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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공단지 활성화로 지역소멸 줄여야

농촌지역의 소득증대를 꾀하기 위해 도입된 농공단지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설이 노후화되고 노동력도 부족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공단지는 청장년층의 귀농·귀촌을 유도해 지역소멸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가 요구된다. 전북자치도가 올해 50억 원을 들여 농공단지 활성화에 나섰는데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공업화정책은 1970년대까지 도시지역 위주로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국토발달의 불균형과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자 정부는 1980년대부터 농촌공업화를 통해 농촌지역에 농업 이외의 소득증대를 도모하여 도농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이를 위해 1984년부터 농공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농공단지는 472개소에 7300여개 업체, 14만9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전북에는 60개 농공단지에 1041개 기업이 입주해 1만500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농공단지는 그동안 농촌지역 경제와 고용 창출에 이바지해 왔다. 그러나 30년 이상 경과된 단지가 28개에 달하는 등 기반시설 노후화와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농공단지가 위치한 농촌 지역의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청장년층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있어 노동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물류와 교통 인프라 부족, 산업구조 변화 등이 기업 입주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디지털화가 요구되는 현대 산업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북자치도가 올해 농공단지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연 매출 10억 원 이하의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1개 기업당 5000만 원의 물류비와 폐수 배출 처리비를 지원키로 했다. 또 스마트 농공단지로의 전환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농공단지를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키로 했다.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농공단지 자체의 구조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50억원을 투입해 이러한 구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구조적 개혁을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과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해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장년층의 귀농·귀촌을 유도할 수 있으려면 더욱 그러하다. 자칫 변죽만 울리고 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21 12:30

알트론 임금체불 신음하는 근로자 살려라

YH 사건을 아는가.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바꾼 YH 사건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좀 생소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파장을 불어왔던 일대 사건이었다. YH무역은 창업자의 외화 빼돌리기, 석유 파동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일방적인 폐업을 결정했다. 이에 YH 무역 노동 조합원들은 1979년 8월 9일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그 여파는 결국 신민당 총재인 YS제명, 부마사태, 10.26으로 이어진다. 작은 공장 근로자들의 외침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누구도 없었다. 그로부터 무려 46년의 세월이 흘렀고, 대한민국은 도도히 민주화의 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지금도 3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했고, 4대 보험 역시 8개월 동안 미납되는 공장 근로자들이 있다. 월급에서 건강보험료가 공제됐지만, 회사가 이를 납부하지 않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거부당하는 일이 전세계 10대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전북 완주에 있는 알루미늄 휠 생산업체인 '알트론' 소속 노동자들의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 근로자들은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개월째 임금을 체불한 알트론 A대표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2022년 2월 알트론에서 첫 임금 지연이 발생했다. 마침내 지난해 4월부터 월급의 절반가량이 지급되지 않고 체불되기 시작했다. 공장은 전기료나 가스비 등 미납으로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2월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임금과 퇴직금 등을 합하면 체불 금액이 최소 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 근로자는 현재 보험료가 미납돼 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한다. 노동부는 현재 A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코로나 이후 부실이 심해져 회사대표는 사재 200억 원까지 투자하며 버텨보려고 했으나 한계에 달했다고 한다. 어느 회사의 경영자가 기업을 잘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근근히 버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근로자들이 설을 앞두고 거리에 나서 밀린 임금을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단순히 오너의 신병처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찾아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21 12:10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설 연휴기간, 항공권 이용시 주의하세요!

임시공휴일로 27일이 지정됨에 따라 설 연휴기간이 길어지면서 여행, 항공권에 대해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항공권 관련 소비자피해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항공권과 관련한 소비자피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최근 3년간(’22년~’24년) 설 연휴를 전후한 1~2월에 접수된 피해구제 사건은 항공권 728건이었다. 피해구제 신청이유는 ‘계약해제 관련 내용’이 55.6%(2,980건)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운항의 지연·결항 등 ‘계약불이행’이 28.9%(1,551건), ‘부당행위’ 4.9%(264건)의 순이었다. 주요 피해는 항공권의 구매 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이 부과되거나, 항공편 운항의 지연 ‧ 결항, 위탁수하물 파손에 따른 피해였다. 항공권 관련 소비자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여행지 또는 경유지의 출입국 규정 변경에 대비해 비자(사증)․세관신고서와 같은 필요 서류 및 사전 허가 조건 등을 확인한 후에 항공권을 구매한다. 판매처, 할인율, 출발지에 따라 취소위약금이 높게 책정될 수 있고, 구매 후에는 탑승객 영문명, 여권 정보 등의 예약내용 변경이 불가하거나 변경 시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출국일 전에 항공편의 일정 변경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항공편 운항 지연 ․ 결항,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등에 대비하여 구매 시 등록한 연락처로 문자메시지 또는 이메일을 받았는지 자주 확인한다. 출국일이 가까워지면 항공사를 통해 정확한 출발 시각을 확인하고, 출국 당일에는 혼잡한 도로상황 등을 고려해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한다. 위탁수하물 피해 발생(분실 ․ 파손 ․ 인도 지연 등) 시 즉시 공항 내 항공사 데스크에서 피해사실 확인서 등을 발급받는다. 골프채, 선글라스 등 파손이 쉬운 수하물은 전용 하드케이스로 포장한다. 도착후 수하물의 외부 오염이 심하거나 파손이 의심되는 경우 가급적 현장에서 내용물을 확인한 후 이동한다. 여행 중 신체적·경제적 손해에 대비해 여행자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여행‧항공권 관련 피해발생시 자율적인 분쟁해결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북소비자정보센터 282-9898 또는 국번없이 1372 상담센터로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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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0 17:51

문화예술교육의 확장, 고령화시대에 커뮤니티 아트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

2007년, 선배들 따라 처음 접했던 문화예술교육은 나에게 실천하는 예술운동으로 다가왔다. 당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현장 그 자체였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피부로 느끼게 하였던 선배들 따라 마주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 이유로 문화향유의 기회가 제한된 참여자를 위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던 참여자를 만나는 경험은 다른 사람이 아닌 여느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을 중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별다른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후 소감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쥐어짜도 나오지 않았던 말들은 경험의 축적 속에서 체화되어 이제 와 현장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배운다는 속담처럼 선배 예술가들과 함께 했던 경험은 예술이 사회를, 지역을, 공동체를 변화하는 도구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사회에 그늘이 드리워진 곳,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곳을 예술로 조명한다. 나아가 문화예술 향유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을 넘어 전시를 통해 유연한 목소리 내기, 사회적 발언의 기회를 마련한다. 이랑고랑의 창의적 나이듦 프로젝트의 기획 동기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출발했다. 고령화, 지방 소멸, 노인 부양, 노인혐오로 이어지는 사회적 위기 가운데 공동체로써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사회 품격을 높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이라 여겼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우리는 왜 나이가 드는 것을 염려하고, 동안이란 단어에 기뻐하며 안티에이징의 상술에 넘어갈까?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첫째, 현재 노인의 삶이 젊은이들에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노인이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2016년 나를 포함한 예술가와 문화기관 담당자 4명이 모여 비영리단체 이랑고랑을 설립한 후 2020년 법인을 설립하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현재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벤처로 활동하고 있다. 총 8명의 예술가 집단으로 영화, 사진, 연극, 성악,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랑고랑은 밭의 이랑과 고랑을 합친 말로 누구에게나 내재된 예술의 씨앗을 틔우는 밭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중인 본 프로젝트는 김제시 광활면 용평마을의 평균나이 85세 할머니들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림 그리기, 연극, 노래, 시니어 모델 화보 촬영 등 맞춤형 예술경험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노년층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 중심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체험 위주, 결과 중심의 프로그램들은 개인의 창의력 발상을 저하하고 수동적 노인을 양산한다 지적하고 참여자들이 능동적인 참여형태를 가지며 잠재적 역량을 키워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죽는 날 받아놨다 말하며 밥 먹고 몰래 잠들다 저세상 가는게 소원이라는 어르신들은 우리와의 만남을 ‘살아서 만나는 천국’이라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이유, 고령화를 대비하는 중요한 사례로서 6년차를 맞이하는 이랑고랑의 예술적 실천을 앞으로의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황유진 대표는 김제시 청년정책 위원장, 한국기초조형학회 학술연구분과 부회장, 전북특별자치도 도시재생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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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0 16:55

도내 주택시장 양극화 현상 심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 정국은 정치, 경제적 리스크가 확대 되면서 전국의 주택시장은 거래량 감소와 함께 매물은 쌓여가고 급격히 수요가 위축이 되고 있다. 전북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유동성 자금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지인, 2030세대, 법인, 현지 투자자들까지 가세해 연일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제 후유증으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부동산 아실 플랫폼에 따르면 여전히 미분양이 지속되면서 군산은 한 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약 1290세대인데 반해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7344세대가 공급된다. 익산 역시 9300세대가 입주 예정에 있다. 전주는 이와는 달리 한 해 입주물량이 약 3200세대인데 반해 2026년에 고작 268세대에 그친다. 도내 주택시장 양극화는 여전히 심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법은 없는 걸까?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역은 금융 세제혜택은 물론 과감히 규제를 풀고 양질의 주택을 매입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공공이 공급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내수활성화와 경기 회복은 물론 도미노 현상까지도 막을 수 있다. 전주시는 이와는 반대로 신규주택 공급 가뭄을 겪고 있다. 지금 당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당분간 수요가 위축 되겠지만 가격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첫째,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둘째, 부지 확보가 어려워 재개발, 재건축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셋째, 전세 사기 여파로 가격이 획일화된 아파트를 선호하고 넷째는 아직도 전, 월세 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조정국면을 거쳐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전주. 완주 통합으로 인한 흔들리는 주택 가격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시장 정상화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당근과 채찍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대책과 원인을 찾아 물꼬를 터줘야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으로 갈 것이 아닌가. 이제는 주택시장도 변하고 있다. 실수요자들도 이제는 주거의 목적보다도 투자 내지는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오를 때도 중요하지만 내릴 때가 더 피해가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결국에는 신용불량이나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다 보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크기 때문이다. 여러 번 규제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주택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전 국토가 투기장으로 변해 버린 아픈 기억도 우리에겐 차고 넘친다. 누구나 공감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우리는 요구한다. 주택시장 이란 게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여러모로 가져다주는 교훈이 늘어만 가는 대목이다. 시기적으로 엄동설한에 맨발로 강을 건너야 하는 살 떨리는 엄혹함이 놓여 있다. 모두 등에 업고서 강을 건너도록 하려는 노력과 희생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누구라도 쉽게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하는 교량공사로 해결해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여러모로 고민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관련된 모든 업종에 줄도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민·관이 어느때보다도 함께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필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노동식 전 전북도회장은 전주시 부동산평가 심의위원을 역임했고 MBC·SBS·KBS 부동산 패널, 한국부동산원 상가·주택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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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0 16:55

무신불립과 지도자

무신불립(無信不立)은 지도자의 첫째 덕목으로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안연(顏淵)편에 나오는 공자의 정치 철학이다. 공자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논하며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말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국가의 통치에 이르기까지, 신뢰가 없이는 어떤 것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공자의 철학적 선언이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자공이 공자께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식량이 풍족하고, 군사가 풍족하고, 백성이 신뢰하여야 한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셋중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공자는 먼저 군사를 버리라 하였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나머지 둘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공자는 식량이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누구에게나 죽음은 있게 마련이며,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위 내용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라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며 농경사회의 시대적 환경을 감안하면 사실은 백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식량이다. 먹을 것이 있어야 사람들은 생활을 유지하고 정부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먹는 것이 정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국가의 병력은 국가간 전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재산을 보호한다. 그러므로 병력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공자는 식량과 군사도 중요하지만 지도자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나라가 망하게 되기 때문에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피력하였다. 공자는 또 논어 위정편에서 “사람이 신의가 없다면 그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큰 수레에 멍에가 없고 작은 수레에도 멍에가 없다면 어찌 수레를 끌고 갈 수 있겠는가? 소나 말에 멍에가 없다면 어찌 수레를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 ‘멍에 없는 수레가 제구실 못하고, 신의 없는 인간이 제구실 못한다’고 하였다. 공자의 가르침대로 ‘무신불립’은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평소 인간관계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무신불립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 국가 전반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업이 고객과의 신뢰를 잃으면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하게 될 것이다. 지도자와 국민, 국민과 국민 간의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신뢰가 깨지면 관계는 더 이상 온전히 유지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정당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작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정부와 국민이 적대시하고 무장한 군인이 국회와 정부기관을 장악하며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이에 국민과 국회의원은 비상계엄 해제와 탄핵을 주장하였고, 결국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어 대통령으로서 직무가 정지되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고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엄중한 시기에 순자(荀子)의 교훈이 생각난다. 순자는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라고 하였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고,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입으로는 온갖 좋은 말을 하면서도 정치적 계산만 하고 탐욕의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국민이 지도자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앞으로 공직자나 국민이나 모두가 공자의 대표 사상이자 철학인 무신불립을 마음에 새기고 명심한다면 우리는 더 좋은 사회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세환 고창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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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0 16:54

민생회복지원금과 구휼미

“왜 우리는 안 주나요.” 설 명절을 앞두고 이곳저곳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 지자체가 다시 돈보따리를 풀기로 하면서다. 꽁꽁 얼어붙은 골목상권을 녹이기 위한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당장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이 ‘돈 풀기’ 경쟁에 동참할 수 있는 지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전북지역 지자체가 유독 많다. 전북에서는 김제와 정읍·남원·완주·진안 등 5개 시·군이 전체 주민에게 1인당 20~5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아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역인데 어떻게 수백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23.51%)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다. 또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진안(6.69%)이 전국 꼴찌다. 당연히 논란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임이 최대 관심사인 일부 단체장들이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 선심행정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단체장 3선 연임 제한’에 걸리는 익산과 임실은 전 주민 민생지원금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골목상권 살리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원금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과거 조선시대 극심한 흉년이나 재난으로 백성들이 굶주릴 때면 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라에서 쟁여 놓았던 곡식을 ‘구휼미(救恤米)’라는 이름으로 풀었다. 심각한 기근으로 세금을 내야 할 농민들이 농사를 때려치우고 정처 없이 유랑하는 사태, 즉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민생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골목상권은 붕괴 위기에 몰렸다. 골목상권, 서민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대판 구휼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곳간이 텅 비어 있는데 대책도 없이 빚을 내 모든 주민에게 곡식을 펑펑 내주는 지방관을 칭송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난해 말 국회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대폭 감액하면서 지자체의 살림이 더 힘겨워진 상황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민생지원금을 풀기 위해 다른 사업비를 대폭 축소하거나 올 한해 각종 재난에 대비해 남겨둬야 할 예비비를 전부 끌어와야 하고,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무리한 지원금은 자치단체 살림에 큰 부담을 주고, 그 빚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당장 주민생활 안정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현안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염불보다 잿밥’이거나 ‘부화뇌동(附和雷同)‘식의 결정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당장의 현금에 매혹될 게 아니다. ‘우리는 왜 안 주냐, 이사 가겠다’며 지자체장을 압박할 일도 아니다. 주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1.20 16:54

법치주의 파괴하는 폭동세력, 엄벌해야

용서받지 못할 법치주의 파괴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내란죄의 우두머리로 지목되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에 대한 불복은 말할 것 없고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판사를 위협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앞으로 탄핵심판이 진행될 헌법재판소와 형사재판이 벌어질 법원에 대한 공격도 예상된다. 이들 극력 행위자들을 붙잡아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이들을 옹호하고 선동하는 정치권과 종교계 인사들도 발본색원해 냉정한 법의 심판을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일대 사건은 19일 새벽 3시께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시작되었다. 사상 초유의 사법부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법원 청사에 난입해 법원 외벽과 유리창을 깨부수고 소화기를 난사하는 등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법원 집기를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겠다면 내부를 활보하는 등 법원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 사태로 경찰 40여 명이 다치고 90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이번 폭력사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추종자들이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2021년 1월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것과 빼닮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바로 국회에서 해제 결의가 있자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50일 동안 거짓말과 책임 전가, 버티기로 일관했다. 검찰총장을 지내고 2년 8개월 동안 이 나라를 통치한 사람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정도로 법을 짓밟는데 앞장선 것이다. 또한 자기 정치에 골몰하는듯한 변호인과 ‘아스팔트 극우’의 대표격인 전광훈 목사 등 조력자들의 책임도 이에 못지 않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황교안 전 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극단적인 선동으로 막대한 슈퍼쳇(후원금)을 챙기는 극우 유튜버들도 과격행동을 부추겼다. 이같은 폭력행위는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대외신인도를 추락시키는 주범이다. 수사 및 사법당국은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호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20 15:37

청탁 일삼는 도의원 당장 수사하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지방의회에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 업자를 불러다놓고 공직자에게 으름장을 놓으면서 청탁을 했다고 한다.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었으나 그냥 넘어간 것이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만드는게 아닌지 우려된다. 오죽하면 일부 도의원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위와 부정부패의 온상인양 손가락질하는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릴때가 있다고 하소연하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당 차원의 징계운운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법의 엄정함이 살아있음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 검찰이나 경찰에서는 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당장 수사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공익이 아닌 특정업자의 사익을 추구한 것이 의심된다면 수사를 주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며칠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2명이 전북자치도 공무원 일부에게 수십억원대 에너지 관련 사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예산을 깎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3선인 A의원은 지난달 20일 도 회계과 직원 몇몇을 본인 사무실로 불러 'FECO'로 명명된 공공기관 냉·난방 자동관리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원격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청사에 적용하면 해마다 4억원가량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스템 설치비는 약 30억원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자리에 사업을 제안한 업체 관계자가 동석했다는 거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당 B의원도 본인 사무실에 업자가 있는 가운데 도 공무원 여럿을 불러 FECO 설치 검토를 요구했다. 다행히 해당 부서는 “타 지역 사례를 조사한 결과 FECO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이들 도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도의원이 업자가 있는 자리에서 공무원에게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해당 도의원들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시스템을 소개한 것일 뿐 공무원을 협박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군색하기 짝이없다. 오죽하면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과 한국노총 전북본부 산하 연대 노조 지부장들은 지난 17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탁 논란이 불거진 전북자치도의회 의원들을 비판하고 공개 사과를 촉구했겠는가. 이들은 민주당 도당과 의회 차원의 제대로된 조사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발 등도 강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못난 송아지 엉덩이 뿔난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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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20 11:10

촛불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새옷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혹한의 겨울보다 춥고 불안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 12월 3일 늦은 저녁 뉴스를 보려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고 없는 등장과 비상계엄선포는 지나간 흑백영화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화면이었다. 국회를 포위한 경찰과 몰려간 시민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국회의원들과 헬기 타고 나타난 무장한 군인들 생중계로 방영된 광경들은 45년 전 암울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하지못한 세대에게는 이상한 밤이었으리라. 과거 계엄과 국가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70년대 유신 독재와 80년대 군부독재의 공포와 트라우마로 과거를 되살리며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계엄 사령관이 사인한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국회의원을 적으로 간주해 체포하고 폐쇄하려 했다. 또한,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국민의 귀를 막으려 했음이 밝혀졌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파업을 금지하고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다행스럽게 불법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의 소극적 태도와 시민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국회의원들 계엄해제 결의가 가능했다. 내란 쿠데타는 저지되었으나 이어 닥친 경제 한파는 서민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위태롭고 불안한 우여곡절이 없진 않지만 내란 일당들은 줄줄이 체포 구속되고 과거와는 다르게 큰 희생 없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계엄으로 가장 상처가 깊었던 호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 무섭게 한해를 이틀 남기고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날벼락 같이 겪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세월호 이태원 등 반복되는 참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예견된 사고임을 확인한다. 정작 책임져야 할 높은 분들은 빠져나가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안 되니 국민은 불신한다.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우수한 교육수준 높은 문화예술과 민도를 세계가 부러워한다. 내란을 주도한 사람들의 면면은 최고의 학교에 수석 입학 수석졸업자들이 즐비하다. 엘리트 리더들에게 믿고 맡긴 국가가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국민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력집중 제왕적 대통령제만이 최선인가? 재난 안전 시스템은 대형 참사가 거듭되는 이대로 좋은가? 경제적 부는 커져 있는데 가난으로 내몰리는 서민경제 양극화는 해결 불가능한가? 광장에서 추위를 견디며 촛불을 들고 매번 바로잡았던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을 약속하고 집권한 권력에 의해서 외면되온 현실은 어쩔 수 없나? 37년이 지난 6공화국 체제는 변화된 나라 안팎의 환경과 성숙하게 자란 대한민국 몸에 맞고 지속할 수 있는가? 이제 국민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정치는 삼류인데 나라는 국민에 의해서 일류로 향해 굴러간다는 냉소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엘리트 리더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허상을 확인했으니 대중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7공화국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내란세력의 철저한 단죄와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새 시대의 설계도 미룰 수 없다. K-PoP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역사의 한복판에 등장한 이 땅의 젊은 주인들에겐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새 옷이 필요하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권력만 이동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 멈출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바꾸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조준호 석좌교수는 제6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냈으며, (사)ESG코리아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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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9 16:56

첫돌을 맞은 전북특별자치도, 안전의 격을 높이다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1년 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동안 전북소방은 여러 도전 속에서 도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걸어왔다. 지난 1년,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농·산어촌 중심의 지리적 특성과 초고령화 사회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도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변화들을 이끌어냈다.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안전한 전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재난 대응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첫째, 현장 중심의 실전형 재난 대응체계를 확립한다. 전국 최대 규모의 표준 실물 화재 훈련시설(5종)을 구축하고, 가상현실(VR) 훈련을 도입해 실전형 훈련을 본격화한다. 또한, 긴급차량 우선 신호제어 시스템을 확대·운영하고, 소방드론팀을 활용한 입체적 재난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특히, 전북특별법을 발판삼아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 맞춤형 소화장치를 설치해 산림인접 마을 등 소방 취약지역의 자율 화재방어체계를 구축한다. 둘째, 도민과 함께 안전한 소방환경을 만든다 지하전기차 충전구역 화재안전성 확보를 위해 충전시설 지상이전이 불가능한 공동주택에 화재안전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전통시장에는 지능형 출동시스템을 도입한다. 또한, 재난에 취약한 계층에는 맞춤형 안전물품을 지원하며, 농촌주택과 쪽방 거주자에게는 안전교육과 현장방문을 실시한다. 화재로 집을 잃은 도민에게는 긴급복구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필요 시 주택 수리 및 재건축을 돕는다. 아울러,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설계도면 사전검토제를 운영을 위해 소방본부에 건축민원전담반을 신설한다. 셋째, 119서비스의 효율을 높인다 전북형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본격 가동하며, 2025년 신설된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이송병원 선정, 응급환자 의료상담 등을 통해 119구급상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응급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구급서비스 지원을 확대하고, 응급의료취약지역에 다기능 순찰차와 의용소방대를 배치해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신고자에게 출동차량 이동 정보와 도착 예정시간을 안내하고, 재난 상황별 맞춤형 행동요령 영상을 제공하여 구조·구급 골든타임을 확보하며,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3자 통화 수어 통역서비스도 제공한다. 넷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소방조직의 기반을 조성한다 MZ세대 소방공무원을 임시 감찰관으로 지정하는 ‘2030 감찰관’ 제도를 도입하고, 고위직의 청렴도를 평가해 솔선수범을 유도한다. 다자녀 공무원에 대한 전보기준을 유예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가족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한다. 업무 공백 방지를 위해 별도 정원을 충원하는 한편, 구급대원 기간제 근로자를 배치한다. 8개 소방서에 영양사와 조리사를 배치해 전문 급식환경을 제공하고, 소방본부와 소방기관에 주·부식비를 지원한다. 한 해 동안 소방본부는 도민 누구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도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올해도 혁신과 발전을 통해 더 나은 안전 환경을 제공하며, 전북특별자치도 안전의 격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도민과 함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전북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이오숙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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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9 16:56

군민과의 7가지 약속 이행에 자부심 가져

열린광 군민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푸른 을사년 새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이 가득한 한 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해 임실군의회는 9대 의회 개원과 함께 군민께 드린 7가지 약속을 지켜낸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약속 내용은 의회 방송 개설과 민원갈등 조정위원회 및 행동강령 자문위원회 설치, 의회 내 연구회 활성화를 구축했습니다. 또 의정활동 보고회와 주민과 함께하는 토론회 개최,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농업예산 확대의 내용입니다. 의회 인터넷 방송은 의원들의 다양한 의정 활동을 군민이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개설했습니다. 여기에 1인 가구 사회안전망 구축과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도 제정해 노령화되는 농가경영 안정에도 기여했습니다. 특히 소통하는 통합 의회 실현을 위해 지난 해 11월에는 남부 6개면(강진, 청웅, 덕치, 삼계, 지사, 오수)을 순회하며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200여 명의 주민께서 참석하셨고 59건의 소중한 의견을 청취해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펼쳤습니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회 실현을 위해 내부적인 토론문화 확산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연구단체 구성과 직무교육 연수도 마쳤습니다. 아울러 임실지명바로세우기연구회를 구성해 애향 정신 고취와 올바른 역사인식을 확립하고 임실교통복지연구회도 구성해 교통복지에 앞장섰습니다. 올해는 첫 의정활동으로 지난 13일에 서울 강서구의회와 자매결연을 체결, 교류를 촉진하고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임실군의 우수한 농특산품을 강서구민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이들에 치즈테마파크와 옥정호 출렁다리 등 힐링 공간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특히 올해는 ‘임실방문의 해’로서 집행부가 천만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어 임실군의회도 적극 보조를 맞추겠습니다. 비상 계엄과 탄핵 등 연말연시에 불안한 시국이지만, 올해는 임실읍과 성수면 등 나머지 6개 읍•면에 대한 순회간담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의회가 직접 군민 곁으로 현장에 찾아가 군민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의정에 반영하여 실천하고 행동하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지방의회 의원들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리 임실군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부패방지 교육’과 성희롱 방지,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 등 4대 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했습니다. 매년 반복 수강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도덕성 문제에 대하서도 철저히 예방하겠니다. 군민 여러분! 관광백년을 설계한 올해에는 건강하고 행복이 가득하며 모든 일이 성취되는 뜻깊은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군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의정활동을 위한 옳은 길을 가려면 견제와 비판은 필수입니다. 임실군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의회',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의회',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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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9 16:56

전북 관광 활성화, 교통‧숙박 인프라 확충부터

관광산업은 지역 개발과 자원 보전,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발전을 이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각 국가와 지자체에서 관광산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새로운 인구 개념으로 관광이나 통근·통학 등의 이유로 해당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를 포함하는 생활인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전북이 풍부한 문화유산과 우수한 먹거리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교통과 숙박 인프라가 열악해 관광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최근 발표한 ‘전북지역 관광산업의 특징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지역 업체당 관광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6%로 전국 평균(7.6%)을 크게 밑돌았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관광산업 매출액 비중 역시 0.7%로, 전국 평균(1.0%)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머물고 이동하는’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한옥마을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 관광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한 전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관광 인프라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북지역의 열악한 교통환경은 지역사회의 오랜 논란거리이자 현안 과제다. 우선 수도권 등 원거리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광역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 시급한 과제는 성과 없이 다시 해를 넘긴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광법)’ 개정안 처리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광법에서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해서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됐다.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대광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서해안 관광시대를 열기 위해 아직 남아있는 군산~목포 구간 서해안철도 건설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함께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지역 대중교통 체계 개선과 관광지 주변 주차난 해소, 그리고 대규모 관광숙박시설 확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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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9 16:53

빈 껍데기는 가거라

12.3 윤석열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달여가 지났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멘붕에 빠져 멍해 있는 것같이 보인다. 해가 바뀌면 새해에 어떤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 가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아직도 안정이 안된 탓이지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 그날 밤 너무도 놀란탓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지금은 이념적으로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통상 사람을 평하거나 판단할 때 신언서판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학벌이 판치는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를 중요시 하게 여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역도 무척 따진다. 탄핵시계가 빨라 지면서 올 대선을 벚꽃이 필 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에서 탄핵 판결을 하면 2개월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벌써부터 여야 양측이 대선이 치러질 것을 대비해서 전략짜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국힘은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대로 부각,선거법 항소심 판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민주당 등 야권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직도 계엄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가슴 한켠에는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별의별 짓을 다 겪을 수 있다면서 만약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제대로 된 인물을 뽑겠다는 각오들로 넘쳐난다. 이제 우리사회도 껍데기만 보고 평가하는 사회가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들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듯 그 만큼 사람 속내를 알기가 여간 쉽지 않다. 통상 사람을 평가할때 학경력 위주로 유무능 한가를 가리지만 겉만 보고는 제대로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속빈강정이란 말이 있듯 겉만 번지르르 한 것 갖고 평가하면 자칫 실수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어중이 떠중이들이 선거판물을 흐려 놓고 있다. 깜냥도 안되는 함량미달들마저 선거판에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깐족거린다. 지역에서는 그 사람의 인물됨됨이가 깜냥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진다. 도지사나 교육감도 똑같다. 느닷없이 천둥에 개 뛰어드는 것처럼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 국민들은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어떤 국가적 피해를 당하는가를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불상사를 겪지 않도록 인물을 잘 뽑아야 할 것이다. 전북에서는 익산시장 자리가 가장 뜨겁고 치열하다. 정헌율 현 시장이 3선인 관계로 다시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놓고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 건교부 제2차관이었던 최정호 전 부지사, 행자부 차관이었던 심보균 익산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그리고 신인가점을 노리고 벚꽃필 때 출마선언할 최병관 행정부지사 등이 거론된다. 월드컵 축구처럼 예선 전 때는 강팀이 맞붙지 않지만 토너먼트로 올라와 결승 때 일합을 겨뤄야 하는 것처럼 민주당 경선을 놓고 한판 대결이 벌써부터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알맹이가 틀실한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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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1.19 16:52

지역 차원의 진료공백 대책 제시하라

설 연휴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 등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다.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를 '설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정하고 문 여는 병원, 약국 운영현황을 점검·안내하겠다는 것이나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및 응급의료행위 가산, 거점 지역센터 운영, 비상 진료평가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밝힌 것은 설 연휴 진료공백으로 인한 혼란과 생명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추석 당시에도 고위험 산모, 신생아 등에 대해 조속한 이송·전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뜻대로 이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환자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설 연휴는 최소 6일에서 최대 9일에 이른다. 최근 호흡기 질환 환자가 크게 늘고 치료도 장기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시설에서 비중증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최대 과제로 부상해 있는 것이다. 관건은 의료인력과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정부가 아무리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의료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의료기관의 능동적인 대응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북지역 의료현황에 따르면 전공의는 현원이 415명인데 비해 출근자 수는 33명(출근율 8%)에 불과하다. 레지던트 역시 현원은 313명이지만 출근자 수는 30명(출근율 9.6%)에 그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진료수가 추가 인상이나 응급실 1대1 전담관 배치 등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호흡기 감염병과 관련,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없어 이 역시 전시적인 대응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지역실정은 지역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지역 차원의 촘촘한 대책을 마련,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북특자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는 지역주민들이 안심하고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응급체계 확보 등 지역 차원의 실행계획을 제시하길 바란다.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협 받는 일이 있다면 의료당국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19 13:54

두려워도 한 발짝

대학가의 비좁은 한 자취방, 어두운 공간 속 휴대전화 불빛은 오늘도 환하게 켜져 있다. 부지런히 하루를 보낸 후,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것은 이제 하루 끝의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부지런히’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나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누워 꽤 오랜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다 보면 어느새 훌쩍 지난 시간에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작디작은 고철 덩어리에 붙잡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잠을 청해야 한다는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다. 그렇게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눈을 감으며 다짐한다. “아, 내일은 진짜 10분만 보고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책을 열 페이지라도 보고 자야지. 아직 1월이니까 올해 진짜 달라질 수 있어.” 1월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으로 우글우글 모인 집합소 같다. 누구는 담배를 끊겠다고 몇 년을 거듭하며 마음을 다잡고, 누구는 연애하겠다고, 또 누구는 올해 저축을 잘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올해 1월, 나는 성인으로서의 세 번째 삶과 맞닥뜨렸다. 스무 살의 1월은 생각보다 아쉬운 입시 결과에 쌉싸름한 감정이 절대적이었고, 스물한 살의 1월은 조금씩 대학에 적응해 가는 나의 모습에 만족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스물두 살의 1월은 조급한 마음으로 가득한 듯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대기업에 취업하고, 거금을 들여 유학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이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들처럼 작아진다. 특히 밤이면 밤마다 보는 인스타그램이 이런 나의 소심한 마음을 더욱 자극한다. 물론 인스타그램에 무언가를 올리는 것은 인간의 과시 욕구에 기저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보다 훨씬 잘난 타인을 비교하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 큰 구멍이 뚫려 허한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감정은 허하지만, 영혼만큼은 수분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바닥 끝으로 내려가고, 또 한없이 내려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쿵’하고 무언가에 부딪힌다. 그럼,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저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이 큰 의미 있는 시간일까?” 얼마 전, 스무 살 1월에 기록한 수첩을 읽어봤다. 나의 수첩은 단순 일기장 개념이 아니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목표 등을 적어 놓은, 이 세상에서 그 당시의 나를 가장 잘 아는 ‘이예령 스무 살 종합 백서-1월 편’인 셈이다. 읽다 보니 고작 한 달의 기록임에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감정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어느 쪽은 이 세상에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는 전부 모아놓았고, 또 어떤 쪽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때는 심각한 고민이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이런저런 혼란스러워하는 감정들이 전부 귀여웠다. 이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걱정들도 몇 년 후면 다 귀여워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기 가득했던 영혼의 솜이 보송하게 마른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1월은 새로운 생각과 마음가짐의 집합이다. 여러 생각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스물두 살 1월에 느끼는 조급함이 나쁜 거 같지는 않았다. 조급함을 느낀다는 것은 본인이 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고, 이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을 뒤따라갈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감정을 절대 가벼이 하지 않고 두려워도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 △이예령 편집장은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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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8

새들의 시

아침밥 먹고 빨래 개서 옷장에 정리하고 빨아 놓은 빨래를 거실에 잘 털어 널었다. 빨래를 널거나 소파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는 내 모습을 내가 생각하면, 내가 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보르헤스’의 시를 읽다가 시집을 배 위에 올려놓고 이불속에 누웠다. 방바닥의 따사로운 온기가 몸으로 전이 되어 왔다. 내 몸과 이불 속의 온도가 일치되는구나, 하면서 정신이 가물가물 스르르 잠이 들었다. 포근한 온기로 푹 잤다. 낮잠을 길게 자고 일어나니, 겨울이 겨울 같다. 몸이 환하게 개여 가뿐하였다. 밖에 나갔다. 하늘이 청명하였다. 정말 맑았다. 고개를 들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둘러보았다. 산 능선들이 선명하다. 눈부신 겨울 하늘이다. 오랜만에 본 하늘 같다. 강을 건넜다. 낙엽이 쌓여 있는 오솔길을 걸었다. 참나무 잎이 수북하다. 참나무 잎은 두껍고 미끌미끌하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바스락 소리가 듣기 좋다. 자꾸 뒤가 돌아보아진다. 강길인데, 어쩐지 깊은 숲속 길 같다. 물속에 잠긴 돌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한번도 말을 해 본 것 같지 않은 물속 돌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자갈들이 밟히는 길이 끝나고 흙길이 나타났다. 따뜻한 양지다. 흙 위에 낙엽들이 쌓여 폭신폭신하였다. 멧돼지들이 땅을 뒤집어 놓았다. 뒤집힌 땅이 마치 서툰 사람의 괭이질 솜씨 같다. 든든하게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막강한 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도 저렇게 삶에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들은 비겁하지도 않고 다른 나무를 속이지 않을 것 같다. 따로 무엇을 강하게 주장 하지도 남을 욕할 것 같지도 않을 것 같다. 누구를 지저분하게 이기거나 누구에게 비굴하게 지지 않을 것 같다. 불의를 모를 것 같은 반듯하고 당당한 나무들 곁에 서 있으면 내가 졸아든다. 오래된 나무들은 아무 데나 서 있어도 넘볼 수 없는 고결한 인격을 갖춘 상상 속의 어떤 인물 같다. 내가 사는 마을 앞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150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 사셨던 서춘 할아버지가 심었다고 한다. 서춘 할아버지는 평생 홀로 사셔서 자손이 없다. 이 느티나무가 할아버지의 자손이다. 느티나무의 천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이 느티나무는 살아 숨 쉬는 나의 책이다. 나는 이 나무를 78년째 바라보는 중이고, 77년 동안이 나무 아래를 지나다녔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이 나무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지금도 봄이 오면 까치가 집을 수리하고, 새잎이 피고 꾀꼬리가 날아와 운다. 여름밤이면 둥근달이 나무 위를 지나간다. 가을이면 단풍 물든 느티나무 잎이 강물에 떨어지고 겨울이면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이 쌓여 놀라운 마을 풍경을 그려준다. 이 느티나무는 해마다 새로운 정부를 세워주는 나의 나라다. 날이면 날마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시를 써주는 놀라운 ‘시 나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게 인문이다. 보고 배우고 익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 사람을 귀하게 가꾸며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게 책이라면 내게 이만한 책이 없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씻고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서 보여 주는 이 책은 공부도 하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고, 책도 안 읽는다. 지금도 강 건너 큰 소나무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나는 이 나무가 불러주는 시 한 편을 받아 적었다, ‘나무는 정면이 없다/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나무는 언제 보아도/ 완성되어 있고 /언제 보아도 다르다/ 나무는 경계가 없어서 /자기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받아들여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 달이 뜨면 달이 뜨는 나무가 되고/새가 날아 와 앉으면/ 새가 앉은 나무가 된다/ 나무는/바람의, 눈송이들의, /새들의/詩다’ -졸시‘새들의 시’ 전문.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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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7

해외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절세가 될까

얼마전 찾아온 의뢰인은 꾸준히 미국주식에 투자를 해왔습니다. 1억원을 투자한 주식이 3억원까지 올라 매도를 고려하였으나 해외주식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담이 되어 고민이라고 합니다. 배우자에게 해외주식을 증여 후 매도할 경우 양도세를 부담해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게 되어 상담을 의뢰하였습니다. 국내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대주주가 아니라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세금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나 해외주식의 경우 해당연도의 양도차익이 250만원 초과하게 되면 초과액의 22%의 세금을 부담해야합니다. 의뢰인은 1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같은 해에 모두 처분한다면 2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여 대략 4400만원의 양도세를 부담해야합니다. 만약 배우자에게 증여 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될까요? 의뢰인이 최근 10년간 증여한적 없는 배우자에게 현재 시가 3억원인 주식을 증여했다고 했을 때 배우자는 6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여 증여세를 내지 않고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그 주식을 3억원보다 같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양도세가 없습니다. 배우자에게 증여하여 4400만원을 절세하는 셈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라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받은 자산을 일정기간 안에 양도하는 경우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계산하는 규정입니다. 2024년까지는 부동산등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으나 2025년부터는 주식에도 적용이 될 예정입니다. 만약 의뢰인이 2025년 이후에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1년안에 매도한 경우에 배우자의 취득가액은 3억원이 아니라 의뢰인이 취득한 1억원으로 양도세를 계산하여 절세가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취득가액 3억원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증여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매도 해야 절세가 가능하다는 점을 숙지해야합니다. /조정권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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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7

벚꽃 동네를 행화촌으로 바꾼 이야기

'행화촌'이란 말은 옛사람들이 주막집을 은유 한 말이다. 은유란 말은 암유(暗喩)란 말과 동의어인데, 그 '아름답게 숨겨짐'을 이미지로 씌운다. 이런 주막집이란 으레 길손 나그네가 가만가만 찾아들게 마련인, 적막한 시골길 외딴 길섶 어디쯤에 없는 듯이 자리한 칸막이 초막집이다. 외로움으로 마냥 눈시울 붉힌 주모 아낙 하나 덩그러니 뜰을 지키는 주막이다. 궁색한 나그네에게는 돈이 없어도 그냥 탁배기 한 잔 쯤은 넌즈시 정내미로 건네는 소박한 주막 말이다. 실바람으로 머릿결 살랑이는 청보리 이랑이 시야 가득 펼쳐지고, 언뜻 초막을 비껴 살구나무 한 그루 산뜻하게 서 있다. 느긋이 봄기운이 만창할 때 저녁노을 지피면 살구꽃 피고 이어서 막걸리 한 잔까지 연상되는 그런 정경이 우리네 추억으로 오버랩된다. 살구꽃에 얹히는 백야의 그림 한 폭으로 은은한 달빛 서리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때 보름달은 아니고 막 배불러 오는 상현달이 소슬한 초막에 어리비치면 더 좋을 성 싶다. 노을빛은 신선이 마신다는, 저 멀리 소동파의 적벽부에 언급되는 유하를 연상시킨다. 한국 고유의 서경이며 서정성 여문 한국 시골 동네의 정경은 그야말로 별유천지 비인간 시인 셈이다. 이 때 이호우의 시조 <살구꽃 피는 마을>이 가슴 출렁이며 읊조려지는 것이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뉘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내 고향은 남원 덕과 만도리다. 산 겹겹 휘휘 둘러 시냇물은 산자락 감아 돌고, 안에 감춰진 시골 동네이지만 지금은 앞길 신작로레 살구나무를 줄줄이 심어서 일컬어지기를 행화촌이라 한 것이다. 그런데 몇십 년 전에 내가 주동하여 출향인들에게 모금해 벚나무를 심었었다. 벚꽃이 만발할 즈음 고향에 가면 너무 벅찬 환희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동구에 들어서면 우선 벌 소리 윙윙거리고 봄은 무르익어서 춘정이 이글거렸다. 그러나 얼마 후 나의 조부가 왜정 치하에서 독립운동한 사실이 밝혀지고 나 또한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정부의 증서를 받은 이후에는 벚꽃 마을을 조성했던 사실이 부끄러워진 것이었다. 또한 동구에 호암시비공원湖巖詩碑公園을 축성한 뒤로는 그 부끄러움이 더했다. 꿈속에서도 부끄러움에 소스라쳤다. 벚꽃은 일본 국화가 아니던가. 시비공원은 임진, 정유왜란에 맞서 항 일 투쟁하던 선비들 시비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고경명 장군을 비롯해 우리 선조 소산복 할아버지 등 항일 선비들 20여기 시비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뜻을 세워 벚나무는 모두 베어내고 역시 출향인 모금으로 살구나무 동네를 조성했던 것이다. 벚나무 원산지는 제주도라 했고 살구나무 원산지는 중국이라 알려졌기로 이 교차된 아이러니로 인해 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제 그야말로 행화촌이 된 우리 동네는 이 전라도 땅에 자랑스런 마을이 된 셈이다. 살구꽃 핀 마을엔 배타도 아니고, 벽을 치고 지나는 동네가 결코 아니다. 술 익고 정 익는, 인간 정신이 샘솟는 동네다. 우리 동네에 산뜻한 주막집 하나 세우고 싶다. 오는 이, 가는 이 옷소매 잡고 술잔 나누고 싶다. 한국 고유의 인심을 모락모락 가꾸고 싶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럴 순 없고, 잘 아는 시인 묵객 몇이라도 불러 살구꽃 그늘에 멍석 펴 놓고 술잔치 거나하게 벌이고 싶다. 내 인생 마무리될 즈음 팔순 잔치를 이렇게 한 번 벌려봐? 상상만 해도 마냥 즐겁다. 이 삭막한 세상 한 귀퉁이라도 인정이 꽃 피는 그런 그림 하나 그리고 싶다. △소재호 시인은 <현대 시학> 시 천료했다. 전북예총회장, 전북문인협회장, 석장문학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녹색시인상과 성호문학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초승달 한 꼭지>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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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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