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메가시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는 정읍시와 부안군의 경계인 동진강 중류에서 태어나 자랐다. '배가 들어오는 평야'라는 뜻에서 유래한 배들평야에서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말, 겨울방학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서당에서 훈장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서쪽으로 30리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할 것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이 구전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서해바다 30리가 정말로 육지로 변하고 있다. 새만금의 중심은 신시도에 자리 잡게 된다. 신시도에 새만금신항만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가 형성될 것이며, 야미도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장관이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섬의 이름을 한글로 풀어보면 새만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과거로부터 전해지던 서해 30리 육지화 예언이 실현되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전주까지 이어지는 새만금고속도로를 따라 마천루가 들어설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발이 아닌,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실현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1987년 기본 계획이 수립된부터 전북특별자치도, 특히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걸고 지역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다. 새만금은 과거 황금어장이자 천혜의 자연양식장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영양분을 공급하고, 고군산군도가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조개류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던 곳이었다. 군산, 김제, 부안의 어민들은 이곳에서 삶을 이어왔지만, 새만금 개발로 인해 황금어장과 갯벌을 잃어야만 했다. 그만큼 새만금은 지역민들의 희생과 염원이 담긴 사업이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책임질 글로벌 거점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을 핵심 개발 전략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이 서로 다르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신항만과 군산항 개발을 두고도 각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에서 한목소리를 내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분열된 목소리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새만금 개발은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새만금시’가 별도로 신설된다면, 군산, 김제, 부안은 지난 40여 년간의 기대와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이대로 좌시할 수는 없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군산, 김제, 부안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구역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세 지자체를 통합하더라도 인구는 5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해양·물류·관광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단일한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의 ‘새만금 메가시티’로 통합해야 한다.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40여 년 동안 이끌어 온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새만금 메가시티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간 갈등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군산, 김제, 부안이 하나로 뭉쳐야만 새만금의 진정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만금 메가시티를 향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