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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처세대’의 은퇴 쓰나미

베이비부머(Baby Boomers)의 고령화와 은퇴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올해 1차 베이비부머(1955∼1963)의 맏형인 1955년생이 70세 문턱을 넘었고 2차 베이비부머의 첫째인 1964년생은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이들 거대 집단의 은퇴는 인구 지진(earthquake)에 비유될 정도다.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의료와 돌봄서비스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부터 개관해 보자. 베이비부머는 전쟁 혹은 극심한 경제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197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국의 경우 6·25 전쟁,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태어난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 혹은 전후세대(Post-War Generation)라고도 일컫는다. 이들의 합계출산율은 3.0 이상을 유지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1차 705만명, 2차 954만명을 합해 165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2.3%를 차지한다. 나이로는 올해 70∼51세다. 이들은 IT 기기를 다루고 교육열이 높은 게 특징 중 하나다. 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요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여서 ‘마처세대’로 불린다. 샌드위치 세대, 낀 세대라고도 한다. 일본의 베이비부머는 1947∼1949년 3년에 걸쳐 출생한 인구집단으로 비교적 짧게 끝났다. 연령별 분포곡선이 툭 불거졌다고 해서 단카이(團塊)세대라 불린다. 인구의 5%인 680만명 규모다. 1960년대 일본 학생·사회운동의 주역이었고 리버럴한 경향이 강해 아사히(朝日)신문을 즐겨 읽는다. 지난해 막내가 후기고령자인 75세에 진입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1946∼1964년생으로 1990년대 이후 미국의 호황을 이끈 세대다. 7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미국은 정년제도를 폐지했으나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고용 안정과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면 베이비부머의 고령화 및 은퇴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노동인력의 급감과 의료 및 돌봄서비스의 급증을 불러온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이들은 한해 100만명 가까이 태어났다. 달리 말하면 한해 100만명 가까이 일자리에서 빠져 나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잠재성장률과 연금, 일자리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이들의 취업 감소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연금 고갈과 국가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의료비와 돌봄서비스의 증가라는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65세 이상 1인당 의료비는 전체 1인당 의료비의 2.7배에 이르고 계속 증가추세다. 또한 돌봄에 드는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이나 되고 돌봄인력(육아 포함) 부족은 2032년 38∼71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거대한 물결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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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1.30 12:26

혹시 ‘경알이’ 말을 아세요?

말은 시간의 응집이고, 사람의 경험과 기억, 생각을 전달하는 매체다. 말은 시간이라는 맥락 안에서 생성과 소멸을 겪는다. 어떤 말은 살아남고, 어떤 말은 도태되어 사라진다. 지금 내 말은 거의 완전한 서울말인데, 나는 본디 서울말 사용자가 아니었다. 나는 전라도 북부와 충청도 남단의 경계에 있는 농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시골에서 들을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으로 뛰어 놀던 촌뜨기가 서울의 부모와 합가하면서 서울내기가 되었다. 충청도 입말에 익숙하던 내 고막에 서울말은 낯섦 그 자체였다. 어린 고막을 울리던 서울말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나는 금세 서울말에 반한다. 고향의 입말과 서울말이 사뭇 다른데 놀라고, 나는 그 차이를 문화적 충격으로 흡수한 것이다. 한 세기 전 경성(서울의 옛 이름)에 사는 중류층 말을 ‘경알이’말이라 했다. 경알이 말은 표준어의 지위를 얻으며 위상이 더욱 공고해진다. 사대문 안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토박이 박태원의 ‘천변풍경’이나 염상섭의 소설들은 지금은 듣기 힘든 경알이 말의 보고다. 한국영화사의 걸작으로 꼽는 주요섭 소설이 원작인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감독, 1961)에서도 서울말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극 중 어머니와 어린 옥희가 주고받는 말이 서울말이다. 반세기 전 서울말과 지금의 서울말은 또 다르다. 세월이 흐르면서 서울의 주인들이 바뀌고 그런 가운데 서울말도 달라진 것이다. 서울말은 서울 토박이의 오랜 습속과 정서가 밴 입말이다. 서울말은 경기 말과 다르고 인천, 강화 말과도 차이가 난다. 그렇건만 서울말과 충청도말, 전라도말, 경상도말 사이에는 우열 관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서울말이 소중하면 지방의 말도 언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서 귀한 말이다. 서울말이 문화적 가치가 있다면 지역말도 보존해야 할 중요한 문화 자산이다. 일부에서는 서울말을 서울깍쟁이말이라고, 혹은 서울말이 간사하다고 흉을 보았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동안 나는 억세고 투박한 지방말에 견줘 서울말이 더 세련되었다고 생각했다. 서울말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어, 해방 뒤엔 미군 상주와 함께 영어의 영향을 받는다. 서울말은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라는 격랑 속에서 살아남은 말이다. 산업화 시대로 넘어오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상경 인구가 빠르게 늘었다. 그 결과 서울말은 지방말과 섞이고 동화되면서 그 특색이 옅어졌다. 어른들은 계단을 ‘가이당(階段)’이라 하고, 도시락을 ‘벤또’라고, 손톱깎이를 ‘스메끼리’라고, 등에 매는 가방을 ‘니꾸사꾸(rucksack)’라고, 바지를 ‘쓰봉’이라고, 겉에 걸치는 옷을 ‘우와기’라고 했다. 우리말에 뒤섞여 쓰던 일본말의 잔재는 그 존재감이 뚜렷했다. 본디 서울말에는 된소리 발음이 거의 없었다. 자음 ㄱ, ㄷ, ㅂ, ㅅ, ㅈ 같은 예사소리를 ㄲ, ㄸ, ㅃ, ㅆ, ㅉ 같이 된소리로 쓰지 않았다. 어느 시기부터 서울말에 예사소리를 밀어내고 된소리 발음들이 부쩍 늘어난다. 예전에는 ‘소주’라고 발음하던 것을 지금은 다들 ‘쏘주’, ‘쐬주’라고 발음하는데, 이것은 서울말이 거칠어진 세태로 말미암아 거칠어진 거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오라범땍(올캐), 그러께(재작년), 긍검스럽다(근검스럽다), 후뜨루마뜨루(휘뚜루마뚜루)’ 같은 말은 새 말의 위세에 눌려 자취를 감춘 서울말이다. 나는 서울 서촌 일대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 서울의 수돗물을 마시고 서울에서 생업을 일구며 자식을 낳고 마흔 해 넘게 살았다. 살면서 서울 사람의 어휘와 말본새를 듣고 배우며 서울 사람처럼 서울말을 썼다. 서울 시민 노릇을 하며 사는 마흔 해 동안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던 전차가 사라지고 새로 지하철이 개통한다. 도심에 고층 빌딩과 고층아파트 대단지들이 들어서고, 한강 이남의 대규모 개발로 강남이 노른 자리 땅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내 귀와 혀에 인이 박힌 서울말도 그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서울말의 부침을 더듬자니, 세월의 무상함 한 줄기가 따라온다. 가끔 어린 시절 ‘~했걸랑’ 같은 어미를 쓰던 서울 동무들과 그들의 서울말이 그리워진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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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3 18:11

[병무상담] 병력동원소집 통지서 교부 방법이 궁금합니다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작전에 소요되는 병력을 적기에 충원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소집을 말합니다. 지방병무청장은 입영부대별로 소집할 사람을 평시에 지정하고, 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사전에 교부합니다. 병력동원소집통지서는 우편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본인에게 송달됩니다. 통지서는 일단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며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통지서를 받지 못할 경우 세대주, 가족 중 성년자, 고용주 또는 본인이 선정한 통지서 수령인이 통지서를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통지서를 받은 대리인은 반드시 본인에게 통지서를 전달하여야 합니다. 만약 통지서가 반송된 경우 지방병무청장은 주소지를 확인하여 통지서를 다시 발송하며, 직장예비군부대에 소속된 예비군은 직장의 장에게 통지서 교부를 의뢰합니다. 통지서는 전자우편이나 모바일 앱을 통한 전자송달의 방법으로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등기우편으로 본인 또는 대리인이 통지서 수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등 본인이 전자송달의 방법으로 통지서 수령하기를 원한다면 병무청 누리집에서 신청이 가능합니다. 신청 방법은 「(병무청누리집(www.mma.go.kr) → 병무민원 → 동원/예비군→병력동원소집 → 모바일앱・E-mail 병력동원소집 소집통지서 수령 신청」에서 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본인이 지정한 전자우편주소와 상용앱에서 통지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지서를 전자송달한 경우에는 본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통지서 발송 사실과 통지서 확인 방법을 안내하는데, 필요에 따라 등기우편으로 다시 통지서를 보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 → 병역이행안내 → 예비군편성/병력동원 → 병력동원소집안내”를 찾아보시면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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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3 18:10

소나기가 내린다고 꼭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화면에서만 보던 난민캠프를 가보았다. 40도가 넘는 기온에 수키로미터 물을 뜨러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흙먼지 가득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들었던 말이다. “소나기가 내린다고 꼭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벌써 8년전의 이 말은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내 인생을 가르치고 있다. 소나기가 내리는데 왜 꼭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 사람이 소나기를 맞고 있다. 소나기를 맞는 그 사람은 우산 살 돈이 없고,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소나기를 맞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우산을 씌워줬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사람이 아니다. 다시, 한 사람이 소나기를 맞고 있다. 역시 우산 살 돈이 없고,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그리고 우산을 씌워주지 않았다. 그냥 그 옆에 가서 함께 비를 맞았다. 함께 비를 맞으며 그 사람의 기분을 잠시나마 함께 느껴주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며, 때로는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바보같이 함께 웃기도 했다. 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로잡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소나기를 같이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척척박사가 되어 우산을 씌워주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 슬픔, 고통, 어려움을 짧지만 같이 느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나기를 함께 맞는 바보같은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프리카 카메룬으로 떠났다. 마을사람들과 수백마리의 개미에 온몸을 물어 뜯기기도 하고, 말라리아에 걸리기도 하며, 뜨거운 날씨에 농사를 짓고, 배우고, 양동이에 물을 뜨러 가는 세찬 비를 함께 맞았다. 마을 회의를 처음 했던 날이 생각난다. 나와 한국을 소개하며, 이 마을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였다. 발표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이 마을에 뭘 해줄거야?”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때 했던 답은, “나는 외국인입니다. 만약 카메룬에서, 이 마을에서 전쟁이 나고 전염병이 돌고 문제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도망칠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것을 먹고,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배우겠습니다.” “그 이후에 여러분들과 함께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다행이 마을사람들이 웃으며 동의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너는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라고 해주었다. 그 이후 20개월 동안 마을사람들과 함께 소나기를 맞으니, 너무 자연스럽게 보였다. 마을엔 물이 없었고, 수익도 없었다. 말로만 듣던 세계 최하위 빈곤층이 여기에 있었다. 물이 없으니 농촌마을에서 농축산업을 확대할 수 없었으며, 수인성질병 등 다양한 문제를 계속해서 낳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회의를 했고, 진짜 가족과 친구가 된 마을사람들과 나의 의견이 일치했다. 단순한 우물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우물을 만들고 관리하며 이 소중한 물을 이용해서 마을을 발전시켜볼 계획을 세웠다. 소나기를 함께 맞았기에 진짜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소나기를 맞는 일이 아직도 어렵지만,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이 사회에서 바보같이 소나기를 계속 맞을 것이다. △김민재 연구원은 아프리카 2개 국가에서 KOICA 봉사단원으로 근무하고,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협력 정책사업을 추진하며 청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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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3 18:10

2025년 설날은 완주·전주통합 공론의 장

2025년 설날은 완주 군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완주군은 민생안정을 위해 주민 1인당 30만 원씩, 총 3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며, 대상은 9만9697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전주시민들이 설 제수용품으로 완주의 로컬푸드를 구매하면 지역 간 연대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번 설은 완주·전주의 통합을 통해 지역의 번영과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단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변화입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도전입니다. 설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통합의 가능성과 진실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과거 완주·전주 통합 논의를 가로막았던 ‘3대 폭탄’의 주장, 즉 공해시설 설치, 세금부담 증가, 전주시 채무부담 전가 등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오히려 완주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전주가 처리하고, 화장장 또한 전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통합을 통해 제공되는 6000억원 이상의 인센티브는 완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온전히 투입될 예정입니다. 통합 이후에도 완주와 전주의 주민들이 누리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복지항목 비교 결과, 완주가 유리한 22건과 전주가 유리한 27건 모두가 각 지역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결혼, 출산, 양육 지원은 통합을 통해 더욱 강화됩니다. 더불어 전북자치도는 통합 이후 12년간 복지 혜택을 유지할 것을 조례로 제정하여, 완주군민들이 걱정 없이 지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완주·전주의 통합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청주와 청원의 통합 사례에서 보듯이, 통합 후 지역 내 사업체와 일자리 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완주와 전주는 통합 실패로 인해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통합된 완주·전주는 인구 73만 명, 연간 예산 3조 3천억원 규모의 경제권으로 성장하며, 주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약이 될 것입니다. 2014년 청원군과의 통합한 청주시는 사업체 수가 5만7645개에서 9만2424개로, 종사자 수가 31만163명에서 40만3271명으로 증가하며 지역경제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인구는 83만1000명에서 85만4537명으로 늘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24조 6000억 원에서 38조 6000억 원으로 약 60% 성장했습니다. 반면, 2014년 74만3277명이었던 완주와 전주의 총인구는 2024년 73만493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청주시의 성장과 대조적이며, 완주·전주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올해 설날은 지역의 통합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완주와 전주가 하나가 되어 더 크고 넉넉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길에 모두가 동참하길 소망합니다. 가족과 함께 지역의 번영을 이야기하며 화합과 도약을 꿈꾸는 뜻깊은 명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설날은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입니다. 지역의 통합과 번영이라는 큰 꿈을 더하며, 모든 주민들이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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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3 18:10

정년 파괴

정년은 ‘정해진 연도’라는 뜻으로 노동자가 일정한 연령에 달하면 직장에서 자동으로 퇴직하는 제도다. 지금은 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퇴직은 새로운 제도였다. 농경시대에는 퇴직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후반, 노인을 퇴직시키고 청년을 고용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퇴직제도의 필요성이 거론되었다. 이 제도를 맨 처음 도입한 나라는 프러시아(독일)로, 비스마르크 재상이 1889년 공무원의 정년을 65세로 정하면서다. 이후 영국에서 1908년 공무원 정년에 이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어 미국이 1929년 경제 대공황을 맞아 실업에 허덕이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정년 65세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일본의 정년제를 그대로 가져왔다. 당시 정년은 50세였다. 정부수립 이후 정년제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눠진다. 공무원은 1963년 ‘국가공무원법’에서 5급 이상 61세, 6급 이하 55세, 기능직 40∼61세로 규정했다. 1986년에는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이 58세로 연장되었다. 1998년에는 IMF 금융위기를 맞아 일반직 및 기능직 정년을 1년씩 단축해 5급 이상 60세, 6급 이하 57세로 변경했다. 그러다 국가공무원은 2008년, 지방공무원은 2013년부터 60세로 단일화했다. 65세이던 교원 정년은 1998년 IMF 때 고통 분담 차원에서 62세로 조정되었다. 반면 민간부문(기업)의 정년은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의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맡겨졌다. 민간에 실질적인 정년제가 도입된 것은 1991년 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 시행부터다. 이 법에서 사업자는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규정이었다. 2013년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60세 정년 의무화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2023년 중장년 구직확동 실태조사를 보면 임금노동자의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평균 50.5세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는 정년 파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1986년, 영국은 2011년에 정년 자체를 폐지했고 네덜란드는 67세, 독일은 66세, 프랑스는 62세로 올렸다. 일본은 60세로 돼 있으나 65세까지 고용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최근 70세로 올리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년 연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부터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서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과 노동계 등에서 정년연장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년 연장은 퇴직연령과 연금수급 사이의 소득 크레바스(공백),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청년 고용 위축여부, 기업 부담 증가 등과 맞물려 있어 해법이 쉽지 않다. 그러나 거세게 밀려드는 초고령화 물결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정년 연장을 넘어 폐지까지 검토할 때가 되었지 않을까 싶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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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1.23 15:57

완주 수소연구원, ‘수소경제 1번지’ 초석 되길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 등과 함께 친환경 그린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산업은 탄소중립 시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산업이다. 우리 정부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산업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 공모를 통해 ‘수소 시범도시’로 선정된 전주시와 완주군은 수년 전부터 수소경제도시 상생모델을 제시하고, 지역 융합형 수소생태계 구축에 노력해 왔다. ‘대한민국 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이라는 지역발전 청사진도 마련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수소산업 및 수소경제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수소위원회를 두고 수소산업을 지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수소도시 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를 ‘2030 수소도시 완주, 국제도시 도약’이라는 미래 비전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세부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개관한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와 함께 현재 역점 추진 중인 수소특화 국가산단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 수소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완주군의 이 같은 지역발전 청사진을 실현시킬 연구·개발(R&D) 기관인 ‘완주 수소연구원’이 22일 문을 열었다. 완주군과 우석대학교가 함께 설립한 완주 수소연구원은 수소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 개발, 현안 사업 추진, 기업과의 상생 네트워크 운영, 맞춤형 인력 양성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기후위기 시대, 대표적인 그린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산업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기술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전주·완주의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산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사회의 이 같은 기대 속에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손잡고 수소연구원을 설립했다. 새해 특별한 기대와 관심 속에 첫걸음을 내딛은 완주 수소연구원이 지자체와 대학, 그리고 기업 및 관련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소경제 1번지, 글로벌 수소도시’ 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23 14:28

전통시장 화재에 각별한 자세로 대응을

이제 곧 일주일 남짓한 모처럼 긴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을사년 새해 친지들과 만나 정겨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특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런데 느슨해지기 쉬운 요즘 각별히 신경써야 할게 있다. 바로 겨울철 화재다.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릴 수 있기에 항상 기만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명절 휴가가 이어지는 요즘같은 시기가 사실은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전북에서 지난 5년간 설 연휴에 하루 평균 7건가량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2024년 설 명절 연휴 기간 도내에서 총 21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2명이 다치고 10억89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 원인은 첫번째로 부주의에 의한 것이 133건(63.3%)으로 압도적이었다. 전기적 요인 44건(20.6%), 기계적 요인 13건(6.2%)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전북소방본부는24일부터 2월 3일까지 전 직원이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도민 개개인들이 화재에 대해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는 거다. 일년내내 파리를 날리다시피 하다가 모처럼 설 명절 특수를 노리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요즘이 가장 분주하고 활기가 넘쳐야 할 때다. 그런데 지난 21일 밤 늦은 시간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수산시장 화재는 이러한 기대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격포항수산시장에 큰불이 나 점포 26곳 중 11곳의 집기와 각종 활어·어패류 등이 타버린 때문이다. 특히 설 준비를 하는 고객뿐 아니라 요즘엔 설 명절 같은 때에는 관광객이나 귀향객들이 겨울 바다를 보러 오는 경우가 많기에 한창 들떠있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뜻밖의 이번 화재로 생계 수단을 잃게 돼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다. 운 나쁘게 격포항 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뿐 도내 대다수 전통시장도 남의 일로 치부할수만은 없다. 건립된지 오래되고 각종 소방시설도 미흡한 경우가 많아 일단유사시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설 명절 연휴를 시작하면서 각자 자기주변을 한번 더 살펴서 화재를 예방하자. 특히 소방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도내 전통시장 전체에 대해 완벽한 소방시스템 구축과 점검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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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23 11:48

울엄마

내 고향은 김제 시내에서 이십여 리 떨어져 있는 봉남이다. 봉남은 그전에는 접주리接舟里라고 했다. 삼국시대 저수지 벽골제 수문을 열면 배가 그곳까지 닿았다고 해서 생긴 지명이라는 후문이다. 그만큼 마을 주변엔 온통 논이 넓게 펼쳐져 있다. 대학 시절 방학 때 고향 집에 놀러 온 강원도 친구가 이렇게 너른 들판은 난생처음이라며 탄성을 연발했을 정도다. 이제는 고향에서 산 것보다 타향살이가 더 오랜지라 고향에 대한 기억은 무의식 속에 깊이 파묻혀 있어 소환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뇌리에 깊이 각인된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히거나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엄마는 내가 여섯 살 때인 마흔둘에 혼자가 되셨다. 아버지가 금광을 하던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자 화병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졸지에 남편을 잃었다. 당시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집달리’들이 우리 집에 들이닥쳐 심지어 괘종시계에까지 빨간딱지를 붙이던 광경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엄마는 틈만 나면 내 손을 잡고 어느새 종적을 감춰버린 이웃 동네 아버지 친구 집을 찾아갔다. 이어 그 집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마당 한가운데로 달려가 쓰러져 그 아저씨 이름을 부르며 제발 빚 좀 갚아달라고 대성통곡을 했다. 땅을 치며 우시던 엄마를 말리며 나도 큰소리로 따라 울곤 했다. 나는 6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 아저씨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엄마는 언젠가 그 집에 들렀다가 여느 때와는 달리 인기척이 없자, 그 동네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그 아저씨가 야밤에 가족들을 모두 데려갔다는 말을 듣고부턴 그 집에 발길을 뚝 끊었다. 집안 곳곳에 즐비하던 빨간딱지가 사라진 것도 그즈음이었다. 채권자들에게 반드시 빚을 갚겠다는 엄마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이리라. 그 뒤 엄마는 얼마간 있던 논을 부쳐 엄청난 빚을 갚으면서 우리 6남매를 키우시느라 정말 치열하게 사셨다. 과부라고 놀리며 윗논 물꼬를 터주지 않는 동네 아저씨와 한바탕하고 오셔서 나를 부둥켜안고 대성통곡하시기도 했다. 엄마는 유난히도 무덥던 2004년 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 마치시고 너른 들판 사이로 난 신작로를 따라 홀로 집에 가시다가 동백꽃 떨어지듯 길가에 푹 쓰러져 홀연히 세상을 떠나셨다. 홀몸으로 우리 6남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새도 없이 불현듯. 아마 엄마는 이제 지상에서의 임무가 끝났으니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전에 얼른 조용히 사라질 때가 되었다고 결심하신 듯하다. 일요일이라 곱게 화장도 하시고, 옷도 깨끗하게 차려입으신 채, 평소엔 교회에서 점심 식사 후 동네 어르신들과 교회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시던 분이, 아무리 말려도 손사래를 치시며 혼자 걸어가시다가 훌쩍 먼 길을 떠나셨으니 말이다. 엄마는 일찍이 선산 밭 한 귀퉁이에 아버지 묘를 이장하시고, 그 옆에 당신 가묘를 만들어 놓으신 다음, 내게 가끔 장롱에서 미리 마련해두신 삼베 수의를 꺼내 보이시면서 당신이 세상 떠나시면 입혀달라고 당부하셨다. 지금 엄마는 바로 그 수의를 입으시고 그 가묘에 누워계신다. 난 엄마 삼우제 때 무덤 앞에서 굳게 다짐했다. 설 명절과 생신 등 생전에 엄마를 뵈러 오던 날은 꼭 오겠다고. 하지만 그 다짐은 공수표가 된 지 이미 오래. 겨우 기일에나 찾아뵐 뿐, 전주에 특강이 있을 때도 잠시 생각은 해도 엄마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때마다 내 귓가에 그리운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이구 참말로! 썩을 놈!”. △김원익 소장은 신화연구가로 저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1, 2〉,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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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2 18:39

희망의 등대 테마기행

세계 최초의 등대는 BC 279년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만의 파로스등대다. 그 당시에 높이 140m의 등대가 100km까지 비추었다고 한다. 그 건축기술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안가에 돌탑을 세우기도 하고, 산꼭대기에는 깃대로, 밤에는 봉화를 피우고 징이나 꽹과리로 위치를 알렸다고 한다. 1902년도에 인천해관 등대국이 신설되고, 소월미도에 등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는 1903년도 팔미도등대다. 오늘날에는 제주도의 마라도와 울릉도의 도동과 독도등대까지 전국에 유인등대가 많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빼어난 절경 위에 세워져서 파란 바다와 아기자기한 섬들을 품고 있으며, 밤에는 빛으로, 안개가 끼면 소리로 뱃길을 안내하고 있다. 갑자기 폭풍우기 몰아치는 날에는 먼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아빠를 기다리면서 무사히 돌아 오시기만을 간절하게 기도하는 곳이기도 하고,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는 고마운 표상(表象)이다. 평택항 행담도에는 선원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등대, 선유도 방파제에는 두손모아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의 등대도 있으며, 여수구항의 하멜 등대 등 아주 아름답고 유니크한 등대들이 섬과 항포구에 많이 세워졌다. 통영 소매물도 등대는 기암괴석과 등대섬 초원 위에 세워져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한폭의 그림이다. 밤에는 별빛이 쏟아지고 고요한 가슴에 살포시 포근하게 안기는 ‘연인의 등대’라고 부르고 싶다. 팔미도 등대는 1950년 6.25전쟁의 운명을 바꾼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영흥도를 중심으로 각종 첩보 활동을 펼치고 있던 켈로 부대원들은 “9월 14일 밤 12시 정각에 등대를 밝히라”는 유엔군 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팔미도에 잠입해 등대에 불을 밝혔고, 이 불빛을 길잡이 삼아 함정 261척이 극심한 조수 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무사히 월미도 해안에 상륙할 수 있었다. 나라를 지켜준 ‘고마운 등대’다. 어청도 등대는 물 맑기가 거울과도 같아 어청도라 불리는 푸른산 위에 우뚝 솟아 있다. 등탑상부를 전통한옥의 서까래 형상으로 살리고, 상부 홍색의 등롱과 등탑과 돌담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해질녘 주변의 해송과 어우러진 풍광과 자연산 광어회, 일몰이 으뜸이다. 군산에서 40km 떨어진 서해 끝바다를 지키고 있으면서 지금도 그 청초한 모습을 간직한 ‘미인 등대’다 제주의 마라도 등대는 한반도의 가장 남쪽섬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km 떨어진 전설의 섬 이어도를 비추고 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40m가 잠겨 있고 지상 36m의 철구조물로서 25m이상의 파고와 초속 60m의 태풍을 견디며 파랑, 풍속, 수온 등 44종의 해양관측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주변의 황금어장을 확보하고 있고, 어장 예보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해신등대’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과학기술원의 놀라운 정책성과다. 부산 영도등대는 무한의 빛 조형물과 도서관, 영상관, 갤러리를 갖춘 해양문화공간으로서 태종대 8경중 하나다. 해기사 명예의 전당에 있는 신성모(영국의 아시아 최초 선장, 전 국방장관)의 흉상을 보고 있으면 해양인의 도전정신과 열린 마음,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듯이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한다)의 해양 정신을 새기게 된다. 해양주권수호의 상징 독도에도 등대를 짓고 선착장(접안시설)을 조성하여 우리의 땅을 굳세게 지키고 있다. 울산의 울기등대는 해송과 해국 등이 울창한 제2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울산의 끝단에 위치하고 있다. 부근에 문무대왕의 호국영령이 서려 불그스레한 기운을 띤 대왕암이 푸른하늘과 파란 바다를 그은 수평선 위로 절경을 드러내고 있다. ‘대왕등대’라고 부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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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2 18:38

대한민국의 ‘안녕’을 묻다- 다시 봄을 기다리며

‘안녕(安寧)하다’ 아무 탈 없이 편안하셨는지, 짤막한 한마디의 무게가 온몸을 짓누르는 요즘이다. 이 참혹함이 진정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현실인지, 혹 끔찍한 악몽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묻는다. 채 아물지 않은 아픈 역사의 상흔이 다시 살갗을 파고든다. 수십 년간 이름 없이 스러져간 작은 걸음으로 내디뎌온 민주주의가 단 몇 시간 만에 무참히 짓밟힐 수 있다는 기억 말이다. 권력을 사유화한 무도한 자들의 패악질에 평범한 일상과 내일의 희망이 산산이 부서질지 모른다는 자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두 시간짜리 내란이 있습니까?” 윤석열은 물었다. “두 시간에 끝낼 내란이었는가?” 그에게 되묻는다. 바야흐로 ‘악몽의 데자뷰’ 다. 역사의 뒤안길로 저 멀리 퇴장한 줄 알았던 쿠데타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두환의 권력 찬탈은 세계 최장기간 쿠데타로 평가된다. 1979년 12월 12일 ‘내란의 밤’은 찰나였지만, 전두환이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1980년 9월 1일까지 장장 264일간 독재를 향한 집요한 밑작업이 이뤄졌다. 신군부는 5·18민주화운동을 군홧발로 진압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긴급체포했으며, 국회를 해산한 뒤 반헌법적 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설치하는 등 서슬 퍼런 독재로 회귀했다. 지금 다시, 그 길을 가려던 자가 있다. “총 쏴서라도 끌어내라” 야만과 폭력의 문을 연 자, 바로 현직 대통령이다. 검찰은 윤석열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과 공모해 국회를 무력화시킨 뒤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한 의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헌문란으로 명백한 내란죄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의 밤’은 하룻밤 꿈이 아닌, 대한민국을 어둠으로 단숨에 삼켜버릴 ‘장기적 음모’의 서막이었다. 윤석열은 다른 의미로 ‘최초’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 출국이 금지됐으며,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고,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해 법원의 영장이 발부된 것 하나하나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개인을 넘어, 국가의 불행이다. 아집과 독선에 갇힌 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스스로 건넌 자 누구인가. 국민의 일상을 무너트리는 비상계엄은 결코 겁박의 수단도, 통치행위의 도구도 될 수 없다. 온갖 증언과 증거가 윤석열을 내란수괴로 지목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죄스러움이 있다면 장막 뒤 비겁하게 웅크려 여론전을 획책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수사와 탄핵 심판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염치와 양심의 실종은 인간성의 상실과 직결됨을 부디 명심하길 바란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폭압적인 수거와 처단이 아닌, 헌법에 따른 탄핵 심판이다.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은 무정부 속 혼란이 아닌,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복원이다. 역사는 세 걸음 전진과 두 걸음 후퇴를 거듭했지만, 그럼에도 뚜벅뚜벅 전진해왔다. 지도자의 무도와 무능, 부패와 부정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면 곡갱이로, 짱돌로, 화염병으로, 촛불로 지켜온 나라다. 우리는 더욱 단단해진 힘으로 굳세게 나아갈 것이다. 바다로 흘러간 민심의 물결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반드시 봄은 온다. 혹독한 추위에도 민주주의 꽃잎의 뿌리를 지켜, 다시 활짝 피워낼 수많은 이들의 따뜻한 숨결이 있기에. △박희승 국회의원은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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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2 18:38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자

최근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채소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 발생량 액수가 한 해 동안 1400억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1월 20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국주영은 의원이 주최한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농식품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비용이 연간 최대 5조원에 달하며, 2021년 전북도내에서 발생한 못난이 농산물은 모두 5만3935톤, 1406억원으로 추정됐다. 유형별로는 과채류가 1만9558톤(4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과일류 1만6348톤(526억원), 조미채소류 1만5495톤(311억원), 엽채류 2560톤(80억원)등 이었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 양은 전 세계 음식물 소비량의 1/3인 13억 톤에 달한다. 이같이 못난이 농산물은 표준 규격에 못 미치고 판매가 어렵다는 이유로 싼값에 판매되거나 폐기되었다. 그러나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푸드 리퍼브’ 시장이 유럽 전역과 북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못난이 유통망인 '어글리어스 마켓', '못난이 마켓' 등에서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유통망인 이마트에서는 ‘신선흠’이란 못난이 농산물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였고 농협에서도 관련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는 이른바 B급 농산물 거래가 주류로 발돋움한 현실을 보여준다. 못난이 농산물 유통은 폐기될 농산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농부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폐기를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농생명산업 수도‘를 자부하는 전북특별자치도 차원의 종합적 방안이 요청된다. 못난이 농산물 발생 및 유통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해 유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일반 농산물보다 30~40% 낮은가격에 거래돼 택배비 지원 등도 필요하다. 해외의 '푸드 리퍼브' 시장과 국내 기존 유통망의 수요 등을 참고해 도차원의 유통 정책개발을 적극 추진해 명실상부한 ‘농생명산업 수도 전북’을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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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22 16:54

지방의원 검증 강화, 대대적인 물갈이를

최근 전북지역에서 일부 지방의원의 일탈행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론이 악화되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에 대한 검증 강화 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당 선출직평가위원회에 공무원노조 관계자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원들의 비리·일탈 행위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원은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지난 2022년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되고,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런데 달라진 게 없다. 논란이 일 때마다 의회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으며 개선을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도돌이표다. 주민들의 거듭된 실망이 지방의회 불신을 넘어 ‘지방의회 무용론’으로 이어진지 오래다. 몇몇 지방의원들의 부정부패와 추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유권자 입장에서 걱정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주민 신뢰 회복이 급하다. 우선 의원들의 비리·일탈 행위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정당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비리 의원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중한 징계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하고,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 물론 각 정당에서 후보 검증 시스템을 가동해왔다. 민주당에서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통해 현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정활동과 도덕성, 역량 등을 평가해 공천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단체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지방의원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정당에서 각 후보자의 도덕성과 기본소양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의원 공천심사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방의회가 건강해야 지방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한 지방의회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발 내년 지방선거 때는 여야 각 당에서 지방의회에 나갈 인재 영입에 더 힘쓰고, 후보들에 대한 검증도 더 철저히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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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22 13:06

전북의 위상과 백제역사유적지구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지역사회에서 백제와 후백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그만큼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백제의 후예라고 하는 정서적 컨센서스가 강하다는 얘기다. 오늘날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의 쇠락 연원을 멀리 백제의 멸망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솥발 형태로 대결하다가 백제가 멸망한 때가 서기 660년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업적은 높게 평가할만 하나 또 한편에선 집안싸움에 외세를 끌어들여 이후 영향력이 한반도에 국한하게 됐다는 비판도 있다. 어쨌든 1300 여년전 백제는 멸망했지만 그 당시 백제인들이 창조한 풍부한 문화는 도처에 그 흔적을 남겼다. 오늘날 K -컬쳐로 일컬어지는 풍부한 문화예술적 소양도 따지고 보면 멀리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제의 왕도가 있었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백제문화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문화 창조의 토대가 되고 있는 이유다. 고대 백제는 활발한 대외교류와 과감한 포용력으로 새로운 선진 문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백제만의 고유한 기술과 아름다운 감성을 더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면서 고대 동아시아 한류 문화의 중심국가로 우뚝 섰다. 세계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 후기(475~660) 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이다. 웅진시기를 상징하는 공주 공산성,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비롯해서 사비시기 부여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왕릉원, 부여 나성이 있다. 또한 사비후기 익산 왕궁리유적과 익산 미륵사지로 구성된 8개의 연속유산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앞서 2012년 (재)백제세계유산센터가 설립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체계적인 통합관리·활용·확장등재를 위해서다. 센터는 전북, 충남, 공주시,익산시,부여군 5개 자치단체가 출연해서 만든 기관이다. 1년에 대략 16억원의 출연금및 국가보조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사장은 전북과 충남 행정부지사가 1년씩 번갈아서 맡고 있다. 이사장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기관을 이끌어가는 책임자는 센터장이다. 그동안 2명의 센터장은 모두 충남 출신 인사였기에 이번엔 자연스럽게 전북 출신이 센터장이 되는가 싶었는데, 대전에 있는 국가유산청 간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센터의 출연금을 보면, 전북과 익산의 합산 출연금 비율은 44%나 된다. 결국 전북은 말만 백제의 메카일뿐 정작 전북 출신은 계속 변방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동안 세계유산 통합관리·활용은 물론 역사·문화·관광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들이 센터장의 고향인 충남지역에 치중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백제세계유산의 확장등재나 역사관광개발을 위해서라도 전북이 일정 부분 역할을 확실히 해야한다. 이사장 뿐 아니라 센터장 역시 지금처럼 충남이 독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북과 충남이 번갈아 맡도록 명문 규정을 둬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1.22 12:17

새만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은 안전을 위한 현명한 투자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는 공항 인프라의 안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사고를 계기로 공항 활주로의 길이가 항공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착공 예정인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 문제를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계획된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5킬로미터다. 이는 무안국제공항의 2.8km보다 300m나 짧은 거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국내선만 운항하는 군산공항의 2.745km 보다도 짧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국제공항들과 비교해보면, 그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인천국제공항은 3.754km, 김포국제공항은 3.236km, 제주국제공항은 3.18km로, 대부분의 거점 공항들은 3km 이상의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다. 짧은 활주로는 공항 운영에 여러 가지 제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선 운항 가능한 항공기 기종이 제한된다.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B737, A320 계열의 항공기는 운항할 수 있지만, 장거리 노선에 필수적인 B777, B787, A330 등 대형기의 이착륙은 사실상 어렵다. 특히 화물기나 장거리 여객기의 경우, 연료와 화물을 가득 적재한 상태에서는 더 긴 활주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상 악화 시에는 항공기 운항이 더욱 까다롭다. 항공 전문가들은 강풍이 불거나 비가 올 때, 또는 한여름 기온이 높을 때는 항공기의 이착륙 거리가 평소보다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항공 전문가들이 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최소 3.2km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3.5km로 계획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사건이 시사하듯, 충분하지 않은 활주로 길이는 곧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다행히 새만금국제공항은 3단계 개발계획(2031~2040년)에 3.2km까지의 활주로 확장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꼭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새만금 지역이 경제특구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길이의 활주로 확보는 더욱 시급한 과제다. 국제 물류 허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형 화물기의 원활한 운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새만금국제공항은 3.2km까지 활주로를 연장할 수 있는 예정구역을 이미 확보해 두었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실현 가능한 일이다. 활주로 연장은 단순히 콘크리트를 더 붓는 일이 아니다. 이는 새만금국제공항이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고, 나아가 지역 경제 발전의 든든한 날개가 되는데 필수적인 초석이다. 전북자치도와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사고의 교훈을 되새기며, 활주로 연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공항의 안전과 미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아낄 수 없는 투자다. 착공 전 설계 단계부터 활주로 길이를 국제공항의 기준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우리가 무안공항 사고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이 진정한 의미의 국제공항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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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1 18:18

질병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누군가가 준 소중한 선물일 수 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고 혹시나 질병에 걸리면 불안해하고 힘들어 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신경외과 의사이며 지금까지 약 30년간 환자를 보고 진단하고 치료하며 살았습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지는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 뇌출혈이 발생하여 수술을 권유하면 어찌할지 몰라 하던 보호자 분들! 허리에 디스크가 파열되고 신경마비가 발생하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본인의 건강 회복보다 직장 복귀를 먼저 걱정하던 40~50대 가장이셨던 직장인분들! 신경마비가 발생하여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셔도 수술을 권유하면 퇴직 후에나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하시던 60~70대 경비원 분들! 고혈압성 뇌출혈 수술을 받고 한쪽 편마비가 발생하여 대금을 불지 못하게 되셨던 남원의 어떤 인간문화제 분!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5살짜리 어린아이…. 돌이켜 보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많은 환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이든 다행이든 이 모든 질병들은 결국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죽은 사람에게는 질병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질병은 죽은 사람이 맛볼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세상에 완벽한 절대자가 있어 그 완벽한 절대자가 인간을 창조했다면 굳이 왜 불완전하고 불편한 질병이라는 혹을 인간에게 부쳐주었을까? 태어나서 살고 무탈하게 살다가 자연사하게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물론 자연사든 노화든 이 또한 질병의 하나로 볼 수 있기에 여차 저차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가끔 생각만 해본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질병은 인간에게 왜 허락된 것일까요? 이유 없는 존재는 없기에 가끔 이 또한 생각해봅니다. 55세의 완숙한 남자 가장에게 찾아온 파열성 디스크 병(Ruptured disc)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40대의 젊은 여자에게 찾아온 뇌종양은 이 젊은 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65세의 어머니에게 찾아온 척추 전방전위증은 이 어머니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혹 이 질병은 이 사람에게 누군가(신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가 준 선물은 아닐까? 인생을 충분히 살았고 열심히 세상과 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한 완숙한 중년의 환자들에게 찾아온 시련은 이분들에게 무슨 의미인 걸까? 자신의 몸 한 번 제대로 돌볼 시간도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온 환자분에게 신이 주신 선물일 수는 없는 것일까? 한 달에 하루 쉬는 것도 어려워서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한국의 성실하고 착한 생활인들에게 신은 잠시라고 쉬면서 자신의 몸을 한 번쯤은 돌아보라고 주시는 선물은 아닐까?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세상과 가족을 위해 노심초사 고생한 나에게 조금의 휴식이라도 가지라는 그 누군가의 선물일 수는 없는 것일까? 녹슬고 고장난 자동차는 멀리 달릴 수 없습니다. 병든 몸을 이끌고 무조건 달려가기 보다는 좀 쉬면서 몸도 고치고 지금껏 잘 달려왔는지,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달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목표도 수정하고 방향도 바꿔봐야 하는지 생각도 해보고 휴식도 취하라는 누군가의 선물은 아닐는지…. 몸이 건강해야 세상의 고난도 짊어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야 일이 즐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질병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누군가가 준 소중한 선물일 수 있습니다. △김대용 원장은 우리들병원(청담동 본원)척추 전임의, 광주 우리들병원 병원장, 광주 북구 우리들병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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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21 18:16

해양수산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예선은 예인선중 무역항에 출입하는 선박을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이안과 접안, 계류를 보조하는 선박이다. 항만시설을 보호하고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부두 계류시설에 이접안하는 선박 톤수에 따라 예선 사용 기준이 마련돼 있다. 예선 서비스는 도선사가 선박에 승선,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도선(導船)과 함께 선박의 입출항을 지원, 항만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이다. 군산항은 준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계획 수심을 만족하는 부두가 전혀 없는데다 조수간만의 차가 7m에 달해 만조때 입출항 선박이 몰리게 된다. 이때 예선과 도선 수요도 집중된다. 군산항의 특성이다. 그런만큼 원활한 항만운영이 이뤄지려면 다른 항만에 비해 더 촘촘하게 예선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입출항 선박의 톤수에 적합한 마력별 예선도 준비돼야 한다. 그러나 군산항의 경우 입출항 선박의 40%가 1000∼1만톤미만읜 선박인데도 이에 맞게 지원할 2000마력 이하 저마력 예선은 전체 6척 중 1척에 불과하다. 항만의 핵심이자 필수 기능이 비틀거릴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수요자가 요구하는 적기에 맞는 원활한 도선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 선박들은 요청한 시간대에 입출항을 할 수 없어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며 선박의 정시 도선및 접안이 지연, 하역작업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하역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형 선박에 4000마력 이상의 고마력 예선이 지원되면 안전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상대적으로 비싼 예선 사용료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물론이다.. 이는 고스란히 화주들에 전가돼 기업들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생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됨으로써 화주들은 다른 항만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도내 유일의 무역항인 군산항의 경쟁력이 뚝뚝 떨어져 기업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된다. 저마력 예선 부족 현상은 지난 2023년 7월 해양환경공단이 자체 1350마력 저마력 예선 1척을 노후를 이유로 대체 예선투입없이 감선하면서 야기됐다. 당시 공단은 갑작스레 감선을 추진했고 이를 도선사회와 해운대리점에 통보했다. 해운대리점과 도선업계는 즉각 반발했고 군산해수청에 원활한 항만운영을 위해 저마력 예선의 증선을 요구했다. 군산해수청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 저마력 예선 증선의 불가피한 상황을 인식하고 6척의 군산항 적정 예선 척수에도 저마력 예선의 증선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특정 마력대의 예선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양수산부와 협의후 공모를 통해 증선을 할 수 있다는 해양수산부의 예외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저마력 예선의 증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예외 규정을 만들어 놓았는가. 전시행정용인가. 입출항 선박 대기 및 하역 작업 지연 등이 지속되면서 군산항은 하루 하루가 힘들다. . 군산항은 국가관리무역항이다. 항만을 건설해 놓고 정부가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 스스로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행정이 아닐 수없다. 해양수산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행정의 모든 정답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5.01.21 15:24

고창군 공직사회, 무사안일과 권위주의의 늪에 빠지다

고창군 공직사회가 무사안일과 권위주의라는 깊은 늪에 빠져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고창군 행정지원과의 한 팀장이 지역 언론사의 취재 협조 요청에 보인 비협조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는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이는 단순한 언론과의 갈등을 넘어, 군청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공직자들의 태도 결여를 반영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군수의 열정적인 행보와 노력이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는 군정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군수는 열심히 하는데 직원들은 각자 논다"는 지역민들의 비판이 점점 힘을 얻는 이유다. 군청 직원들의 이러한 모습은 단지 언론 상대에서만이 아니라, 군민들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군수께서 주민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데,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가 그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며 “군청이 진정으로 군민을 섬기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반응은 군청 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군수 본인도 내부 소통 부족에 대한 소문과 맞물려 공직사회의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군 행정 전반에 걸친 변화와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고창군은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의 비약을 꿈꾸고 있는 이 즈음에 군민 중심의 행정으로 거듭나고, 1천만 관광객을 맞이해야 할 고창군이 리더인 군수의 노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직자 개개인의 태도와 기본자세부터 쇄신해야 한다. 공직사회 내부의 권위주의와 관료적 태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군민과 관광객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 오피니언
  • 박현표
  • 2025.01.21 15:20

게티 미술관의 기적

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올 더 머니(원제/세상의 모든 돈)>는 197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손자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다. 세계적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전기작가로 이름을 알린 존 피어슨의 <고통스러운 부자>가 원작. 아이가 유괴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다섯 달 동안의 과정을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 폴 게티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거부였지만 유괴범들이 열여섯 살 된 손자를 납치하고 귀를 잘라서 보내며 요구하는 몸값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돈을 쓰지 않는 소문난 구두쇠였던 게티는 이 사건으로 수전노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돈을 셀 수 있다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고 했던 J. 폴 게티(1892~1976).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검절약한 삶을 살았지만 아끼지 않고 돈을 투자했던 것이 있다. 8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미술품 수집이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수집한 미술품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세상을 떠날 때는 유산 7억 달러를 기부하며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소장품을 넘기고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미국 LA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이 그 결실이다. 폴 게티 미술관은 고대 유물부터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로마, 그리스, 에트루리아 등 고대 유물부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렘브란트의 '야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 '비트루비안 맨'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까지 소장 작품이 4만 4천여 점이나 되니 그 위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티 미술관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일어난 LA 산불 한복판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덕분이다. LA 산불은수많은 저택과 건축물을 불태우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보관하던 예술품들도 모두 소실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예술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티 미술관도 건물에서 1.8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첨단방재시스템과 체계적인 대응 덕분이었다. 1974년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이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화재 예방을 염두에 두었다. 자재도 철저히 엄선했다. 넓은 광장을 두고 주변 정원에는 발화 가능성이 적은 수목을 심어 화재 확산을 막았다. 정교한 스프링클러나 엄청난 양을 보유한 물탱크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갖추었다. 산불이 나자 비상 운영 센터를 가동하며 신속하게 나선 미술관의 대처도 관심거리다. 치명적인 재해의 위기에서도 살아남은 게티 미술관의 기적. 우리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교훈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1.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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