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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전북문화관광재단 심사 잡음, 해법 없나

최근 전북지역 문학계와 연극계 일각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원사업 심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재단 지원사업과 관련한 잡음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재단의 심사 체계와 방법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전북문화관광재단 등에 따르면 올해 재단의 지역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은 △문화예술창작(육성심화창작집 발간문예지 발간) △문화예술기반구축 △청년 예술창작 3개 분야로 나눠 지원한다. 문학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창작집 발간이다. 현재 창작집 발간의 경우 작가들이 기발표 작품으로 신청해도 심사를 통과하면 지원이 가능하다. 한 문학계 인사는 기존 작가들이 오래전에 발표한 작품을 내서 지원받는 경우가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창작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적어도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은 작품을 대상으로 창작집 발간 심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은 미발표 작품만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하고, 미발표기발표 작품과 지원신청서를 토대로 2차 심사를 한다. 서울문화재단 역시 예술창작활동지원(문학 부문)에 있어 창작집 발간은 미발간 원고로 구성된 개인 창작집만을 인정한다. 연극계에서는 재단의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심사위원들을 견제, 보완할 제도적인 장치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심사 결과가 전적으로 심사위원의 판단에 달려있다. 도내 한 연극단체 대표는 연극계에선 단체 대표자 회의를 만들어 전북문화관광재단 심사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종의 심사 표준을 만들어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일례로 아르코가 공모사업 최초로 도입한 동료그룹 심의제도를 들었다. 아르코가 다원예술 활동지원사업에 도입한 동료그룹 심의제도는 신청자 전원이 1차 예비심사에 참여한다. 신청자가 심사위원이 돼 동료그룹을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1차 예비심사는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와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신청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경력, 인적사항 등)를 제외한 블라인드 심의제도로 진행한다. 이후 전문가들이 2차 본심사를 한다. 도내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재단 지원금과 관련한 심사 불공정성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며 지원금 심사의 특성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부족한 점을 메우려는 시도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6.03 18:19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가 3일 무주읍 등나무운동장에서 막을 올렸다. 박철민, 김혜나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는 황인홍 조직위원장(무주군수)과 유기하 집행위원장, 무주군의회 박찬주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 황의탁 도의원을 비롯한 내빈들과 무주산골영화제의 넥스트액터 안재홍 배우와 박관수 영화제작자, 장건재 감독, 이나라 평론가, 이도훈 평론가 등 산골영화제 심사위원이 함께 했다. 이날치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7일 간(3~6일/11~13일)의 대장정을 알리는 개막선언과 함께 개막작인 달이지는 밤 - 감독 김종관, 장건재 소개, 라이브연주가 있는 영화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2편의 단편영화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인 동시에 한 편의 장편영화인 달이지는 밤은 무주산골영화제가 한국의 개성 있는 감독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시작한 무주장편영화제작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무주에서 무주군민의 참여로 완성한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황인홍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무주산골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사전예약제를 통한 대면 개최를 결정하게 됐다며 영화제 특성에 맞는 행사장 방역과 관객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적용하는 만큼 가장 안전한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제 기간 중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관람권 소지자에 한해서만 영화 상영 및 행사 공간 이용이 가능하다. 무주산골영화관과 무주청소년수련관, 전통생활문화체험관 등 실내 3곳과 등나무운동장,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등 야외 2곳에서 진행되며 29개국 95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 영화·연극
  • 김효종
  • 2021.06.03 17:35

“죽은 나무판자에 새겨지는 영혼”···진안군 서각협회 회원전 4일부터 전북예술회관에서

한국서각협회 진안지부(지부장 김홍기) 회원들이 4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2021년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서각이란, 도구를 이용해 글씨나 그림을 나무돌금속상아옥 등에 새기는 것을 말한다. 진안지부 회원들이 열두 번째로 가지는 이번 전시회는 칼과 망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북예술회관 1층 기스락 1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32명의 회원이 전시하는 40점 가량의 출품작들은 아름다운 풍경 등 온갖 소재가 목판 위에 오랜 시간 한땀 한땀 새겨진 것들이다. 김홍기 지부장은 우리 진안 서각협회 회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방역수칙 준수하며 쉬지 않고 열정과 혼신을 다해 전시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전춘성 군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진안 서각 예술인들이 만인에게 사랑받기를 응원하며, 군은 군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4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서각협회 진안지부는 지난 2009년 4월 취미서각, 생활서각, 상업서각, 작가입문 예술서각 등의 활동을 위해 결성됐다.

  • 전시·공연
  • 국승호
  • 2021.06.03 17:24

조기호 시집 ‘나이테의 무게’…원로시인의 인생 단상

눈 감으면 이것이고 저것이고/ 이승의 모두가 지워지는 거지만// 뜯겨버리고 지워질망정/ 색깔 고운 시를 써보려// 버둥거리는 꼬락서니가/ 미망의 나를 지우는 짓거리인 거다 (자투리 시간 때우기 일부) 아흔을 바라보는 조기호 시인이 <나이테의 무게>란 신작 시집을 펴냈다. 원로시인의 인생 단상이 녹아든 작품이다. 조 시인은 시 쓰기에 대해 남은 목숨을 달력 뜯듯이 하루하루를 뜯어서 날려 보내는 고된 작업이라고 말했다. 여생을 자투리 날짜 혹은 시간이라 여기며 하루하루 목숨과도 같은 시편을 뱉어내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4권의 책을 출간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줬는데, 일각에서는 저승길이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두르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외로움 같은 건 그런대로 무던히 견딜 만한데, 이제 몇 발짝 남지 않은 자투리 시간 보내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내가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글 쓰는 것밖에 없다고 고백하며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번 시집은 총 8부로 10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그는 지나온 인생을 담담히 술회한다. 그러면서도 몇 발짝 남은 시간 명작 아니어도/ 마음에 찬 좋은 글 한 줄만// 얻을 수 있다면 그까짓 목숨쯤/ 시방 죽어도 무던한 마무리(자투리 시간 보내기 일부)라고 말한다. 인생의 마지막 향기를 뿜어내고 싶은 시인의 열망이 느껴진다. 전주 출신인 조기호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문예가족, 전주시풍물시동인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를 시작으로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등 23권의 시집을 펴냈다. 장편소설 <색>,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도 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02 18:24

[신간] 장상영 작곡가 ‘창작 동요집’…온 가족이 함께 부르는 노래

장상영 작곡가가 그동안 전북아동문학회 창작동요제에 출품한 곡들을 모은 <장상영 창작 동요집>을 내놨다. 이번에 출간한 창작 동요집에는 제5회 노을동요제 최우수상 수상곡인 가슴을 펴라 외 48곡이 수록돼 있다. 전북아동문학회 창작동요제 음악감독인 장 작곡가가 멜로디를 만들고, 전북아동문학회 회원 33명이 노랫말을 붙였다. 장 작곡가는 정겨운 옛 추억의 동요를 비롯해 뮤지컬 풍의 동요, 신나고 재미있는 트로트 동요, 만화영화 주제가를 연상케 하는 동요, 서정적인 발라드 형식의 동요 등 한 가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담아내려고 했다. 또 자연, 가족, 친구, 계절, 희망, 사색, 위로, 사랑 등을 주제로 삼아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모두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아름다운 동요로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장르에 예쁜 가사를 붙여 가족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동요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장상영 작곡가는 전북대 음악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문화예술창작단체 콜링ENT 대표, 우석대 외래교수다. 저서로 <찬송가 합창 편곡집2>, <전주와 코드가 있는 찬양곡집>이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02 18: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박상재 ‘아바타 나영일’

선배동화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많이 읽어라. 아마 이 말은 동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상재 작가 또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일을 꾸준히 실천해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상재 작가는 전북 장수 출신으로, 순창군에서 처음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 천방지축 오찰방은 그가 자라난 곳, 장수군 계북 초등학교가 동화 속 참샘 초등학교가 그 모델이 되었다. 그렇다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할까보다. 많이 경험하는 것, 작가의 경험이 좋은 배경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는 곳간에 모아둔 귀한 씨앗과도 같다. 박상재 작가의 많은 작품 중에는 아바타 나영일이란 저학년 인성동화가 있다. 동화 속 나영일은 집에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나 소풍을 가서도 엄마의 지시를 받는다. 나영일, 스스로 결정해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영일은 일기를 쓰고, 엄마가 그것을 읽는다. 그리고 어이없게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준다. 누구의 일기인지 알 수 없다. 나의 첫 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의 주인공 레오는 나영일과 비교하면 혁명을 일으켰다. 내 길은 내가 갈 거야.라고. 어느 날 영일이네 반은 실내 스케이트장에 가게 된다. 엄마는 전에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준다는 아빠를 위험하다는 이유로 포기시킨 적이 있었다. 막상 느닷없이 스케이트를 타려니 두려운 영일에게 민수가 다가와 스케이트 신는 것을 도와주며 말한다. 영일아, 무서워하지 마. 엉덩방아 몇 번 찧을 생각하면 돼. 넘어져도 아프지 않아.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체험을 말리는 엄마 탓으로 엄마가 없으면 모든 게 두려워지는 영일이다. 그런 순간 영일아! 두려워하지 마.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겪어봐!라며 친구 곁에 지켜준다. 그럼에도 벌벌 떠는 영일이를 보고 민수는 야, 나영일. 네가 스스로 해 봐. 난 몰라!하며 영일이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다. 민수는 볼모지에 친구를 버리고 간 것이 아니다. 스스로 부딪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 스스로 해 봐!라고. 그때부터 영일이는 한 발, 한 발 스스로 내딛기 시작하고, 나의 결정이란 의미를 찾아간다. 자신의 과오를 너무 빨리 깨닫는 엄마를 보며 급속결말에 웃음이 나오지만 요즘 아이들이 반드시 직면해야 할 소재를 다룬 동화다. 이밖에 박상재 작가는 도깨비, 장승, 솟대, 허수아비, 고무신, 도자기 등을 문화를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썼다. 틈만 나면 동화의 글감이 될 만한 소재를 찾기 위해 각종 매체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글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작가들 모두의 공통과제다. 동화의 독자는 어린이다. 하지만 아바타 나영일은 읽을 필요가 있는 어른들이 많다. 아이들을 조정하려는 부모, 어쩌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동화의 이점을 볼 수 있다. 박상재 작가의 아바타 나영일을 통해 세상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길 바란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6.02 18:24

[신간] 6·25 이후 전북 농촌의 생활상을 엿보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후 전북 농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원장 고고문화인류학과 이정덕 교수)은 <1950년대 공무원 이강운의 삼계일기>(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와 <국가와 농민 사이, 면서기의 경험과 심성-이강운의 삼계일기 분석>(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을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앞 책은 임실군에서 1950~1960년대 면서기와 면장을 지낸 이강운 옹의 일기를 일자별로 정리한 사료로, 큰 아들인 이흥재씨도 참여했다. 뒤의 책은 일기가 보여주는 시대상을 분석하고 있다. 두 책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압축성장 궤도에 들어서기 전 전북 농촌의 생활상과 집단 심성을 보여준다. 특히 말단 공무원인 이 옹의 시선을 통해 가난하지만 힘은 매우 강력한, 국가와 농민사이에 낀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삼계일기에 따르면, 이 옹은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도적놈 취급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도 일제시기 농민을 수탈하는 관리처럼 비춰질까봐 걱정한다. 또 정례적으로 이장회의를 열어 이장에게 지시를 전달하고, 마을로 출장을 가서 세금징수, 계몽선전, 징집업부, 노무 동원, 추곡하곡 수매 등을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면의 모든 마을을 돌아다녀도 당시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할 정도로 가난해 농지세 등 각종 세금을 잘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정비를 위한 부역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 이강운 옹은농민에게 세금으로 곡물을 내라고 독려하는 일은 대단히 골치 아픈 일이라며 내는 사람이나 독려하는 사람이나 다 같이 걱정거리라고 적었다. 집안에서 겪는 식량문제도 드러난다. 1955년 5월 진안군 신기리 백부 댁에서 조카가 쌀을 얻기 위해 두 차례나 찾아왔는데, 이 옹은 쌀을 구해주지 못했다. 농촌마을 주민의 생활상도 나타난다. 이 옹의 집안은 쌀과 보리, 채소를 주로 재배하고, 누에, 대마, 닭, 돼지를 길러 가계수익에 보탠다. 때로는 친척을 만나러 전주, 남원, 김제, 광주, 나주에 가고, 설날에는 전주, 광주, 대전, 서울에 있던 친척들이 고향에 돌아와 명절을 지낸다. 1950년대 타향과 고향에 대한 인식도 보여준다. 이 옹은 외가가 있고 자신이 사는 곳 삼계면 삼계리는 타향으로 느낀다. 외가를 같은 혈족으로 의식하지 않고, 자신은 이방인과 같은 존재로 외로움을 느낀다. 반면 친가가 있는 오수면 신기리는 고향으로 느낀다. 큰아버지나 일가, 사당이 모두 그곳에 있어 명절, 관혼상제, 문중활동, 친척모임도 모두 신기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정덕 교수는 1950년대 전북 농촌에서 유교적 부계혈족의 심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죽음에 대한 시대적인 관념도 엿볼 수 있다. 이 옹은 죽음을 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지만 사는 게 중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망자와의 마지막 이별인 장례식은 꼭 참석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이 교수는 1950년대 널리 유지되던 죽음에 대한 한국적 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02 18:18

‘후백제 왕도’ 전주 등 7개 시·군 후백제문화권 발굴 ‘시동’

900년부터 936년까지 37년간 후백제의 왕도(王都)였던 전주는 후삼국시대 격동의 중심지이자 찬란한 역사 문화가 펼쳐졌던 역사적 장소다. 전주시를 포함한 후백제문화권 7개 시군이 후삼국시대의 주역이었던 후백제의 역사문화를 규명하고 이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지방정부협의회를 꾸리기로 했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 장영수 장수군수, 전춘성 진안군수, 강영석 상주시장, 김영길 문경부시장, 한성환 논산시 동고동락국장은 1일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북의 전주완주장수진안과 경북 문경상주, 충남 논산에는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왕의 탄생과 성장, 후백제 건국, 견훤왕의 죽음 등 역사 기록이 있고, 후백제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그동안 후백제 역사문화와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이에 7개 시군은 이날 협약을 기점으로 후백제문화권의 지속가능한 방향을 설정하기로 힘을 모았다. 연말까지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꾸린 뒤 후백제 역사문화 발굴조사와 학술연구, 홍보활동 등에 협력하고, 후백제 권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활성화 사업도 함께 발굴한다. 협의회는 오는 10일 시행되는 역사문화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역사문화권을 추가로 설정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인다. 후백제 문화재의 국가지정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지정에도 힘쓴다. 또 타 지자체의 참여 독려, 정책포럼, 정책토론회, 학술대회 등도 추진해 후삼국시대의 역사 조명을 확장한다. 앞서 시는 후백제 역사문화 복원을 위해 지난 2019년 문화유산전문가와 박물관장, 학예사, 관련 분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 학술연구단체후백제학회를 출범했다. 연말까지 서고산성 추정 서문지와 우아동사지, 무릉고분군 등에서 후백제 유적 정밀발굴조사도 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의 출범으로 찬란했던 후백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재조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전북뿐만 아니라 충남과 경북 지역을 아우르는 후백제의 역사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 문화재·학술
  • 김보현
  • 2021.06.01 19:3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7)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수필 쓰기로 행복한 삶 일군 김학 수필가

김학 수필가는 1943년 10월 5일, 전북 임실군 삼계면 삼계리 박사마을에서 아버지 김옥기와 어머니 이복남의 차남으로 태어났으나, 형의 유아 사망으로 일찌감치 집안의 장남이 되었다. 삼계초등학교, 오수중학교, 전주제일고등학교를 거처 전북대학교 사학과에서 공부하였다. ROTC 4기로 임관하여 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였고, 제대 후에는 해성고등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1969년 서해방송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로 옮겨 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을 역임했다. 선생의 본격적인 수필 쓰기는 서해방송 입사 후, 『밤의 여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다. 방송수필집 《밥의 여로》를 비롯하여 『호호 부인』, 『아름다운 도전』(2003),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2006), 『하여가 & 단심가』(2015), 『쌈지에서 지갑까지』(2017), 『하루살이의 꿈』(2019), 『지구촌 여행기』(2019) 등 16권의 수필집을 냈다. 특히, 1980년 《월간문학》에 「전화번호」라는 수필로 등단한 후, 선생은 수필에 대한 애정과 필력을 왕성하게 보여주었다. KBS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는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등에서 수필 창작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많은 제자의 수필 첨삭지도와 각종 문예지의 수필 평(評)과 해설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온전히 수필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 올해 1월, 김학 수필가의 부음은 큰 슬픔과 충격을 주었다. 망망대해에서 선장을 잃어버린 것처럼 동료와 제자들은 망연자실했다. 후학들은 그 슬픈 마음을 가다듬고 『전북수필』 92호(2021.4)와 『수필 세계』 (2021년 봄호)에 김학 선생 추모 특집을 마련하여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렸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김정길 회장은 낙락장송에 살포시 내려앉은 고고한 학의 모습으로 맞아주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으며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정진하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전북문인협회 박귀덕 감사는 선생은 전북이 수필의 메카가 되도록 저변 확대에 이바지한 공이 크며, 문하생들에게 항상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자신만의 수필의 안경을 지닐 것을 강조하였다고 회고했다. 온글문학회 백봉기 회장은 직장의 선배이고, 문단의 선배이기도 했던 선생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수필의 소재로 삼아 누에가 명주실을 뽑아내듯 쉽고, 읽게 좋게 글을 쓰셨다라고 했다. 김학 선생은 곁눈질하지 않고 수필에만 전념하였다. 선생이 얼마나 수필에 애정을 가지고 생활했는가는 『수필아, 고맙다』라는 수필집에 잘 나와 있다. 수필은 다정한 나의 친구요, 정신적 동반자다. 수필이 있기에 나는 늘 행복하다. 수필은 나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아둔한 내가 열한 권의 수필집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수필이 베풀어준 시혜다. 또 수필집을 출간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KBS에서 정년퇴직한 내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서 후배들을 모아 유능한 수필가를 양성할 수 있게 된 것도 수필이 마련해준 혜택이다. 수필은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나에게 기쁜 일만 제공해주고 있다. -「수필아, 고맙다」의 일부 오경옥 시인은 선생의 수필 세계는 한 가정의 어른으로서의 자세, 사학자로서의 역사의식과 전통에 대한 온고지신, 방송인으로서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건강한 사회의 미담과 인간학, 여행에서 깨달은 높은 식견과 창의적인 발상과 비유로 승화된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라고 정리했다. 윤재천 중앙대 명예교수는 현실에 충실한 김학의 수필 감상 소회를 떠돌며 추슬러 곧게 세우는 수도(修道)라고 밝힌 바 있다. 항상 성찰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깨우면서 좋은 에너지를 쏟아놓은 선생의 수필을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선생이 갑작스럽게 영면(永眠)에 든 점은 문인들과 후배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생의 주옥같은 글들은 그대로 남아 지혜와 영감, 성찰의 기쁨을 줄 것이다. 선생께서 자신과 후학들의 글을 소개했던 블로그 《김학-두루미 사랑방》은 지금도 선생을 뵙는 듯 온기가 있다. 특히, 「인생, 그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라는 수필은 긴 여운을 준다. 선생의 고희 때 자신에게 쓴 편지 형식의 수필인데, 삶의 전반을 회고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선생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등에 금불상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이지. 그러나 그 금불상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이들이 많아서 탈이긴 하지만 밀일세. 세상으로 눈을 돌려볼까? 면장, 군수, 도지사, 대통령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금불상이야. 지위의 높고 낮은 것은 불상의 크고 작은 것과 비유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 금불상을 평생 자신의 등에 싣고 다닐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걱정일세. 그 불상을 언젠가 내려놓아야 할 짐이라고 생각하면 좋으련만. 부자에게는 돈이 금불상일 것이고, 문인에게는 문학이 금불상이 아닌가? -「인생, 그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의 일부 참고 : 안도(前 전북문인협회 회장)의 〈김학 수필가 자료〉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6.01 18:50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상) 익산 황등제, 벽골제보다 600~700년 앞서 축조

물은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고대 농경사회에서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생산 활동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자연계에서 인간에게 주는 물은 때로는 넘쳐나 커다란 수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중국 전설시대 왕조의 군왕들은 물 관리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음은 잘 알려져 있다. 선사시대 이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농경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물 관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을 것인데, 청동기시대의 원시 수리시설에서 역사시대의 발달된 관계수리시설들이 여러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형상으로 평야지대가 발달되어 있고, 강수량도 풍수하여 농경생활을 영위하기에 매우 적절한 지역이다. 따라서 타 지역에 비해 농경을 위한 수리시설유적들이 많은 편이며, 대표적으로 삼국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를 들 수 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의 제언(堤堰)편에 보면 호남지역 3대 제언이라 함은 익산 황등제, 김제 벽골제, 고부 눌제를 일컫고, 이들 3대 제언을 호남과 호서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황등제의 제방은 익산시 신용동 도치산에서 황등면의 황등산과 연결되며, 그 길이는 1.3km에 달한다. 현재는 23번 국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도로개량 이전의 원래의 도로구간이 일부분 남아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최근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발굴조사는 옛 도로 부지에 남아 있던 추정 황등제 제방 부지에 대한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구를 중심으로 한 397㎡의 면적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제방의 하단 기저부의 폭은 약 22m이며, 잔존높이는 4.9m로 확인되었다. 제방은 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점토인 흙덩이를 교차 쌓기 하였다. 그리고 흙덩이 사이사이에 풀과 나뭇잎을 깔았는데 이러한 축조공법은 김제 벽골제 제방에서도 확인된다. 황등제의 초축 시기는 문헌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조선 전기 기록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된 목재와 풀 등 자연유물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대측정을 한 결과 기원전 4~3세기경으로 측정되었다. 지금까지 서기 330년에 초축으로 알려진 김제 벽골제가 한반도 최고의 수리 제방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익산 황등제의 제방이 벽골제의 제방보다 무려 600~700여년이나 더 오래전에 축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대측정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외의 전문적인 기관 3곳에 의뢰한 결과, 위와 같은 동일한 연대가 추출되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로서 익산 황등제를 상정할 수 있게 되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6.01 18:42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명창부 장원에 양혜인 씨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장원에 양혜인 씨(33, 여, 전남 구례)가 뽑혔다. 양 씨는 지난달 31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전국대회 본선무대(판소리 명창부)에서 춘향가 가운데 이별 후 임 그리는 대목을 열창해 심사위원과 청중평가단으로부터 97.7점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상과 상금 6000만원을 획득했다. 양 씨는 스승이신 이난초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오빠, 하나밖에 없는 삼촌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특히 삼촌은 제가 소리를 할 수 있게 묵묵히 뒷바라지해주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양 씨는 앞으로 올곧은 소리꾼의 길을 남고 싶고 양혜인 하면 소리를 정말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첫 상을 받은 뒤 다시 성장하는 시간이고 첫 걸음이기 때문이라고 남겼다. 이날 본선에서는 각 부문별 장원도 배출됐다. 가야금 병창은 지현아(35, 여), 기악 송누리영(25), 민요 이덕용(34, 여), 농악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고은빛 외 51명), 무용 명인 부문 김호은(47, 여), 시조부 김화자(70, 여), 판소리 일반부 전민권(20), 무용일반부는 이우영(25)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올해 치러진 예선에서는 판소리 명창부 16명, 농악부 3팀 136명, 무용 일반부 20명, 무용 명인부 19명, 민요 일반부 14명, 가야금병창 일반부 10명, 판소리 일반부 10명, 판소리 신인부 23명, 기악부 46명, 시조 일반부 32명, 고법 신인부 15명, 무용 신인부 13명, 민요 신인부 20명 등 모두 241팀 374명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송재영 조직위원장은 코로나 정국에서 비대면, 무관중으로 치르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출전자들에게 희망과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전자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며주변에 심사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전주시와 (사)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가 주최하고, 전주대사습놀이 조직위원회, (주)문화방송 전주 MBC가 주관한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6.01 10:03

전주시, 동학농민혁명 기념 다채로운 행사 마련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총본부인 대도소가 설치됐던 전라감영 등에서 동학농민군의 전주입성(5월 31일)과 전주화약(6월 11일)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전주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이종민)는 지난 31일부터 오는 11일까지를 2021 동학농민혁명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지난 31일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7주년 기념식과 문화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열린 기념식과 문화공연에서는 진창윤이기홍 화가의 동학 초상화 퍼포먼스와 폐정개혁안 낭독, 선반사물놀이, 노래(곡 강, 영웅) 등으로 진행됐으며,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기념주간 행사로는 △동학농민혁명 전주지역 유적지 탐방 △동학농민혁명 127주년 기념 전시회 △동학농민혁명 시민체험전 등이 마련됐다. 전주지역 유적지 탐방의 경우 오는 5일 오전 11시 유튜브를 통해 20분 분량의 영상으로 공개된다. 2명의 작가들은 들꽃의 향기 따라, 역사의 숨결 따라를 주제로 완산칠봉 전주입성기념비에서 출발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과 초록바위, 전라감영, 풍남문, 경기전 등의 코스를 탐방하며 전주지역 농민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또한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내 동학혁명기념관에서는 동학농민혁명 127주년 기념 전시회와 시민체험전이 운영된다. 기념관 마당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전개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담은 다양한 자료들과 사진, 학생들의 회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 내부에서는 5일과 6일 이틀간 동학농민혁명 판화체험전이 진행되며, 추모행사 관련 영상물도 상영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은 프랑스, 독일, 남미, 러시아에 뒤지지 않는 세계사적인 혁명이고 동아시아 근대민주주의를 일으킨 위대한 혁명이었다면서 전주가 동학을 세계화하고 예술로 승화해 그 정신과 가치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강정원
  • 2021.05.31 19:10

상상은 현실이 된다…전북일보가 그린 ‘전북의 미래’

이정문 화백의 만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기억하시나요? 이 화백이 1965년에 35년 후 미래를 상상하며 그린 만화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주택,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 영상통화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 인간 대신 청소하는 로봇, 집에서 치료받고 공부하는 원격 진료학습 등 지금은 대부분 현실이 된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이 그림은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상상에 불과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끊임없는 도전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창간 71주년을 맞은 전북일보가 전북의 미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싣습니다. 정윤성 화백이 만화로 표현한 전북의 미래 모습입니다. 만화 속 기회의 땅 새만금에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봇물 터지고, 젊은 세대는 보육교육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노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립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의 부재와 전국 최저치인 각종 경제 지표, 젊은 세대의 지역 이탈.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낙후와 소외만을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모두에겐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신문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이끄는 길잡이입니다. 이제는 그림 속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전북일보가 앞장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겠습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5.31 19:03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정읍 김보정 도자기 김보정 대표, "'참여하는 예술활동' 콘텐츠 실현이 목표"

김보정 정읍 김보정 도자기 대표 정읍시 옹동면의 한 마을, 그 곳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김보정 도자기(토얼 art)의 대표 김보정 작가가 지은 공방이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이 공방에는 도자기 굽는 가마, 수장고, 전시관, 다도실 등이 있다. 김 작가는 이 공간에서 주로 도예 작업을 한다. 그는 20년 이상 도예를 한 베테랑 작가로, 기능올림픽에서 수상할 만큼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업하는 탁자 주변과 전시실에는 그가 만든 도자기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찻잔, 접시, 그릇, 장식품 등 다양하다. 김 작가는 작업이 일상이라며 이 공간에서의 일상을 유튜브에 담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 검색창에 김보정 도자기를 입력하면 찾을 수 있다. 흙 밟기, 도자기 때기, 조형물 쌓기, 가마 불 지피기 등 체험활동도 이뤄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많다. 김 대표는 공방 체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며 주일에 바쁜 일상을 보낸 사람이 주말에 편하게 쉬러 오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방 옆에 있는 한옥집을 가리켰다. 76년이나 된 한옥집이다. 김 대표는 서로 소통하면 어우러질 수 있다는 뜻을 담아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했다며 마을 분이나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오셔서 숙박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공간에서 토얼 art를 설립할 파트너를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김 대표는 정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래 고향이 전북은 아니다. 서울 토박이다. 결혼 후, 외가가 있는 경북 경산에 터를 잡고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다가 4년 전 이곳에 왔다. 정착도 수월했다. 당초 농촌생활에 대해 동경하고 있어서다. 이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도 수월하게 친분을 맺었고, 지난해는 마을 어귀에 예술인촌을 만들기 위한 부지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의 풍경과 같은 느낌이라며 어려서부터 이런 곳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그림도 그리면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창업도 성공적이었다. 정착한 지 4년 동안 구절초 축제 참여, 청자 박물관 강의 등록, 게스트 하우스 운영, 꾸준한 수강문의, 도자기 제작 의뢰가 끊임없이 지속됐다. 현재는 주변 밭에 옥수수 등 곡물을 심는 등 농촌체험 활동의 장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에 있었으면 부지가 좁아 다양한 콘텐츠를 활성화하기보다 개인 작업공간으로만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비전도 갖고 있다. 지역단위로 도자기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문화체험, 숙박. 시골 맛집 들을 연계할 수 있는참여하는 예술활동콘텐츠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일본 등 많은 국가를 상대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싶은 꿈도 있다. 지역 로컬크리에터를 꿈꾸는 청년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역에 오기 전, 정확하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5.31 16:36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로꼬로꼬 이누리 대표 “풍부한 지역의 자원, 활용이 관건”

이누리 고창이엠푸드 실장이 수확한 땅콩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역의 장점이요? 지역엔 자원이 많아요. (밖을 가리키며) 저 풀도 다 파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파느냐에 따라 다른 거겠죠. 쑥이 땅콩밭에 나면 잡초지만, 쑥을 캐는 사람에겐 판매 상품인 것처럼요. 결국 자원을 어떻게 가공하느냐 판매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청년농부 이누리(30) 고창이엠푸드 실장은 최근 자신만의 사업을 일궈나가기 시작했다. 로컬에 미치다라는 뜻의 로꼬로꼬를 창업한 것. 고창이엠푸드는 그의 아버지 이경수(63) 씨가 세운 영농조합법인이다. 친환경 EM(유용 미생물) 농법으로 땅콩을 재배한다. 현재 농가 62개가 참여하고 있다. 이누리 씨가 대표로 있는 로꼬로꼬의 아이템은 냉동 판매하는 삶은 풋땅콩이다. 알이 굵은 신팔광 등 3~4가지 땅콩 품종을 이용한다. 삶아 먹는 땅콩이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전국에서 재배하는 국산 땅콩 60%가 풋땅콩으로 소비된다고 한다. 30%는 볶음땅콩, 10%는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이 대표가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온 건 2016년.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수산대에 진학할 때만 해도 자신이 고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농사에 농자도 몰랐어요. 대학에서 선배들에게 삽질을 비롯한 각종 농기구 다루는 법부터 배웠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엔 농촌진흥청에서 토양식물체분석 연구원으로 4년간 근무했다. 그는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을 현장에 접목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을 때 농사,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를 도와 다양한 품종을 연구재배하고, 고창 토성에 맞게 두둑 재배법을 도입하는 등 국산 땅콩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이제는 농사를 매개로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지금은 소비자에게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지역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대부분 마을 어르신들은 소농이기 때문에, 작은 평수에서 고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어요. 풋땅콩을 판매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죠. 가능하다면 일자리 문제는 마을 안에서 풀고 싶습니다. 이것이 자주 언급되는 지방 소멸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도시 생활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물었다. 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수원에서 첫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도시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별다른 로망이 있진 않아요. 김포에서 수원까지 왕복 5시간 출퇴근을 경험해봤으니까요.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 모두 근본적으로는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해가 뜨면 밭에서 일하고, 해가 지면 공장에서 일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실전이다. 그럼에도 지역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많이 왔으면 해요. 농업과 연계된 사업이나 직업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시골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만 잘한다면, 기회는 정말 많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5.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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