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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대한 애증

나와 동행하며 나를 호강시켜 준 신발을 기억한다. 아니 신발이 나를 기억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발자취라 한다. 신발은 내가 걸어온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 비밀을 아무에게도 실토하지 않는 착한 침묵으로 나를 지켜준다. 신발은 내 모습이며 나와 동행하는 유일한 친구다. 신발은 나의 아픈 곳을 미리 알고 내게 신호해 준다. 또 신발은 용케도 나의 옷을 돋보이도록 유혹도 한다. 초라해 보일 때는 굽이 높고 광채가 나는 금박이 하이힐이 나의 시선을 유혹한다. 그뿐아니라 하루를 끌고 가는 그림자처럼 나를 버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을 때도 신발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퇴원할 때까지 내 옆에서 기다려 맨 먼저 위로해 주며 내 몸의 중심을 꼭 붙잡고 집으로 동행해 준다. 체중의 변화도 신속하게 감지하며 내가 편안하게 보행을 하도록 노력도 한다. 척추협착증 통증에 속도를 맞춰 내 집까지 기억하고 끌고 간다. 돌멩이나 움푹 파인 길도 용케 비켜 가는 마술사 같은 시력을 갖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신발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다. 가슴에 옷핀으로 손수건을 접어 달아주더니 벽장에서 꽃무늬 고무신을 꺼내 주었다. 내 발이 신발 속으로 쏙 들어가니 헐렁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이 벗겨지지 않으려면 발가락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걸 일주일 지나서야 터득했다.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겨우 내 발과 고무신의 크기가 맞아 서로 사이좋게 놀았다. 고무줄놀이와 자치기, 숨바꼭질 때도 신발은 나를 벗어놓고 달아나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 흙 범벅이 된 신발은 지푸라기 서너 개 똘똘 말아 빨래비누로 닦으면 광채 나는 신발은 나를 기쁘게 한 유일한 나의 짝궁이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면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 가방에서 '색동 코고무신'을 꺼내면서 공부를 잘해야 또 사준다는 강제적 명령도 잊지 않으셨다. 중학교 교복을 입을 때도 검정 운동화를 사주셨고, 앞에 끈이 있는 멋쟁이 운동화는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사주셨다. 현관 신발장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뻔했다가 문을 열고 보니 수십 년 동안 내 흔적이 담긴 신발이 나를 반기듯 추억을 되살려 놓는다. 맨 꼭대기에 발목이 무릎까지 닿는 부츠가 흙 밟은 흔적도 없이 얌전하게 포개 앉아있다. 딸이 생일선물로 보낸 신발이다. 나이 들어 걷기도 힘든 엄마의 모습은 모른 채 딸 중심의 생각으로 보낸 선물이다. 딸에게는 잘 신고 있다고 늘 말한다. 가장 외로운 신발이다. 신발이 나를 싫어할 뿐 아니라 신발을 떠받쳐 줄 미니스커트도 옷장에서 사 라진 지 오래다.부츠 옆에 흰 고무신이 빛바랜 시간을 안고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자녀들 결혼 때 한복차림을 해야 하는 부모는 구두 대신 고무신과 버 선을 신어야 했다. 신발에 매일 고맙다고 말한다. 신발장에 내 신발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자(死者)의 신발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슬픈 신발의 운명이지만 신발은 반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발에게 "네가 있어야 내가 산다"고 눈인사를 잊지 않는다. 요즘 늘 나와 함께 함께하는 신발은 운동화다. 그래서 옷과 잘 어울리도록 운동화를 색깔별로 몇 벌 샀다. 편하게 노닐 때는 운동화가 나를 사드락, 사드락 끌고 다닌다. 이제는 내가 운동화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를 사는 몸이 되어 간다. 운동화와 친해졌으면 좋겠다. 신발이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건강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이소애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샘문학동인, 전북시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보랏빛연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감성시에세이' 외 다수가 있고, 한국문학비평가협회작가상과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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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하여

기획재정부가 3월12일자로 상속세 전면개편안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했던 것과 달리 상속인들이 취득한 각 상속재산별로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방식은 각자 받은 재산에 관계없이 내야할 세금이 결정되었지만 개편안의 방식은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어 과세형평이 개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이라 여야간의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무사회 차원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힌만큼 이번 기재부의 발표를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과세체계를 흔들만한 세법 개정안이 없었고 상속세는 무려 75년만에 유산취득형으로 개정이라고 하니 변경된 틀안에서 미리 준비하는 자세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유산취득형으로 변경되면 상속공제의 변경이 크게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상속인마다 과세를 해야하기 때문에 특성에 따라 각자 공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상향하며, 배우자는 10억원까지는 기본으로 공제해주기로 변경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피속인의 15억원의 재산을 자녀3명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대로라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하여 2억4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자녀 상속인이 각각 5억원의 인적공제를 적용 받게 된다면 과세표준이 0이 되어 상속세를 안내도 될 수가 있습니다. 과세체계의 큰틀이 변경이 있어 상속세를 준비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인이 많을수록 공제를 많이 적용 받고, 세율도 낮출 수가 있어 이러한 틀로 상속세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개편안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상속받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세금을 적용하는 것이 과세형평에 부합할 것으로 보여져 환영할만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조정권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3 18:58

반려식물 시대

지금은 반려(伴侶) 시대다.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다. 도시 집중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 family)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고 반려인은 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나 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오거나 개모차(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펫팸족은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금붕어, 거북이, 파충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 최근에는 반려식물(pet plants)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른바 식집사(식물 + 집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을 인간과 서로 짝이 되어 교감하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의존형 반려식물'과 '독립형 반려식물'로 구분한다. 의존형은 화분 등에 심어 실내나 마당에서 관리받는 식물이며, 독립형은 정원이나 숲속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돌봄이 번거롭지 않고 실내 환경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책임감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공기 정화, 인테리어 효과도 탁월하다. 식물이 성장하고 시들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삶을 성찰할 수도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 중 34%가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1745만 명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 꼴이다. 조사 결과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37.2%(649만 명)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60대 이상 34.6%(603만 명) 순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가장 많았다. 마당·화단(13.2%), 정원·공원(10.7%), 숲(1.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려식물 산업 규모는 식물 자체 산업이 1조1856억 원,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연관 산업 시장이 1조2359억 원으로, 총 2조4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흥미로운 것은 식물도 동물과 같이 자기표현을 한다는 점이다. 가령 상추를 짓이기는 행동을 한 후, 다른 상추에 그 사람의 입김을 불어넣었을 때 식물에서 방출되는 메틸자스모네이트라는 물질이 20% 증가했다. 병해충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방출량이 늘어나는 물질이다. 좋은 기운을 주면 식물도 좋아하고, 나쁜 기운을 주면 식물도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식물도 감정이 있어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결과다. 또 올들어 LG전자가 실내 식물 재배기에 인테리어 소품을 접목한 ‘식물생활가전’을 선보였다. 스탠드 조명 중간 부분에 식물을 재배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서 공개했다. 반려식물의 진화다. 봄은 반려식물을 키우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작은 화분에 하나라도 키워보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3.13 14:23

전북 항만경제 활성화에 나서라

국내 주요 무역항으로는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 울산항 등이 있는데 부산항은 1876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개항한 근대항구며 군산항은 1899년 개항해 역시 역사가 깊다. 국내에는 국가관리무역항 14곳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화물 처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지방관리 무역항 17곳 등 총 31개소의 무역항이 있는데 역사성에 비해 군산항은 물동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북은 바다가 있는 국내 8개 도(道)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항만경제가 가장 왜소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전국 항만물동량은 총 15억8531만5000톤인데 이중 전북의 무역항에서 소화한 물동량은 1.4%인 2225만 6000톤에 불과하다. 물동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남으로 전체의 45.9%인 7억2857만톤에 달하고 있다. 전남이 19.1%인 3억324만5000톤, 경기가 16.7%인 2억6521만8000톤, 충남이 8%인 1억2733만2000톤, 강원이 3%인 4873만9000톤 등이다. 전북의 항만 물동량이 이처럼 적은 것은 타 시도에 비해 무역항이 적은데다, 유일한 국가관리 무역항인 군산항마저 토사매몰에 따른 수심 악화로 항만 기능이 갈수록 떨어진 때문이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새만금 신항 문제는 향후 전북의 항만 물동량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는 변수여서 빠르면서도 현명한 결정이 요구된다. 군산시는 기존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통합 관리하는 원포트(One-Port), 김제시는 새만금신항을 신규 항만으로 지정하는 투포트(Two-Port)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군산시나 군산지역 지방의원들은 "새만금신항은 군산항의 수심 부족으로 인한 항만 능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는 항만으로 기본계획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원포트 전략을 주장한다. 인접한 지역의 항만들이 서로 연계해 항만 개발과 운영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거다. 반면 김제시 입장은 다르다. 전북에 국가관리무역항을 2개나 둘 수 있음에도 만일 새만금신항을 군산항의 부속항으로 둔다면 이는 결국 전북자치도가 손해를 보게된다고 지적한다. 새만금신항은 군산항과는 기본계획부터 전혀 별개였기에 따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새만금 소유권 분쟁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핵심은 전북 지역 무역항을 크게 활성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북도나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모두 이러한 전제아래서 판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3 14:20

전북교육청 독서문화 확산 정책 지속 추진을

청소년기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시기의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AI(인공지능) 시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책 읽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디지털 매체는 독서 기회를 확대하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의 집중력과 상상력 발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가 읽기·쓰기 등 리터러시 능력과 기초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이런 걱정이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 비해 독서량이 적고, 글을 잘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들이 SNS를 통해 짧고 간단한 의사소통만을 주로 해온 탓에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학생들이 깊이 있는 책 읽기 대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해 단편적인 정보만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독서·인문교육’을 올 10대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책 읽는 학교문화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아침 10분 독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미래형 학교도서관 조성’ 사업을 통해 학교도서관을 독서교육의 중심공간으로 만들어 정보 활용과 토론 및 협업, 커뮤니티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청소년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사서교사와 사서 등 학교도서관 전문인력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매우 의미 있고, 적절한 정책이다. 전북교육청의 독서 문화 확산 정책이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학생들이 폭넓고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우선 학생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학교에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워크숍 등을 통해 교원과 학부모의 독서교육 지도 역량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3 11:48

길어지는 헌재의 시간, 잠 못자는 국민들

‘피고인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한다’는 법원의 한마디에 국가가 대혼란이다. 국민에게 총을 겨눈 내란수괴 우두머리는 체포 52일 만에 석방되었고, 수하들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국민의 힘으로 구속시킨 내란수괴가 다시 대통령에 올라 계엄을 발동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필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전하며,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간절히 호소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최후의 보루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흔들림 없이 헌정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혼란 속에 탄핵 심판이 지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법원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절차문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권한 문제로 내란수괴 윤석열의 석방을 결정했다. 모두 ‘내란죄’라는 혐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사법부가 71년간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계산법을 이례적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에게만 '시간' 계산법으로 적용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검찰의 태도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 항고를 포기했고, 내란수괴를 석방했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윤석열의 석방 후폭풍은 정치와 경제를 동시에 뒤흔들었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을 민주주의 후퇴의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등 거침없는 미국발 폭풍까지 더해져 한국경제가 먹구름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어떻게 못해도 윤석열 리스크는 해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이 혼란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끝난 지 15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고기일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변론 후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14일 만에 선고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심판의 지연은 국민들에게 더욱 깊은 혼란과 불안을 안기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등불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정의를 지켜왔다고 믿어왔고, 이번에도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흔들림 없는 결정을 내려 법치와 민주주의가 다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한민국 밤도 길어지고 있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사람들의 숨결마다 오직 하나의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내려질 그 한마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할 단 한마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뜨거운 눈물로 마주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들의 마지막 한마디를 우리는 간절히 기다린다.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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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2 18:41

진료는 수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약국이 개·고양이 약을 판다.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생물학적제제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코로나·인플루엔자 사독백신 등 주사제도 수의사 처방 없이 약사가 판매한다. 반려동물이 실험동물이 돼버린 셈이다. 말을 할 줄 모르는 동물은 약의 부작용도 호소할 수 없다. 약사는 사람약 전문가다. 동물약은 수의사가 전문이다. 약국의 새로운 수입창출 욕구와 반려동물 주인의 ‘귀차니즘’이 맞아떨어진 시장 왜곡의 현장이 바로 ‘동물약 파는 사람약국’이다. 수의사는 동물을 시진, 청진, 타진, 촉진한다. 주인을 문진하기도 한다. 진찰 후 처방이 정확할 수 밖에 없는 체제다. 반면, 약사는 ‘내 개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주인의 자가진단만 믿고 약을 내놓는다. 위험하고 위태롭다. 이게 다 ‘약사법’의 독소조항(제85조 제7항) 탓이다. 수의사를 건너 뛰고 누구나 약국에서 동물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의사의 처방을 생략한 채 동물약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약사법에 예외를 부여했다. 동물용 실데나필을 사다가 남성용 ‘비아그라’로 오남용하는 것마저 가능할 지경이다. 이런 약국이 전국에 1만5000곳 이상이다. 수의사들은 동물판 의약분업에 찬성하지 않는다. 동물병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법을 바로잡아야 동물병원이 정상 가동되고, 동물병원이 제 기능을 해야 아픈 동물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약사가 수의사를 동물약품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동물병원 말고 약국으로 오라고 호객하는 약사들이 증가일로다. 약대의 동물용의약품 교과목을 확대하고 동물약 전문약사를 양성해 약사가 동물약을 조제토록 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된다. 동물병원은 수술과 내과진료만 하라는 우격다짐이나 다름없다. 의약품을 내 준 동물병원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개와 고양이와 그 주인이 사람약국을 찾는다면 동물병원의 미래는 없다. 수의사 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약사법 개정 투쟁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와 농식품부에 약국의 부당함을 알리고 단속 강화를 촉구해야 한다. 수의사에게만 공급하는 동물약품을 약국 매대에 진열해 팔고 있는 행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수의사는 동물용의약품을 제외한 인체용의약품은 사용만 할 뿐 판매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약사가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는가. 동물에 관한 한 ‘수의사법’이 ‘약사법’ 위에 있다고 본다. 약사법은 강도 프루크루테스, 수의사법은 그 침대에 묶인 나그네 꼴이다. “동물학대를 유발하는 무분별한 약품 판매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동물약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도 해당 행위가 사용자의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며 동물의 보호자 역시 선의로 행한 행위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대한수의사회의 어필은 한가롭고 점잖다. 현 시점 동물병원 수의사들은 ‘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돌려대라’는 말씀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의사는 이미 20여년 전 어의사(수산질병관리사)에게 물고기 등 수산생물 진료를 내줬다. 이번에는 동물약품까지 약국에 헌납한 ‘실패를 잊은 백성’으로 연명해야 하나.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남 또한 내 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시민들도 당장의 편리만 좇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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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3.12 18:41

파면이 봄이로세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일제 강점기 이상화의 저항시다. 고1이 된 아들 녀석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를 거닐며 밤새 외운 시를 더듬더듬 낭송한다. 지난밤 늦은 귀가에 따른 벌칙으로 시를 외워야 했다. "아빠~왜 빼앗긴 들에 봄이 오지 않는지 알겠어요." 반강제로 끌려온 아들의 반항이다. 지난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최후 진술을 하였다. 최후의 발악이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용"라며 항변을 했고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역겹다 못해 지겨운 변론을 인내해야 하는 헌법재판관들이 안쓰럽다. 비상계엄 이후 골목의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이 IMF,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어하며 죽을 맛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기관지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22위에서 32위로 10단계 하락하여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함있는 민주주의'로 강등했다. 이래도 12‧3 내란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인가? 이런 무능, 무책임, 무도한 내란 수괴는 내란의 실체가 보일 때까지 평생을 '호수 위에 달 그림자가 내려다 보이는 감옥'에서 수감되어야 마땅하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윤석열 내란수괴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나경원, 조배숙, 윤상현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광훈‧손현보 목사 같은 계엄 계몽주의자들이 딱 그 짝이다. 현재 그들은 탄핵인용이 확실 시 되자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는 술수로 헌법재판관을 공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불복하려는 꼼수다. 이는 보수의 탈을 쓰고 헌법을 파괴하려는 무법주의자들의 난동이다.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알고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알게 하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검찰독재에 몰입하며 역사에 몰지각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동조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130년 전 '보국안민, 광제창생' 기치로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한 죽창과 짱돌의 현대사를 알았다면 어떻게 천인공노할 내란을 일으키고 이에 동조할 수 있었겠는가? 전한길 같은 비뚤어진 역사관을 갖은 사람이 어찌 일타강사로 군림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윤석열이 개선장군처럼 서울구치소를 걸어나왔다. 울화통이 터진다. 하지만 파면의 물리적 시간은 우주의 법칙에 따른다. 정치검찰에 오염될 수 없다. "윤석열 파면은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의 첫 단추다."라는 장순욱 변호사의 최후변론이 곧 헌재의 결정문이 되지 않을까. '나는 온 몸에 시대의 짐 둘러 메고/ 푸른 절망, 푸른 희망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윤석열 석방되어 봄조차 빼앗기겠네./ 파면이 봄이로세.' 필자의 개사 시 낭송을 아들마저 읊조린다.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2 18:40

군산항, 특송화물 통관 엑스레이 증설 시급

최근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형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직구 상품을 통관 처리하는 해상 특송화물 통관장(특송장)은 인천, 평택, 부산, 군산 순으로 설치되어 있다. 특송장은 엑스레이 검색기 검사를 통해 전자상거래 물품 등을 빠르게 취급하는 통관 시설로 처리 속도가 각 지역 특송장의 경쟁력과 성장력을 좌우하게 된다. 2024년 2월 개장한 군산 통관장은 군산항과 중국 석도간 직항로를 통해 주 3회 반입된 특송화물 처리를 목적으로 군산 물류지원센터내 1450평규모로 구축되었다. 시설로는 엑스레이 3대와 동시구현시스템(화물 정보를 화면에 동시에 구현하는 판독 시스템) 3대, 컨베이어 벨트 3대의 통관 시설을 갖춰 놓았다. 그런데 개장하자마자 수요가 급증해 군산 통관장의 특송화물 반입량은 2023년 160만 건에 불과했지만, 통관장이 문을 연 지난해 전년 대비 330% 이상 증가된 총 730만 건을 통관 처리했다. 그리고 엑스레이 부족에 따른 통관 대기시간 증가로 1일 3만 5,000여 건의 적치 현상이 발생해 통관 지연 화물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엑스레이 부족으로 통관 처리가 지체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관세청은 엑스레이 6대(현재 3대)를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약 9억 원을 요청했지만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통관장 내 엑스레이 부족으로 특송화물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회물이 평택·인천 등으로 옮겨지는 상황이 발생해 군산항을 특송화물 환적항만으로 확장한다는 계획 등 대중국 전자상거래 거점 항만으로의 도약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군산항은 전자상거래 물품 등 특송화물 점유를 위해 평택·인천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군산 통관장의 처리 현황을 지켜보다 통관이 지연되면 물량을 평택·인천 등으로 변경하기 때문에 지역 업체들은 물류비용 증가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군산항의 새로운 해상물류 거점 도약을 위해 해상 특송화물 통관장(특송장) 내 엑스레이(화물 검사 장비) 추가 설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한 기재부의 예산 반영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관련 부처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2 16:45

전북자치도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 기대한다

올해도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인구 문제다. 끝없이 떨어지던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저점을 찍고 지난해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인구 감소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은 상황이 더 급박하다. 저출산·고령화 현상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가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복지, 참여‧권리 등 각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청년 지원 정책을 수립해 역점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청년인구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꾸렸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11일 가칭 ‘청년 유출‧입 대응 전담팀(TF)’ 킥오프(Kick-off)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물론 그동안에도 인구문제 해결 차원에서 청년 지원 정책을 발굴해 시행해왔지만, 이를 더 체계화해 청년층 지역정착을 위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 이를 역점 추진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로 풀이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전북은 청년 유출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거주 18세~39세 청년인구는 지난해 기준 38만5523명으로 전체 인구의 22.2%를 차지했다. 전북지역 청년인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만3000명씩 감소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청년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는 데다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속속 떠나면서 그 비율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청년층 2만6844명이 전입했고, 3만 5322명이 전북을 떠나 순유출 인원은 8478명에 달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번에 개설한 전담팀을 중심으로 청년 유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정책화하겠다고 했다. 또 정책 수요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지역사회의 미래가 달린 절박한 문제다. 이제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에서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워온 전북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맞춤형 청년정책을 수립해서 역점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2 15:53

전북과 전주의 이미지

로고, 엠블럼, 심벌 등은 세부적으론 좀 차이가 있으나 쉽게 말하면 어떤 상징물 이라고 할 수가 있다. 넓은 의미의 엠블럼에는 기장, 로고, 마스코트, 문장, 상표 등도 포함된다. '한 입 베어먹은 사과 그림'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애플사를 떠올린다. 자동차에서는 동물이 엠블럼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데 페라리와 포르쉐는 말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고, 람보르기니는 황소, 푸조는 사자를 상징으로 쓰고 있다. 로고나 엠블럼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11일 새로운 기업 로고(CI)를 공개했다. 서울올림픽을 4년 앞둔 1984년 ‘태극 마크’를 단 이후 41년 만에 CI를 바꾼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따른 조치다. 기존 태극 마크에 있던 빨간색·파란색을 빼고 다크블루 단색을 사용했다. 새 CI가 적용된 항공기 외관 디자인을 보면 하늘색이 기존보다 더 짙어졌고, 메탈(금속성) 느낌을 더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상징하는 문장은 '전북특별자치도' 국문을 바탕으로, 전북의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땅'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새만금·호남평야의 '지평선'을 결합해서 미래의 새 지평을 여는 전북특별자치도를 표현했다고 한다. 전북의 꽃은 백일홍, 전북의 나무는 은행나무, 전북의 새는 까치다. 요즘엔 까치가 익조가 아닌 해조라는 인식이 강한데 까치는 어쨌든 예로부터 반가운 사람이나 소식이 올 것을 알려주는 새로 여겨졌다. 2036올림픽 전북 유치의 쾌거를 어쩌면 까치가 전해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2036 올림픽 유치는 과연 전주인가, 전북인가 하는 것이 종종 화두로 오르고 있다. 올림픽은 특정 국가가 아닌 특정 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돼 있기 때문에 2036올림픽 역시 당연히 전주가 개최지일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협약은 대한체육회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체결했으니 주체가 전주인가, 아니면 전북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안서나 추진 주체, 협약 등 전반에 걸쳐 전북도가 전권을 가지고 나섰으나 명칭은 전주올림픽이다. 마치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총괄하는 곳은 전북도이나 명칭은 전북이라고 하지않고 전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올림픽 명칭과 관련 실무진에서는 당초 전북이냐, 전주냐 하는 고민을 했으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전북 하면 낙후나 소외 등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반면, 전주 하면 상대적으로 해외에서도 알려져 있는 등 긍정적 요소가 있는 점을 감안해 대회 명칭을 전주로 정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기회에 전주와 전북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특히 그 이미지 또한 반석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것은 한두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전주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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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3.12 13:26

로컬다움을 만들어가는 ‘보통’의 스토리

문화예술 판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다 보면 예술가는 물론이고 콘텐츠 기획 및 제작자, 도시기획자, 로컬크리에이터 등 각자의 전문성과 남다른 경험을 살려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만남에서 한 번쯤은 이야기 나누는 주제가 바로 로컬다움이다. 'Local'과 '~다움'이 결합된 이 단어는 지역의 정체성이 지역 산업 생태계의 미래와 직결되는 요즘을 사는 로컬인들에게는 생존과도 같은 단어가 되었다. 서울과 타 지역의 기획자, 예술가들이 모이면 서로 일정 지역의 방문 내지는 지역살이 후기를 묻고 답하곤 한다. 최근에는 전주 방문에 대한 회고를 듣던 중 그간 듣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려왔고, 이방인이 겪었다는 ‘전주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전주에 정주하는 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서울 사는 A씨의 경우, 전주시 팔복동의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을 걷게 되었는데, 오래된 주택과 폐허가 된 공장이 혼재된 그 동네에서 1970년대의 정취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참고로 그는 90년생이다.) 그리고 그런 곳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고 날이 풀리면 친구들과 촬영을 하러 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렇죠, 그만큼 그 동네가 오랜시간 발전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라고 답했고, A씨로부터는 감성이 부족하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또 부산 사는 B씨는 전주 도심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날 문득 군산 항구쪽으로 스케치를 하러 나갔는데, 낚시꾼과 친해져서 밤 늦도록 어울리며 스케치를 이어갔던 그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 B씨의 말에 이렇게 물었다. “부산도 도심에서 그림 그리다 가까운 항구에 갈 수 있잖아요?”라고.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부산과 군산이 같나요? 에이, 많이 다르죠~.” 순간 의문이 들었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던 걸까?’, ‘왜 낡고 평범한 동네가 멋있고, 보통의 사건들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일까?’.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방인이 느끼는 장소에 대한 감정, 사건을 대하는 정서 등은 기획자로서도 오랜시간 탐구해 온 주제이고 여전히 기획의 소재거리가 된다. 동시에 어떻게든 지역에서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요란을 떨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지역의 슴슴하고 조용한 매력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요사이 이러한 보통의 스토리에 로컬 지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힙한 문화, 핫한 공간, 바이럴 될 만한 도파민 터지는 콘텐츠 등 각종 로컬리티(Locality)가 범람하는 시대에 지역의 무엇이 그 자체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떠들썩했던 것들 뒤로 감춰지거나 소외된 지역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어 나갈지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실험해 볼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이건 로컬다움의 한계와 조건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발견의 주제를 달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또한 덜 자극적이더라도 일상에 널려있는 보통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흔하지 않고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다. ‘보통맛집’ 로컬로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동네 또는 지역과 지역이 이어지는 다양한 스토리가 공유되고 지역 밖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로컬 한정 콘텐츠가 누적된다면 Next 로컬다움을 이어가는 단단한 ‘다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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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1 18:32

인구영향평가 법률로 지방 살리자

지방소멸의 소용돌이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수도권 쏠림은 결코 국민 모두의 기본적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없다. 수도권 주민은 과도한 경쟁에 지치고, 비수도권 주민들은 사회자본시설이나 제도로부터 멀어져 푸념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 같은 상황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 현재 정부에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할 때 그 정책이 지방소멸과 인구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근본적인 체계가 없다. 결국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국가정책의 결과가 지방소멸로 나타났고 지역 간 경쟁과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우리는 지금 잘못된 정책의 결과물로써 위기의 대한민국을 마주하고 있다. 필자는 국가정책 계획단계부터 지방소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여 국가정책을 시행할 ‘인구영향평가 법률’ 제정과 현행 ‘국가재정법’에 인구영향평가를 반영하는 투트랙의 법적 체계 구축을 강력히 제기하고 싶다. 정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고 균형발전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중심이 늘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소멸 위기지역 입장에서는 기존의 법으로는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인구영향평가를 계기로 지방소멸에 대한 국가적 발상전환이 시급하다. 그 방안으로는 첫째,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방소멸의 근본적인 대안을 담은 ‘인구영향평가 법률’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 둘째, ‘국가재정법’제16조 예산의 원칙에 지방소멸 영향평가를 근거로 반드시 국가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 분산을 촉진하여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를 공격적으로 신속하게 시행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매력적인 지역을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국가는 이를 실효성 있는 법률로 정하여 지원·강제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듯하게 잡아야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보장이 가능하다. 최근 전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송전선로 사업을 인구영향평가를 반영한 시선으로 보자. 지방소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진정한 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송전선로에 앞서 기업의 지방이전을 유도하고 지산지소의 에너지 분산정책이 나왔을 것이다. 인구영향평가는 국가정책 수립 및 예산 편성 단계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저출생ㆍ고령화 등 기존의 정책 영역 뿐만 아니라, 주거, 교통, 산업 등 이 평가를 통하여 어떤 정책이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을 부추기는지 정책실행의 판단근거가 되는 법률이어야 한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구영향평가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재정법’제 16조, 예산의 원칙에 법률로 정한 인구영향평가를 꼭 시행하는 법적 제도장치는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소멸위기지역 무주에 살고 있는 기초의원으로서 느낀 절박한 심정으로 인구영향평가 도입을 도민과 정부, 정치권에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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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3.11 18:24

예술섬 만들기

최근 예술로 새롭게 떠오른 섬이 있다. 1,000여 개의 섬이 모여 마을을 잇는 전남 신안군이다. 신안의 섬은 국내 섬의 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수가 많다. 인구는 3만 8천 명,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 된 지 오래다. 소멸 위기에 처한 이 섬이 예술섬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술로 신안을 새롭게 만들자는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 덕분이다. 27개 섬에 미술관이나 예술관을 만드는 ‘1도 1뮤지엄’ 사업의 첫 결실이 지난해 말 도초도에 들어섰다. 세계적 거장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품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다. 완성까지는 6년이나 걸렸다. 신안의 선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앤터니 곰리, 제임스 터렐, 마리오 보타를 비롯한 거장들의 작품 설치와 미술관 건립이 뒤를 잇는다. 국내외 그라피티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라피티 타운 조성사업-위대한 낙서마을>도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년 완공되는 또 다른 예술섬이다. 국내외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안의 도전은 빛난다. 세계적 거장들의 참여를 끌어낸 자치단체의 오랜 공력도 관심사다. 사실 예술의 섬으로 지역재생에 성공한 곳은 적지 않다. 일본 세토내해의 섬 나오시마는 ‘쓰레기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변신한 대표적 공간이다. 나오시마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20여 년 지난 지금도 세계 수많은 도시가 벤치마킹을 위해 이 섬을 찾고 있는 지속가능한 생명력이다. 나오시마는 1917년 미쓰비시광업의 금속제련소를 시작으로 제련산업 공장이 늘어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공장이 배출한 산업폐기물로 환경 폐해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떠나면서 섬은 고립됐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쓰레기 섬을 사들인 기업이 있었다. 교육 관련 기업 베네세홀딩스다. 베네세는 1980년대 중반, 섬에 국제야영장을 조성하면서 예술을 입히기로 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동행한 ‘나오시마 프로젝트’였다. 오랜 시간 탄탄한 기획과 준비 과정을 거친 나오시마의 변신은 놀라웠다. 안도가 설계한 건축물이 들어서고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이 조우한 섬은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을 품은 거대한 미술관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주민들이 떠난 마을의 오래된 골목과 빈집도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나오시마의 영향으로 이누지마나 데시마 등 세토내해의 다른 섬들도 예술섬이 됐다. 적잖은 자치단체들이 예술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너나없이 지역재생이 목표지만 예술을 내세운 본래 취지는 애매하고 기획은 탄탄하지 못하다. 독창성이나 정체성도 없이 투자자를 먼저 찾는 기이한 방식도 있다. 좋은 결실이 얻어질 리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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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3.11 15:25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전주유치 총력을

‘박물관미술관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호남권에 단 한 곳도 없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은 광주 광산을 출신 민형배 의원(민주당)이어서 상대적으로 전북은 더 맹렬하게 총력전을 벌여야만 할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방 박물관·미술관을 균형 있게 권역별로 설립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기에 출발이 늦은 전북으로선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수도권에 과천관(1986년), 덕수궁관(1998년), 서울관(2013년), 중부권에 청주관(2018년), 대전관(2026년 개관 예정), 영남권에 진주관(2024년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국비 반영) 등이 설립돼 있거나 추진 중이다. 결국 핵심은 호남권 신설 여부다. 미술관의 수도권 집중과 호남 소외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문제는 전남광주냐, 전북이냐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미 광주광역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회도서관 등 ‘대한민국 3대 문화시설 유치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위해 2023년 민·관·정 협의체까지 구성하면서 미술관 건립 부지 확보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전북이 국립현대미술관 호남 분관을 유치하려면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은만큼 훨씬 더 뛰어야만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건립 필요성이나 전북 유치 당위성을 찾는 것이다. 얼마전 김이재 전북도의원(전주4)이 5분 발언을 통해 김관영 도지사에게 국립현대미술관 전주 분원 유치를 강력 촉구한 것도 바로 전북 문화예술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전북자치도는 국립현대미술관 건립 필요성과 입지 분석 등을 담은 기본구상 용역을 올해 안에 수행하겠다고 밝힌만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문체부는 국립문화기관 지역 분관 확대와 법인 설립 등 국립미술관의 새로운 운영모델을 검토하고 있는데 전북 유치를 위한 치밀한 전략과 강력한 추진 의지가 뒷받침돼야만 기대했던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지역 문화예술계와 협업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북도와 전주시 모두 강한 실행력을 보여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1 14:28

안호영·신영대·이원택이 나서라

“전북의 기적,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 “전북이 해냈습니다”, “이젠 IOC 총회 향해 매진합시다” 요즘 전주시내에는 이같은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달 28일 전북자치도가 서울시를 꺾고 2036년 여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내 후보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계엄과 탄핵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모처럼 경축할 일이 생겼다. 아, 얼마만의 희소식인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표현처럼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당초 올림픽 유치 얘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냉소적이었다. “전북이 왠 올림픽, 서울과 경쟁한다고?”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치밀한 전략과 간절함이 낳은 결과였다. 김관영 도지사와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37개 종목단체 대의원 74명을 3년 전부터 접촉했다고 한다. 그리고 간절히 호소했다. 여기에 대구와 광주, 전남, 충남, 충북 등과 ‘지방도시 연대’를 결성해 국가균형발전 실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반면 서울시는 방심했다. 아니, 전북을 아예 무시했다. 그 결과 49대 11이라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물론 아직 국내 후보지에 선정됐을 뿐이다. 본선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인도 등 10여개 국의 해외 경쟁도시를 물리쳐야 한다. 평창 세계동계올림픽도 세 번 도전 끝에 가까스로 유치했다. 이제부터 전북은 말할 것 없고 국가가 나서야 가능하다. 어쨌든 전북으로서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 덕분에 그동안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비롯해 ‘되는 게 없다’고 자조해 온 전북에 새 희망이 비쳤다. 낙후와 꼴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올림픽 국내 도시 선정을 계기로 무너져가는 전북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사분오열 갈라진 내부 갈등을 추스려야 한다. 전북의 최대 갈등은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자체 결성 문제다. 무주·진안·장수 통합이나 전북대·군산대·전주교대 통합 등도 기다리고 있다. “통합이 능사냐”고 물을 수 있으나 현재는 쪼그라든 몸집을 부풀리고 에너지를 모으는 길 밖에 없다. 먼저 완주·전주 통합부터 보자.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 이래 세 번 좌절됐다. 하지만 역사와 생활권이 같고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필요하다. 통합시가 앵커도시의 역할을 통해 전북의 구심점으로 거듭나야 전북의 살 길이 보인다. 다음으로 새만금특별지자체는 간척지 새만금과 인근 군산·김제·부안을 하나로 묶는 방안이다. 규모의 경제와 지역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절실하다. 그런데 첨예한 관할권 다툼으로 10년째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들 두 현안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군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발목을 잡아 왔다. 비록 소지역 이기주의이지만 이들의 반대는 이해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달라야 한다. 지역구의 이익과 함께 전북, 나아가 국가 전체를 봐야 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통합 창원시와 청주시는 물론 충청권과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이 통합을 통해 소멸 위기를 벗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라. 신영대·이원택 의원은 새만금특별지자체를 두고, 안호영 의원과 정동영·김윤덕·이성윤 의원은 완주·전주 통합을 두고 머리를 맞대라. 파면에 직면한 윤석열 대통령처럼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행태는 보이지 않길 바란다. 전북이 이대로 쪼그라들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번 일어설 것인지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해 보라. 올림픽 후보도시 선정을 기회로 전북도 날개를 한번 활짝 펴보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3.11 14:16

우범기 전주시장의 통합 행보를 주목한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완주·전주 통합이 이뤄질 경우 완주에 통합 시청사와 시의회청사를 비롯해 통합시 출연기관을 이전·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시장이 완주·전주 상생발전 비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 전부터 논의된 사항이긴 하나 통합에 대한 완주군민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나온 발표여서 의미가 크다. 지금 전북은 지난달 28일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돼 발전의 모멘텀이 마련되었다. 나아가 전북이 최종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다면 완주·전주 통합은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전주시는 앞으로 상생발전의 비전을 담은 분야별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전주시의 구체적 정책이 완주군민의 요구에 부응해, 통합으로 가는 길이 좀더 탄탄했으면 한다. 우 시장은 이날 통합 청사 외에도 전주시설관리공단을 완주시설관리공단과 통합해 이전하겠다고 했다. 또 전주문화재단과 전주인재육성재단, 전주시정연구원,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주시복지재단 전주사람,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 등 6개 출연기관을 함께 이전해 통합시 행정을 이끌어 갈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동안 관망 자세였던 전주시가 완주·전주 통합에 직접 발벗고 뛰어든 것은 잘한 일이다. 통합을 위한 여건은 상당수 갖추어졌다. 김관영 지사가 적극 나서고 있고 도의회에서도 ‘통합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었다. 조례안 통과로 완주와 전주가 통합되면 완주 주민들의 세금이 늘어나고 전주시의 부채와 혐오시설만 떠안게 된다는 소위 ‘3대(세금·부채·혐오시설) 폭탄설’이 낭설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게 되었다. 당초 5월로 예정된 주민투표가 탄핵과 조기대선 등과 맞물려 유동적이긴 하나 올 하반기에는 실시될 것이다. 이제는 전주시가 얼마나 양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상생정책과 함께 초대 통합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을 완주군 출신으로 보장하는 민감한 문제 등도 심도있게 논의되었으면 한다. 완주군민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반대세력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 시장은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라며 “상상 그 이상의 혜택을 드리기 위해 더 뜨겁게, 더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우 시장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자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1 13:34

삼독(三毒)

한세상을 살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옥을 살다 간다. 어쩌면 죽어야만 그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 한 生을 살며 오직 ‘나’라는 자신만을 살다 가는 것이다. 붓다는 모든 중생은 삼독三毒을 벗어나야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삼독이야말로 나의 감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아니 그것이 바로 내가 만든 그리고 스스로 갇혀 있는 나의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 탐貪, 진嗔, 치痴 삼독三毒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탐이다. 잘못된 탐심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대통령직 파면을 자초한,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어떤 사람을 보면 그렇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살아야 한다는 존재 욕구를 본능적으로 갖는다.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본능적인 존재 욕구가 있다. 그 욕구는 탐이 아니다. 탐은 이것을 이탈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나무는 싹이 튼 그 자리에서 햇볕과 물과 바람만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한 생을 살다 간다. 이처럼 모든 생물은 그 한계를 넘지 않고 사는데, 인간만이 그 한계를 넘는 탐심을 가지고 있다. 작금의 자본주의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자본의 토대 속에서 과학기술문명이 진행되면서 많을수록 좋다는 물량주의, 빠를수록 좋다는 속도주의, 나와 나의 이익이 먼저라는 개인 이기주의 같은 자본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탐욕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현대인들의 탐욕은 생존경쟁의 삶 속에서 오히려 필요한 것이며 부끄러워할 무엇도 아니라는 듯 당위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탐욕은 물질적인 탐욕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탐욕이 오히려 삶의 균형감을 더 잃게 한다. 힌두의 수행 계율 중에 ‘샨토샤’라는 것이 있다. 자신에 주어진 삶의 조건과 상황이 어떠할지라도 그것에 ‘만족하라’는 계율이다. 우리는 한 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어떤 삶의 조건에 갇히게도 된다. 멀쩡한 사람으로 살다가 갑자기 암 환자가 되기도 하고 어느날 재산을 잃고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는 것인데, 살아 있는 이승의 어느 순간에도 ‘만족하라’는 것이다. 살면서 나이를 먹고 어느덧 노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보며 ‘무상無常의 진리’를 조금이라도 느껴본 자라면 이 말을 수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숨 쉬며 존재하기만 해도 고맙다고 느끼는 만족의 순간이 있기도 할 것이다. 이것은 만족이 손에 잡히는 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부터 오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만족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으려면 불가능하지만, 정신적으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손쉬운 것이다. 이것은 포기하고는 다르다. 할 수 없으니까 그냥 현실에 만족한다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탐욕을 절제하는 높은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탐욕에 대한 집착을 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다. 담배를 끊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지만 또한 쉽게 한순간에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듯이 진리라는 것은 높고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 단순하고 쉬운 것이기도 하다. 이 탐욕을 벗어날 수 있다면 비로소 한 생을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밖에 나와 그 넓은 새로운 세상을 살며 삶의 자유로움과 생의 기쁨과 존재의 고마움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삼독의 하나인 탐貪을 벗는 것이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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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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