’라는 뜻입니다. 정순왕후는 단종과 헤어진 후 이 부근에 살았는데요. 매일 단종이 있는 영월 쪽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이곳을 동망봉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흥인지문 부근에는 유독 정순왕후와 관련된 곳들이 많은데요. 먼저 동망봉에서 북쪽으로 가면 ‘청룡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그곳에 ‘정업원구기비(淨業院舊基碑)’가 있는데요. 정업원 옛터에 세운 비석이라는 뜻입니다. 정업원은 왕실과 관련이 있는 여성들이 출가해 거주하던 곳이었는데요. 정순왕후는 서인으로 강등된 후 이곳에서 염색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부근에 있는 자주동샘(紫芝洞泉)이라는 곳에서 염색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녀가 지초(芝草)라는 자주색 나는 풀로 염색을 해 자주색 물이 흘러내린 데서 연유합니다. 동망동에서 내려와 청계천에 이르면 ‘영도교(永渡橋)’라는 다리를 만나는데요. ‘영영 이별하는 다리’라는 뜻입니다. 이곳에서 단종과 정순왕후가 헤어졌기 때문인데요. 왕후는 이 다리를 건너 부녀자들만 드나들 수 있는 여인시장에서 염색한 천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합니다. 정순왕후는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 대까지 살다가 82세의 나이로 그토록 그리워하던 단종의 곁으로 갔는데요. 안타깝게도 영월 장릉에 잠들어 있는 단종과는 멀리 떨어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사릉에묻혀 있습니다. 단종은 숙종 대에 정순왕후와 더불어 복위되었는데요. 사육신을 선양함으로써 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려는 왕권강화책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일. 아마도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일 텐데요. 정순왕후는 저승에서나마 낭군을 만나 이승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었을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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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4 18:07

[의정단상] 선거로 완성되는 내란종식, 국민들 속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다시 한 번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친위 쿠데타를 감행한 윤석열에 맞서 국민들은 끝까지 싸웠고, 마침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탄핵이 인용되면서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탄핵은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제도적 응답이었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것은 단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파제가 작동한 결과였다. 이는 정권 교체를 넘어, 국민을 넘어서는 권력은 허용될 수 없다는 헌정 질서의 근본을 되살린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정의 구현의 여정을 이끈 가장 강력한 동력은 단연코 국민이었다. 거짓과 권위에 맞서 응원봉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모습은 단순한 저항을 넘어선 민주주의의 위대한 실천이었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에 맞섰던 선배들의 저항과는 또 다른, 평화적이면서도 일상에 뿌리내린 주권자의 각성이었다. 거리의 외침은 공정과 상식에 대한 갈망이었고, 헌정 질서를 되살리고자 하는 국민 주권의 직접적 발현이었다. 분노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빛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권은 물러났지만, 권력의 사유화로 인한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다. 특히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검찰과 법원이 공정성을 상실한 채 편향된 판단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일부 재판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결정들이 이어지며, 사법부가 정의 실현보다는 특정 이해관계에 기댄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오히려 기득권을 보호하는 도구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대통령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과정 속에서 내란을 종식시키고, 빛의 혁명을 만들어낸 위대한 국민의 열망을 실현하고 완성해 나가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직접 표로써 내란 종식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선거를 앞둔 정치권 전체의 과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권 재편을 넘어, 헌정 회복과 민주주의 정상화를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빛의 혁명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정치의 퇴행과 헌정 위기의 현실 앞에서 국민은 다시 묻는다.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에 대한 답이 투표장에서 국민의 손으로 내리는 선택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진보와 보수 구도의 이념 논쟁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정당이나 인물에 앞서 국민의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불씨를, 변화의 불꽃으로 이어가기 위해 각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불법·위헌적 비상계엄을 종식시킬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 역시 국민 속에 해답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국민의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불씨를 불꽃으로 키워내기 위해 국민들을 찾아가고, 경청하고, 굵은 땀과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 역사의 주인인 국민과 손을 맞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내야 한다. 그것만이 공정을 되찾고, 무너진 민생을 일으키며, 다시는 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길의 첫걸음이다. 이미 빛의 혁명을 이룬 위대한 국민을 믿고, 이제 그 빛을 선거를 통해 제도화하고 정치의 본령으로 되돌릴 시간이다. 국민이 승리하는 선택. 그것이 이번 대통령 선거의 참된 의미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김제부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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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4 18:07

[기고] 정책 중심 선거로 가는 길, 주권자의 책임과 선택

대한민국헌법 제1조는 우리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룬다.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선언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조항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주체이며, 권력은 오로지 국민의 의사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위함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주권을 행사하여, 국민이 투표라는 방식으로 위임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민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달라는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수가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책무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선거란 본질적으로 각 후보자가 제시하는 정책의 현실성, 합리성,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정책선거’라고 한다. 정책선거의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유권자들이 이념이 아닌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둘째, 후보자들은 단순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게 된다. 셋째, 유권자들은 당선 이후에도 해당 정책이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실천 가능한 정책’이 중심이 되는 정치 환경이 조성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트럼프를 향한 야유가 흘러나오자, “Don’t boo, Vote!”(야유하지 말고, 투표하세요!)라고 말하며 큰 울림을 주었다. 이 말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정치는 비난이 아닌 참여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 첫걸음이 바로 투표다. 최근 부정선거 음모론이 부상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관심과 의심이 동시에 높아졌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기관이다. 하지만 허위 정보에 근거한 음모론으로 인해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조성되고, 성실하게 일해온 선관위 관계자들은 큰 회의감에 빠져있다. 일부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국민들이 선관위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는 오히려 선관위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선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과 같은 근거없는 비난으로 인해 그동안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애써온 선관위 관계자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제22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선관위 위원으로서 선거관리 업무에 참여해왔다. 특히 개표과정에서 투표지 하나하나를 세심히 검토하며, 국민의 한 표가 헛되이 사표가 되지 않도록, 유권자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닌, 국민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다가오는 6월 3일,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핵심이다. 정당이나 진영 논리에 빠져 비난하고 갈라서기보다는, 각 후보자가 제시하는 정책이 국민 전체를 위한 방향인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을 실천하는 길이며,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라 할 것이다. 소중한 하루를 내어 투표소에 가는 그 행동 하나가 곧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자 책임임을 잊지 말자.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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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4 18:06

[사설]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속도 붙여라

태권도진흥재단과 무주군은 태권도원에 ‘2026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와 ‘2027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를 동시에 유치했다. 국내 최초로 G6 등급의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게 된 쾌거다. ‘그랑프리 시리즈’는 세계 정상급 태권도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2013년 도입된 이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중국에서 주로 개최돼 왔으며, 국내에서는 이번이 첫 유치다. 단순히 비중있는 대회를 유치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그랑프리 시리즈와 신인들이 도약하는 챌린지를 통해 태권도원이 명실공히 전세계 태권도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한민국 태권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중차대한 목표와 맞닿아 있다. 등재를 위한 전국민 전자서명 운동이 오는 7월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 태권도는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유산위원회의 2026년 제48차 회의에서 공식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기에 결코 여유가 있는게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태권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이자 문화로 전 세계 214개국, 약 2억 명의 태권도 수련자가 있는 세계적인 무예이다. 그 한 복판에 전북이 있다. 태권도가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 자체로 가슴 뿌듯한 일이다. K-한류가 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지금 태권도의 가치와 문화적 중요성이 널리 인정받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곧추세우는 효과도 기대된다. 유네스코에 등재돼야 태권도가 지닌 고유의 정신과 철학,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이 태권도 종주국임을 전 세계적으로 천명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서도 확실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비공식적으로 남과 북은 태권도 유네스코 공동 등재를 약속한 바 있다. 북한은 이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하면서 남한의 등재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기도 했으나 실무적 판단 결과 큰 지장은 없다고 한다. 무주에 태권도원이 있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전북이 태권도의 메카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태권도를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곳이 바로 전북특별자치도다.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유치를 계기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발걸음이 한결 빨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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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3 18:21

[사설] 농촌기본소득 도입, 재원·지속성 고민해야

전북자치도가 농촌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내년부터 8개 군별로 1개 면씩을 선정해 2028년까지 3년간 시범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급금액은 1인당 지역화폐로 매달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이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인구 유입과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타당한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 가능성은 있는지 등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자산조사나 노동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다. 꽤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었으나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없다. 스위스가 2016년 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3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붙였으나 부결된 바 있다. 미국 알래스카 등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아직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 중이다. 어찌보면 자본주의에 어긋나는 발상일 수 있으나 신자유주의 복지국가 이후 빈부격차 등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도입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논의가 확산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들고 나왔고 한때 국민의힘도 정강정책 1호로 채택했다. 전북자치도에서 실시하겠다는 농촌 기본소득은 지난해 9월 전북연구원을 비롯해 광주연구원, 전남연구원 등 호남권 3개 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손잡고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으로 기본소득 정책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면서 급부상했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면서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2022년부터 연천군 청산면 주민 모두에게 매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동네상권이 살아나고 일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전북에서는 전주 등 6개 시지역을 제외하고 부안 진안 순창 등 8개 군지역에서 1개 면을 선정해 실시키로 했다. 면별 주민 수 약 25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총 소요예산은 2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농촌 전체로 확대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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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3 18:20

[오목대] 최승희 명창과 판소리 악보

2001년 봄이었다. 판소리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쉬운 판소리 무대가 열렸다. 최승희 명창과 제자들이 함께 선 무대. 스승과 제자의 발표회는 낯설지 않은 공연 형태였으나 이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가 있었다. 최승희는 이날 자신이 이어온 정정렬제 소리에 의미 있는 작업을 더했다. 정정렬제 춘향가 악보집 발간이었다. 판소리 한바탕을 오선지에 옮겨 악보로 만들어낸 명창은 그가 처음이었다. 판소리 악보화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엇갈리고 미학적 본질이나 음악적 특질에 비추어 악보화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으나 그가 찾아낸 결실은 단연 돋보였다. 근대 5명창으로 꼽히는 정정렬은 창극 발전을 주도했던 소리꾼이다. 일제 치하에서 활동했던 명창 대부분이 판소리 발전에 기여했지만 정정렬의 활동은 특히 빼어났다. ‘30년 앞을 내다보고 소리를 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독특한 소리를 꾸준히 개발하고 실험하면서 귀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고도의 음악적 기교를 구사하고 선율과 장단이 까다로운 소리를 받겠다고 나서는 소리꾼은 많지 않았다. 그 소리를 이어낸 소리꾼이 최승희다. 최승희는 스승 김여란으로부터 정정렬제 춘향가를 받았다. 정정렬제 춘향가는 서편제 소리의 영역이지만 특별한 기교와 부침새를 구사하는 특성으로 독창성을 인정받는 소리다. 덕분에 20세기 전반에 유행하면서 춘향가 전승에 영향을 끼친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소리에 비해 계승의 맥이 굵지 못한 정정렬제 소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최승희에게 무겁고도 귀한 과제였다. 다행히 뜻이 맞는 제자가 그의 소리를 사설로 정리하고 악보로 만드는 일에 나서주었다. 꼬박 4년 동안 고된 분투가 이어졌다. 두 번의 위암 수술로 일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제자들이 조금은 쉽게 판소리를 익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판소리 대중화니 뭐니 하여 지나치게 거창하게 평가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판소리 악보화야말로 일반인들이 판소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거두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만든 춘향가 악보는 젊은 제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재가 됐다. ‘현대의 음악적 환경으로 보자면 판소리 악보화 작업은 더 적극적이고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판소리 연구자들의 조언도 그에게 큰 힘이 되었을 터다. 열여덟 살 늦은 나이로 소리길에 들어서 남다른 열정으로 자신의 소리를 지키고 이어온 최승희 명창이 세상을 떠났다. 편식 심한 소리판 속에서 외롭게 정정렬제를 지켜온 명창. 여든 아홉 해 그의 생애를 들여다보니 판소리 대중화를 향한 열정과 의지가 빛난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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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3 18:20

[새벽메아리] 입시와 학력, 대립을 넘어 균형으로 – 전북교육포럼의 발제 현장에서

입시는 오랫동안 교육의 현실이자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입시가 오히려 교육의 목적을 가두고 있다. 점수 중심의 학력관은 교실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미래 역량보다 즉각적인 결과를 우선시한다. 지난달 열린 제2회 전북교육포럼의 발제자로 참여하며, 나는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고자 했다. 학력 신장은 단순한 점수 향상이 아니라, 삶의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진짜 학력은 삶을 살아가는 힘 우리가 말하는 ‘학력’은 단지 시험 성적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사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지금의 입시 시스템은 이러한 역량을 평가하거나 키워주는 데 한계가 크다. 학생들은 협업보다는 경쟁에 몰리고, 교사들은 수업보다 평가 방식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간표까지 입시에 최적화되어, 교사의 자율성과 학생의 다양성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교육은 결과를 좇기보다 과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입시와 학력이 공존하려면 진로라는 변수가 필요 전북은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대학 진학률, 진로 지도 시스템, 교육 인프라 등 다양한 면에서 ‘격차’라는 단어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조건은 오히려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읍 꿈길학교처럼 지역 자원을 연계한 진로탐색 교육, 지역대학 및 공공기관과 연계한 프로젝트형 수업은 전북 교육이 ‘다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는 타 지역의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지역 실정에 맞춘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진로가 교육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때, 입시도 학력도 함께 설 자리를 찾을 수 있다. 교육은 지역을 떠나지 않는 사람을 기르는 일 교육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지역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떠나는 교육’이 아니라 ‘남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 땅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곳에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이곳에서 일하고 꿈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의 확장된 역할이다. 입시 성적만 높이는 교육으로는 전북의 미래를 지켜낼 수 없다. 지역을 살릴 인재는, 지역 안에서 존중받는 교육을 통해 자란다. 교육 정책, 교실 속 실천으로 이번 전북교육포럼에서 나는 기초학력 진단 및 맞춤형 지원 강화, 지역사회 연계 진로 프로젝트 확대, 단위 학교의 평가 자율성 보장 등 실천 가능한 제안을 내놓았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운영하는 교육 플랫폼은 진로 교육의 부담을 나누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는 구체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교실은 제도의 수혜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성과가 검증되는 현장이다. 따라서 어떤 교육 정책이든 교사와 학생이 체감할 수 있어야 진짜 변화가 된다. 교육은 아이의 미래이자, 지역의 미래 교사는 혼자 아이를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포럼의 주제였던 ‘입시 경쟁과 학력 신장’은 단지 교육 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주제다. 입시를 넘어서는 학력, 점수를 넘어서는 사람, 교실을 넘어서는 교육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가능하다. 전북의 교육이 달라지면, 전북의 미래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오준영 전북특별자치도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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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3 18:19

[김종표의 모눈노트] ‘갈등(葛藤)’의 계절, 대선과 새만금 분쟁

5월, 절정을 지난 연보랏빛 등나무 꽃이 후드득 떨어진다. 이제 덩굴이 무성해지면서 뙤약볕 도심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더 화려한 봄꽃에 밀려 상춘객의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여러모로 유용한 식물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자라는 방식이 거슬린다. 다른 나무나 구조물을 칭칭 감고 올라가는 등나무는 같은 덩굴식물인 칡과 함께 ‘갈등’의 한 축이다. 등나무는 시계방향, 칡은 반시계 방향으로 감아오르려는 습성 때문에 둘이 만나면 얽히고설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칡(葛)과 등나무(藤)의 뒤엉킴에서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등나무 그늘을 찾기 시작하는 이 계절, 우리 사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격화된 정치적 갈등이 대선 국면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걱정이다. 다음달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우리 사회 극한 반목과 갈등은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대선시계’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공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힘이 많이 떨어졌지만 전북은 또 새만금이다. 수십년째 단골 공약인 새만금이 이번에도 어쨌든 빠지지 않았다. 30년 넘게 역대 대통령들이 외쳐온 새만금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새만금 관련 최대 이슈는 대선 공약이 아니라 첨예한 내부 분쟁이다. 새만금 관할권을 놓고 군산과 김제·부안이 양보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방조제 관할권으로 시작된 3개 시·군의 다툼은 내부도로와 신항만, 수변도시 등으로 번지고 있다. 법정까지 넘나드는 이 갈등을 조정하거나 분쟁을 막을 대안조차 보이지 않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 쫓고 쫓기다 지쳐 함께 쓰러져 죽고 만 개와 토끼를 비유해 ‘전혀 쓸데없는 다툼’을 이르는 고사성어 ‘견토지쟁(犬兎之爭)’이 떠오른다. ‘기회의 땅’ 새만금이 언제부턴가 ‘갈등의 땅’이 돼 버렸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만금권역 3개 시·군 상생발전을 위해 역점 추진한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출범을 앞두고 물거품이 됐다. 최근에는 행안부가 새만금 수변도시 매립지를 김제시 관할로 결정한 데 대해 군산시와 부안군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또 해양수산부가 논란을 빚은 새만금 신항만 운영방식을 결정했지만, 이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군산시와 김제시는 그 결정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서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끊이지 않는 시·군간 갈등을 풀어내자는 취지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오래전부터 조례를 통해 갈등조정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유명무실’이다. 변죽만 울린 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예로부터 ‘없는 집에 분란이 많다’고 했다. ‘가난이 싸움이다’는 속담도 있다. 가난하면 작은 이해(利害)를 놓고도 서로 다투게 되어 큰 불화가 된다는 의미다. 지금 전북이 꼭 그 꼴이다. 이념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새만금 관할권’처럼 ‘소지역주의’가 갈등의 원인이라면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 대선의 계절, 국가 대전환의 비전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미래 지역발전 동력을 찾아 ‘전북 대전환’의 발판을 놓아야 할 때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집안싸움은 공멸의 길이다. 새만금은 지금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실현 가능성마저 불확실한 뜬구름 잡기식 청사진에 매달리기 앞서 지역상생의 길부터 찾아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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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5.13 12:47

[사설] 민주당 전북관련 실행력있는 대선공약을

주요 정당과 각 후보들이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일제히 표심잡기에 들어가면서 전북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각각 출정식을 가졌다. 민주당은 이날 전북관련 주요 공약으로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및 K컬처 메카 육성, 인공지능(AI)·자율주행 이동체 등 첨단 산업 테스트베드 구축, 새만금 국가 성장 거점 육성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때 전북에서 득표율 93%를 목표로 정했다. 실로 엄청난 수치다. 국민의힘 전북도당도 역시 도의회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성공적 유치 지원, '미래 성장 동력' 새만금 사업 완성, 교통 인프라 확충, 방산 등 미래전략산업 육성, 완주-전주 통합 지원, 웰니스 관광 도시 육성, 농생명산업지구 지정 등을 제시했다. 2036 올림픽 유치 공약을 제외하고는 여야 공히 눈에 확 들어오는 새로운 것이 없다. 정치 이슈에 묻혀 지역 현안이 묻히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민들의 간절한 기대에 부응할만큼 굵직한 공약을 제시하길 기대했으나 미흡한게 사실이다. 설혹 공약화 하더라도 얼마만큼 실행력을 갖는가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인데 도민들은 특히 민주당의 공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좀 더 다듬어서 도당이 아닌 중앙당 차원의 중량감있는 대선 공약이 추가되길 기대한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직접 언급하는 공약이 더욱 중요하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새만금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북을 농생명산업 수도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또한 전주에 자산운용 특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제3의 금융중심지’로, 군산은 ‘조선소 재도약’으로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새만금은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통해 성공적인 국가첨단 전략산업 단지로 조성하고 재생에너지 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3년전 대선때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약속했던것이 대부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보때 공약한 것이 대부분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충청권에는 행정수도 완성, 부산에는 해수부 이전 등 굵직한 공약을 쏟아낸 반면 전북에는 지역 발전의 핵심 의제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전북도민들의 따가운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전북은 민주당이 원하면 언제든 표를 주는 자판기가 아니다. 더 성의있게 저변의 민심에 다가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진정성을 거듭 촉구한다. 그래야 도민들이 호소에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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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2 18:12

[사설] 도내 중학생, 학폭 처분 증가율 1위라니

중고등 학생들의 학교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도내 중학생들의 학교 폭력 처분 증가율이 전국 1위를 차지해 걱정이다. 교육청이나 학교 당국,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들의 일이라 해도 폭력은 범죄다. 예방과 함께 지속적인 감소 노력이 절실하다. 중학생들의 학교폭력을 고교입시에 반영하는 등 제도 보완도 병행했으면 한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를 통해 공개된 학교폭력 심의 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의 중학교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1만7833건으로 고등학교 7446건 보다 2.4배 높았다.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 건수도 중학교 3만6069건으로 고등학교 1만2975건에 비해 2.8배 높았다. 심의 유형별로는 신체폭력이 30.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언어폭력 29.3%, 사이버폭력 11.6%, 성폭력 9.2%, 금품갈취 5.9%, 강요 5.1%, 따돌림 3.9%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킥보드 셔틀', '카카오톡 빼앗기', '딥페이크' 등 신종 학폭도 증가하고 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실제 처분 결과는 ‘1호 서면사과’가 20.1%로 가장 많았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7호 학급교체’와 ‘8호 전학’은 각각 1.5%, 2.5%였다. 전북지역의 경우 중학생 처분은 지난 2023년 1069건에서 2024년 1651건으로 무려 54.5%가 증가했다. 전국 평균 19%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광주가 36.8%를 차지했고, 울산 32.2%, 경기 21.8%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부산과 제주는 각각 18.5%와 4.1%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지역 고등학생들의 학폭 처분건수 역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2023년 430건에서 2024년 510건으로 18.6%가 증가했다. 전국 평균은 15.3%였다. 전북자치도교육청은 이처럼 전북지역 중고생들의 학교 폭력 증가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분석했으면 한다. 이를 토대로 교육청과 학교, 경찰, 학부모 등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또한 고등학생의 학교 폭력이 의무적으로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것처럼 중학생의 경우도 모든 고교입시에 반영돼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상담교사와 전담조사관 등 인력 지원과 관계회복 프로그램의 확대, 재정 확충 등도 뒤따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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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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