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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마한문화, 일본 고대국가 성립의 기초가 되다

일본의 방형주구묘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하는 효고현 히가시무코(兵庫縣 東武庫) 2호분의 주구 내에서 한국 청동기시대 중기의 송국리형 토기가 출토되었고, 목관의 나이테 연대측정에 의하면 기원전 445년임이 밝혀졌다. 이 유적은 한반도 서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점토대토기와 철기문화를 가진 집단에 의한 마한의 성립과 관련된 새로운 정치변혁과정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전래된 주구묘는 야요이 후기에 들어서면 지역적인 특징을 가지고 발전되어 가는데, 일본 고대문화의 중심지역인 긴끼(近畿)지방에서는 마한 주구묘의 변화와 동일한 패턴으로 축조된 분구묘가 출현한다. 분구묘라는 용어는 원래 일본 고고학에서 흙을 쌓아 분구를 갖춘 야요이 분구묘와 고분시대의 전방후원분을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된 명칭이다. 한국 학계에서는 분구묘라는 용어를 그대로 수용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먼저 분구를 조성한 후 분구를 되파서 매장부를 지상에 두는 축조방법의 묘제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같이하고 있다. 마한 주구묘는 정치와 사회발전에 따라서 점차 그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영암 만수리나 함평 예덕리 만가촌 분구묘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분구묘로 변화된다. 그리고 점차 대형화가 이루어진 하나의 분구 내에 다장(多葬)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농경위주의 생업경제에서 비롯된 혈연중심의 사회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에도 긴끼지방의 오사카 우류도오(大阪 瓜生堂)유적과 카미(加美)유적에서는 장방형 분구에 다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마한 분구묘와 속성을 같이하고 있다. 오사카 瓜生堂 분구묘 마한 지역과 일본 긴끼지방의 주구묘는 4세기 전반까지 유사한 형태의 분구묘로 변화 발전한 형태로 축조된다. 백제가 마한지역을 영역화하는 영향 속에서도 마한 분구묘는 백제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영산강유역이나 마한 전통이 강한 지역에서는 6세기 전반까지도 지속적으로 축조되고 있다. 한편 일본 긴끼(近畿)지역에서는 4세기 전반기에 들어서 다장 형태의 야요이 분구묘는 1인장인 전방후원분으로 변화되는데, 이는 권력자의 등장을 의미하며 긴끼 중심의 정치세력이 야마토(大和)정권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한문화는 한반도 서해안 일대의 기층문화로서 백제 영역화 이후에도 지역적 전통에 따라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고, 일본은 마한문화에 뿌리를 둔 전방후원분체제에 들어서면서 일본 전형의 고대국가로 발전해 가는데 이를 계기로 마한 분구묘와는 차별화가 이루어진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6.22 16:58

“서예 본질 구현” 제13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달간 열린다

1997년 첫 행사 이후 열세 번째를 맞는 202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11월 6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 달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전북지역 14개 시군에서 열린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위원장 이선홍)는 자연을 품다(회귀자연, 回歸自然)를 주제로 도내 31곳에서 전시와 학술, 부대행사 등 6개 부문 37개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비엔날레를 대표하는 전시 서예의 역사를 말하다에서는 20개국의 작가 110명이 모여 고대, 근대, 현대 서체별 변화 등 서예의 흐름을 조망한다. 나랏말싸미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서예의 역사를 살핀다. 일반 관람객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전시도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노랫말을 붓글씨로 표현한 선율&음율전, 서예 문자 디자인의 실용적 가치를 재해석한 디자인 글꼴전, 서화작품을 소품으로 제작한 작은 대작전 등은 일반 관람객도 부담 없이 감상하고 즐기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전북 서예가 초청 규모를 확대하고, 14개 시군으로 전시 공간을 확장해 전북서예의 상생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14개 시군 작가들의 퍼레이드 전시 서예, 전북의 산하를 말하다를 비롯해 어디엔들 서예가 없으랴, 미술관, 서예 이야기 등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려고 했다. 이밖에 방촌의 미학으로 불리는 전각 역사를 되돌아보는 철필전각전, 전각가 1000명이 천자문을 한 글자씩 새겨 실인과 함께 전시하는 천인천각전, 서예와 그림도자기문인화가 함께하는 서중화화중서전 융합서예전 시서화전 등도 마련했다. 윤점용 집행위원장은 서예의 본질과 변화의 길을 추구하며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영상 전시 등을 도입해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며 서예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대성을 더해 시공을 넘나드는 공감과 공명이 있는 행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6.22 16:53

백성대 작가 첫 개인전…“여성의 아름다운 양면성 관심”

백성대(57) 작가가 작품 활동 30여 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전주 누벨백미술관. 정읍 출신인 백 작가는 목원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지만, 늘 삶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어야 했다. 대학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해야 했고, 대학 졸업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계를 위해 실내디자인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하며 예술가로서 성장하기 위해 애써왔다. 뉴-프론티어전 특선, 미술세계대전 특선, 충남미술대전 서양화 최우수상, 대전광역시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예술가로서 흔적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아우른다. 관심을 두는 주제는 여성의 아름다운 양면성이다. 그는 나는 예술이 마음속 호기심도 승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왔다며 어릴 적 트라우마에서 촉발된 물음은 여성의 아름다운 양면성이라는 주제 의식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를 표현하고자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한다. 대상의 형태와 성질 변화를 화면이나 설치로 표현하는 식이다. 그는 단순히 하나의 물체나 오브제에 대한 관심이 아닌, 그 형태를 바꿀 때 나타나는 성질이 존재의 양면성과 같다고 느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백 작가는 예술은 인생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에 흥미롭다며 관객들도 작품 속에서 작품 밖을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21 17:18

안봉주 사진전 ‘그리운 바이칼’…“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

안봉주 사진가 시베리아의 푸른 눈, 성스러운 바다 등으로 불리는 바이칼 호수. 겨울이면 하늘빛을 머금은 맑고 푸른 얼음 조각이 장관을 이루는 이곳을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 안봉주(63) 사진가가 바이칼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오롯이 사진 속에 있다. 전시의 시작이 된 작품은 흑백사진 부르한 바위이다. 작가는 이 사진을 세상 밖에 내놓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두 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에 갔다. 한 번은 2015년 겨울 블라디보스토크, 한 번은 2015년 여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해 바이칼에 이르렀다. 사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까지 가는 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 묵은 바람이 30년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무렵, 비로소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전성진 전 전주MBC 사장이 그와 동행했다. 그는 누군가는 답답한 열차 안에서 그 시간을 어찌 보내느냐고 걱정했지만, 우리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 시간은 쉼과 희열과 위로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5년 바이칼의 겨울 모습을 담은 사진 10점을 공개한다. 흑백사진 부르한 바위도 마찬가지. 그는 알혼섬 부르한 바위에 서서 찬바람에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고, 그 얼음 호수 위를 직접 걷는 느낌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백사진 부르한 바위는 바위 위를 맴도는 새가 마치 나처럼 느껴져 애착이 간다. 뿐만 아니라 새에 초점과 노출이 정확히 맞아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낮이면 열차 창가에 앉아 끝없이 도열한 시베리아 자작나무를 바라봤다. 이 풍광도 사진에 담았다. 전라도 황톳빛 들녘을 닮은 붉디붉은 알혼섬 언덕에도 시선을 뒀다. 왜 바이칼의 겨울에 마음이 머무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화려하지 않은 단순함이 좋았던 것 같다. 시베리아는 나에게 관심도 없고, 이야기도 걸어주지 않는다. 내가 나일 수 있게 그대로 두는, 그 무심함과 단순함이 좋았다. 그는 이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서쪽 기점 모스크바에서 우랄산맥을 넘어 바이칼에 이르는 길을 남겨 두고 있다.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안봉주 사진가는 전주고와 숭실대를 졸업하고, 전북일보 사진부 부국장을 지냈다. 현재 JB영상문화연구원 원장,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사진전 그리운 바이칼-안봉주, 그 시간은 다음 달 2일까지 완주 연석산미술관에서 이어진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21 16:40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죽음 그 이후 1

아름다운 인생이었거나, 아쉬웠던 인생이었거나, 또는 원망의 세월이었거나 간에 누구에게나 죽음은 기어이 한번은 찾아오고야 만다. 시인 김지하가 젊은 날 한 때 어름사니(남사당 패거리의 줄 광대)라는 시에서 죽음은 좋은 것, 어차피 한번뿐일 테니까라고 호기를 부렸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의 죽음이라도 그 지역 문화에 따라 처리될 뿐이다. 볼케나우가 밝힌 내세관에 의하면 첫째 이집트 사람들처럼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다. 육체인 세트(Set)도. 영혼들 바(Ba)와 카(Ka)도 영원히 살아있다는 사상, 그래서 미이라를 만들고 뇌와 내장은 적출하여 카노보스라는 병에 밀봉하여 보관하는데도 심장만은 적출하지 않고 주술이 깃든 부적으로 덮어 소다와 향료를 넣은 수지로 만든 마포를 여러번 감아 미이라로 보관했을 것이다. 그리스의 사학자 헤로도투스의 증언이다. 물론 살았을 때의 신분에 따라 다르다. 어떤 자는 넓은 피라밋이나 마스터파에 들어가고 천한 사람들은 그냥 들판에 던져진다. 두 번째는 죽음을 수용하는 것이다. 죽으면 끝이다. 그래서 실존주의가 발달된 그리스 지역이다. 그들은 24시간 이내에 장례를 치러도 안 되고 48시간을 넘겨도 안 되는 관례를 가지고 있었다. 셋째는 기독교 문명권의 죽음이다. 그들은 죽음을 인정하지만 그 죽음을 어떤 형태로든지 초월하려 한다. 넷째가 우리나라를 비롯 동양문화권에 있는 나라들의 죽음과의 연결 사상이다. 육체는 소멸되지만 영혼만은 불멸하여 윤회를 거듭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례의 방법이나 법도가 더 복잡해진 측면도 있다. 우선 장레를 치루는 일수도 신분이나 재산에 따라 3일장, 5일장, 심지어는 광개토대왕처럼 3년장으로 치러지는 경우도 있다. 육체에 다시 영혼이 깃들기를 기다리는, 즉 예수님도 아닌데 부활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무덤의 내용도 허총(虛塚)을 비롯 혈총(血塚), 발총(髮塚), 치총(齒塚) 등이 있으며 때로는 신주(神主)만 묻기도 했다. 전쟁에 나가는 남편이나 아들에게 문신을 해 주고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전장을 돌아다니며 문신을 보고 아들을 찾거나 그도 못 찾으면 문신을 할 때 피를 닦았던 손수건의 피를 묻으며 혈총을 만들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6.21 16:40

이재 황윤석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고창 출신인 이재 황윤석은 영정조 시대 호남의 대표 실학자로 10세부터 63세 서거하기 2일전까지 정치, 경제, 사회, 농공상 등을 망라한 일기 <이재난고>를 남겼다. 조선시대 개인이 저술한 저작으로는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전북대 이재연구소는 오는 25일 전북대 인문사회관 208호에서 이재 황윤석의 西行日曆과 科擧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황윤석이 중국 북경을 거쳐 전래한 서구지식과 학문사상을 살핀 뒤, 저서 <이재난고>의 보물승격을 모색할 예정이다. 1부에서는 김승룡 교수(부산대)가 黃胤錫의 아름다운 선물, <이재난고>와 그 속의 지식인들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2부에서는 송만오 교수(전북대)가 이재 黃胤錫의 應科譜 作成을 위한 기초자료의 정리(1) 유영옥 교수(동아대)가 西行 시절 이재 黃胤錫의 交遊 원칙, 이지양 교수(성균관대)가 황윤석, 養親의 꿈을 품고 떠돈 仕宦길을 발표한다. 3부에서는 박순철 교수(전북대)가 서행일력 루트와 시문의 특색, 천기철 교수(부산대)가 황윤석, 서행에서 얻은 서학과 서학 인식의 특징 이상봉 교수(부산대)가 황윤석의 한시에 나타난 客의 이미지를 발제한다. 4부에서는 한문종 교수(전북대)가 <이재난고>의 연구현황과 과제 옥영정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가 <이재난고>의 서지학적 가치 이정수 교수(동서대)가 사회경제사에서 본 <이재난고>의 사료적 가치를 발표한다. 종합토론은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2부3부가 끝난 뒤에는 하우봉 교수(전북대)를 좌장으로, 4부가 끝난 뒤에는 김경수 교수(청운대)를 좌장으로 토론이 열린다. 한문종 이재연구소장(전북대 사학과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이재 황윤석 선생의 학문과 사상의 연구저변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이와 함께 <이재난고>의 보물승격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6.20 18:31

전북 공립박물관 총체적 난국

전북 지역 자치단체 산하 공립박물관들이 학예사 인력부족과 고용불안정, 부실한 예산지원 등 열악하게 운영되면서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도내 20여 곳의 공립박물관들은 학예사가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있어도 1명이거나 많아야 3명에 불과하고 예산도 부족해 기획 전시회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북도에서 제공한 2020년도 전국 박물관 운영현황 정기보고 제출양식과 역사학계에서 제시한 부수자료에 따르면, 도내 공립박물관은 익산 4곳(마한보석박물관, 왕궁리유적입점리 고분전시관), 전주 3곳(역사어진전통술 박물관), 군산 2곳(근대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군산역사관), 정읍 2곳(정읍시립박물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순창 2곳(순창장류전북삼림박물관), 진안 2곳(역사가위박물관), 고창 2곳(고인돌판소리 박물관), 김제 1곳(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남원 1곳(남원향토박물관), 완주 1곳(대한민국테마박물관), 무주 1곳(곤충박물관), 부안 1곳(청자박물관) 등 총 22곳이다. 박물관 22곳에서 근무하는 학예사는 모두 29명이지만, 각 박물관마다 인원 격차가 있다. 전주역사박물관과 김제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각각 3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1~2명 수준이다. 익산 입점리고분전시관과 순창장류박물관, 전북산림박물관은 학예사가 없다. 비정규직(계약직) 학예사도 상당수다. 공립박물관 22곳 가운데 10곳은 계약직 학예사만 있으며, 3곳은 정규직과 계약직이 같이 근무한다. 계약은 3~5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평균재직연수도 4년에서 19년까지 천차만별이다. 학예사 A씨는 인원도 적고 고용까지 불안정하니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박물관을 지키면서 유물만 관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정이 이렇다보니 학예사들이 흥미를 잃은 채로 근무하다가 떠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른 자치단체보다 못한 상황으로 정규직 학예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인구 26만 규모인 경북 경산시의 시립박물관도 학예사가 4명~5명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지원예산도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도와 도내 박물관 등에 따르면, 박물관 한 곳당 지원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연간 평균 2000~3000만 원 정도다. 학예사 B씨는 예산이 적다보니 좋은 유물을 확보하거나 기획전시를 열기 어렵다며 전시회를 제대로 하려면 도록 값만 2000만 원 이상 든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장을 자치단체장이 겸직하는 사례도 있어서 전문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고창 고인돌박물관과 판소리박물관은 고창군수, 무주 곤충박물관은 무주군수, 정읍시립박물관은 정읍시장, 진안 역사박물관과 가위박물관은 진안군수가 관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 국립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재 보존관리, 박물관 경영은 대학교에 관련학과가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라며 단체장이 겸직하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전북 지역 대학교의 한 역사학과 교수는 자치단체장 주도하에 관장직은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직을 뽑아야 한다며지금같은 상황 그대로라면 발전없이 정체되는 악순환만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6.20 17:16

문채문학상에 서상옥·이근풍·김철규…전북문인협회 첫 제정

전북문인협회가 올해 처음 제정한 문채문학상(文彩文學賞) 수상자로 이근풍, 김철규 시인과 서상옥 수필가가 선정됐다. 산호문학상(珊瑚文學賞) 수상자는 최영봉, 소선녀 작가가 선정됐다. 문채문학상(文彩文學賞)은 만 80세 이상, 등단 15년 이상인 전북문협 회원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해온 원로 문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서상옥 수필가는 김제 출신으로 계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천국에는 전화가 없나요> 등 5권과 시집 4권을 출간했다. 현재 전북문협, 전북수필문학회, 교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실 출신인 이근풍 시인은 경찰 공무원으로 35년간 근무했다. 계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나에게 쓴 편지>, <가슴에 고인 사랑> 등 17권의 시집과 1권의 시조집을 발간했다. 현재 전북문협, 경찰문학회, 임실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철규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전북도의회 의장과 전북일보 논설위원,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군산문인협회장을 역임하고 한국PEN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전북불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바람처럼 살다가>, <내 영혼의 밤섬> 등 모두 14권의 책을 냈다. 산호문학상(珊瑚文學賞)은 전북문협 회원으로 만 65세 미만, 등단 10년 이상인 문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제16회 새만금문학제 작품집 발간을 위해 접수된 100여 편의 작품을 심사해 운문과 산문 각각 1명씩 선정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3일 제16회 새만금문학제 기념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20 16:51

서양화가, 한국화가가 그린 ‘자연’

자연을 화폭에 담는 두 화가가 만났다. 서양화가 이종만(69)과 한국화가 조현동(59)은 산, 꽃, 새, 나무 등 자연을 공통 소재로 취하지만, 이를 각각 서양화와 동양화라는 서로 다른 표현 방식으로 그려낸다. 이 작가의 자연이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움직이는 거침없는 붓질로 되살아난다면, 조 작가의 자연은 한국전통채색기법에 현대적인 공간 구성과 조형 어법으로 재탄생한다. 이들이 무주 최북미술관에서 자연_두 가지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종만 / 엉겅퀴 / 72.7x60.6cm / 캔버스 위에 유채 / 2018 이종만 작가는 주변에 있는 생명체를 그린다. 자신의 생활 반경 내에서 눈길을 주면 걸려드는 자연, 생명체를 재현한 것이다. 새와 꽃들이 그것이다. 그는 조금씩 빛이 바래고 시들고 말라가며 기어이 사라져 갈 생명체의 어느 한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듯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엉겅퀴, 도라지꽃, 화조, 자목련, 접시꽃 등 그동안 작업발표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익산에서 태어나 원광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라미술상, 목정문화상을 수상했다. 동도서기, 법고창신을 기조로 작업하는 조현동 작가는 단청, 회화, 복식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색채감을 작품 바탕에 둔다. 이에 분리된 화판 조합 등 현대적인 공간과 조형 어법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순환-이야기, 공감-채집, 자연-경계 작품을 선보인다. 2014년 이후 발표한 자연-경계는 꽃, 새, 나비, 어패류, 물고기 등을 소재로 자연의 경계와 공간을 비정형의 육면체와 원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남원 출신인 조 작가는 원광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국대울산대목원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전북미술대전 대상, 전라미술상 등을 받았다. 전시는 다음 달 18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20 16:51

파경을 맞은 차이코프스키의 감정이 베어있는 음악곡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러시아 낭만음악의 거장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으로 클래식 여행을 떠나는 연주회가 열린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48회 정기연주회 TCHAIKOVSKY SYMPHONY NO.4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을 연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최희준의 객원 지휘로 진행하는 이번 연주회는 라흐마니노프의 14개 독창곡 가운데 가사가 없는 보칼리제로 문을 연다. 보칼리제로 무대를 여는 이유는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의 관계에 있다.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는 서로 사숙(누구를 마음속으로 본받아 학문이나 기량을 닦음)에 가까운 관계로, 차이코프스키는 만년에 내가 죽고 나서 러시아 음악의 길을 이어갈 젊은 인재로 라흐마니노프를 언급했다. 이어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파경을 맞은 이후의 심경이 담겨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7년 10세 연하의 음악원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으나 두 달 만에 파경을 맞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때 후원자였던 폰 베크 부인에게 막대한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취하며 작곡에 몰두했다. 이듬해 교향곡이 탄생했고, 여기에는 그의 심경을 반영한 듯이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외로움, 애상 등이 녹아 있다.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됐으며, 무대에서는 전 악장 모두를 들려준다. 1악장은 시름에 잠김 괴로움, 2악장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느낀 감정, 3악장은 현실과 관계없는 혼란, 4악장은 불행한 운명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의 좌석은 S석(1층) 1만원, A석(2층) 7000원으로 운영하며, 나루컬쳐홈페이지와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17 17:44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도약…우진청년작가회 ‘Jump!’

코로나19라는 길고 긴 터널 끝에, 백신이라는 빛이 보이는 듯하다. 2021년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회복의 해이자 도약의 해가 될 전망이다. 공공미술관 폐쇄와 전시 취소를 겪으며 힘든 한 해를 보냈던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도 새봄에 새싹이 움터 오르듯 희망의 빛줄기를 느끼고 있다. 이와 관련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공모에 당선됐던 미술인들이 모여 결성한 우진청년작가회가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다음 달 14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우진청년작가회 정기전 Jump!. 이번 전시는 회원 38명이 참여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 김판묵 작가는 black mirror란 작품을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우리는 전보다 더 두꺼운 가면을 쓴 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숨겨진 표정 뒤, 알 수 없는 감정들은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구멍을 내 깊은 골을 만들었다며 내가 생각하는 당신과 당신이 생각하는 나의 어긋남을 무엇이라 단정할 수 없는 검은 구멍 속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장영애 작가의 기억의 단서는 인간이 외부와의 소통 과정을 사실이 아닌 감각으로 되새긴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작품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위안이 되는 과거 기억을 상기하고, 다시 감각을 새롭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동 우진청년작가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던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보자는 염원을 담아 전시를 기획했다며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희망과 활력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7 17:26

수많은 민초들의 분노와 항거를 초록바위에 새기다

전주민예총(회장 고양곤)이 주최주관하고 전주시가 후원하는 제6회 초록바위진혼제가 19일 오후 5시 30분 풍남문 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초록바위진혼제는 조선 말기 아픈 역사 속에 묻힌 망자들의 한을 달래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전주 초록바위는 1886년 병인박해 때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 남종삼의 아들과 홍봉주의 아들이 수장된 장소다. 동학 접주인 김개남 장군을 비롯해 동학 교도들이 처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도 백성의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공연은 19세기 중엽 조선 백성들이 부세와 수탈을 견디다 못해 각 지역에서 봉기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내용에 따르면, 전주의 한 마을에 사는 백성들은 1862년 전라감영 앞에서 누명을 쓰고 죽은 산돌이에 대한 재심을 요구한다. 시위대는 조세와 부세 감면, 평등권 보장, 성문 출입의 자유를 외치고, 관청은 민초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다. 관청은 산돌이 사건을 재심키로 하고 조세와 부역 감면, 구휼을 약속한다. 그러나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주동자는 태형으로 처벌하고 10년간 출입을 금한다. 주동자들은 전주성을 떠나며 훗날을 기약한다. 무대에서는 수많은 민초들의 분노와 항거를 초록바위에 새기고 담아서 역사와 서사가 흐르는 음악극으로 표현한다. 각 장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독창, 합창, 춤, 판소리 등이 동원된다. 고양곤 회장은 신분질서와 권력의 횡포에 따른 좌절과 체념을 떨치고 들불처럼 일어난 민초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17 16:44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역병을 이겨내라

세종대왕 조선왕조 중 세종대왕은 많은 공적을 남긴 성군이다. 집현전을 설치하여 우리나라의 글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들었고, 정음청을 중심으로 불교 경전을 한글로 번역시켜 그 뜻을 백성과 함께 하고자 했다. 또한 조선 실정에 맞는 농법서인 농사직설(農事直設)을 만들어 농업의 발전을 끌어내고자 했으며, 민족의 음악을 더불어 아끼시고 귀히 여겨 박연으로 하여금 궁중음악인 아악(雅樂)을 정리하게 했다. 이러한 성군의 시절에도 전염병은 있었으니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된 전염병의 350회 전체 원문 중 10회의 기록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 기록은 세종 2년, 6년, 12년~16년, 18년~19년, 25년~26년의 해로 참으로 적지 않은 환난을 겪은 성왕이었다. 세종 2년, 첫 전염병이 돌자 세종은 서울과 지방에 전염병이 성하게 유행한다 하니 소재지 관리로 하여금 성의를 다하여 치료하여 죽은 자가 나지 않도록 하라 하였고, 세종 14년에는 각 도의 감사에게 민간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구제하여 치료해주라는 법의 조항을 상고하여 구료(求療)해 살리도록 마음을 쓰라 전지(傳旨)했다. 세종은 즉위 후 전염병이 돌자 온 힘을 기울여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지시했으며 더불어 법을 만들어 치료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절실히 표명했다. 또한 세종 16년에는 외방(外邦)의 유행. 전염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방문(方文)으로 써서 주지시키도록 하라 명을 내렸는데 이는 각 고을의 관직을 맡은 이들에게 현장에 직접 가서 치료법을 알리라는 것이었다. 이는 백성들에게 향하는 긍휼(矜恤)이 닿는 성군의 마음이었고 당시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지혜로운 성왕의 방법이었다. 세종 18년에는 예조가 간청하기를 전염병으로 죽은 자의 가족을 살피게 쌀과 면포를 주게 하소서 상소하자 이에 그대로 세종은 명을 내려 실행하도록 했으며, 세종 19년에는 황해도에 여러 병이 전염됨을 염려하여 유명한 의원을 보내어 도내 의학생에게 교류하고 구료하는 방법을 견습(見習)시키라 하교하여 성왕의 의지를 전했다. 이처럼 세종은 치료에 국한하지 않았으며 예방을 위한 계획도 만들고 실천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잊고 싶은 과거의 전염병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금 나타났지만, 우리는 필사(必死)를 다 하여 이겨낼 것이다. 600여 년 전 세종대왕과 선조들처럼 꿋꿋하고 의연하게 말이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우리 민족은 항상 서로를 아끼고 위로하며 승리했다. 세종실록 56권 세종14년 4월 23일 非獨疾疫者, 流離絶糧之人, 悉訪以啓 <전염병에 걸린 사람뿐 아니라, 유리(流離)하여 양식이 떨어진 사람들도 죄다 찾아서 아뢰라>

  • 문화일반
  • 기고
  • 2021.06.17 16:44

송관엽 화백 “산수화는 행하는 그림…이제 비로소 보인다”

전통 산수화는 행하는 그림입니다. 내가 발로 걸으면서 바라본 것을 그리는 거죠. 그래서 철학이 있는 그림입니다. 한국의 산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담아내는 경산 송관엽 화백이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붓을 든 철학자. 그림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부산에서 등 최근 작업한 산수화와 부채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송 화백은 한국의 산을 소재로 수묵화를 그린다. 그는 한국의 산은 정확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갖춘 화강암 지역에서 나온 한국 산만의 형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겸재 정선, 소정 변관식과 같은 한국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조형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오래전, 수묵산수 화가들은 중국의 산수화를 모방해 그렸다. 당시 관행을 깨트린 건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이었다. 그는 조선의 실경을 직접 보고 그리며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비로봉도 등을 남겼다. 이후 소정 변관식 선생도 금강산을 비롯한 한국 산하를 사생했다. 송 화백은 한국의 산은 용이 꿈틀거리듯 산과 산이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골짜기를 수묵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안개다. 안개를 배치해 그에 맞게 산맥이 흘러가도록 한 것이다. 그는 안개를 끌어들임으로써 비울 자리는 비우고, 채울 자리는 채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후 송 화백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흐리게 그린 먼 산이 관념적이고 고전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는 공기 중 물방울의 양에 따라 산의 흐리고 선명한 정도가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아무리 산이 가까이 있어도 그 자리가 연해지고, 공기 중에 물방울이 없으면 먼 산도 선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산수화에서는 먼 산이 선명하고, 가까운 산이 희미하다. 이는 일반적인 원근법과는 다른 특징이다. 그는 이 조형미를 발견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공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이 안개 낀 산을 잘 그린다고 했을 때도 이걸 찾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올봄에 그림을 그리고 썼던 제목이 비로소 봄입니다. 이제 비로소 보인다는 저의 고백입니다. 송관엽 화백은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초대전, 회원전 등 45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화선지와 쉬지 않고 놀아왔다.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수묵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7 16:29

빌리 브란트의 ‘작은 걸음’

삽화 = 정윤성 기자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는 유대인 위령탑이 있다. 1943년 바르샤바의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인 게토에서 나치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섰다가 희생당한 수만 명 유대인들을 기리는 탑이다. 바르샤바 게토 봉기와 함께 이 위령탑을 세상에 더 널리 알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서독 총리를 지낸 빌리 브란트(1913~1992)가 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사진이다. 당시 서독에서는 브란트의 행위에 공감하는 사람들보다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세계의 언론들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며 브란트를 격찬했다. 후에 브란트는 헌화를 하는 순간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인간의 말이 소용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이 흑백 사진 한 장이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동안 쌓여온 문제들이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것은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닦은 정책, 평화의 현실적 가능성을 넓힌 20세기 평화정치가 빌리 브란트를 우뚝 서게 한 동방정책의 상징적 출발점이기도 했다. 동구 공산권 국가들과의 국교를 회복하고 외교를 적극 추진하면서 동서 화해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동방정책은 결국 1990년 10월 서독과 동독을 하나의 국가로 탄생시키는 동력이 됐다. 동서독 평화공존으로 통일을 이끌어내고 독일형 복지국가를 건설해낸 동방정책을 성공시킨 브란트는 거창한 정책보다는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들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대화와 협상을 신뢰와 변화의 통로로 삼았다. 작은 걸음과 접근을 통한 변화의 가치를 추구했던 그는 사민당을 이끌면서도 합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세웠다. 덕분에 결단력과 추진력 부족이라는 비난을 불러들이기 일쑤였지만 끝까지 의견을 듣고 조정하며 통합해 당의 결속력을 강화했다. 1970년대, 브란트가 이끌었던 사민당은 학생운동의 영향으로 청년당원이 급격히 늘어났다. 위압적 권위보다는 소통과 조정,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정치 발전을 원했던 이들에게 브란트는 상징적 리더이자 희망이었다. 한국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몰려왔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청년정치의 부상이 그 증거다. 30대 야당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거창한 구호들이 먼저 나부댄다. 신중함과 진정성이 더 절실해진 시절, 브란트가 지켰던 작은 걸음의 가치가 새삼스러워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 문화일반
  • 김은정
  • 2021.06.17 16:19

[신간] 5·18민주화운동 슬픔 위로…박상재 ‘할머니의 생각시계’

박상재 작가 어디선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하얀 이팝꽃잎들이 눈물처럼 떨어지며 바람에 날렸습니다. (본문 중) 박상재 동화작가가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그림동화책 <할머니의 생각시계>를 출간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근현대사의 주요한 사회적 기억을 소환해 소통하는 나한기획 사회치유 그림책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책은 518민주화운동 때 대학생인 아들 민호를 잃은 영수 외할머니의 트라우마를 그리고 있다. 이팝꽃이 피면 그날의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와 가슴앓이를 이 세상 모든 영수 외할머니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무덤을 찾았습니다. 바람결에 눈물도 메말라갔습니다. (본문 중) 박 작가는 영수 외할머니의 정신적 상처는 우리 모두의 상처라며 그 깊은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고 광주의 민주정신이 바르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를 썼다고 설명했다. 장수에서 태어난 박상재 동화작가는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글짓기지도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아동문학전문지 <아동문학사조>를 발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16 16:37

[신간] 조혜경 첫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

조혜경 시인 커피를 쏟아도 우린 웃지 않지/ 반점이 나타난 바나나 앞에서/ 향기가 왜 슬플까?// 아무 말 하지 말자/ 우는 여자의 속눈썹과 아름다운/ 驛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 일부) 조혜경 시인이 첫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를 펴냈다. 시집에는 다채로운 언어로 삶의 내면을 들여다본 44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그는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리곤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으로 소리 이미지에 색깔을 입혀낸다. 이 소리는 무수한 내면의 파열음(소음)이다. 얼굴에 물감을 묻혀요 튜브를 짜며 수북해지는 껍질들/ 하얀 이불 위에서만 엎드려 울 거예요/ 내 손은 지저분해요/ 에왈라 아나 야쓰 내 손은 지저분해요 (에왈라 아나 야쓰 일부) 감각의 전이를 통해 감각의 겹침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방식은 시인의 내면이 중층의 비밀로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겹이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 내면 전체가 공명하면서 소리는 증폭된다. 이 투명한 소리의 분출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차용한 방식이 채색이다. 특히 그는 무의식의 세계, 무지의 세계, 미몽의 세계로부터 의식의 세계, 기지의 세계, 각몽의 세계로 이행하는 것을 껍질 벗기기로 형상화한다. 시에서 자주 들리는 파열음(소음)은 껍질을 깨트리는 소리인 것이다. 고종석 문학비평가는 조혜경 시인의 시에는 명징한 불투명성이 있고, 그 명징한 불투명성이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시인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다. 순천향대와 동 대학원,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현재 전주대 교수로 있다. 2012년 시 레위기 저녁으로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았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16 16:3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