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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50)풍자와 해학, 후덕한 인품으로 세상의 빛이 된 작가 라대곤

라대곤 작가 라대곤 작가는 1940년 군산시 신영동 구시장 입구의 팔진당이라는 과자 공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일곱 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사업을 접고, 김제의 신곡리로 이사하는 바람에 김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였다. 그는 농사꾼으로 시작해서 노숙자, 악극단 단원, 연탄공장 인부, 약장사 행상, 예비 소설가, 그룹과외 강사, 회사원 등을 거치면서 숱한 고생을 하였다. 그의 자전적 수필에는 어린 시절의 곤궁했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방 한 칸에서 8남매가 잘 때, 방 가운데의 까만 솜이불 속에서는 형제들의 발이 수시로 엉키기도 하였다. 특히, 맏형의 요절은 작가의 삶을 온전히 바꿔놓았다. 하루아침에 장남이 되어 가족들에게 매이게 되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입대하였다. 전방 근무 중 선임하사가 사준 술을 자주 마셨는데, 그 술값이 보급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곤욕을 치렀다. 이 사건은 훗날 그에게 공무원 시험도 볼 수 없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1965년 월간잡지 기자로 잠깐 근무하다가 술 공장을 운영했지만 실패하여 빚쟁이들을 피해 서울로 달아나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소달구지에 살림을 싣고 수도 없이 이사하는 바람에 장독대에는 성한 단지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폐기물 처리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되었다. 작품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수필 문학』에 「고향집 감나무」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문예사조』에 「두창이와 연주의 합창」이라는 소설로 데뷔하였는데, 이때 작가의 나이 54세였다. 출발은 늦었지만, 작품을 왕성하게 써서 악연의 세월』(1995)을 비롯하여 다섯 권의 소설집, 『망둥이』(2005)를 비롯한 세 권의 장편소설, 『한번만이라도』(1995) 등 네 권의 수필집을 썼고, 말년에는 암 투병 중에도 동화집 『깜비는 내 친구』를 3부까지 연달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탐미문학상(1998)을 비롯하여 전북문학상(1999), 표현문학상(2000), 채만식문학상(2006) 등을 수상하였다. 2011년에는 군산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라대곤 작가가 문단에 끼친 영향은 세 가지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영면(永眠)에 이를 때까지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고발하는 등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수필과 비평』의 발행과 신곡문학상제정 등으로 문단을 풍성하게 가꾼 점이다. 특히 『수필과 비평』의 발행인으로서 훌륭한 작가들을 발굴하여 배출하였으며 문인들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문단 환경을 크게 바꾼 점이다. 셋째는 고매한 인품으로 후학들에게 큰 모범을 보이신 점이다. 어려운 문인들을 보면 돈 때문에 신경 쓰이면 좋은 글 쓸 수가 없어!라면서 아낌없이 도와주셨고, 후배들의 출판기념회나 시상식 등 행사 끝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일일이 응원엽서를 보내주신 문단의 자상한 어른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의 서거 3주기를 맞이하여 나온 신곡 라대곤 추모문집 『어서 오소서』에는 작가와 후배 문인들이 나누었던 꿈과 사랑이 가득 이어졌다. 평론가 오양호는 작가는 군산의 백릉 채만식과 겨룰 만큼 훌륭한 역량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창작이 뒷전으로 밀려서 그렇지 작가의 타고난 문학적 역량은 대단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종명은 작가는 화려하거나 섬세한 문체를 구사하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글로 막힘 없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력을 지녔다고 하였다. 호병탁은 작가는 자신의 정신적 외상을 특유의 풍자적 문체로 통렬하게 쏟아냈다고 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 소설 『망둥어』에는 자신의 결함을 토로하는 동시에 비틀린 세상을 향한 분노가 잘 표출되었다고 했다. 특히 망둥이는 욕심이 많아서 제 살을 찢어 미끼로 써도 사정없이 물고 늘어져 자살하듯 버둥거리는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을 질타하였다고 했다. 작가는 『취해서 오십 년』이라는 수필집에서 보듯 술을 즐겨 마셨던 것 같다. 작가가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셨던 이유는 따뜻해지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살기 위해서 였던 것 아니었을까. 정휘립은 <라대곤 다시 읽기>라는 글에서 그의 작품들은 서민들이 겪는 소박한 애환의 일상사를 제재로 하여 생에 지치고 마음 한쪽이 헛헛한 외로운 존재들의 행렬을 그린 풍속화집 같다고 하였다. 작가는 나이 일흔에 췌장암, 담도암 수술을 연거푸 받았고, 체중이 20kg이나 빠지는 상황에서도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매우 쇠약해진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손자 경아와 민재에게 들려주는 『깜비는 내 친구』라는 동화집을 6부작으로 구상하였지만, 아쉽게도 3부까지만 썼다. 이 동화집에는 호수 위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는 평화로운 동산의 이야기를 그의 손자와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다. 김영(전북문인협회 회장) 시인은 작가를 권위적이지 않고 높임받기를 좋아하지 않으신 지구에 온 어린 왕자라고 회고한 바 있다. 후덕한 인품을 지닌 작가로서 후배들과 나눈 그의 꿈은 오래오래 우리 문단에 아름다운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서거 3년이 되던 해인 2016년 7월 9일 김제시 청하면 청운사에 라대곤 문학비가 세워졌는데, 그 뒷면에는 작가에 대한 문단의 안타까움과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게 하는 김남곤 시인의 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오늘도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산 하나가 장중하게 허물어지던 그해 봄날, 우리들은 그대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며 애도했노라. *참고 : 신곡 라대곤 추모문집 『어서 오소서』(2016), 안도(전 전북문인협회 회장) 『라대곤 소설가 자료』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1.07.20 18:08

전통가구 외길 50년, 소목장 천철석 첫 개인전

전통 짜맞춤 가구 제작 기법을 오롯이 지켜온 장인 정신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목가구 소목장)로 지정된 능산 천철석 소목장(63)이 전통가구 제작 외길 50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연다. 전주시 서학동에 있는 전주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24일부터 8월3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개인전 타이틀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천철석, 50년 외길 인생의 혼을 담다. 소목장 인생 50년 필생의 걸작이라고 자신하는 전주장과 전주애기장, 경상, 경대, 머릿장, 교자상 등 그의 땀과 혼이 담긴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완주군 구이면 출신인 천 소목장은 1972년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채 전주시 서학동 소재 안방가구 전문 제작 공장인 서라벌공예사에 입사하면서 소목장의 길을 걸었다. 이곳에서 천 소목장은 학교 공부 대신 나무를 운반하는 등 잡일을 하면서 대패와 끌을 갈았다. 김춘태 공장장의 지도 아래 수공구를 연마하고, 나무를 마름질했다. 전통가구의 기본 원리인 짜맞춤 방식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기술을 배웠고, 1년 여 지나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상을 짜고, 장롱도 짰다. 입사 3년 만인 1975년 첫 작품 경대를 완성,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통가구 부문 당대 최고 실력자였던 조석진 명장(전북무형문화재 소목장)의 공방 명장공예사에 입사했다. 안은성, 조갑곤 선생으로부터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가구 제작기법을 오롯이 전수받은 조 명장으로부터 섬세한 전통가구 기능을 전수받으며 작품을 만들어 냈다. 2001년 고향인 구이면 두현리에 장인공방 문을 열고 독립한 천 소목장은 전통가구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느티나무와 오동나무, 참죽나무, 소나무 등 전통가구에 쓰이는 나무는 장기간의 자연건조를 거친 후 비로소 재료로 사용된다. 작품 제작 기간도 대부분 3개월 이상이고, 1년 넘게 걸리는 산고 끝에 나오는 작품이 많다. 지난 2014년 10월24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9호(목가구 소목장)로 지정받은 천 소목장은 전라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목공체험센터를 맡아 지난 7년여 동안 초중고생 목공체험,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순창 장류축제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천철석 소목장은 한옥 안방과 사랑방에 걸맞는 전통가구 디자인에는 100년 전 선조들의 검소하고 담백한 생활 철학이 깃들어 있다며 대대로 전수되는 짜맞춤 전통가구 제작기법을 이용해 가구마다 한점 한점 혼을 불어넣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천철석 소목장은 전북기능대회 금상, 전국기능경기대회 은상, 한국공예대전 입선 등 각종 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했고, 전라북도 공예박람회 공예명품 초대전 등 각종 초대전에 20여 회 참여했다.

  • 전시·공연
  • 김재호
  • 2021.07.20 17:09

무더운 여름날 선보이는 연극작품

무더운 여름날, 감동과 유쾌함을 선사하는 연극 작품들이 찾아온다. 다양한 연극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2021 대한민국소극장열전 in 전주가 21일~25일 소극장 아하아트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은 지난 2012년부터 각 지역의 소극장이 연합해 출발한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주, 구미, 대구, 광주, 부산, 춘천에 있는 소극장이 참여하며, 3개 작품이 전주에서 공연된다. 올해 2021 대한민국소극장열전 in 전주는 극단빈칸(전주, 대표 양상아)이 주관한다. 극단빈칸은 21일 오후 8시 택배 도난 사건으로 공연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 작품은 행복아파트 두 번째 이야기로 아파트에서 택배가 없어지는 사건을 통해 주위의 편견과 오해를 유쾌하게 풀어간다. 두 번째 작품은 춘천 극단 도모가 23일 오후 8시 선보이는 다시,봄날이다. 이 작품은 장년층이 나이에 위축되지 않고 시대의 어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세 번째 작품은 대구 극단 한울림이 25일 오후 4시 무대에 올리는 맛있는 새, 닭이다. 대한민국 연극제 최초로 6관왕에 오른 이 작품은 대한민국 통닭 세계를 바라보는 발칙한 시선이 압권이다. 평화로운 한 시골 닭장에 새로운 암탉 한 마리가 찾아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해학과 풍자가 묻어난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전예약제로 운영할 예정이며 공연문의는 전화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20 17:01

[전북사의 과제] ④에필로그

1주일간 연재했던 전북사가 종결했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를 되짚어보면, 후백제 왕도인 전주에 대한 문헌기록과 유물유적, 고조선 준왕이 금마(익산)로 내려왔다는 기록에서 출발한 마한사, 남원장수지역에서 확인된 봉수와 제철의 존재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가야사를 소략한대로 짚었다. 에필로그에서는 전북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백제사를 비롯 각 역사별로 보완해야 할 점을 제언한다. 전북의 백제사는 다른 시기 역사보다 상대적으로 논쟁이 적은 편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관세음응험기> 등 문헌사료에 익산의 위상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이 있는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과 왕궁리 유적, 무왕의 아내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알려진 쌍릉 등 고고학적 유물자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국사기와 왕궁리 유적은 익산이 왕도로서 존재했다는 데 힘을 보태준다. 삼국사기에는 익산에 있던 궁궐을 수리했다는 기사가 있고, 왕궁리 유적 내 오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봉안기에는 무왕을 대왕폐하라고 지칭한 명문이 있다. 이를 두고 수도를 사비에서 익산으로 천도했다는 천도설과 수도와 동일한 행정구역인 별부별부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익산이 백제 무왕대에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는 해석은 연구자들끼리 일치한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왕궁리 유적 주변이 시가지로 기능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왕궁리 유적에서 동남쪽 1.3㎞정도 떨어진 곳에서 우물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왕궁리와 제석사지 사이, 궁 남쪽의 탐리마을에서는 기와편, 건물터 등 생활유적도 확인됐다. 백제 왕도로서 익산의 성격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도성체계라는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왕궁리 유적은 궁성, 미륵사는 국찰, 쌍릉은 왕릉 등으로 비정하고 고고학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익산에 산재한 유적은 동시대의 것들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살펴야 익산도성 본래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전주가 후백제 왕도로서 갖는 역사적 정체성은 분명하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문헌사료에는 후백제왕 견훤이 전주를 수도로 삼았다는 기록이 분명히 존재한다. 전주 동고산성, 익산토성(오금산성, 보덕성) 등 각지에서 산성유적도 확인된다. 그러나 대부분 유적이 땅속에 매장된 상태로 성격규명이 미진한 상태다. 후삼국 시대에 존재했던 왕조의 수도인 만큼 도성, 궁성, 분묘, 사찰, 생산시설 등을 세분화해서 발굴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차상민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 주무관(전 전라문화유산원)은 고대도시 구조라는 시각을 전제해야 한다며 여러 시설의 위치를 연계하면서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한사는 중국 문헌 <삼국지>와 <후한서>, 한국사료인 <고려사>. <제왕운기> 등에 집단의 존재가 산발적으로 등장한다. 이를 계기로 전북 등 호남지역 사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발굴에 매진한 결과, 마한사를 설명할 수 있는 토기, 분구묘, 동검, 유리구슬 등 다수의 유물을 발굴했다. 그 결과 마한이 전라도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며, 소국 11개~12개 정도가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중국-마한-변진한 왜로 연결되는 국제교역망도 밝혀냈다. 다만 기존 유물유적 발굴과 연구는 단편적 편린만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게다가 마한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자 육성과 고고학적 보완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야=연맹왕국이라는 틀을 깨고 전북 동부 지역에 독자적으로 존재했다고 이론을 세운 점을 두고는 학계에서 평가가 긍정적이다. 가야로 통칭하는 각국에 대한 분석에서 정치체의 자율적 발전론을 간과했던 사실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다만 근거로 쓰이는 봉수의 조성시기, 제철의 입지, 문헌사료의 해석을 두고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보완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료 자체로 문제점이 제기된 <일본서기>의 해석문제를 두고는 논리보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9 18:20

모던칼라, 젊은 예술학도 위한 12번째 후원전

전북지역 예술인들의 전시 도록공연 리플렛 등을 제작하는 디자인회사 모던칼라(대표 김철곤)가 젊은 예술학도들을 위한 12번째 후원 전시회를 마련했다. 모던칼라는 지난 2008년부터 도내 대학을 졸업한 신진작가를 후원하는 전시회를 꾸준하게 열어왔다. 올해는 김경모김채연 작가를 초대해 20일~25일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2인전을 개최한다. 전북대 미술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경모는 남들이 보기엔 무의미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세대인 무민세대를 아크릴과 유화로 표현했다. 작품은 취업, 직장 등 치열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극 없는 삶을 추구하는 현상을 반영한다. 전북대 미술교육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채연은 문명의 발달 속에서 마냥 편하게 생활하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장지에 채색화로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표상인 호랑이가 인간이 생활하는 집과 카페, 자동차 등에서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멸종될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철곤 모던칼라 대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화됐지만 장기간 동안 바이러스와 다투다보니 모두 지쳐있는 것 같다며전북은 확진자가 적어 전시기획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후원전은 다른 대학 졸업생과 선후배 간 작품을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며 바쁘더라도 전시장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해 주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도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19 18:04

전주문화재단 운영성과…문화예술후원회 ‘이팝프렌즈’

백옥선 대표 재단법인 전주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이 1년 간 운영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백옥선 대표이사는 19일 팔복예술공장에서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뒤 지역 예술계를 위해 추진했던 역점사업을 발표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아 개발한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백 대표이사와 문화재단이 제시한 성과에 따르면, 재단은 △온라인 도슨트(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도입 △비대면 문화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미디어북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탄소섬유를 예술 창작과 연결한 탄소예술프로젝트△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구축한 온라인 갤러리△문화예술 후원회 이팝프렌즈 발족 △팔복예술공장 기능 확장 등이다. 이들 가운데 이팝프렌즈는 지역의 예술문화 후원의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실제 발족 한 달여 만에 기업 후원과 한국메세나협회 매칭펀드를 통해 4400만원을 모금했고, 120여 명의 CMS를 통한 개인 후원 등을 이끌어냈다. 특히 전주문화재단 노동조합과 전주시청 문화정책과 직원들, 전주농협직원 등은 자발적으로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 백 대표이사는 다각적인 재정확보 노력을 통해 예술가와 시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속도보단 안정적 추진과 사업의 지향성과 가치에 주목해 선택과 집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팝프렌즈 후원 운동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 1년간 쉼 없이 열심히 뛰어준 전 직원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7.19 16:58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최고의 스승으로 남아있는 고 이남규 선생님의 말씀이었던 것 같다. 정식 강의 시간이었는지 밤에 이루어지는 특강이었는지도 기억에 없다. 어느 일본인 철학자의 이아기다. 오래 된데다 메모를 해놓지 않아서 기억에만 의존할 때 가장 답답하다. 아무튼 그철학자의 과제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이미 죽은 사람들, 그래서 객관적 비교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다. 우선 직업별로 분류를 해나가는데 그 당시에 2만개의 직업을 분류했었다니 치밀한 연구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물론 정치가, 군인 순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야 예술가들을, 그가 평소에 좋아했던 음악가부터 시작하여 그에게 내심 혐오 집단인 화가까지 연구하다가 무릎을 치며 희열에 몸을 떨었다. 화가들이었다. 그들은 쉬지 않고 뭔가를 창조하는 작은 신(small god)들 이었다. 이제는 화가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당시에 피카소는 거의 신격화 되어 있었다. 입체파 운동의 발명자였는데, 당시의 거의 모든 화가들에게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고 그리게 했던 사람, 친구인 모딜리아니에게 마저도 모든 사물을 입체적으로 봐야한단 말이지? 라며 인정하게 했던 피카소, 생애에 일곱 번의 결혼을 해낸 사내, 그림이 일곱 번이나 변하는 것이 가능했던 종합 예술가 피카소를 제치고 동시대에 입체파 그림을 그렸던 조르쥬 브락크를 선정했다. 드디어 16년만에 이루어지는 연구의 완성을 위하여 프랑스로 건너 가 브락크를 만나야 했다. 그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그의 부인이 나왔고 찾아 온 이유를 말하자 부인은 브락크에게 전달했으며 그에게서 30분을 약속받아 왔다. 조금 있다가 조그만 노인이 수건에 손을 닦으며 나와선 일본에는 선禪이라는 것이 있다죠? 그럼 괜히 오셨네요 라면서 단 몇 초 만에 다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브라크는 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길에 관한 두 사람의 어록을 살펴보자. 먼저 피카소는 나는 길을 가되 있는 길을 다 가보고 싶다 이었고, 브락크는 나는 길을 가되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 봐야겠다 이었으니 어떤 길을 갈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19 16:33

[전북사의 과제] ③가야사

전북 가야사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특별법)의 범주에 들어갔지만 전국 고대사학계에서는 가장 쟁점이 많은 분야다. 전북 동부지역에 대가야가 존재했다는 통설을 뒤집고, 독자세력 존재를 주장하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근거로는 지표조사로 발견된 봉수와 제철, 중국과 일본의 문헌사료를 든다. 그러나 봉수의 조성시기, 제철의 입지, 문헌사료의 해석을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아직까지는 통설(전북 동부지역=대가야)이 힘을 얻고 있다. 전북 가야사를 둘러싼 쟁점과 가야할 길을 두 짚어본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북 동부 지역에서 지표조사를 통해 발견된 제철, 봉수, 고분은 800여개다. 특히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은 역사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프랑스)의 완성도 검사까지 통과한 상태다. 가야세력의 존재여부를 유추해주는 문헌사료도 있다. 중국문헌인 <양직공도>와 일본의 <일본서기>다. 두 사료에는 반파(가야소국)가 봉수를 쌓아올린 기록과 남원에 있던 소국으로 추정되는 기문국이 나온다. 이들 유물과 문헌을 근거로 대두한 학설이 전북 독자가야설(장수 반파가야설)이다. 곽장근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반파의 위치는 역사 고고학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전북 동부에서 발견된 110여곳 8갈래 봉화로의 최종 종착지가 장수군 장계분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서기에 반파가 513년 기문과 대사를 두고 백제와 전쟁을 벌일 때 봉후 기록이 나오는 데, 그 물증이 전북 동부지역 봉화망이라고 부연했다. 전북 동부 지역에서 발견된 117개 봉수는 조성시기가 주된 논쟁거리다. 논쟁은 고대시기부터 구한말까지의 문물제도를 망라한 <증보문헌비고>에서 촉발된다. 이 사료에 따르면 조선시대 각 봉수당 거리는 11.6km이다. 봉수분야 전공자인 김주흥 LH밀양사업단장은 이를 두고 (거리상으로 볼 때) 가야시대에 (특정 한 지역에서) 110여 개의 봉수를 운영했다는 게 맞지 않을 수 있다며장수 지역 봉수는 삼국, 고려, 조선 등 다양한 시기에 걸쳐 분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형태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다. 110여개의 봉수가 가야시기에 지어졌다면 구조상으로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과 전쟁이 많은 고대시기에 급조해서 만든 봉수는 형태가 제각각이며, 양식도 토축암반석축형으로 다양하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제철은 입지 문제가 화두다. 조선시대 지리지인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고대시기부터 존재했던 모든 제철산지가 나오는데, 전북과 관련된 기록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장수에 고대부터 제철산지가 존재한 게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남규 한신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입지상의 문제로 장수 대적골과 같은 산간에서는 제철이 생산되긴 힘들다며 고대시기 유통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곽 교수와 조명일 군산대가야문화소연구원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주변을 지표조사 했을 때 삼국시대 토기편이 적지 않게 수습됐다며 특히 대적골에서 발굴된 유물은 통일신라 문화층까지 접근했다고 반박한다. 많은 가야사 전공 학자들은 반파를 대가야로 보는 통설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반파=장수가야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처럼 사료인 <양직공도>와 <일본서기>를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유물유적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선 이들은 반파를 백제가 대가야를 낮춰부르는 용어로 해석하고 있다. 5~6세기 백제와 대가야가 적대적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본서기>에 등장한 반파 관련 내용은 중국문헌 <삼국지>의 내용을 윤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유물유적과 연관한 해석에서도 △반파가 성을 지은 자탄은 경남 거창 , 대사는 경남 진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고령토기의 확산지점이 넓다는 점 등을 들면서 통설에 힘을 실고 있다. 정재윤 공주대 사학과 교수는 반파 장수 독자세력 이론에 대한 근거도 고고학적 자료인 봉화뿐만 아니라 문헌사료인 일본서기로도 들고 있다며 사료의 문제점이 제기된 이상 논리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설을 뒤짚은 학설인만큼 검증을 통한 논리보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선 장수가야 독자세력설을 입증하려면 봉수봉화뿐만 아니라 국가체제의 상징인 산성, 왕궁, 왕릉, 수취체제인 창고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야=연맹왕국이라는 틀을 깬 이론인만큼 시각을 유지하면서 연구검증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영식 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는 정치체를 놓고 중심과 변두리라는 등식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장수와 진안일대, 남원 운봉고원에 존재했던 정치체의 자율적 발전론에 무게를 두고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8 17:12

고창의 풍류문화 · 전통가요 전승과 문화적 활성화 방안 모색

고창의 풍류문화와 전통가요를 전승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전북대 농악풍물연구소는 16일 고창읍 동리국악당에서 고창의 풍류문화 전통가요 전승과 문화적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관련학계 전문학자 5인의 발표와 6인의 토론으로 이뤄진다. 제1부에서는 부산대 최헌 교수가 현전 백제가요 전승 자료들과 그 문화-역사적 가치: 고창지역을 중심으로, 전북대 김익두 교수가 최근 새로 발굴된 <선운산곡禪雲山曲>의 발견기록화 과정과 그 역사문화적 특성가치의의를 발표한다. 토론에서는 나승만 목포대 교수를 좌장을 맡아 안후상(고창북고) 진동규(전북대) 호병탁(원광대) 선생의 논의를 진행한다. 제2부에서는 전남대 나경수 교수가 고창지역 주요 전승가요/민요들과 그 문화적 활성화 방안, 숭실대 성영애 교수가 고창지역의 선비 풍류문화 : 이재 황윤석의 <현금악보>에 나타난 자료적 성격과 풍류생활, 전북대 권민정 박사가 고창지역 풍류문화의 근현대적 전승과 미래: 고창지역 관련 율계를 중심으로를 발제한다. 이어서 전북대 하우봉 교수를 좌장으로 김헌선(경기대)최선아(서울대)이용찬(전북대) 선생의 토론이 진행된다. 제3부에서는 강릉원주대 강등학 교수를 좌장으로 발표자 토론자 및 청중들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이번 고창학 학술대회는 지역이 보존해 온 풍류문화가요문화를 오늘날의 문화적 맥락에서 재발견한 뒤 미래문화로 재창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고창군이 주최하고, 전북대 농악/풍물굿연구소 및 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가 주관한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5 18:12

전북산림박물관 기획전 ‘산은 높고, 물은 깊네’

순창군에 위치한 전라북도산림박물관(소장 황상국)이 10월 3일까지 여름 특별기획전 <산은 높고, 물은 깊네>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산림과 예술의 조화를 통한 대중성과 다양성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시는 자연을 주제로 서정성 짙은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작가 3인(곽풍영김용석박경식)을 초대해서 구성했다. 곽풍영은 드론을 이용, 대자연을 독창적 방식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작가는 20년 넘게 한국의 산하를 누비며 수천 점의 항공사진을 촬영해왔다. 김용석은 쪼개는 듯, 채를 써는 듯한 필법으로 사계절 풍경을 밀도 있게 드러내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풍광 속에서 생몰하는 초목에 대한 변화와 신비를 응축하고 있다. 설치작가인 박경식은 곧게 자랄 수 없는 야생 환경에서 자생한 나뭇가지의 거친 선을 작품으로 드러냈다. 굽은 것은 굽은 대로 옹이가 있는 것은 옹이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의 생명력을 온전하게 포용하고 있다. 황상국 산림환경연구소장은 도민들이 작품에 드러난 자연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박물관 입장 전 발열 검사 실시, 마스크 착용여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철저한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하고 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15 17:45

[전북사의 과제] ② 마한사(하)

전국 역사학계에서 전북에 마한소국이 존재했다는 이론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마한을 구성하는 종족의 분포양상과 영역 범위, 고조선 준왕이 익산으로 이동했다는 설 등을 두고는 이견이 있다. 우선 전북에 마한 세력만 존재했을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권오영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 중부 이남에 마한이란 용어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집단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권 교수는 마한을 구성한 여러 정치체가 전라도-경기-충청 지역에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호남 동부지역을 마한이라는 이름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종족도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문헌사료에 누락되거나 이미 다른 세력에 통합돼 실체가 사라진 종족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옥 전북대 교수도 마한 등 여러 고대문화의 정체성이 주거지나 무덤에서 발견된 한두 가지 유물로 규정될 수 없다며 주거지와 무덤, 성곽, 수혈, 패총 등 모든 유구의 특질과 출토된 유물에 대한 과학적 해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조선 준왕이 남쪽(익산)으로 내려왔다는 기록도 역사적 사실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대재 고려대 교수는 중국 문헌 <삼국지>에 나온 준왕은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윤색된 기록이며, 기자가 고조선에 와서 문화를 교화시켰다는 중화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 마한에 정착한 조선계 유민이 준왕과 가계를 연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관련분야 연구자 육성과 고고학적 보완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마한사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적다며 전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역사인 만큼 지역 대학에서 관련분야 연구자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지표상으로 확인된 유적유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 이사장은 혁신도시와 만경강 일대에 마한사와 관련 있는 다수 유물유적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이 부지에 유물유적이 묻혀있다는 표식조차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인된 유물유적을 빨리 발굴한 뒤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산지역에 3~4세기 이후 존재했다고 보이는 마한소국인 건마국의 실체도 규명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최 이사장은 이 지역에서 다른 지역과 뚜렷이 구분되는 자료가 발굴되지 않고 있다며위치비정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요망된다고 했다. 이어 건마국이 익산이라는 전제로 전개된 마한의 성장과 세력변천에 대한 견해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5 17:45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높을 고, 고창의 저력

전라북도 고창의 하늘은 높고, 푸른 대지는 영롱하다. 전통문화와 예술이 언제나 삶에 녹아있는 곳. 바로 이곳은 전라북도 고창이다. 전라북도 고창에는 모양성이라 불리는 천고의 고창읍성이 있고, 세계 최대 규모로 밀집되어 있는 고인돌 유적지가 있으며, 천하일색 선운산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과 희귀종이 거주하는 국가생태관광지인 운곡습지도 있다. 그뿐이랴, 온천과 서해안 천의 얼굴을 가진 보물창고 고창갯벌도 있으니 천혜 자원과 아름다운 삶이 있는 곳. 바로 전라북도 고창이다. 전라북도 고창은 한국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는 신재효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구전되어 온 판소리를 글로 기록하고 다듬었으며 또한 정리하고 문서로 남긴 분으로 저술가이자, 학자, 행정가, 교육가 그리고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고창에는 이러한 신재효 선생의 생가와 판소리박물관을 잘 정비하여 한국 전통예술인 판소리의 본가를 만들었다. 서민들의 마음속 희로애락을 말하며 울고 웃게 하던 우리의 판소리. 고창의 매력은 바로 판소리에서 더욱 빛난다. 판소리박물관에 들어가면 구수하고 정감어린 소리 한 자락이 항상 흘러나오며 명창의 애정이 어린 유품을 관람할 수 있다. 당대의 여류 명창이자 고창이 고향인 김소희 선생의 유물과 자료 또한 잘 보관되어 있다. 그 옛날 이곳의 남녀노소가 판소리를 좋아하고 지역의 명창도 많이 나왔으니 높을 고. 고창은 전통 예술혼이 깊은 역사적 고장이다. 고창의 예술혼은 영국의 자존심처럼 강하다.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처럼 신재효 선생의 업적은 소중히 보존되고 있으며 한국 판소리 맥을 지키고 있다. 가람 이병기 학자는 신재효가 이룩한 업적을 국문학 사상 기적인 사업으로 칭하며 민족의 큰 은인이라 말하고 있다. 이렇듯 신재효 선생의 업적과 혼은 고향인 전라북도 고창에서 소중히 보존되고 있다. 고창에는 판소리와 함께 멋진 농악이 있다. 전라북도에는 지역마다 마을 지명을 따 전통 농악이 전승되고 있는데 고창 역시 고창농악이란 명칭으로 영무장 농악의 계보를 잇고 있다. 영무장 농악은 호남우도농악 중 영광, 무장(고창), 장성, 함평에서 발달한 농악으로 그 연희 한판은 단연 한국 최고이다. 고창농악 중 멋 하나를 말하자면 단연 고깔소고춤을 추천한다. 장단에 맞춰 꾸리북(소고를 빨리 감아치는 것) 동작을 멋지게 구사하는 것이 특징인데, 가슴 벅찬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화려한 설장구, 열두잡색의 놀이도 발달하여 다른 지역의 농악과 차별됨을 알 수 있다. 전통예술의 성지 전라북도 고창. 오늘은 고창에서 생산된 높은 품질의 농특산품 높을고창을 사서 맛난 저녁을 해 먹어야겠다. 우리의 전라북도 고창 출신 명인. 명창들은 그렇게 고향에서 태어나 삶의 터전에서 배우고, 지역의 기운을 받아 자신의 꿈을 이뤘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15 17:45

[신간] 등단 40년 만에 낸 첫 시집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병천이 등단 40년만에 첫 시집 <모든 사랑은 첫 사랑이다>(바람못)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지난해 제주도로 이사간 뒤 일 년 동안 썼던 400여 편 시 가운데 사랑과 연애와 관련한 시만 따로 추려서 엮었다. 생애 첫 시집인 만큼 각 작품은 과도한 상징과 은유, 비약을 철저하게 배격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순수한 감정이 눈에 띈다. 특히 사랑의 다양한 형상을 단순한 묘사만으로 뽑아낸 직관과 순수성은 관심을 끈다. 돌아보았더라면 / 서 있는 내가 보였을 것이다 / 너는 끝내 돌아보지 않고 / 나는 얼어붙은 섬이 되었다 // 볼 수 있어서 봄이었던 봄이 가고/ 서서 선 채로 서 있는 섬 (섬전문) 작품들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소재가 가득하다. 또 쉽고 짧은 시 조각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간결한 시가 담고 있는 세계는 심오하며, 가볍게 넘겨버릴 수가 없다. 소설가 김양호는 이병천의 시에 대한 숨결은 한결같다면서 다른 시인들과 비교ㅏ기 쉽지 않은 독특한 자신만의 시풍이 있다고 평했다. 완주군 출신인 이병천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우리의 숲에 놓인 몇 개의 덫에 관한 확인,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더듬이의 혼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사냥>, <홀리데이>, <모래내 모래톱>,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전3권)>, <저기 저 까마귀떼>, <에덴동산을 떠나며>, <90000리> 등의 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 등을 썼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14 17: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 - 찰리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여름은 울창하게 뻗어간다. 마음의 구멍들은 저녁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밤하늘에 수많은 별을 세기 바쁘다. 유쾌하지 않은 나른한 삶, 살다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과 마음이 축 처지는 날이 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심통이 나고 힘들다는 생각에 주저앉을 때가 많다. 팍팍한 삶 앞에서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완벽함을 쫓느라 마음이 불편할 때면 오롯이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 보는 걸 즐긴다. 수많은 선들이 교차하는 해칭연습을 하면서 그 안에 무거운 짐도 풀어놓고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책상위에 놓인 그림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찰리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이다. 논리적인 설명도 없고 미사여구도 없고 삽화도 화려하지 않았다. 어디서나 펼쳐보기 좋은 얇은 두께, 글밥이 적고 드로잉이 맘에 들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선문답처럼 주고받는 대화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그림에 빠져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소년은 두더지, 여우, 말을 만난다. 삶의 궁금한 점이 많은 소년과 케이크를 좋아하는 두더지, 상처받아 말 수가 적은 여우,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지닌 말이 나온다. 서로가 견고한 유대와 사랑을 나누며 삶의 문제를 대화하며 나아간다. 주인공 소년이 동물에게 질문하고 그 동물이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으로 전개되는 그림책이다. 네 명의 친구들이 주고받는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대화와 우정, 그리고 반려견이 밟고 지나가 그림에 그대로 남은 강아지 발자국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각각 그대로 완결된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글과 그림, 좋은 글귀들이 가득했다. 네 컵은 반이 빈 거니, 반이 찬 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어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살면서 얻는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말이 말했어요. 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어. 소년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뒤돌아 봐. 말이 말했습니다. 멀찍이 걷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서로에게 기대어 토닥여주며 힘든 길을 걸어간다. 덤덤한 말투로 대화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128페이지 분량의 서정적인 그림체와 짧은 글귀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 안의 답을 찾기에 충분했다. 말없는 여우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와 듬직한 말의 위로의 문장들까지 마음에 큰 자유를 줬다. 짧지만 담백하게 풀어나가는 대화 속에서 진정한 나는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것을 느꼈다. 삶의 여러 단면이 이들의 대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찰리맥커시는 사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섬과 같다라고 말하며 글과 그림에 서사를 따라 가지 않고 무언가 따뜻하고 편안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모든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며 원천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때론 무척이나 포괄적인 사랑 앞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타인에 대한 미움과 의심은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면 어떤 큰 문제가 닥쳐도 호젓하게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면 폭풍우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며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존재로 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존재를 인정하는 소년의 말에 깊은 성찰을 갖게 된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아 참담하다.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일상을 지켜내고, 어려운 상황을 잘 대처하고 있는 모두를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가볍게 읽어도 좋고 깊게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책, 내면의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 한 자락을 잡고 싶을 때 꺼내보면 좋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지치고 힘든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고 삶에 대한 고찰이 녹아있는 그림책,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14 17:13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