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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다섯 바탕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전주에서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하 국악원)은 오는 1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2025 상반기 ‘목요상설 가·무·악’ 6회차 공연‘8인8색, 소리 열전’을 개최한다. 상반기 상설 공연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는 창극단 주축으로 나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를 연창으로 선보인다. 첫 무대는 유희원 단원의 ‘수궁가 중 상좌 다툼 대목’으로 힘차게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별주부가 토끼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처음 마주한 사건으로, 온갖 짐승들이 상좌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대목이다. 해학과 풍자가 담긴 부분으로 짐승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객석에 유쾌한 에너지를 전한다. 두 번째 무대는 이정인 단원의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으로 인당수에 빠진 심청을 그리워하며 통곡하는 심봉사의 애처로운 모습을 담았다. 진계면과 상청의 소리 성음이 조화를 이룬 대목이다. 이어 박태빈 단원의 ‘춘향가 중 옥중가 대목’. 춘향이 모진 매를 맞고 옥에 갇혀 있을 때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로. 한없는 애절함과 그리움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네 번째 무대는 이종호 단원의 ‘춘향가 중 초경이경 대목’으로, 어사가 된 몽룡이 거지로 변장하고 옥에 갇힌 춘향을 찾아가는 내용을 극적으로 그린다. 다섯 번째 소리는 박수현 단원의 ‘심청가 중 범피중류 대목’이다. 심청가의 백미이자 심청가의 비장미와 서사가 절정에 이르는 대목이다. 다음 무대는 한단영 단원의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대목’으로. 여러 지역과 풍경을 묘사한 사설과 엇붙임으로 장단의 묘미를 살린 특징이 있다. 이어 부르는 최현주 수석 단원의 ‘심청가 중 행선정야 대목’은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간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설움을 심봉사가 토해내는 진계면 눈대목이다. 박동진 판소리 명창·명고 대회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은 최현주 수석의 탄탄한 소리 공력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 마지막은 이세헌 단원의 ‘적벽가 중 불 지르는 대목’으로 마무리한다. 주유와 공명의 전략에 의한 결과로 적벽가의 절정을 이루는 대목이다. 조조 군의 전선과 장비가 불타고, 이름 모를 군사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서술한 대목으로 조조가 달아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상반기 상설공연의 마지막 공연인 만큼 이날 공연장에서는 공연여권 스탬프 기준을 충족한 관객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증정한다. 공연 종료 후 티켓 로비에서 관계자에게 인증 후 받을 수 있다.
제29회 전북청소년연극제에서 ‘아네모네’를 공연한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의 연극부 ‘하늘눈’이 대상을 받았다. ㈔한국연극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 주관으로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청소년연극제에는 도내 6개 고교 연극팀이 참가했다. 심사는 공연의 창의성, 지도교사와 학생 간의 조화, 기성 극의 모방보다 학생극다운 작품 등을 기준으로 이뤄졌으며, 각 인물의 심리와 일상이 설득력 있게 구현된 작품에 더 높은 점수가 부여됐다. 대상을 받은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의 ‘아네모네’는 창작초연 작품으로, 인기 아이돌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 간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밝고 경쾌하게 전개됐으며, 다양하고 재치 있는 장면 구성으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어 관객의 공감과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금상은 전주제일고등학교 제스트의 ‘편지가 늦었소’가 차지했다. 은상은 이리남성여자고등학교 스탠바이의 ‘봄이 오기를’과 전주사대부설고등학교 산목의 ‘작은별’이 받았다. 동상에는 전주근영여자고등학교 bloom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전주여자고등학교 무대로의 ‘그날, 우리는’이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연기상에 송여진(전주근영여고)·김기명(이리남성여고) 학생, 우수연기상에 최서영(전주제일고)·원지아(전주사대부고)·윤예연(전주성심여고)·김예지(이리남성여고) 학생이 수상했다. 연기상에 김지민(전주여고)·허예진(전주성심여고)·박규진(전주제일고)·이지운(전주사대부고)·오서연(전주근영여고) 학생이 차지했다. 우수지도교사상은 이혜현(전주근영여고)·임수빈(전주여고) 교사가 받았으며, 공로상(연기지도)에는 김경민(전주사대부고)·한유경(이리남성여자고) 교사가 이름을 올렸다. 특별상은 정혜란(전주성심여고) 학생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으로는 전춘근 극단 까치동 대표, 김정숙 극작가, 박영준 우진문화공간 관장이 참여했다. 전춘근 심사위원장은 심사 총평을 통해 “전북의 청소년 연극인들은 우리 주변의 생동감 있는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여섯 편의 작품을 창작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잘 묘사해 관객의 열띤 반응을 끌어내며, 넘치는 아이디어와 끼 그리고 재능을 자랑했다”며 “특히 대상 수상작은 지루할 틈이 없이 템포감 있게 연출돼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학교폭력과 스토커라는 무거운 소재를 너무 가볍게 다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 스토커 3명의 사연이 좀 더 드러난다면 더 큰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며 “지역 청소년 연극인들의 기발한 상상과 열정으로 열린 청소년연극제는 감동을 만들어냈고, 이로써 이후 전북 연극은 더 단단하고 든든하게 세워져 꽃 피울 것 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 연극부 ‘하늘눈’은 오는 8월 경남 밀양에서 열리는 ‘제29회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한다.
조건 없는 사랑과 섬김, 치유와 회복의 ‘기독교 정신’이 담긴 감동의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창단 36주년을 맞은 전주필그림합창단이 오는 22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시민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로 꾸며진다. 1989년 10월 창단된 전주필그림합창단은 그동안 수백 회의 공연과 다양한 경연대회 참여를 통해 예향 전북의 문화 예술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오랜 시간 지역사회에 감동의 무대를 선사해온 이들의 이번 공연은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6·25 전쟁 제75주년 기념 참전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립니다’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단원 80여 명이 참여하는 이날 무대에서는 ‘조국찬가’,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보훈 단체 회원들을 위한 특별 ‘트로트 메들리’ 등 다채로운 곡들이 연주된다. 전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로 기획된 것이다. 또 필그림합창단 특유의 신앙과 믿음이 담긴 찬양곡들도 함께 선보여,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또 하나의 뜻깊은 행사가 마련돼 있다. 바로 20여 년간 합창단을 이끌어온 이진화 단장의 명예단장 추대식이다. 이진화 단장은 그동안의 헌신과 리더십으로 합창단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으로, 이날 무대를 통해 그 공로와 감사의 마음이 함께 나눠질 예정이다. 최인 전주필그림 합창단 현 단장은 “전주필그림합창단은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찬양으로 지난 36년을 아름답게 채워왔다”며 “오늘 연주회는 단지 음악의 향연을 넘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거룩한 예배의 시간이며, 80여 명의 단원들은 이 순간을 위해 기도와 땀으로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년간 수고하신 이진화 단장님의 귀한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신실한 믿음과 찬양으로 한국 교회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귀한 사역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이번 정기연주회를 통해 함께한 모든 이들의 마음에 하늘의 은혜가 충만히 임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꿉꿉하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 된 6월을 즐길 수 있는 각종 전시회가 전북에서도 펼쳐진다. 민화부터 회화, 사진까지 장르적으로 다채로워 미술 애호가들을 더욱 설레게 한다. △홍림 김민희 개인전 ‘홍홍기원전’ 청목미술관에서 공모 기획한 한지 릴레이 전시 두 번째 주인공이 베일을 벗었다. 홍림 김민희 작가의 전통 민화 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홍홍 기원전’이 17일부터 29일까지 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홍림 작가는 전통회화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과거의 미감과 현재의 감성이 만나는 미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민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바탕으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소망과 행복의 상징을 회화로 확장했다. 작가는 수석, 자개, 자수 등 생활에서의 전통 요소를 회화로 옮겨 개인의 기억을 보편적 메시지로 전달한다. 홍림 김민희 작가는 현재 홍림도화원 대표로 전통공예와 민화 장르에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갑련 사진전 ‘모모(某母_Mama)’ 김갑련 사진작가가 임신과 출산을 겪은 여성들의 몸에 남은 흔적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작가는 여성들의 몸에 남은 흔적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전달한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오랫동안 의학적 진단과 수치화 속에 가뒀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임상적 이미지가 아닌 ‘삶의 증표’로 기록하고 싶었다. 늘어난 피부와 상처의 회복, 수유의 흔적들은 회복되지 않은 상처가 아니라 생명의 경이로움이 새겨진 위대한 증거라는 것을 말이다. 김갑련 개인전 ‘모모(某母_Mama)’는 17일부터 22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층에서 감상할 수 있다. 17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 △이동근 초대개인전 ‘풍요+자연에 물들다’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범주 안에서 대중의 정서와 밀착되어 작업해 온 이동근 서양화가의 개인전 ‘풍요+자연에 물들다’가 6월 17일부터 7월 16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군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극사실주의 기법을 가진 작가 중 한명이다. 그는 자연과 일상에서 특별할 것 없는 소재들을 포착해 세밀한 그림으로 구현한다. 작품은 그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사진이라고 헷갈리게 만드는 독특한 신비감을 품고 있다. 일률적이 소재와 구도에서 소박한 대상의 충실한 모사와는 차별화 된 작가만의 개성이 잠재된 작품들은 사진 이상의 시각적 효과를 유발하는 절묘한 짜임새와 밀도감으로 관람자를 압도한다. △여름의 바람, 공예로 빛나다-청풍시휘(靑風時輝) 여름의 시원하고 맑은 감성을 담은 공예품 기획전 ‘여름의 바람, 공예로 빛나다-청풍시휘(靑風時輝)’이 8월 31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열린다. 전주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여름이 가진 시원하고 맑은 풍경과 색감을 다채로운 작품으로 표현해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 기간 동안 공예품전시관 판매관에서 2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고급 옻칠 주걱을 증정하는 특별이벤트도 진행된다.
김제시가 주최하고 (사)흥문화예술기획이 주관하는 국가유산청 고택종갓집활성화 행사 '선비의 하루'가 지난 14일 김제 벽골제와 해학 이기선생 생가에서 열렸다. 행사는 김제 벽골제에서 1박 2일로 진행됐으며 경기도 일산과 경남 진주, 대전과 전주시 등에서 어린이와 학부모가 참여했다. 벽골제에서 출발해 아리랑문학관, 장태수 생가, 석정 이정직생가 탐방, 서당체험에 이어 이기 선생 생가에서 전통놀이체험, 청사초롱 만들기 체험 등이 이뤄졌다. 송재복 흥문화예술기획 대표는 " 다듬이 체험, 전통놀이체험을 비롯해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다양한 체험 행사를 마련해 선보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을 구성해 고택종갓집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주를 대표하는 마당창극 브랜드공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초여름밤의 무대를 밝혔다. 2025 전주브랜드공연 ‘오! 난 토끼 아니오’가 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 전주한벽문화관 야외공연장에서 개막공연을 올리며 14번째 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해가 지고도 식지 않은 초여름의 열기 속에서 관객들은 부채를 부치며 자리를 지켰다. 무대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으며 천천히 열리자,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움직임에 집중됐다. 공연은 용왕의 등장으로 힘차게 시작됐고, 무대에서는 전주의 대표 문화유산 중 하나인 부채가 적극 활용됐다. 배우들은 부채를 물고기의 비늘로, 토끼의 감정으로, 바다의 파동으로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이야기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올해 무대에 오른 ‘오! 난 토끼 아니오’는 전통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기존 작품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가 전라도 특유의 해학과 정서를 녹여냈다면, 이번 작품은 판소리의 전통성을 바탕으로 현대적 재치와 지역색을 아우르며 새로운 전통극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인물은 단연 토끼 역을 맡은 소리꾼 추현종이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풍부한 성량, 절제된 연기까지 더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다. 특히 위기 속에서도 재치를 잃지 않는 토끼 캐릭터의 성격을 매끄럽게 표현하며 관객의 웃음과 감탄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한 ‘보는 극’을 넘어 ‘함께 만드는 극’이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객석 사이를 누비며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상황극을 펼쳤다. 특히 바닷속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고래 모양 연등을 관객에게 건네며 함께 무대로 이끄는 연출이 돋보였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든 이 장면은 야외 마당극의 진수를 보여준 대목으로, 현장의 열기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연출을 맡은 정호붕은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궁가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극의 구성은 어렵지 않게 흘러가지만, 중간중간 날카로운 풍자와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들며 전통극의 본질도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는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의 몰입도는 높아졌다. 다만 이날 공연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극의 서두가 다소 길게 느껴져 초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었고, 일부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 아쉬웠다는 평도 있었다. 야외공연장 특성상 음향 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보완이 필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2025 전주브랜드공연 ‘오! 난 토끼 아니오’는 오는 10월 18일까지 전석 1만5000원의 입장료로 관람 가능하며,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에게는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 관객과의 소통을 잃지 않은 ‘오! 난 토끼 아니오’. 마당창극이라는 장르가 가진 생동감과 지역성을 유쾌하게 담아낸 이번 공연은, 올 여름 전주 문화예술계의 또 하나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처럼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도시에서 영화를 매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큰 기쁨이었습니다.” 전주에서 열린 제7회 아프리카영화제를 맞아 카이스 다라지(Kais Darragi) 주한 튀니지 대사가 전주를 찾았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얼굴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마련된 이번 영화제에서 다라지 대사는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호흡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3일, 전북대학교 인문사회관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라지 대사는 “서울 중심으로 열리던 아프리카영화제가 문화의 도시 전주에서 개최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한국 관객들과 아프리카 출신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진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전북대에서 튀니지 현대사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도 진행했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튀니지의 로트리 아슈르(Lotfi Achour) 감독이 2024년에 제작한 〈붉은 아이들의 길〉(Red Path).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튀니지 혁명, 즉 ‘아랍의 봄’의 시발점을 조명한 작품이다. 다라지 대사는 “이 영화는 특정 국가의 이야기를 넘어 인류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희생과 상처를 넘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문화와 예술이 지닌 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영화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라며 “편견을 허물고 인간적인 친밀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다라지 대사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다. 1990년대 초, 한국을 담당하는 외교관으로 잠시 방문했던 그는 “당시 한국 사람들은 매우 따뜻하고 열린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그 인상은 변함이 없다”고 회상했다. 이어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면서 오히려 사람들 간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는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전주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한옥마을, 황태조림 같은 음식, 그리고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문화가 매우 인상 깊었다”며 “한국은 전통과 현대가 충돌 없이 조화를 이루는 보기 드문 나라”라고 말했다. 특히 “세대 간 갈등 없이 문화적 유산을 계승하고 있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와 한국, 멀리 떨어진 두 대륙의 문화는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라지 대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한국과 튀니지 사이가 더욱 따뜻하고 우호적인 관계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정책의 전환기 속에서 전문가들은 문화의 역할과 도시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오후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열린 ‘2025 전주 미래문화포럼’의 첫 번째 세션은 ‘대전환시대, 문화로 미래도시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인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는 건축이 주도하는 문화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의 다양화 즉, 공동체와 공유, 창의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지역의 공급으로 동네가 중심이 되는 문화도시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문화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네가 중심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각각의 동네에서 새로운 산업과 문화가 만들어져야 실질적인 문화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동네가 국가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서울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바지한 곳은 어디인가 볼 때 랜드 마크가 아닌 성수동, 한남동, 이태원, 홍대였다”라며 “도시의 매력과 브랜드에 건축적 요소를 넣고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건축이 만들어진다면 지역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한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역문화 정책을 회고하고 전망을 살펴보며 전주의 문화자산과 기술 융합의 가능성을 짚어보는 특별 세션도 이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관한 특별 세션의 첫 번째 발제자인 정보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문화정책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지역문화정책의 흐름과 성과와 한계 그리고 지역을 둘러싼 변화와 방향 등을 짚어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주대학교 김병오 교수는 ‘기술로 전통을 잇다: K-컬처의 본향, 전주의 미래’를 주제로 지역의 문화 자산과 기술 융합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김병오 교수는 “전통기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내고 혁신기술을 응용해 사용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재매개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전통이 되려면 창의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소리의 상징성을 지닌 근대산업유산인 ‘팔복예술공장’의 재매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적 정체성과 역사성, 산업적 에너지를 융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는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소 대표, 차민태 서울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 회장, 정종은 부산대학교 교수,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김남규 전북대학교 특임교수, 김은정 전북일보 콘텐츠 기획실장 겸 선임기자, 전완식 한성대학교 교수 등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전주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미래 혁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025 전주미래문화포럼은 전주시와 전북특별자치도·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전주문화재단·한국지역문화학회·한국문화경제학회·한국예술경영학회·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 주관해 13일과 14일 이틀간 한국전통문화전당 등 전주시 일원에서 열렸다.
청년 작가 오은서와 곽지윤의 ‘찬란한’ 2인 전이 25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다. ‘찬란한’이라는 단어가 지닌 아름다움과 빛남, 훌륭함을 주제로 오은서와 곽지윤은 각기 다른 내면의 풍경을 회화로 풀어냈다. 총 20점의 회화 작품에는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두 청년의 감정과 사유의 차이를 비교하고 동시에 그 다름 속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평면회화를 기반으로 한 추상적인 표현은 시각을 넘어 사유로 확장되며, 관람객에게 일상의 ‘찬람함’에 새로운 인식을 제안한다. 오은서의 작품은 ‘형태를 가지지 않고 경계가 흐릿한 것과 무한한 굴레’에서 출발한다. 색과 형태의 경계가 겹쳐지고, 사라지는 흐름 속에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마치 물의 순환처럼 반복되지만 고정되지 않는 존재의 의미를 사유한다. 영원의 유한함, 경계와 흐름에 대한 성찰을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비 오는 날의 색’처럼 흐릿하지만 선명한 감정의 풍경을 포착하는 곽지윤은 일상의 사소한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그의 회화는 담담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일상에 내재된 찬란함을 전한다. 우진문화재단 관계자는 “두 작가의 감각과 내면이 펼쳐지는 시각적 언어를 통해 스스로의 삶 속 찬란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자리가 아니다. 공감과 자각의 계기를 제공하는 예술적 체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정기휴무일(월요일)을 빼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유강희 시인)가 주최하는 문학 산책이 오는 19일 오후 6시 30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전주시 완산구 중산중앙로 35. 302호)에서 열린다. 행사는 아동문학가 하미경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다. 이번 문학산책에서는 아동문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전은희, 최성자, 이창순 작가를 초대해 강연 및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 대상 질의응답 시간도 준비돼 있다. 전은희 작가는 2011년 ‘KBS창작동화제’ 로 등단한 이후 <열세 살의 콘서트>, <웃음 찾는 겁깨비> 등 청소년 소설과 동화에 집중해 왔다. 이번 문학산책에서는 최근작 <벨루가의 바다>에서 다루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화두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019년 ‘소년문학’으로 등단한 이창순 작가는 작품 <토끼의 후예>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동화와 동시에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짚어볼 계획이다. 2023년 ‘한국서정문학’ 동시 부문 시인상을 통해 등단한 최성자 시인은 동시 창작의 근간인 순수함과 행복을 시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문학산책에서 설명한다. 학생부터 성인까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학산책은 예비 작가, 교육 관계자, 글쓰기를 취미로 하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는 세 작가의 작품이 전시·판매되며, 행사 후 저자와의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전북작가회의 홈페이지 또는 유선 연락을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보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수소문했지요. “어디서 본 듯한데, 글쎄, 어디였더라……”. 비슷한 답들이 왔고요. “가 봤더니 없더라”, “누가 봤다더라” 누군 며칠 뒤에도 전화를 주었지요. 허탕 친 이들도 나처럼 해진 기억을 짜깁기했을 겁니다. 있었거니, 보았거니 찾아간 곳은 어디 장소가 아니라 혼자만 아는 그리움이었겠지요. 보리타작 철이었습니다. 아직 덜 익었지만 발그레한 앵두, 한 움큼 우물거렸지요. 아버지의 도리깨질에 놀라 떨어진 개살구는 시금털털 입을 꾹 다물렸으며, 푸르딩딩 자두며 개복숭아도 맛이 들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방학 때면 내려오던 유난히 볼 붉은 새침데기 청기와집 서울 외손녀가 앵두를 쏙 뺐다고 생각한 날 많았고요. “수목원에 있다더라”, 누가 알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넓은 전주수목원 어딜 가야 빨갛게 만날 수 있을까요? 기억 속 앵두는 장독대 뒤에 있었고, 노래 속 앵두는 우물가에 있었는데 말입니다. 동행이 없었더라면 못 만날 뻔했습니다. 앵두는 시집 속에나, 빈집 뒤꼍이나, 수목원에나 숨어 익어 갑니다. 이제는 과일이 아니라 꽃인 듯도 싶습니다. 누구였을까요? 몇 알 따먹고 갔네요. 그가 우물거린 건, 아마 보석보다 붉은 추억이었을 겁니다.
임실문화원(원장 박정우)은 12일 경남 진주시를 방문, 진주성과 촉석루, 국립박물관 등 ‘우리문화 바로알기 문화유적지”답사를 실시했다. 회원 200여명이 참여한 이날 답사는 회원들의 화합 유도와 역사적 유적 및 기록 등을 확인, 한민족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마련됐다. 답사는 진주성을 방문,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 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행적과 영남포정사, 진주국립박물관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또 오후에는 경남수목원을 방문해 홍보관과 야외생태관 등을 탐방하고 임실지역 산림에 맞는 ‘숲 조성’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회원 466명이 등록된 임실문화원은 해마다 전국의 문화유적지를 대상으로 우리문화 바로알기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정우 원장은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아 내년에도 유명 문화유적지를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의 다양한 역사적 문화를 회원들과 함께 적극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6월 13일부터 7월 5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풍남문에서 야외 상영을 시작한다. 앞서 5월에는 세병공원 야외무대, 전주시청 노송광장, 덕진공원 등에서 선보인 바 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전주씨네투어X산책’은 관광거점도시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국제영화제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주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야외 영화 상영을 즐길 수 있는 전주씨네투어X산책의 상영작은 총 32편이다. 한국독립단편영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와 함께한다. 총 8회의 상영 중 6회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하고 다채로운 단편선으로 구성됐다. 오는 7월 4일과 5일에 상영되는 작품은 제1회 제2회 한국단편영화상 수상작으로 그 해를 빛낸 보석 같은 단편영화를 풍남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주씨네투어X산책’은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상영작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9회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이 오는 14일과 15일, 전주대 수퍼스타홀과 전라감영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전은 동학농민혁명과 전주화약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고, 현대 시민사회가 공유하는 핵심 가치인 민주, 인권, 평화의 정신을 널리 선포하는 뜻깊은 문화 축제로 전국 각지의 민주시민합창단이 함께 어우러져 민주시민을 위한 화합의 정서를 노래로 표현한다. 축전은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합창축전집행위원회와 녹두꽃시민합창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며,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가 후원한다. 먼저 14일 오후 4시, 전주대 수퍼스타홀에서 열리는 본 공연은 농민가와 동학농민가로 시작되는 ‘열림의 합창’으로 막을 연다. 개막식 이후에는 12개 합창단이 3부로 나뉘어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합창단별 단독 곡과 2개의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연합 곡을 부르며 연대의 하모니를 선보인다. 마지막 순서로는 창작곡 ‘가다 전봉준’을 대합창을 통해 펼쳐보인다. 이어 15일 오전 10시 30부터 90여 분 동안 전라감영 특설무대에서 거리공연을 선보이며 시민들과 함께 다시 찾은 민주의 메시지를 노래한다. 이번 축전에는 녹두꽃시민합창단을 비롯한 12개 시민합창단이 참가해 500여 명의 단원이 무대에 오르는 만큼 시민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돼 많은 이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은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지난 5월 한 달간 팔복예술공방 야외놀이터에서 진행한 그래피티 및 공공미술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 '전통+현대: 숨바꼭질' 결과물을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뮤지엄×즐기다’ 사업의 일환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창의적 공공예술 플랫폼으로 기획됐다. 야외놀이터와 외부 벽면에 조성된 그래피티 작품 '공존(Coexistence)'은 전통과 현대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에는 GR1(지알원), SEACH(시치), SPIV(스피브)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등록 사립미술관인 교동미술관과의 협력으로 공동 기획되었으며 팔복예술공장과 전주한옥마을을 잇는 지역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예술로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예술을 체험하고 즐기는 자리가 마련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전북 지역 공연예술이 K-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이 “문화강국의 중심을 전북에 세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지역 대표 문화 자원인 판소리 등을 중심으로 공연예술 분야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양적 성장 뚜렷, 질적 성장 물음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 지원센터가 발표한 2024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의 공연 건수는 지난해 478건으로 전년(418건) 대비 14.3%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도내 공연 건수와 공연 회차도 느는 추세다. 2024년 478건(1514회) △2023년 418건(1513회) △2022년 340건(1302회) △2021년 259건(774회) △2020년 133건(551회)으로 나타났다. 공연 수 증가 등 공연예술분야의 양적인 성장은 뚜렷하지만 질 좋은 콘텐츠가 제작됐는지는 미지수다. 지역에서는 예술지원금 의존도가 높다보니 지원금을 소진하기 위해 객석을 텅 비운 채 형식적으로 무대를 열거나, 관객 동원을 위한 마구잡이식 초대권 발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올해 공연예술분야 지원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22억 원이다. 선정 규모에 따라 지원금 차이는 있지만, 단체별로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초연작은 넘쳐나는데, 두 번째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작품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홍승관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은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초연작 중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은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돈을 내서 공연을 보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시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에 통 큰 지원 나올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문화의 힘’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구선생의 말씀처럼 강한 군사보다 강한 문화의 힘을 지닌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전북이 설 수 있다”고 밝히며 K-문화 산업의 새 거점으로 전북을 언급했다. 홍승관 재단 본부장은 “대통령께서 문화에 대한 투자를 넓혀 문화산업을 진흥해야 한다는 의지가 큰 것 같다”며 새 정부 출범에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지역 공연예술계에 실제로 통 큰 투자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홍 본부장은 “기재부와 문체부 기조가 중앙에서 지원해주던 예술 사업도 모두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다”며 “지역 공연예술계에서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대표 문화자원 세계화 필요 도내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전북의 대표 문화자원의 세계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판소리나 전주세계소리축제 같은 문화자원의 세계화만이 공연문화예술 증진에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승관 재단 본부장은 “전주세계소리축제처럼 국내외 인지도 높은 공연축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진다면 자연스럽게 전통문화까지도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술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 예술가들이 외지로 떠나면서 지역 예술계는 다시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지역 문화 인재 육성을 위한 구조적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성목 전주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학생들 대다수가 연기를 지망하는 학생이다. 단순하게만 보더라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서울에 훨씬 많다”라면서도 “전주는 도시 규모에 비해 극단이 많다. 이 말은 지역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제언했다.
제48회 전북특별자치도 공예품대전에서 신진규 작가(63)의 작품 ‘단차의 조화–오단 찻상 세트’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대전에는 도자·목칠·금속·섬유·종이·기타 등 6개 분야에서 총 71점이 출품됐다. 대상은 목칠 분야에 출품된 신 씨의 작품이 선정됐다. 금상은 박양섭 씨의 ‘봄의 향연’(도자), 은상은 이지연 씨의 ‘차회’(금속)와 소중한 씨의 ‘연화’(목칠), 동상은 정순금 씨의 ‘트레이’(목칠)에 돌아갔다. 이 밖에도 장려상 12점, 특선 5점, 입선 25점 등 총 45점이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진규 작가는 전주공고 건축과 교사 출신으로, 퇴직 전까지 전라북도교육청 산하 목공체험센터 센터장으로도 활동했다. 당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목공예 체험 교육을 이끌었고, 무형문화재 천철수 선생을 초청하며 전통 공예와 인연을 맺었다. 퇴직 이후에는 천 선생의 전수 장학생으로 등록해 본격적인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수상작 ‘오단 찻상 세트’는 체육 시간에 사용되던 뜀틀 구조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아래로 갈수록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를 다섯 단의 찻상으로 구현해 기능성과 조형미를 함께 담았다. 신 작가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전통적인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며 “삼태극 문양과 나비 상감 장식, 분산 기법 등을 활용해 섬세하게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구조적 안정성, 예술성과 실용성, 전통기법의 현대적 해석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신 작가는 “건축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의 경험과 목수였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손재주가 오늘의 밑바탕이 됐다”며 “앞으로도 전통 기술을 계승하며 무형문화재 이수자, 보유자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전국대회 출품도 준비 중이다.
올해 전북무용제 대상은 춤인 프로젝트의 ‘기원: 보다 앞선 것으로부터’에게 돌아갔다. (사)대한무용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가 주최·주관한 제34회 전북무용제가 지난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렸다. 올해는 강명선현대무용단, 스테이아트 프로젝트, 춤인 프로젝트, 박수로 현대무용단 등 총 4팀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 춤인 프로젝트는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상뿐만 아니라 오는 9월 대전에서 열리는 ‘제34회 전국무용제’에 전북특별자치도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날 선보여진 대상작 ‘기원: 보다 앞선 것으로부터’는 대지의 깊은 고통 속 움튼 생명의 연대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의 안무를 맡은 김지정 안무자는 대표는 “아득한 시간 속 존재했을 이름 모를 생명의 기원에 집중했다”며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어져 왔는가 등 작은 물줄기가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루듯 찬란하게 빛날 생명의 흐름을 표현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작품은 무대 구성과 음악, 의상 등이 다른 참가 팀에 비해 더욱 다채롭고, 작품의 주인공인 무용가의 기량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현택 (사)대한무용협회 전북특별자치도 지회장은 “수준 높은 창작 안무와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전북무용제에 지난해에는 3개 팀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4개 팀이 무대에 올라 그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 기쁘다”며 “이번 무용제에서는 실력 있는 안무가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춤사위를 선보였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무대에 오른 팀들은 모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출전팀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작품이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팀에 높은 점수를 줬고, 오는 9월 전국무용제에 진출할 대상작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우수상은 박수로 현대무용단의 박수로 씨와 강명선현대무용단의 장하람 씨가, 우수상은 스테이아트 프로젝트의 임소라 씨가 수상했다. 연기상은 강명선현대무용단의 강영진 씨, 스테이아트 프로젝트의 임소라·박동준 씨, 춤인 프로젝트의 나정윤·안지효 씨, 박수로 현대무용단의 이기영 씨가 받았다. 올해 전북무용제 심사는 김명신 군산무용협회장과 조남규 사단법인 대한무용협회 이사장, 홍승광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강명선 무용평론가, 조석창 전북중앙 기자가 맡았다.
지난 주말 무주산골영화제에 다녀왔다. 깊디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그 느낌이 좋아서 무주를 남몰래 애틋해 했고, 작은 영화관 하나 없는 곳에서 영화제를 연다는 그 무모함이 멋져서 매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제 기간에 무주를 찾곤 했다. 덕유산에서 별 반짝이는 밤하늘을 처마 삼아 피크닉 매트에 앉거나 누운 사람들과 섞여 영화를 봤다. 상영작은 마지막까지 흥미로웠고, 숲을 통과하는 바람에선 서늘하고 알싸한 맛이 났다. “아까 별똥별 봤어?” 하는 웅성거림을 바람결에 들었다. 여행 가방을 끌고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지는 사람들. 체력을 다 소진한 지인과 나는 이른 새벽, 굽은 길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 축제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어쩐지 그 중심에서 비켜난 듯한 느낌이 선명해서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는 서너 페이지 분량의 초단편을 포함해 소설 열다섯 편이 수록돼 있다. 각각 다른 인물들의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마치 모든 작품이 연결된 연작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화자가 모두 40대의 중년 남성이라는 점과 주인공이나 주변 사람이 예술계에 몸담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일 수 있겠다.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서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 ‘라인벡’ 부분 <사라진 것들>은 ‘잃어버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첼로 연주자가 희소 질환으로 한순간에 재능을 잃어버리고(‘첼로’), 부를 거머쥔 절친한 친구가 갑자기 실종된다거나(‘사라진 것들’), 한 소녀가 부부의 관계를 영영 바꿔놓고 무성한 소문들 속으로 자취를 감춰 버린다든가(‘히메나’) 하는 사건들 말고도 일상의 작은 틈새로 조금씩 빠져나간 것들도 있다. 부모가 되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에 대해 다루는 ‘담배’는 아이가 생겨남으로써 변한 일상을 그린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 ‘담배’ 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사라진다. ‘한때’라고 부르는 다정함에 속해 있던 것들이 흩어지고, 흘러가고, 흐릿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과 ‘존재함’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 나는 ‘상실’을 감당해야 한다.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오스틴’) 낭만이 넘쳐흐르는 무주를 떠나오면서 나는 정확히 이 문장과 하나가 됐다. 술 대신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거실의 1인 소파에 앉아 평안을 느꼈다. 때때로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오스틴)이 들고는 했지만, 그 서운함에서 한 발 비켜나면 새로운 발견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 밤의 잔디밭 위에서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과 셔틀버스 기사가 틀어놓은 트로트와 어둠의 종아리를 씻기는 계곡의 물소리 같은 것. 부재를 채우는 것 역시 시간이 우리 삶 속에 일찌감치 파종해 놓았음을 <사라진 것들>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자칭 ‘산책중독자’. 오래된 골목을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로 시도 쓰고, 산문도 쓰며 살고 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미 소 혀를 길게 빼 송아지를 핥는다/ 귀에 가 젖는 입김/ 그렁그렁한 눈망울/ 뻔하다/ 사랑한다는 말/ 안 들려도 보인다”(시‘사랑, 보다’ 전문) 중견 시조·시인, 김수엽 씨가 등단 33년 만에 세 번째 시조집 <자음과 모음이 흙과 만나>(도서출판 상상인)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엄마’와 ‘어머니’가 구분되며, 김수엽 시조가 표현하고자 한 ‘사랑의 기척들’이 더욱 정교하게 나타난다. 시집에는 근원적 ‘숨소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숨기척’이라는 말로도 재현될 만한, 김수엽 시조의 ‘사랑의 기척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시편들로 재탄생하고 있다. “아가야/ 지금 내가/ 네 앞에서 웃는 웃음/ 내 엄마가 내 앞에/ 늘 웃던 웃음이란다/ 날마다/ 내 얼굴 비춘/ 우리 엄마 사랑의 등(燈)”(시 ‘상속받은 웃음’ 전문) “도시로 가고 싶다는 새 구두 한 켤레/ 신발장에 섬겨온 아버지 내 아버지는/ 맨발로 모내기를 하며/ 흙탕물만 신는다/ 신발은 애 온몸을 지상에 띄우는 숨/ 흙냄새 한편이 되어/ 들판을 누벼오던 발/ 적당히 절룩이면서 닳아지는 걸음들/ (중략)기꺼이 텃받처럼 가까이 곁에 두고/ 마음이 또박또박 읽어온 그 이름을/ 날마다 문 여닫을 때/ 반짝반짝 품는다”(시 ‘아버지의 구두’) 이처럼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의 삶과 시조의 토대가 된 ‘어머니’의 눈물과 ‘엄마’의 희망 외에도 삶을 뒤척이게 한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그는 시조의 상투성을 벗고 비교적 우리말을 통해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길을 내주는 등 현대성과 대중성을 추구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에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전해수 평론가는 “김수엽 시인은 지금껏 시조를 통해 시인 자신과 독자를 만나려 한, 사랑의 한 방식을 넌지시 펼쳐 보이며, 반평생을 안아 온 가난한 사랑이 김수엽 시조에 내정된 과거 시간을 청청히 걸어 나와 마침내, 우리 앞에 걷고, 가난하지 않은 사랑의 기척을 들고 당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완주 삼례 출신인 김 시인은 1992년 중앙일보,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상쇠, 서울가다>와 <등으로 안을 수 없다>를 출간했다. 현재 그는 전주에 거주하며 전북시조시인협회장과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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