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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대의 ‘교통 격차’

극과 극, 대립과 갈등의 시대다. 탄핵정국,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정치 양극화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경제·문화·교육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서로 달라지고 멀어지는 격차와 불평등, 쏠림과 소외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해, 전북지역에서는 교통 인프라 격차·지역차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새 철도노선 개통 소식이 유독 많았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30분대 출퇴근’을 실현할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정부는 GTX 노선을 충청·강원권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또 서해안권역 수도권 서부와 충청권을 잇는 서해선·장항선·평택선이 동시 개통됐고,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돼 서울~부산을 잇는 또 하나의 KTX 노선이 개통했다. 이어 삼척~포항 고속철도 완공으로 강릉~부산 동해선 전 구간이 연결되면서 새해 벽두 동해안철도 시대 개막을 알렸다. 그런데 전북은 딴세상이다. 전국 곳곳에서 속속 발표된 교통인프라 확충 소식에서도, 또 정부의 교통혁신 청사진에서도 전북은 없다. 전북만 쏙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서해안권역 3개 철도노선을 동시 개통하면서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하늘길도 순탄치만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국제공항이 마침내 새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인해 ‘정치 논리로 건설돼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 속에 착공조차 하지 않은 새만금공항을 포함해 전국 지방공항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 싸늘해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과 없이 다시 해를 넘긴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광법)’ 개정안 처리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광법에서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해서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찌됐건 철저한 차별이고, 이 차별이 격차를 키우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교통분야 3대 혁신’전략으로 발표한 ‘지방 대도시권 광역급행철도(x-TX)’ 계획에서도 전북은 없다. 광역시가 없다는 게 그 이유로 풀이된다. 결국 수도권(GTX)과 지방(x-TX) 광역급행철도 계획에서 쏙 빠진 전북은 교통오지 탈출을 위해 대광법 개정의 시급성이 더 커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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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1.13 19:01

완주·전주 통합사업 비전 구체화

전주시와 완주군이 통합되면 전주 동물원과 주변 놀이시설 등이 완주로 옮겨질 것 같다. 전주시는 통합이 성사될 경우에 대비해 동물원과 놀이시설 현대화사업을 비롯해 여러 개발사업들을 완주로 옮겨 추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주·전주 통합이 성사될 경우에 대비하는 것으로서 전주시 입장에서는 이 같은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완주·전주 통합에 대비하는 미래계획, 비전을 구체화하는 것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완주군민협의회는 지난해 10월 17일 12개 분야 107건의 완주·전주상생발전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새해에는 주민공청회, 행정기관과 협의 등을 통해 이를 확정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이다. 전주시 움직임을 살피면, 먼저 33년째 운영되고 있는 동물원 놀이시설를 통합 이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당초 2029년까지 3400억 원을 들여 인근 28만㎡에 테마파크와 호텔, 쇼핑시설을 갖춘 단지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완주·전주 통합이 성사되면 동물원과 놀이시설을 모두 완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주민투표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전주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과 월드컵 골프장 이전 등도 마찬가지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골프장은 호남제일문 지역에 복합 스포츠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완주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주시는 107건의 완주·전주상생발전방안에 대해서도 실행가능성, 파급효과, 예산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시가 조만간 주민투표에 제시할 상생발전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완주군민협의회는 전주시가 검토하는 동안 107건의 상생발전방안을 발전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완주지역에서 공청회 등의 형태를 통해 완주지역 13개 읍·면을 순회하며 지역주민이 바라는 지역개발사업을 발굴하고 행정기관에 제시할 생각이다. 3대 폭탄의 날조, 복지와 교육 혜택의 유지, 세금 유지, 도시가스공급 확대, 도로 등 인프라 구축 등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 필자는 그래서 공청회 등의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완주·전주 통합은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통합시의 명운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완주·전주 통합을 위한 상생발전방안은 완주군민협의회와 전주시민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선정될 것이다. 완주군민협의회는 지금까지 6개 단체로 구성돼 있지만 지속적으로 가입단체를 늘려갈 예정이다. 전주시민협의회는 전주시에서 통합운동을 하는 단체 중심으로 대표자들이 선정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완주와 전주 대표자회가 구성되면 양 협의회가 민간차원에서 완주·전주 통합에 관한 사항을 대부분 결정할 것이다. 전주시와 완주군, 전북도 등 행정기관은 이를 협의하며, 로드맵에 따라 준비를 마치고 주민투표에 회부할 예정이다. 행정기관은 주민투표가 찬성으로 결론이 날 경우 통합시 출범준비와 상생발전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완주·전주 통합추진공동협의회를 구성해 통합시 출범을 위한 여러 사항들을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특별히 조례로 정할 사항들은 전북도와 통합시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것이다. 완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동안 주민 사이에 유포되고 있는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다. 주민의 통합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백과사전식의 방대한 자료집을 준비했다. 이 자료집을 교본으로 삼아 통합운동가들의 이해를 돕고 그 다음에 핵심사항을 중심으로 주민의 이해를 도울 생각이다. 완주 군민 입장에서 가장 어려워 하고 절실한 부분을 해소하는 게 통합운동가들의 책무이다. 통합의 필요성과 통합으로 얻는 이익, 시대적 사명의 수행 등을 우리 완주 군민이 이해한다면 통합은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주시가 통합을 위해 주요 사업들의 추진 일정을 늦추는 데 대해 통합의 진정성을 느낀다고 하는 완주 군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완주 군민을 감동시키는 길이 통합으로 가는 길이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통합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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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3 19:01

전북을 정원문화·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자

전북자치도가 생태 그린도시를 목표로 향후 5년 간 370개의 신규 정원을 조성키로 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시행되는 ‘제2차 정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본격 추진한다는 것이다. 전북은 어느 지역보다 좋은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산과 들, 바다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각 지자체가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원도 마찬가지다. 아직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곳은 없지만 정원을 꾸밀 수 있는 매력있는 곳은 도처에 널려 있다. 이를 도시 생태환경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엮을 수 있다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전북자치도가 수립한 5개년 계획에는 정원문화 확산과 산업화를 위한 4대 추진 전략과 13개 중점 과제를 담고 있다. 우선 현재 712개인 정원 인프라를 2029년까지 1082개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 눈에 띤다. 국가정원과 지방정원, 민간정원뿐만 아니라 생활밀착형 숲, 도시숲, 치유의 숲 등 다양한 정원 형태를 포함해 도민과 관광객이 생활 속 밀접한 정원을 경험할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정원산업 확대를 위해 매년 정원산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정원산업지원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시민 참여형 정원문화도 확대하고 정원관리인, 시민정원사, 숲해설가 등 관련 전문가 1465명을 추가 양성해 2029년까지 총 371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지금 각 지자체는 정원문화·산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2013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너도 나도 정원 만들기에 뛰어든 느낌이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에서도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가 확정되었다. 국내에서는 이들 두 곳이 국가정원이며 전북은 새만금에 4500억원을 들여 국가정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지자체가 조성·운영하는 지방정원은 10곳이며 그중 전북에 정읍 구절초 공원, 부안 줄포만 노을빛정원과 해뜰마루 등 3곳이 있다. 민간정원은 전국적으로 150여곳이 운영되며 전북에는 12곳이 있다. 이들 정원은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도시민의 힐링공간과 유력한 관광지로 각광받는 추세다. 아직 후발주자인 전북은 국내외 벤치마킹을 통해 전북만의 독창적인 정원문화·산업을 정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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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3 15:03

소외계층 따뜻한 설 명절 됐으면

요즘엔 누구나 최소한의 의식주는 해결이 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듯해도 이는 겉모습일뿐 속내를 보면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이웃들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한번쯤 둘러봐야 하고 사회적 안전망은 튼실한지 한번 더 점검해야 한다. 설 명절이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어려운 이웃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꼼꼼하게 점검해야만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설이나 한파가 간헐적으로 엄습하면서 도처에서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지금은 외형적 행사 보다는 내실있는 지원책이 필요한 때다. 전주시의 경우 전주지역자활센터와 함께 저소득·취약계층에게 밑반찬과 도시락 등을 제공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사소한 것 같아도 의미있는 일이다. 영양더하기 사업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서비스 중 하나로 대상자의 건강상태와 상황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도시락과 밑반찬은 질병 및 거동 불편으로 스스로 식사 준비가 어려워 결식이 우려되는 어르신에게, 영양음식은 퇴원 등으로 맞춤형 식이가 필요한 어르신에게 제공되며, 요리가 가능한 어르신에게는 잔존기능 유지를 위한 음식재료가 제공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 많다는 거다. 소위‘달동네’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 가운데는 기초생활급여 등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으나 식비, 병원비, 난방비 등을 모두 충당하는게 버거운 이들이 많다. 심지어 보일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유일한 난방도구인 연탄으로 몸을 녹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불경기가 심화하면서 연탄은행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일부 취약계층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전북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은 지금도 4120가구나 된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에 정부가 제공하는 연탄 쿠폰은 한 해 600장인데 겨울철 한 가구당 사용하는 연탄의 숫자는 평균 1000장에서 1200장에 달한다. 결국 지원되는 것은 필요한 분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올겨울 많은 취약계층이 부족한 연탄으로 추위에 떨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촘촘하게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기에 이웃들이 나서야 한다. 소외계층이 따뜻한 설 명절을 맞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한번 더 손을 내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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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3 14:37

잡혔어?

‘내란성 불면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십여 일째,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에서 뉴스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된 현실을 반영한 시사용어다. “잡혔어?” 졸린 눈을 뜨자마자 절로 터져나오는 이 말에는 제발, 오늘은⋯ 이 불면의 밤들이 종결되었으면 하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정의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애써 가라앉히고, 간밤 ‘그 자’의 안부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12월 3일, 지옥문 앞까지 갔으나 천행으로 악귀들이 몰려 나오는 문을 틀어막은 내란의 밤 이후 우리는 대한민국을 주도한다는 권세가들의 민낯을 라이브로 목도하고 있다. 장성들, 경찰 수뇌부, 총리 장관 등의 최상위 관료, 집권당 국회의원들까지 한통속으로 가담한 친위쿠데타가 만일 성공했더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권력의 이면, 추악한 결탁의 속살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전사, 정보사, 방첩사, 수방사 등 정예 무력과 정보기구의 지휘권을 틀어쥔 이들은 모두 윤석열의 패거리로 놀았다. 특정 연줄로 얽혀 화려한 정치군부시대의 재림을 꿈꾸었을 이들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전라도 말로 ‘오살 것’들이 판을 치는 잔혹한 국가 폭력의 피바다가 펼쳐졌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살이 떨린다. 군부정권의 기억으로부터 40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이 군사반란을 실시간 중계로 목격하면서도 많은 국민들은 이것이 현실임을 차마 믿기 어려웠다. 공화국의 기초가 이렇게 허약하다는 것을 맨눈으로 확인한 것이야말로 내란 사태가 남길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명백하고 온 국민이 증인인데도 대한민국은 아직 <내란 진행중>이다. 악은 창을 깨고 난입했는데, 정의와 선을 회복하는 일은 절차를 따져가며 지난한 경로를 따라 간다. 수괴는 경호처를 사병으로 동원하고 용산궁에서 장기농성을 하며 법과 제도를 비웃는다. 수괴는 말할 것도 없고, 내란주범의 정치적 경호부대로 전락한 국힘당 의원들의 변설을 들으면 후안무치, 적반하장 같은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와중에 요설을 펼치며 이상한 양비론으로 저들에게 분칠을 해주는 자도 여럿 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들이 늘어놓는 문장이나 노래, 설교 따위를 나는 결코 믿지 않는다. 이런 때에 저절로 드러난 본색들을 사람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사필귀정, 발본색원이 지금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정의가 오래 구현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 말에 기대 마침내 승리하는 순간을 꿈꾼다. 이 땅의 많은 일은 휴전선, 분단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본 체제에 근원적인 전원 스위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뿌리를 더듬어야 할 일들이다. 평범한 이들의 나날의 작은 삶이야말로 이 곡절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 아닐까 싶다. 식민지, 전쟁, 분단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총칼 아래에서 죽고 넘어지며 여기까지 밀려온 삶.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우리 등 뒤에 서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나는 일기장에 써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 저녁 노을, 어느 날의 비와 흰 눈들, 수많은 걱정과 희망들. 사람다움의 순간들.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 이름을 낮게 불러본다. △이재규 교수는 시민사회단체, 방송진행자, 국회 보좌관, 민간 남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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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2 17:57

전주시립미술관 등록요건부터 갖춰라

미술관 르네상스 시대다. ‘1도(道) 1미술관’을 넘어 시립·군립 미술관 등 공공미술관 건립 계획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도 새해 시립미술관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거된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부지에 총사업비 491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2,470㎡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착공, 2027년 개관이 목표다. 물론 지역의 문화시설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고,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많다. 또 지역 문화·관광의 거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시설 건립에만 치중하고, 개관 후 운영에는 무관심해 부실 운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우후죽순 늘어나는 공공미술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립에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시설 운영에도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 부실 운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미술관 개관 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전주시립미술관 착공을 앞두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놓고 우려했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선 시설 안에 담길 콘텐츠가 불투명하다. 전주시가 올해부터 미술 작품을 수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올해 작품 구입비로 반영된 예산은 0원이다. 전주시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게다가 작품 수집 계획과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심의기구도 구성하지 못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공립미술관은 100점 이상의 소장작품과 학예사, 그리고 수장고·전시실 등의 시설을 갖춰 개관전까지 시·도지사에게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일단 미술관 등록을 위해서도 개관전에 100점 이상의 작품을 반드시 소장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껏 미술관 건립 논의에 들어간 공력을 생각한다면 전주시의 보다 철저한 준비가 아쉬운 대목이다. 전주시는 예산문제를 들어 기증과 관리전환 형태로 작품을 수집하고, 향후 추경을 통해 작품구입비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자칫 작품확보 절차가 뚜렷한 원칙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술관의 소장작품은 해당 미술관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전주시는 미술관 등록요건인 소장작품 확보를 위한 세부계획을 서둘러 수립하고, 예산확보를 통해 이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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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2 17:57

‘콜록콜록’ 감기인가? 독감인가?

최근 독감 환자가 가파르게 급증하며 9년 만에 최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감은 단순 감기로 오인되기 쉽지만, 고열과 극심한 전신통(근육통)을 동반하며, 심각한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주로 겨울철 유행합니다. 겨울철 유행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 감염된 사람의 비말을 통해 전파됩니다. 특히 실내활동이 많아지고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겨울에는 바이러스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며, 학교, 직장, 군대 등 집단생활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독감의 주요 증상은 갑작스러운 고열(38~40℃), 근육통, 두통, 기력 저하이며, 기침, 인후통, 콧물 등 호흡기 증상도 동반됩니다. 어린이와 노인은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고열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급성 기관지염, 폐렴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독감은 감기보다 전신 증상이 강하며, 고위험군(어린이, 노인, 기저질환자)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독감을 감기와 구분하기 위해서는 증상의 양상과 심각도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기는 대개 미열이거나 열이 없으며, 콧물과 코막힘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반면, 독감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전신 근육통이 특징적입니다. 독감과 감기가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므로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감이 확진되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증상을 완화합니다. 조기 진단과 신속한 약물 투여가 치료의 핵심이며, 특히 노인, 임산부,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같은 고위험군은 합병증 예방을 위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해열제와 진통제를 사용해 증상을 관리하며,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로 체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접종입니다. 독감 백신은 매년 바이러스 변이를 반영하여 제조되므로 매년 접종이 필요합니다. 접종은 9월에서 11월 사이가 권장되며,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접종해야 합니다. 백신을 맞더라도 감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감염 시 증상이 경미하고 합병증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개인위생도 독감 예방에 중요합니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준수, 실내 환기 등은 독감뿐 아니라 다른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비말과 손이 닿는 표면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므로 손 씻기와 표면 소독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체온이 낮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들어 면역 기능이 약해지기 쉬우므로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 써야 합니다. 최근 독감이 대유행하면서 감염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지만,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감은 중증 합병증 위험이 높은 질환이므로 예방과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고 적절히 치료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빨리 접종을 완료하고, 생활 속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입니다. 올겨울 독감 예방접종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전주병원 부원장 이호경(호흡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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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2 17:57

수천 년 돌너와의 무게를 견딘 ‘장수군’

장수군은 돌(石)과 관련이 깊다. 장수군을 대표하는 국가사적 침령산성과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 합미산성은 모두 다듬어진 돌을 사용한 석성이며 정보통신기술의 원조이자 전북동부지역의 통신체계를 구축한 봉화유적도 돌로 쌓아 올린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장수를 대표하는 곱돌(각석섬암)을 이용하여 제작된 완주 갈동유적의 청동검 거푸집(보물)과 무령왕릉의 수호신 진묘수(국보)등이 돌과 관련된 귀중한 유물들이다. 신라시대 무염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전설을 지닌 천년고찰 신광사의 지붕도 점판암을 재료로 하는 돌너와가 지붕을 뒤덮고 있다. 돌너와는 이렇듯 전국을 살펴봐도 귀한 건축재료인듯하다. 현재에도 강원특별자치도와 충청북도 북동부 산악지역 일부에만 남아있으며 화전민이 거주했던 곳에 집단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희소성이 있다. 돌너와는 엽리를 따라 판상으로 쪼개지는데 이때 돌 결이 나타난다. 지붕을 이을 때는 돌결을 세로방향으로 놓아 얹는데 빗물의 침투를 막고 흐름을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돌너와는 지붕을 이을 때 견고하여 밟아도 깨지지 않고 습기가 차지 않으며 해충이나 곰팡이가 슬지 않아 내구성이 좋다. 하지만 돌너와는 개량된 지붕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식기와처럼 대량생산과 관리가 쉽지 않아 유지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돌너와는 지역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문화의 하나로 과거의 주거형태와 삶까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비록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장수군은 무겁고 어두운색으로 갈변하는 성질을 갖는 돌너와 지붕을 얹은 신광사 대웅전처럼 지난 오랜 세월 그 무게를 견디며 역경과 소외를 버텨 왔던 곳이다. 이는 과거 장수군이 2덕(德)·3절(節)·5의(義)로 대표되는 인물들을 대표하여 어려운 국란과 시련 극복을 잘 나타내주는 역사성과도 많이 닮아있다. 장수군은 수천 년 역사의 미싱링크(역사용어:역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지닌 어제를 발판삼아 오늘을 준비하며 또 내일을 설계하는 빛나는 가능성을 가진 곳이다. 돌너와의 무거움을 수천 년 견디며 지역의 명품 역사 관광지로 거듭난 장수군의 신광사 대웅전처럼, 지난해부터 2025년 을사년(乙巳年)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가혼란의 위기를 무던하게 견뎌내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돌너와가 보여준 견고함과 인내처럼 장수군 역시 역경을 발판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 한다. 2025년 장수군의 사자성어는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자는 ‘개신창래(開新創來)’이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잡아 새로운 길을 열어 내일을 창조해 장수군이 가진 역사와 문화의 연속성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가 걸어온 시간 속에서 비롯된 자부심과 지혜는 소중한 자산이며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실질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훈식 장수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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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2 17:56

탄핵정국 속의 입지자들

12.3 비상계엄 발령으로 전북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견고해졌다. 지난 4.10 총선 때 10석 전석을 석권한 민주당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말발굽이 딛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가서 즉각 155분만에 계엄해제를 의결한 것이나 윤석열을 탄핵열차에 싣어 보내는 등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공으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낸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랜만에 박수를 치고 싶다. 21대 전북 출신 의원들의 존재감이 가장 약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정동영의원을 필두로 이춘석 안호영 김윤덕 이원택 이성윤 박희승의원 등이 탄핵정국 맨 앞에서 기대이상으로 잘 싸워주고 있다. 워낙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맥을 잘 짚고 잘 대응해 간다. 사실 22대가 개원하면서 전북 출신 의원들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전북몫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을 경주할 태세였다. 하지만 생각하기도 싫은 계엄령 발동으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돌입하자 즉각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국회담장을 헐레벌떡 뛰어 넘어 계엄 해제를 시켜던 것. 그날이 평일이 아니었고 대신 의원들이 귀향활동을 벌이던 주말이었으면 큰 일 날뻔 했다. 주술을 워낙 신봉한 윤석열이 화요일 저녁 10시30분을 택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야밤에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모여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우신조나 다름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운이 빳빳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제2건국자세로 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탄핵판결을 법과 양심에 따라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내란 수괴인 윤석열과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서 대한민국의 법치가 살아 있음을 세계 만방에 보여줘야 한다. 다시는 헌법을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해서 국민을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국민들은 그날밤놀란 일을 생각하면 사지가 벌벌 떨리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분노를 잊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권력에 눈이 먼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헌재가 윤석열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를 대비해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인다. 다음 지방선거는 탄핵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입지자들은 공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권리당원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쏠려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지방선거가 치러졌지만 제대로 된 인물이 뽑히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사나 시장 군수가 국회의원들 입김과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되면서 뽑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북 전체가 낙후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해마다 젊은 청년 1만여명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산천을 떠나간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앞으로는 도민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모두가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는 것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을 때 혁신적인 역량있는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돈 안쓰는 선거를 해야 전북을 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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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1.12 17:56

덕유산리조트 안전대책 제대로 세워라

사회 곳곳에 안전 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가 정지돼 수백 명이 공중에서 고립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정전이었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했다. 덕유산 리조트와 설천봉을 연결하는 곤돌라가 지난 9일 오전 10시 15분께 운행중 갑자기 40분간 멈춰서는 바람에 300여명의 탑승객이 공중에서 고립됐다. 한파 특보에다 설천봉의 기온이 영하 16.7℃인 상황에서 곤돌라 탑승객들은 한파에 덜덜 떨면서 공포감을 느껴야 했다. 50대 여자 탑승객이 의식 소실 및 가슴 통증으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더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하지만 더 큰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리조트 측의 안전의식과 경영마인드는 소홀함이 없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무주 덕유산리조트는 겨울 특수를 겨냥, ‘눈덮인 덕유산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곤돌라를 타고 적유산 정상 설천봉을 편안하게 만나 보세요’ 등의 마케팅 구호를 내걸고 고객들을 유인해 왔다. 덕유산의 환상적인 겨울정취와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한 제일 조건은 안전성이다. 그럼에도 리조트의 과부하로 곤돌라 80여대가 멈춰서는 일이 발생한 것은 사전 대비 소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사고가 나기 전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가 전국적으로 잇따랐다. 서울 강남 코엑스 화재,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아파트단지 전체 정전, 경기도 부천의 아파트 이틀 연속 전기공급 중단 등이 모두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였다. 이같은 사례를 예의 주시했다면 당연히 사전 대비책을 강구했어야 맞다.덕유산리조트 모기업인 부영은 그동안 투자와 인력충원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안전의식 강화, 지역친화 경영마인드 등 보완해야 할 숙제가 많다. 덕유산리조트 측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비용은 모두 환불 조치했다"고했지만 그에 앞서 재발방지책과 향후 유사사례에 대한 대비책을 내놨어야 했다. 한전도 복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변압기 증강과 신속한 비상발전 등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경찰 역시 철저히 조사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엄벌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재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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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12 14:16

펜 한자루에 청춘을 담고-1

2024년 12월, 설렘과 두근거림을 담은 힘찬 발걸음으로 서울 테헤란로 빌딩 숲을 지났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킹 그룹 메타(Meta)에 크리에이터 작가로 초대를 받았던 때이다. 초대장 인증으로 다소 철저한 이중 경비를 지날 때의 벅참도 떠오른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답게 컬러풀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작지만 예쁜 케이터링 서비스까지. 그 자리는 그룹 메타(Meta)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그림, 사진, 글 크리에이터 작가 15명 초대해 네트워킹을 하는 자리였다. 100만 팔로워 작가부터 50만, 30만 팔로워에 빛나는 작가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자니,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신이났다. 나는 그들에 비하면 병아리 수준이었지만 내 작품과 나를 알아보는 분도 계셨고 메타 매니저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호응 덕분에 긴장으로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녹아내렸다. 행사장 정면의 대형 LED 화면에 초대받은 작가들의 프로파일이 멋지게 펼쳐지고, 자신의 작업과 더불어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 작가들이 서울,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반면, 지방 그리고 전주에서 활동하는 내가 제일 멀리서 상경한 작가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올라오느라 고생했다라며 인사치레를 계속 받았고, 또 관광 도시 전주의 유명세와 한옥마을 이야기로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여행지를 떠올리며 나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전주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 삶을 낭만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메타에서의 몇 시간은 마치 꿈처럼 지나갔다. 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있었던 웃픈 과거, 치열한 현재, 흥미롭고 새로운 미래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시 전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내 두 팔 안에는 메타에서 받은 굿즈로 가득한 선물 보따리가 그 신기루 같은 몇 시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문득, 나의 지나온 시간들과 현재, 다가올 앞날은 무엇으로 증명해 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시간을 거쳐 현재의 내가 되었는가? 나는 미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무관한 항공회사에 취업했다. 화물선 카고파트에서 일하게 된 나는 남자들밖에 없는 화물터미널에 머물렀다. 가까운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고 그렇게 나의 영종도 섬 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장은 3교대 근무로 일주일마다 낮과 밤이 바뀌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단지 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반복 작업을 매일 같은 위치에서 20년 넘도록 해야 한다는게 흠이라면 흠일까. 물론 월급이야 오르겠지마는 어디 대기업 놈들이 월급을 그냥 주던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일의 양과 강도로 사람을 잘도 길들이더라. 신입인 나는 황금 같은 휴일 이틀을 주말이 아닌 평일에 쉬어야 했다. 덕분에 먼 고향 전주에 다녀오는 것도,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들 얼굴 보는 것도 포기. 혼자서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나 서울역을 거쳐 안국역을 자주갔다. 안국역에 내리면 인사동과 삼청동, 북촌을 둘러보기가 좋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인 만큼 외국인이 참 많았다. 기념품 가게 또한 넘쳐날 만큼 많았는데, 하나같이 같은 공장에서 제작된 똑같은 사진, 엽서 정도가 다였다. 이때부터 였을까? 무언가 그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들었다. △박성민 작가는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과정 중에 있으며, 전주신시가지에 '작가의 취향' 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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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9 18:36

'희망의 리더십'이 그리운 요즘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뛰어난 식견과 냉철한 판단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지도자가 그리운 요즘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중요한 시기마다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들이 나타나 어려움을 해결하곤 했다. 뛰어난 지도자는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경륜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위기에서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은 신뢰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가 전쟁에 휩쓸리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독일에 맞서며 연합국을 승리로 이끈 중심에는 처칠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정치가들은 전쟁으로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평화와 안정된 삶을 약속하였다. 특히, 독일의 팽창에 대해 체임벌린 총리(영국 제60대 총리)는 협상을 기반으로 한 외교적 유화정책으로 영국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었다. 반면 처칠은 히틀러의 위협을 경계하면서 강하게 대응해 나갔다. 1939년, 인근 국가를 침략하기 시작한 독일은 이듬해 프랑스를 공격하면서 유럽대륙은 전쟁에 접어들었다. 처칠이 총리로 임명된 시점은 영국이 전쟁에서 상당히 열세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의회 연설에서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라는 결연의 메시지를 통해 동료의원들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독일과 맞섰다. 처칠의 뛰어난 웅변과 리더십은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새롭게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었다. 몰살 위기에 처한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프랑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민-군 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로 일컬어진다. 독일군이 덩케르크 인근에서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을 포위함에 따라 심각한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군함과 민간 선박, 어선, 요트까지 동원하여 9일 동안 약 34만 명의 아군 병력을 구출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철수 작전을 성공시킨 이후 처칠은 ‘전쟁에서의 승리는 아니지만, 위대한 구출이었다.’라며 국민들에게 투쟁의 의지를 심어주었다. 또한 57일간 지속되었던 독일 전투기의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국민들이 지하벙커에서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투쟁하자는 처칠의 라디오 연설을 들으며 지도자와 정부를 믿고 버텨나갈 수 있던 배경에는 처칠의 「희망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탁월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도자였다. 화가, 문필가로서도 그의 뛰어난 능력은 위기에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승리를 쟁취하는 탁월한 지도력의 바탕이 되었다. 2002년, BBC에서 영국민 100만 명을 대상으로 ‘역사를 빛낸 위대한 영국인 100인’을 뽑았던 설문조사에서 셰익스피어, 뉴턴을 제치고 처칠이 1위로 선정되었고, 2015년에 새로 발권된 5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처칠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학교생활 부적응자, 낙제생, 사관학교 3수 등 뛰어난 지도자로서 젊은 시절의 모습은 아쉽지만, 그 모든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통합해 결정적인 순간에 빛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람이야말로 역사 속에 남을 지도자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칠은 교육과 가치관의 형성, 축척된 경험을 통해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충실히 하였고 실제 역할이 주어졌을 때 지도자로서 준비된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시대를 읽는 식견, 뛰어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설득하여 자신을 믿고 따를 수 있는 확신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어두운 밤, 등불과도 같은 희망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도 다양한 영역에 있어서 윈스턴 처칠 못지않은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고 지금도 잘 길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처칠과 같이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이끌 수 있는 식견과 역량이 있고 「희망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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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9 18:35

100세 타령

'9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오거든 사랑하는 마나님 때문에 못 간다고 전해라' 내 나이 벌써 망구(望九)가 되었다. 우리 부부가 사랑을 불태워 온 지도 어언 60년에 이른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이제 6번째 변하고 있다. 꽃피고 새우는 자연의 숨결 속에 덧없이 살아온 삶이었다. 빠른 세월의 무상을 느낀다. '인생은 역시 추억을 먹고 산다'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비록 지난날들이 무의미한 삶이요. 허무한 꿈이었고, 외로운 여행이라 할지라 알찬 생의 보람이라고 느낀다. '추억은 삶의 아름다운 꽃밭'이라고, 지나간 추억의 창문을 열면 고이 잠들고 있는 옛날 이야기가 꽃피어 오른다. 남쪽 나라 멀리 봄의 서곡이 울려오면 가슴 설레는 노오란 수선화가 고운 미소를 날릴 때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 파도치는 바다 기슭에서 이상에 불타는 청춘의 꿈을 태우기도 했다. 황혼에 물든 노을빛에 영혼의 노래를 불러보고 붉게 타는 낙엽 사이 흩어지는 시혼을 느꼈다. 그 영혼의 노래가 나의 고독을 달래 파도에 밀려간 추억들이 나를 새롭게 탄생시켜 가는지 모른다. 지는 꽃잎들이 이야기와 정처 없이 사라져가는 낙엽들의 속삭임 들어본다. 그야말로 신비로운 자연의 숨결에 젖어본다. 학창 시절 일곱 빛갈 무지개를 잡으려던 욕망의 나래를 펴보았고 학문과 지혜를 넓혀오던 세월이 덧없이 흘러갈 때 <까뮈의 시지프스>를 보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다. 교단에서 제자들에게 정의를 외치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기를 갈망하였다. 윤동주의 '서시'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세월에 참으로 무상과 하무를 느낀다. 2세들의 교육에 봉직해 온 부부교사였다. 그러나 외모나 성격과 달라 정말 엇박자로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웅다웅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끈끈한 인연이었다 생각한다. 괴로운 일에도 번번이 맞지 않아 다툼이 따르기도 한다. 이제는 눈이 어두워져 청맹과니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하는 일마다 마땅치 않아 달달 볶아댄다. 정말 맹맹이와 달달이가 한 울타리에서 다투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당신이 아니면 어디다 스트레스를 풀겠느냐? 는 아내, 있으면 원수덩이 같은 당신이지만 나가면 근심덩이가 된다는 푸념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참으로 오랜 생활 속에 절로 피어나는 사랑의 노래다. 기나긴 세월 사랑이 머물다 간 혼적들이 곱게 여울져 온다. 내 나이가 어때! 우리는 영원한 동반자! 인생은 꿈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한다. 저물어가는 황혼의 노을빛 에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겨가며 흘러가는 세월의 강물에 사랑의 노래 를 띄우고 싶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망이란 눈 뜨고 있는 꿈'이라 했다. 판도라에 마지막 남은 희망은 우리 인간에게 내려 준 신의 선물이다. 희망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 하지 않았던가? 희망은 인생의 어둠을 밝혀준다고 했다. 저물어가는 인생의 뒤안길에 서성이다 '문학예술'이라는 정원에 시詩와 수필이라는 꽃나무를 가꾸면서 텅 빈 가슴에 새로운 의지의 날개를 펼쳐보려고 한다. 해 저문 언덕에 누워 노욕을 버리지 못한 채 아직도 못다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쉬지 않고 희망의 노를 저어 가리라! '10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사랑하는 마누라와 함께 간다고 전해라!' △서상옥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백두산문학> 시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간한국시 전주시지회장 역임했다. 수필집 <사랑과 그리움이 메아리 쳐올 때>와 시집 <꽃무릇 연정>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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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9 18:35

전문연구요원 또는 산업기능요원 편입 시 구비서류와 제출기일이 어떻게 되나요?

전문연구요원 또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고자 하는 사람은 연구기관 또는 병역지정업체를 구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관련서류를 업체의 장을 통하여 관할 지방병무청에 제출하면 됩니다. 관할 지방병무청장은 업체 및 편입신청자에 대한 편입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편입 여부를 결정하여 업체의 장을 거쳐 편입신청자에게 그 결과를 통보합니다. 참고로 기능특기자 중 산업기능요원에 편입할 수 있는 사람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이며, 병역지정업체 복무자는 업체 관할 지방병무청에 편입원서를 제출, 병역지정업체에 복무하지 아니한 자는 거주지 관할 지방병무청에 편입원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편입 시 구비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은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편입 등 신청서 및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이행서약서, 학위수여증명서(또는 학위증 사본), 수료관계증명서(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며, 기간·방위산업체의 산업기능요원은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편입 등 신청서,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이행서약서, 정보처리 분야 전공, 기술자격증, 국민연금 가입내역 등 입니다. 편입원서 제출기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은 입영(소집) 5일 전까지이며, 전문연구요원 편입대상자로 수학 중에 선발된 사람은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하는 날의 14일 전까지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에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병역지정업체의 장에게 제출하면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접수일부터 7일 이내 관할 지방병무청에 제출하면 됩니다. 산업기능요원은 입영(소집) 5일 전까지이며, 학력에 의해 사회복무요원소집대상 보충역으로 처분받은 사람은 다음 해부터 편입할 수 있으나, 그 해 마지막 일정의 고졸검정고시 응시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 응시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사람, 응시하였으나 불합격한 사람은 그 해 편입이 가능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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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9 18:34

을사년 전북 르네상스 시대 활짝 열자

을사년 새해 전북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북특별자치도의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것을 다짐했다. 해마다 이맘때쯤 서울과 전주, 그리고 각 시군에서 새해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나 유독 이번엔 각오가 남다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뭔가 돌파구를 찾자는데 출향인들과 도민들이 서로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돌파구는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와 전북경제살리기에 초점이 모아진다. 구호와 다짐만 반복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무실역행의 자세로 도민 각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스런 일이다. 물론 그 중심엔 출향인과 상공인, 지역 출신 정치인과 관료, 각 사회단체를 막론하고 모든 도민들이 자리잡고 있다. 9일 저녁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재경전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는 자랑스런 전북인상 시상과 재경도민회장 이·취임식이 진행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맡아왔던 재경도민회장은 그 바통이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에션 회장에게 넘어갔다. 신임 집행부를 중심으로 배전의 노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새로운 전북만들기, 전북특별자치도 르네상스는 그냥 이뤄지는게 아니다. 도민들이 각자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전북인의 명예와 긍지를 높이는 첫발이자 핵심이다. 앞서 지난 8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주관하고 전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25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의례적인 자리이기는 하나 참석자들은 2036년 전주 올림픽 유치에 힘을 모을것을 다짐했다. 도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나간다면 머지않아 전북특별자치도가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2025년 을사년은 전북특별자치도의 르네상스를 여는 새로운 원년이 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전북도민들이 복을 받게 행동하면 복을 받을 것이요, 스스로 복을 걷어찬다면 굴러들어온 기회도 날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전북르네상스의 개막을 앞두고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희망이 알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민 각자가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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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9 15:13

탄핵과 태극기부대 노인들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 꼴이 엉망이다. 검사출신 망나니 대통령으로 인해 어렵게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전통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대통령 권한대행, 체포영장 집행과 거부, 경호처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용어들이 넘실거린다. 벌써 한달 넘게 이러한 비상사태가 진행되면서 경제는 추락하고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행인 것은 탄핵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2030세대들의 밝고 앳된 얼굴들이다. 특히 광화문이나 국회 앞, 남태령 농민시위 현장에는 2030여성들이 대거 찾아와 유쾌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한국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좋다. K팝이 흐르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이 벌이는 시위는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다. 며칠 전, 눈이 펄펄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몸을 비닐로 감싸고 꼬박 밤을 새운 젊은이들을 보면 미안할 따름이다. 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태극기 집회다. 주로 노인들이 나와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든다. 이들은 거칠고 공격적이다. 특히 여성 노인들은 거친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주변에서 보는 노인이 아닌, 딴 세상 사람 같다. 태극기 부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 생겨났다. 당시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들이 시위에 나서도록 기획·주도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 돈과 권력(종교)을 가진 극우 보수들이다. 그러면 태극기 부대를 구성하는 노인들은 누구며 왜 그럴까. 이들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의 ‘근대화의 역설’과 린 헌트(Lynn A Hunt)의 ‘가족 로망스’를 원용한 분석이 비교적 그럴듯하다. 근대화의 역설은 인간은 근대화로 자유를 얻었지만 이를 개발하고 발휘하려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어떤 절대적 권위체에 복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가족 로망스는 가족이 확장된 형태로 국가체제를 이해한다. 이들 이론은 모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진 노인들은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보수단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존감이 살아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노인들 덕분이요, 노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켜 세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주눅들고 상처받은 모멸감이 이들의 선동을 만나면서 분노로 증폭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들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부자노인과 가난한 노인, 액티브 시니어와 소외된 노인 등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극기부대 노인들은 이런 양극화가 드리운 짙은 그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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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1.09 13:10

전주시, ‘거점도시’ 위상확립 급하다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 민선 8기 전주시가 야심차게 내건 슬로건이다. 그런데 전북 제1의 도시 전주가 좀처럼 재도약의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구 유출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60만 인구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호남의 으뜸도시라는 뜻의 ‘호남제일성(湖南第一城)’이라는 별칭이 무색해졌고, 시민들의 자존감도 떨어졌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전주는 인구 100만의 광역 거점도시는커녕 지역 거점도시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미래도 밝지 않다. 우선 향후 인구증가 요인을 찾기 어렵다. 그동안에는 주변 시·군에서 유입된 인구로 소폭이나마 인구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인근 지역에서 들어올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없다. 결국 인구 감소 요인만 남은 셈이다. 최근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국비지원으로 그동안 구상해온 각종 현안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전통문화와 한옥마을을 앞세우는 관광도시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주와 연관된 대형 공약사업도 찾아보기 어렵고, 거점도시의 필수조건인 주변 도시 연계 상생발전 전략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전주 중심의 발전 담론을 경계하는 지역정치권의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전주는 전형적인 베드타운(bed town)이다. 전주를 거점으로 생활인구가 전북 전역에 퍼져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한 발전 담론으로 다른 시·군과 동반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양질의 일자리’다. 그런데 거주도시·소비도시로 고착된 전주는 대규모 산단이 적어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주변 도시와의 협력을 통한 연계발전 전략이 절실하다. 전주의 위기는 곧 전북의 위기다. 전주가 지역 거점도시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면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지역도 급격하게 붕괴될 수밖에 없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그동안 그려온 지역발전 청사진을 착실하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와 변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전북의 재도약,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새해 지역 거점도시 전주의 큰 걸음을 기대한다. 을사년, 지역사회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전주·완주 통합도 거점도시의 위상 확립, 전북의 활로 찾기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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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9 12:59

고향에서 키운 꿈, 서울 가서 전국에 펴다

남원에서 태어난 내가 처음 동물병원을 개원한 도시는 전주다. 애견문화(요즘은 반려문화)를 새로 정립하는 데 힘썼다. 그러다가 한계를 느꼈다. 전북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에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전주 병원을 접고 1985년 서울로 간 이유다. 그 무렵 서울 지역 동물병원은 100곳 미만이었다. 지금은 1000군데, 전국적으로는 5000곳에 육박한다. 당시 동물병원의 환경은 열악했다. 동물병원이 아닌 ‘가축병원’ 간판이 흔한 시절이다. 중구 필동에 자리를 잡은 나는 개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을 표방했다. 그때만 해도 고양이는 드물었다. 지연도 학연도 없는 타향살이, 나는 이를 악물었다. 혼신을 다하는 수술과 치료 틈틈이 방송사와 신문사의 문을 두드렸다. 현대인의 정서에 애완견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도사처럼 설파했다. 심상사성(心想事成)이었다. 간절히 바라니 이루어졌다. 동물 관련 TV프로그램 사회자 옆에 서는 일이 잦아졌다. 역시 동물 관련 신문 기사 중 전문가 코멘트는 어느 순간부터 내 몫이 되다시피 했다. 동물 칼럼 연재는 덤이었다. ‘매스컴을 타니’ 개와 주인들이 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끼니를 걸러가며 하루 34마리를 수술하기도 했다. 그렇게 물이 들어왔지만 나는 노를 젓지 않았다. 타 병원들의 비난을 감수하며 파격적인 수가로 아픈 동물들을 치료했다. 그 와중에 심각한 텃세에도 시달렸다. 치러야 할 유명세로 치부하기에는 ‘안티’ 세력의 가짜뉴스는 도를 지나쳤다. 동물약을 싸게 팔고, 또 이를 적극 홍보하는 내가 못마땅한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내 신앙까지 걸고 넘어졌다. ‘세계적인 권위의 수의사는 자기 광고를 합리화하기 위해 신성한 종교를 이용하고 예수님을 팔고 있다. 정상적인 기독교인이라면 이렇게 하겠는가. 소문이 언론에 나가면 세계적인 망신거리 톱뉴스가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사필귀정, 법은 내 손을 들어줬다. 명예를 훼손 받고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했다. 나는 철저히 ‘내돈내산’ 원칙을 지켰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애완동물사진촬영대회를 매년 열었다. 김대중 대통령, 개그맨 이경규씨, 영화배우 김혜수씨 등 유명인들의 동물사랑 사연을 널리 알렸다. 내 책 ‘개를 무서워하는 수의사’를 읽은 어린이신문 독자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나를 지명, 팬레터를 보냈다. 그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내 이름에 꽂혀 수의대로 진학했다. 외화내빈을 경계한다. 모든 것의 바탕에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코로나바이러스, 케널코프 따위 질환의 심각성을 외쳤다. 종합예방접종(DHPPL) 한 방이면 그만이던 관행이 어느덧 교정됐다. 심장사상충의 위험을 공론화한 것 또한 나다. 내가 고쳐주는 개는 대개 서양품종이다.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다. 실내에서 키우기에 적당한 사이즈들이다. 토종은 대부분 중개다. 나는 이들 한국견도 챙긴다.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댕견), 불개, 제주개, 그리고 오수개 등 국산이라면 예외없이 개입해 있다. 심지어 북의 풍산개 연구서까지 냈다. 이 책은 과거 정부를 통해 북측 권력자에게도 전달됐다. 그리고, 지나친 동물 의인화를 나는 반대한다. 사람이 동물을 모신다는 것은 본말전도다. 사람을 위한 동물보호가 우선이다. 그래야 상생할 수 있다. △윤신근 원장은 전북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동물보호연구회'를 설립해 동물 질병에 대한 연구와 '동물권' 확립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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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8 17:12

전북의 성장 엔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라!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제대로 덕담 한마디 주고받지 못한 시작이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에 잠겨 있고, 내란 수괴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윤석열 대통령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완강히 거부하며 법꾸라지로 전락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국민의 마음을 받들어 국가의 위기 극복을 위해 신속한 탄핵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함과 동시에, 탄핵 이후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2025년 전북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23년 전북은 충북과 함께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인구소멸도 전북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전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 답은 신재생에너지에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촉매제이다. 특히 전북은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전국 1위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무한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태양과 바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이제 그것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북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출발은 국제수소거래소이다. 지난 27일, 필자는 국회 수소경제포럼과 공동으로 ‘국제수소거래소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 세계 수소 거래를 조율하는 국제수소거래소는 국내 최초 수소시범도시로 지정된 완주군에 유치할 계획인데, 국제수소거래소가 유치될 경우, 연간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고, 약 2만 개 이상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분산에너지 시스템도 핵심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분산에너지는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시스템으로 송전탑 갈등을 줄이고, 환경적, 경제적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독일 ‘펠트하임’이란 마을은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여 100% 에너지 자립을 완성했고, 초과 생산된 전력은 판매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 사뮈섬은 분산에너지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어냈다. 전북 새만금 역시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RE100산업단지를 조성하여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면 전북의 획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소규모 농촌 지역에서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소비를 관리하여 에너지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이익을 재분배하여 기본소득 제도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갈 염려가 없는 햇빛, 바람이 안정적인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중앙당, 정부와의 초당적 협력체계구축이 중요하다. 다행히 전북은 20년 만에 10개 지역 모두 민주당 국회의원을 배출하여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필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재생에너지산업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앞장서겠다. 전북은 가능성으로 가득 찬 지역이다. 이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꿀 때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하나의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전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안호영 의원은 제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특보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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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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