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1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민감국가 지정과 한미동맹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가 자신들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국가를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제도다. 국가 안보와 핵 문제, 경제 안보 위협과 테러 지원, 지역 불안정 등 지정 이유는 다양하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미국과의 과학, 기술, 에너지와 관련된 협력에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원자력·핵무기 기술·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공유는 물론, 인력교류와 공동연구, 프로젝트 참여 등 연구 협력에 대한 제한이다. 국가 간 기술 협력과 안보에 큰 걸림돌이 생기는 결과다. 문제는 또 있다. 민감국가는 미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지만 목록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의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민감국가로 지정된 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를 비롯한 25개국. 주로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이다. 관리 기준에 따라 지정등급도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위험국가', 북한과 이란은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되어 있다. 비동맹 신흥국가인 인도,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대만 등도 가장 낮은 단계인 '기타' 등급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민감국가에 포함됐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히면서다. 놀라운 일은 민감국가로 지정된 시기다.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지만 우리 정부는 그 사실을 두 달 가까이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무엇 때문에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했는지에 대한 원인도 아직은 명쾌하지 않다. 미국 정부가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아서라지만 정부의 무능함과 외교 참사의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가 민감국가가 된 것은 지난 1980~90년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민감국가 지정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독자 핵무장 추진과 관련이 있다. 이번 지정도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핵무장론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감국가 지정 효력은 다음 달 15일부터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민감국가에 최종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지만 지정 철회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감국가 지정으로 한국은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진 탄핵 정국의 불안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국격은 무너지고 있다. 국가의 추락을 마주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길이 눈앞에 있다. 헌재의 빠른 판결을 고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3.18 16:39

서해안철도 단절구간(군산∼목포) 연결해야

서해안 철도는 한반도 U자형 국가기간 교통망의 중요한 구간 중 하나다. 이러한 교통망은 인구 이동과 물류, 관광 등이 물 흐르듯 원활해야 한다. 그런데 군산(새만금)∼목포 구간이 단절돼 있어 물이 흐르다 멈춰버린 형상이다. 이 구간이 연결되기를 주민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으나 국가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정부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물류 비용 절감 및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조속히 이를 연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연결하기 위해 정책적 결정을 촉구하는 ‘서해안 철도건설 정책포럼’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신영대·이원택·김원이·이개호·서삼석 국회의원과 전북자치도, 전라남도, 고창군, 군산시, 부안군, 목포시, 함평군, 영광군 등 지자체가 공동 주최·주관했다. 연세대 김진희 교수가 발제를 맡아 ‘서해안 철도 국가 계획 반영을 위한 전략방안’을 발표했고 학계와 전북자치도, 전라남도 관계자 등 7명이 나서 토론을 벌였다. 지자체 간의 경계를 넘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반도 U자형 국가기간 교통망은 동해안선, 남해안선, 서해안선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중 동해안선은 강릉∼부산, 남해안선은 부산∼목포, 서해안선은 목포∼고양을 연결해 남한 국토를 U자형으로 감싸고 있다. 문제는 서해안선의 일부가 단절돼 있다는 점이다. 곧 군산∼고창∼목포 구간이 그렇다. U자형 교통망의 마지막 단절구간인 셈이다. 이 구간은 단절로 인해 주민 이동권과 관광객 유치, 물류체계 비효율 등 한계에 부딪쳐 있다. 이 지역은 새만금을 비롯해 조선업, 해상풍력, 전기차, 드론, 원자력 등 국가 미래를 이끌 첨단산업 중추 지역으로 꼽히지만 정부 교통망 계획에는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윤준병 의원(정읍·고창) 등이 지난 1월 '서해안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구간은 국토균형발전은 물론 환황해권 경제·관광산업과 함께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과 물류를 내륙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반영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포럼을 통해 모아진 주민의 열망을 받아들여 한반도 U자형 국가기간 교통망의 마지막 단절구간을 조속히 연결해 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8 14:48

전북 시군, 깨끗한 도시만들기 더 힘써라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딱 하나만 든다면 그것은 바로 각종 환경의 청결여부다. 사람들이 입는 옷, 생활하는 공간 전반에 걸쳐 얼마만큼 청결한지 여부가 그 사회의 선진화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전북의 청결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낮은듯하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사는 시단위 자치단체의 경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일선 행정기관의 자세는 다소 안일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한지의 폐기물 처리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자치단체는 공한지 내 폐기물 적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결 명령이나 청결 권고 등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을 잘 살펴보면 일선 시군에서는 청결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려는 의지가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주시의 경우 도처의 사유지 공한지에는 각종 폐기물이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결 명령명령권이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이나 전주시 폐기물 관리 조례 등에 따르면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청결을 유지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청결 명령이라는 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청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00만원까지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전주시는 민원이나 갈등을 우려한 때문인지 청결명령권 발동을 꺼리고 있다.전주시의 경우 공한지에 대해 청소 협조요청을 한 건수는 2023년 97건, 지난해 89건이었으나 올들어 고작 2건에 불과했다. 물론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자치단체로서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청결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강력한 제재와 권고는 불가피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요즘 전주시 완산구 서부신시가지 일대 공한지마다 페트병, 플라스틱 커피잔, 유리병, 폐기물 등 각종 쓰레기로 가득하다. 심지어 수년간 청소하지 않은 채 쌓여있는 공한지는 주변에서 악취와 해충들이 들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춘분이 눈 앞에 다가왔다. 법적 제재 여부를 떠나 자치단체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청결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사소한 것부터 잘 처리해야 큰 성취도 빛이 난다. 일선 자치단체가 한번쯤 짚어볼 문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8 14:34

존폐의 기로에 선 전북의 운명은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이다. 지난 7일부터 공개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제목이다. 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3대에 걸쳐 어려운 현실을 이기고자 몸부림을 치면서 조금씩 생활이 우상향 곡선을 긋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들이 선택한 결정 하나하나가 훗날 삶의 궤적을 엄청나게 바꾸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의 과정에서 처한 하나의 기로(岐路)일지도 모른다. 갈 방향이 서로 다르게 나누어지는 지점을 우리는 기로라고 한다. 1543년 사소한듯해도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일거에 바꾼 중대한 기로가 있었다. 조선에서는 최초 서원인 백운동 서원이 세워졌다. 같은해 일본은 포르투갈 상인이 전해준 조총 한자루를 받게된다. 일본은 머지않아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이루고 결국 그 여세를 몰아 조선을 침략한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게 바로 기로다. 지금 지구촌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는 한반도에 있다. 6.25 전쟁직후 체결된 휴전협상 결과 미국과 소련이 밀당을 한 결과 그어진 선이다. 38선은 그때 처음 거론된게 아니다. 1904년 러일전쟁 직전 러시아와 일본은 북위 39도 선을 경계로 조선땅을 토막내 갈라 먹으려는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러일전쟁으로 치달은 바 있다. 그에앞서 임진왜란때 명나라의 심유경이 중재한 일본과의 휴전 협상에서도 명과 일본은 조선을 반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끝내 결렬된 바 있다. 힘이 없을때 야수처럼 달려드는 제3의 세력에 의해 운명이 결정됨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역이나 지방정부 역시 기로에 서게되는데 그 결정에 따라 운명은 크게 갈리게 된다. 오늘날 전북은 성패가 아닌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구태여 인구나 면적, 경제력 추이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기회가 있을때마다 잘못된 결정을 한 업보다. 숱한 오판은 비단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책임자 몇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정치적, 행정적, 사회적 책임자뿐 아니라 전북의 운명이 기로에 설 때마다 무능과 나태가 판치도록 수수방관한 민초들의 잘못 또한 결코 적지 않다. 특정 정파에 매몰된 싹쓸이 투표행태는 관행이 됐다. 그 결과 대다수 도민은 신음하는 와중에 몇몇 정치인만 꿀단지를 빨고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요즘 전북이 읍소하다시피하는 공항이나 철도 문제를 보자.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전주도심 철도 반대를 외친 대가는 결국 오늘날 전북이 철도 오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KTX 역사 위치를 결정할 때 책임있는 당사자가 일부 지역의 표에 굴복한 것이 결국 전주권이 KTX 오지로 남는 결과가 됐다. 김제공항에 대한 찬반논란,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논란, 부안 방폐장 건립에 대한 찬반논란을 거듭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오늘날 전북이 낙후를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도 새만금특별시 설치 문제나 전주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 찬반논란만 거듭하고 있을뿐 제대로 된 결론은 없다. 전북은 지금 중대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즐겁게 살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모든 걸 바꿔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도민들의 의식전환에서 시작된다. 도민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간절하게 원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설때 전북은 진정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그 시작은 나 자신의 의식부터 확 바뀌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3.18 14:07

새봄, 농촌의 특별한 일손맞이

천군만마(千軍萬馬)다.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떠나는 농촌’에 든든한 지원군이 들어오기 시작한 지⋯. 남녘의 꽃소식과 함께 우리 농촌에 반가운 손님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다. 부족한 일손을 도울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다. 각 지자체가 공항에서 이들을 인솔해 마련한 환영식에는 지역의 농업 관련 기관장과 농업인단체장들은 물론 지자체장까지 어김없이 참석해 이들을 반기고 있다. 청년이탈과 고령화로 영농기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도 전북이 요즘 ‘일손맞이’로 분주하다. 고창군이 앞장섰다. 고창군은 올해 260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달 100여명이 입국해 농가에 배치됐고, 이달에는 1500여명이 들어온다. 멀리서 찾아오는 귀한 일손을 맞기 위해 준비도 철저히 했다. 전국 최초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마련했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센터’도 설립했다. 올해는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의 상황에 정통한 계절근로자 전문관을 최대 6명까지 채용해 농가와 근로자 간 원활한 소통을 돕고, 무료 건강검진‧사랑의 옷 기부행사 등 복리증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파종·수확기 등 농어업 분야의 계절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농어촌 인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업은 점차 확대됐다. 그러더니 몇 년 전부터는 국가와 지자체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친 인구문제를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인구대책의 무게중심이 이민정책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지원 및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외국인국제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농촌에서 외국인 일손을 마냥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크게 늘고는 있지만, 지역별로 배정된 인원 범위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어렵게 구한 근로자들이 무단 이탈해 영농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이들의 인건비와 숙식비 등 고용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해 농가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농촌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민정책은 지금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다.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와 난민 유입에 대한 자국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치안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인력 확대와 이민 활성화 정책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당장 다른 대안이 없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다. 현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이탈 방지와 효율적인 체류 지원 대책이 급하다. 그래서 고창군의 준비된 일손맞이가 더 눈길을 끈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3.17 18:21

우리에게는 더 많은 노래가 필요하다

휘게(Hygge),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에는 함께 노래하는 문화 ‘펠레상(Fællessang)’이 있다. 전 세계적 재난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고립된 상황에서도 덴마크 국민들은 각자의 창가에서 같은 시간, 같은 노래를 부르며 불안을 이겨냈다 한다. 상상만해도 놀랍고 부러운 광경이다. 이한나 작가의 저서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덴마크의 성인들을 위한 학교, '호이스콜레(Folkehøjskole)'에서 사계절을 지내며 접한 ‘펠레상‘을 일러스트와 사진,글로 담아내었다. 저자는 출간 이후 매 달 한 번씩 정기 싱얼롱을 열고 있다는데, 이번 달에는 군산회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한국에 이주한 지 30년이 되었다는 오오우치 가즈에씨도 함께 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일본 노래 ‘후루사토’를 부르며, 일본인들이 봄마다 꼭 즐긴다는 사쿠라모찌와 일본 과자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베트남 교환학생과 캄보디아 가족 참가자들도 함께 자리해 다양한 고향 이야기와 노래를 나누었다. “나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네.” 정미조의 <귀로>를 들을 때는 ’좋은 노래구나’ 싶었는데 막상 가사를 직접 보며 불러보니, 어릴 적 뛰놀던 산골마을의 풍경이 떠올랐다. 그곳을 갑자기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기억, 그리움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인의 입장과 일치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덴마크는 이주자를 존중하는 사회지만, 라마단 계열의 외모를 가진 싱어송라이터 이삼 바치리(Isam Bachiri)는 여전히 “너희 나라는 어디냐?”라는 질문을 듣곤 한단다. <라마단 코펜하겐>은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도 이러한 질문이 던져지는 현실을 담고 있는데, 이 곡이 덴마크 노래집 호이스콜레송북(Højskolesangbogen)에 정식으로 수록된 일은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의미라 한다. “우리는 모두 일을 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 소중한 누군가의 가족”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를 부르면서는 지난 겨울 김제에서 작업 중 세상을 떠난 몽골 출신 노동자 강태완씨를 떠올렸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해 자란 그의 모습, 미등록 이주 아동이란 이유로 오랫동안 법적 지위를 얻지 못했던 모습,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새벽부터 피켓을 들고 서 있던 그의 어머니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한 달이 지나서야 회사는 공식 사과를 했고, 노동부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금요일만해도 3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있었다. 우리도 덴마크와 같은 ‘펠레상‘ 문화를 가질 수 있을까? 1980년대만해도 추임새를 넣으며 서로 흥을 북돋우는 노래 문화가 있었지만, 점점 개인화가 진행되며 이제 노래는 많은 이들 앞에서 부르기 어려운 것, 점수나 순위로 평가되는 경쟁의 문화로 변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러나 최근 탄핵집회 현장에서 세대를 초월해 각양각색의 빛나는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함께 불렀던 노랫소리에서 우리만의 ‘펠레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래는 우리를 연결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기억하게 한다. 우리에게 더 많은 노래가 필요한 이유이다.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기에, 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7 18:19

톡 쏘는 맛의 대이동, 군산이 새 중심지로 떠오를까?

홍어, 그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향이 상상되는 이 해산물. 톡 쏘는 맛과 특유의 향이 사람을 유혹하거나, 반대로 그 강한 특성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홍어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실려있으니 적어도 1400년대 이전부터 먹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홍어는 단순히 "그 맛"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남도 사람들의 잔칫상에서 빠질 수 없는 별미로,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홍어는 본래 흑산도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그 맛이 독특해 ‘남도 삼합’의 핵심 재료로도 유명하다. 홍어는 오래된 김치와 돼지고기,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홍어는 기운을 더해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하여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톡 쏘는 맛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군산이 새로운 홍어 집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통경로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변화가 만든 경제적 흐름일 가능성이 크다. 홍어는 차가운 수온을 선호하는 어종으로 전통적으로 서해 남부와 남해에서 많이 잡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서해의 평균 수온이 상승하면서 주요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과거보다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면서 홍어의 주요 어장이 흑산도에서 점점 위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는 홍어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해양생태계 변화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홍어가 군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군산항과 인근 어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조기, 꽃게 등의 수산물 집산지였지만, 홍어 어획량 증가(‘17년 4톤→’18년 36톤→‘21년 1,417톤)로 인해 관련 산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홍어는 숙성 과정이 필요한 특수한 어종으로 가공업과 유통망이 함께 발달해야 한다. 이미 군산에서는 홍어 전문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존의 흑산도산 홍어를 유통하던 상인들도 점차 군산산 홍어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지역 내 홍어 음식점도 증가하고 있어, 군산이 새로운 홍어 소비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어의 이동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 흐름이라면, 군산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홍어 가공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브랜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흑산도 홍어”라는 브랜드가 강한 만큼, “군산 홍어”를 차별화하는 마케팅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홍어가 군산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곧 남쪽 지역에서의 어획량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기존 홍어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해양환경 변화가 예측 불가능하게 진행될 경우, 군산에서의 홍어 어획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홍어의 이동은 기후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군산이 새로운 홍어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인지, 혹은 또 다른 해양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변동이 일어날지는 앞으로 관찰이 필요하다. 다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살아남는 법이다. 군산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7 18:19

구하라법으로 상속권을 구하라!

회사를 운영하는 의뢰인께서 최근 사고로 사망한 직원의 어머니가 보낸 ‘망자의 아버지는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망자를 부양한 적이 없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예정이니, 일단 사망보험금 등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사망보험금 등 지급금지 가처분 서류를 받고, 그 대응방법을 문의하러 왔었다. 이는 2010년 천안함 침몰로 사망한 장병과 2020년 순직한 소방관 딸의 유족 급여를 받기 위해 수십 년 만에 나타난 부모, 가수 구하라 씨의 친모가 12년 만에 나타나 상속재산의 일부를 가져간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연락 한번 없던 부모가 자녀 사망 후 갑자기 나타나 재산을 상속받는 어이없는 일을 막기 위해 소위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개정 민법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상속권 상실이 예정된 사람에게 상속재산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예방조치로 보면 된다. 즉, 이혼 후 홀로 망자를 양육한 어머니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예정인데, 다만 개정 민법 시행이 2026. 1. 1.이라 당장은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없지만, 개정 민법 부칙 제3조에서 2024. 4. 25. 이후부터 개정 민법 시행일인 2026. 1. 1.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에 대해 위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으니, 일단 사망보험금 등을 지급하지 말고 2026. 1. 1. 이후 상속권 상실 청구 결과에 따라 지급하라는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2024. 4. 25.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상속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구하라법’이 2026. 1. 1.에 시행되지만, 시행 전에도 피상속인에게 헌신한 진정한 상속인은 구하라법을 통해 상속권을 구할 수 있으니, 적극 대응하길 바란다. 박형윤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7 18:19

전라 천년도읍 정신 기리자

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온 전라도.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긍지와 자부심은 넘실대는 이땅의 주인공이다. 마한의 중심지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러 21세기를 맞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왔다. 조선 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전주에 소재하면서 호남과 제주를 관할하는 정치, 경제, 문화의 전통을 수립한 곳이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은 호남평야라는 쌀의 고장으로 맛과 멋, 풍류를 다듬은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따라서 전라북도라는 명칭은 호남의 상징이요 우리나라 풍요로운 고장으로 삶의 본질을 풍미로 새김질해온 높은 격조와 수준은 한반도의 제1봉이다. 전라북도는 그동안 128년이라는 짧지 않은 명칭을 사용해오다 지방 자치선거로 2022년 7월 1일 취임한 김관영 지사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2024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로 승격시켰다. 김 지사는 국가적 안목에서 수도권 집중과 전북지역의 경제, 인구 정체와 특별자치도 승격을 통한 행정, 재정자율권 확대, 국가 균형발전 특별회계신설 및 예산지원확대, 전북 내 특화산업 및 지역경쟁력 강화, 전북도민의 지속적인 요구와 정치적 지원 등을 내세워 중앙 정치 무대를 발판삼은 기반을 토대로 발로 뛰면서 전북특별자치도 승격을 이루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전북은 새역사창조에 독자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목적달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함은 시대의 변천과 AI라는 인공지능과 첨단과학 문명 시대에 대비하며 대망의 새만금 시대를 열어가는데도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획기적 발전의 디딤돌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과 관련해서 군산, 김제, 부안 등 3 시군의 관할권 문제로 지역 간의 갈등은 물론, 군산시에 방문한 김관영 지사와 시의원 간의 욕설 등은 볼품 사나운 정도가 아니라 상호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문제는 군산시는 새만금 신항은 군산항과 연결 운영하는 원 포트와 수변도시관할을 주장하고 있으며 김제시는 군산항과 분리, 독립된 새만금 신항으로 운영하는 투 포트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군산시는 “전북도에서 위촉한 조정위원들의 의견발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냐”며 단식 등 격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각은 양쪽의 주장에 일리는 있다고 하겠으나 현실성이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우선 새만금신항은 구역 관할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국제항으로서 위치와 수심 유지 등 종합적인 판단 아래 위치선정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현 군산항과의 연계성까지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항만 관계자들은 일단은 원 포트인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하나로 묶어 운영토록 함이 타당성이 있다는 견해들로 알려져 있다. 그에 반해 새만금신항의 독립 운영은 물류유치 등 항만운영과 관련하여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때 독자적 운영은 아직 빠르다는 의견 들이다. 단계적으로 검토해볼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놓고 군산시와 김제시는 전북발전과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지에 대해 심도 있게 미래지향적인 정치력까지도 발휘할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언젠가는 관할 구역에 상관없이 새만금특별자치시로 발전하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는 2036년 올림픽 하계대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국제경쟁에 뛰어들었다. 금세기적인 과업이다. 유치 지역 결전에서 강적 서울을 본때 있게 따돌리고 전북유치지역으로 확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에 전북도민은 전주, 완주 통합을 포함하여 지역 간의 갈등과 상호비방, 비난을 멈추고 하나 되는 도민의 화합을 이루어 전북특별자치도의 우뚝 솟는 전라천년도읍정신을 기리고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김철규 전 전북도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7 18:18

여야, 모두 탄핵 결과에 승복해야 국가안정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향후 대한민국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여와 야를 막론하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거기에 깨끗이 승복해야만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호남과 영남, 노동자와 사용자, 청년과 중장년층간 갈등과 대결은 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탄핵 문제에 대해 지금 이 나라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게 아니라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논리가 달라지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감안할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마당에 시급한 것은 탄핵 심판에 앞서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확실하면서도 결연한 의사표시가 나와야 한다. 지도부의 입장이 다르고, 정당 소속 의원들의 행태가 다른 이중적인 작금의 상황은 안타까울뿐 아니라 향후 커다란 혼란을 예고하는 중대한 시그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든, 각하나 기각되든 확실한 승복 입장을 밝히는게 급선무다. 그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있다. 먼저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탄핵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론 탄핵 승복 입장을 밝혔으나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반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 나이트'에 출연해 "(헌재 판결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민주당은 당론 탄핵 승복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고 의원들은 탄핵 촉구 여론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 대표 등으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지난 10일 국회 및 여야 정치권이 헌재 탄핵 심판 결론에 승복해야 한다는 결의안 채택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헌법상 권한에 따라 헌재가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당사자들은 따르면 되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상식이 아닌 진영논리에 의해 선악의 판단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임박해졌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책임있는 자세로 탄핵 결과에 대한 승복을 겸허한 자세로 국민앞에 확실히 밝혀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7 14:23

종광대2구역 보상, 전주 정치권이 나서라

후백제 유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전주 종광대2구역 보존이 확정된 가운데 재개발 정비사업 무산에 따른 보상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상을 위해서는 전주시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나 돈줄이 마른 전주시로서는 여의치 않아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주의 뿌리요 자긍심인 후백제 유적 보존을 위해 전주시는 물론 전주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힘을 보탰으면 한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4일 열린 전주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제기됐다. 박형배 시의원은 "전주시가 단독으로 막대한 보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풍납토성특별법처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광대 재개발사업은 전주시 인후동1가 일대 3만1243㎡의 옛 주택을 헐고 지하 3층∼지상 15층 7개동, 전용면적 33∼84㎡ 공동주택 530세대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2006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2022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20년이 걸렸으며 착공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종광대 구역은 최근 발굴을 통해 후백제 시기로 추정되는 도성벽 200m가 발견됐다. 전주부사(1942년)에서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 표기한 곳에서 실제 유구가 확인된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현재 전주시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후백제 도성 유산이다. 이에 따라 국가유산청은 재개발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현지 보존을 결정했다. 이렇게 되자 재개발조합측은 사업비와 토지비, 개발이익금 등으로 1910억원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다. 매장유산법(제26조)은 이 경우 토지 매입비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그 외의 추가적인 보상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제시대 초기 도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의 경우 2020년 풍납토성특별법을 제정해 보상한 바 있다. 종광대의 경우도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특별법이나 특별회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와 함께 정동영, 김윤덕, 이성윤 등 전주 지역구 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후백제는 비록 존속기간이 짧았으나 중세의 문을 활짝 연 역동적인 국가였다.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과 함께 전주시가 고도(古都)로 지정되면 경주 못지 않은 역사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원활한 종광대 보상 마무리가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7 14:11

광화문에서

어떤 중년 남성이 광화문에 있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조국혁신당 천막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편지를 툭 던지고 갔다. 당직자는 단순한 응원편지라고 생각하여 받았고 그분은 총총히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봉투에는 사연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후원금이 들어 있었다. "저는 6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밖에 쉬지 않고, 오후 8시쯤에 일이 끝나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대신에 통장을 털어서 작은 금액이나마 보태고자 하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세요! 만약에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차피 자유는 없어지고 민주주의는 사라지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거리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목숨은 두렵지 않습니다. 65년 정도 살았으니까요.' 전국 각지에서 토요일 광화문 집중 집회에 참석하고자 하는 열기가 뜨겁다. 며칠 전부터 토요일의 서울행 티켓은 기차든 고속버스든 완전 매진이었다. 전북에서만 전세버스가 120대 정도가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입장 휴게소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파면촉구 전세버스가 가득 차 있고 식당이며 화장실 앞에는 대기줄이 하염없이 길었다. 페이스북이며 각종 단톡방에는 실시간으로 집회 현장의 사진과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지난 토요일처럼 역사의 고비를 넘는 찰나에 광화문에 못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광화문에 갈 처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집회에 참석하여 먼발치에서 마음의 응원봉을 흔들기도 하고, 각자의 삶에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며칠 전에 바다에 던져둔 쭈꾸미 통발을 건져야 하는 어부들, 감자와 당근을 심기 위해 종일토록 발을 일구고 미리 거름을 뿌리는 농부들, 가게를 열어놓고 유튜브로 생중계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만 광화문에 보낸 저 수많은 시민⋯⋯. 그들 모두 역시 역사의 큰 흐름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강물처럼 흘러가고 모이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 역사의 거센 물결을 이뤄낸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 물결은 때로 지형을 바꾸고, 강물의 물줄기를 바꿔 놓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목숨이 물결에 바쳐지기도 했다. 지금의 이 물결을 윤석열 파면 촉구로만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구호는 윤석열 파면이지만, 물결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삶의 보편과 평등을 지켜내는 일이고, 사람과 사회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며 각자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삶의 질을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하고자 하는 불균형의 극복이며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인 것이다. 그러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가장 밝은 빛을 꺼내어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낮의 광화문은 수많은 천막과 깃발이 나부끼는, 그러나 어떤 애처로움이 바람처럼 나부끼는 술픔의 광장이라면 밤의 광화문은 수많은 응원봉으로 빛나는 빛의 광장이다. 세종대왕은 경복궁의 정문 명칭을 광화문으로 정할 때, 임금의 덕인 광(光)이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백성들의 조화(化)로운 삶으로 바뀌기를 소망했었다. 집회하는 광화문에서나 아니면 마음의 광화문 앞에서 우리는 윤석열 파면이라는 ‘광’이 이 땅에서 민주주의로 ‘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번 주에는 윤석열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나올 것이다. 그리 될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6 17:44

정읍천과 벚꽃, 시민과 함께 만드는 봄의 향연

정읍의 봄은 정읍의 도심을 흐르는 정읍천이 가장 먼저 알린다. 차가웠던 바람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강변의 나무들이 하나둘 새싹을 틔우며 봄기운을 더해간다. 특히, 정읍천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은 도심 속에서 만나는 최고의 봄 풍경을 선사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민과 관광객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정읍천을 찾아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 정읍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함께 흐르는 소중한 공간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자연경관을 품고 있으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정읍천 벚꽃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봄철 명소로 거듭난다. 벚꽃이 만개한 정읍천을 거닐다 보면, 도심 속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오는 4월 4일부터 6일까지 정읍천 일대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벚꽃축제는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시민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2,000여 그루의 벚꽃이 만들어내는 장관 속에서, 낮에는 화사한 벚꽃이 시민들을 반기고 밤에는 조명과 어우러진 벚꽃길이 한층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정읍의 다양한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장터와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지역 상인과 농가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읍천은 계절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 되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중에서도 정읍천 둔치에 조성된 미로분수는 대표적인 여름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폭 12m, 길이 36m의 대형 바닥분수로 조성된 미로분수는 더운 날씨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신나는 물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밤에는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 쇼로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여름철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시민들에게는 더위를 식혀주는 쉼터가 된다. 가을에는 단풍이 강변을 물들이고, 겨울이면 눈 내린 풍경이 또 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이처럼 정읍천은 자연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심 속 쉼터로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공간인데, 으뜸은 봄이다. 정읍천의 이러한 매력은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한다.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건강한 공간이 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순간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벚꽃이 만개하듯 정읍천도 시민들의 사랑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변모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정읍천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따뜻한 봄날, 정읍천에서 활짝 핀 벚꽃과 함께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오길 희망한다. 정읍시장 이학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6 17:44

새만금 메가시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는 정읍시와 부안군의 경계인 동진강 중류에서 태어나 자랐다. '배가 들어오는 평야'라는 뜻에서 유래한 배들평야에서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말, 겨울방학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서당에서 훈장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서쪽으로 30리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할 것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이 구전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서해바다 30리가 정말로 육지로 변하고 있다. 새만금의 중심은 신시도에 자리 잡게 된다. 신시도에 새만금신항만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가 형성될 것이며, 야미도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장관이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섬의 이름을 한글로 풀어보면 새만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과거로부터 전해지던 서해 30리 육지화 예언이 실현되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전주까지 이어지는 새만금고속도로를 따라 마천루가 들어설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발이 아닌,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실현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1987년 기본 계획이 수립된부터 전북특별자치도, 특히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걸고 지역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다. 새만금은 과거 황금어장이자 천혜의 자연양식장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영양분을 공급하고, 고군산군도가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조개류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던 곳이었다. 군산, 김제, 부안의 어민들은 이곳에서 삶을 이어왔지만, 새만금 개발로 인해 황금어장과 갯벌을 잃어야만 했다. 그만큼 새만금은 지역민들의 희생과 염원이 담긴 사업이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책임질 글로벌 거점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을 핵심 개발 전략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이 서로 다르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신항만과 군산항 개발을 두고도 각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에서 한목소리를 내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분열된 목소리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새만금 개발은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새만금시’가 별도로 신설된다면, 군산, 김제, 부안은 지난 40여 년간의 기대와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이대로 좌시할 수는 없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군산, 김제, 부안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구역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세 지자체를 통합하더라도 인구는 5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해양·물류·관광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단일한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의 ‘새만금 메가시티’로 통합해야 한다.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40여 년 동안 이끌어 온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새만금 메가시티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간 갈등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군산, 김제, 부안이 하나로 뭉쳐야만 새만금의 진정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만금 메가시티를 향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6 17:43

구급대원 폭행,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처치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구급대원들이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폭행은 그들의 사명감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응급구조 체계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이런 이유에서 검찰청에서도 구급·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 범죄는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일반 형법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119구조·구급법, 소방기본법, 응급의료법 등의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구급대원 폭행사범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전북지역에서 공무 중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모두 22명에 이르고, 같은 기간 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가해자는 모두 14명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고작 2명뿐이고, 나머지는 벌금형이나 내사종결, 무혐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은 범죄자에게 매우 관대한 나라다’는 불만 섞인 지적이 많다. 실제 흉악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계속되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 척결과 예방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질서와 안전시스템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땀 흘리는 구급대원들이 직무수행 중에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구급대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하는 사람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차근차근 쌓아올린 우리 사회 신뢰와 안전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에서 엄중 대응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6 17:43

모처럼만에 찾은 전북의 봄

해마다 봄이 왔지만 전북도민들은 허투루 보냈다. 하지만 올 봄은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탄핵정국속에서 찾은 봄이라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달 28일 다윗인 전북이 골리앗 서울과 한판 붙어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북의 승리는 열패감에 휩싸였던 전북인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준 쾌거였다. 전북은 지난 2023년 새만금 잼버리대회 실패 이후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도민들이 역량을 결집하면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기회를 만들었다. 도민들이 반신반의 했던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전북의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먼저 의식부터 고쳐야겠다.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가서 발목 잡는 일은 안해야 한다. 그간 도민들은 해보지도 않고 결과가 두려워 도전 조차도 안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나가는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봄은 생명을 틔우는 계절이라서 이번에 도민들이 찾은 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금 도민들이 큰 생각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주 전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다음으로는 새만금을 놓고 군산 김제 부안이 각기 관할권 다툼을 하지말고 특별행정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전국적인 트랜드가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밝힌대로 통합시청사나 통합의회청사를 완주군으로 한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다음으로 전주시설관리공단 등 6개 출연기관도 완주군으로 옮긴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것 갖고도 군민들의 양이 차지 않는 분위기다. 본질적인 것은 통합시장과 통합시의장을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가 공론화 되서 해결되지 않으면 네번째 하는 이번 통합작업은 기대 난망이다. 완주군민들은 공단이 잘 분양되고 인구가 불어나는 등 완주군의 시승격이 눈 앞에 놓여 있어 굳이 전주시와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아전인수식 해석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단견이다. 생활경제권이 밀접한 전주가 발전해야 완주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번기회에 전주가 통합해서 앵커도시 역할을 해야만 완주도 함께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북도가 뒤늦게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나서면서 유치후보지를 완주로 정했으면 좋겠다. 광주에 비해 뒤늦게 유치운동을 펴고 있지만 자신감을 갖고 호남권에 들어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꼭 완주로 유치해야 전북이 산다. 아무튼 통합을 이뤄내려면 전주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완주 군민들이 바라는 대로 해줘야 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도 역사의식을 갖고 톻합에 적극 개입해서 전북의 꿈을 영글도록 해야 한다. 모처럼 찾은 전북의 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전북발전의 원년으로 만드는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싯귀절이 생각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3.16 17:42

대광법 지략과 뚝심으로 꼭 성사시켜라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인구 50만 이상 도청 소재 지역도 광역교통망 신설을 지원토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상임위 통과는 법 개정을 추진한 지 5년만에 처음이다. 대광법 개정은 전북의 오래된 숙제다. 광역시를 낀 광역자치단체들은 대광법의 적용을 받아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왔다. 강원, 충북도 이 법을 적용 받아 수혜를 입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광역자치단체들은 그동안 170조원에 이르는 광역교통망을 구축했지만 전북은 단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전국 8대 광역권 중 광역권 교통망이 구축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 전북이다. 국토 균형개발과 교통 향유권, 국민 삶의 질에 차별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명백한 차별적 법이다.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이다. 전북연고가 있는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동료의원 13명이 공동 발의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은 아닌 데도 법안을 보이콧해 왔다. 다분히 정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힘에게 묻는다. 특정 지역이 십수년간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 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이상 멈칫거려선 안되다.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법사위 통과를 추동해 나아가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은 중진 국회의원들로 포진됐다. 도민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별무소득이다. 이 참에 대광법 개정으로 승부를 걸어 마땅하다. 5년 해묵은 숙제를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도록 지략과 뚝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법사위에서 대광법 개정이 저항을 받는다면 국민의힘 핵심 교통망 구축사업과 연계하는 등 밀당전략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지역간 교통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이다. 명징한 명분이 만큼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 개정을 성사시키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6 14:04

부족의 순기능

얼마 전 영화 <서브스턴스>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갔기에, 향하는 길 내내가 설렜다. 그리고 이미 관람평을 간단히 들었던지라 영화 속 특정 장면에 대한 충격이라던가, 호불호에 대한 부분은 인지하고 봤다. 그러나 암전됐던 조명이 밝아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는 동안 작품 속 묘사와 표현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영화가 표면적으로 제공한 부분 외, 나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곰곰이 고민했다.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는 <서브스턴스> 소개의 첫 문장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현재의 본인한테 완벽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거나, 자신이 목표로 삼은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다 해내는 사람이면 예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본인 그 자체에 완벽히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히 예상하는데 0에 수렴한다고 본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잠들기 전 “오전에 내가 왜 그랬을까, 아까 이렇게 이야기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매일 그날의 실수를 복기하고 부족함을 파헤친다. 이처럼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본인에게 부족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외적인 부분을 비롯해 내적인 부분까지 아주 다양한 곳에서 속속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부족에 대해 고민하며,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연히 본인 중심으로 느끼는 부족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첫 마디는 환경적인 부분에 속하는 ‘시끌벅적함’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떠들썩하던 집을 떠나 갑자기 혼자 조용히 살게 되며 느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늘 방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든, 드라마든, 라디오든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듣게 된다고 말했다. 본인도 지인과는 다른 영역이지만, 역시 부족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아직 깊지 않은 지식, 서투른 감정 표현, 주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성격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하나, 둘 따지고 보면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인간 하나에도 수십 가지의 부족이 있다. 만약 지인에게도 본인에게 느끼는 부족함만 이야기해 달라고 질문했더라면,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처럼 다들 살면서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부족함은 안고 다닌다. 그리고 이것들은 생각만큼 없애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한 가지를 보완하면, 또 다른 부족이 자연스레 따라오면서 죽을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 근원은 더 좋아지고 싶고 더 완벽해지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한 거 같다. 그리고 가만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그냥 아예 파헤쳐 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인생을 아주 긴 호흡의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기보다, 기다리고 또 기대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열망하던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초반에 언급했던 <서브스턴스> 소개 첫 문장이 다시금 떠오른다. 더 나은 본인은 단순히 남들이 원하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 더 나은 스스로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다.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스스로 사랑하자.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3 18:58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 오세요

이른 새벽 홀로 일어나 시를 읽다가 잠이 오지 않아 산책 나왔다고 말하며, 내 고민 좀 들어 주며 조금만 같이 걸어주지 않겠냐는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 텔레비전에 나와 이번에 이런 책을 읽었다고 좋아하는 총리와 장관들과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중고등학교에 강연을 가서 나는 이번 휴가 때 이런 영화를 보았다고 뽐내는 재벌 총수를 보고 싶다. 때로는 우리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한 장의 그림을 보았노라고, 어느 전시 때 본 그림을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는 정당 대표들을 지하철에서 만나보고 싶다. 거리를 걸으며 아이들과 만나 키를 낮추고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고 손에 들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해 주는 교육감을, 그리고 이 책 갖고 싶으면 주겠다고 말하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나에게 이 책 읽어보았냐고 읽던 책을 내밀어 보이는 선생님, 공무원을 만나보고 싶다. 아파트 공원 의자에 앉아 신간을 읽는 젊은 어머니 곁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싶고, 승용차 안에 읽다 만 이마누엘 칸트의 책이 있는 단체장을 만나보고 싶다. 도시의 변두리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돋보기를 코에 걸고 앉아 독서 중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곁에 누워 책을 읽다가 코 골며 잠든 기초의원들을 보고 싶고, 어느 소도시 작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젊은 연인의 잔잔한 사랑을 보고 싶다. 남의 시집을 사 들고 걸어가는 시인을 어느 거리에서 만나, 요새 읽었던 시집 이야기를 하는 시인들을 만나고 싶고, 지난번 시집 잘 사 보았다며, 나는 이 시가 좋다고 젊은 시인의 시구절을 읽어주는 노시인의 보고 싶다. 남의 소설책을 사는 소설가들을 책방에서 우연히 만나보고 싶다. 파도치고 갈매기 날아다니는 해수욕장에서, 깊은 계곡 물소리, 바람 부는 들 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나비가 앉은 풀꽃, 느닷없는 들길의 소낙비, 봄비 속에 개구리 울음소리, 이른 아침의 새소리, 푸른 산 위로 솟는 뭉게구름,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흐르는 강물 곁에서, 그런 것들과는 무심하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곁에 가만히 앉아 눈송이로 녹고 싶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어디를 멀리 갈 때는 올라브 하우게의 시집 ‘어린나무 눈을 털어 주다’라는 작고 가벼운 시집을 들고 간다. 올라브 하우게는 노르웨이 시인이다. 몇 년 전 노르웨이로 강연을 갔었다. 서점이 있는 문화 공간에서 강연 후 작가와의 대담 자리가 있었다. 대담하는 도중 나는 시집 한 권 때문에 올라브 하우게가 살았던 노르웨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번역된 이 시인의 시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우게라는 시인의 시집이 한국에서 독자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놀랬다. 하우게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과수원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평생을 살았다. 나는 작은 이 시 집의 시중에서 이 시가 좋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올라브 하우게의 ㅡ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ㅡ 전문‘ 나는 그의 시집 뒤에 실린 글도 좋아한다. ’하우게는 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은 스푼으로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먹여준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 ―로버트 블라이(시인)‘ 나는 평생 이만한 시 한 편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좋다. 이 시집을 읽게 되어서. 이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나는 무엇이 부럽지 않다. 김용택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13 18:58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