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이철균 시인. 이철균 시인은 우리 문단에 고독한 감꽃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 한 권 남기지 않고 세상을 버린 시인, 그의 제자 이운룡은 시인의 시를 모아 유고시집 『新卽物詩抄』를 발간하여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렸다. 이 시집명은 생전에 시인이 지어놓은 이름이고, 시와 시론의 원고 배열, 목차, 평설 및 장정까지도 시인이 출판을 위해 준비한 그대로라고 한다. 시인은 1927년 3월 15일, 전주의 물왕몰에서 부채를 만드는 집안의 이형환과 김금주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전주북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하였고 625 이전에는 목포의 문태중학교에서 1년 남짓 근무하였으며 전쟁 이후부터 1958년도까지 전주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전주고등학교 재직 중에 『문예』에 시 <염원>(1953.2), <한낮에>(1953.6), <소리>(1954.3)로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그 무렵 시 동안지 <남풍>을 주재하고, 잡지 <인물계>의 편집을 맡기도 했으니 그의 삶은 오로지 시와 함께였다. 해마다 주옥같은 서정시를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유별나게 독신을 고집하여 홀로 지내다가 1987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철균의 시에는 동양 정신의 하나인 무(無)위 사상이 주조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초기 작품의 대부분은 동양 정신에 입각한 무위(無爲)가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1960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현실에 눈을 돌려 <감꽃>, <정거장 부근에서>, <낙엽 풍경> 등을 발표하여 원숙한 시 세계를 표현하였다. 시인은 한평생 시의 길만 오롯하게 걸었다. 시는 곧 그의 생활이면서 분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의 삶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했지만, 결코, 어느 한순간에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시의 길을 고집하였다. 시인의 삶은 항상 낙관적이었으며 자신만만했다. 제자나 지인들의 서술에 의하면 시인은 술자리에서 취기가 돌면 금방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어린이가 되었고, 가난했기에 주변 친구들의 신세를 지면서도 항상 당당했다고 한다. 시인이 시를 쓰는데 남다른 집요함을 보인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인 것 같다. 시인이 전남 목포의 문태중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문태중학교 교장인 아버지를 따라 이 학교에서 공부한 강우택 씨는 이철균 시인과 한방에서 지냈던 추억을 이렇게 서술해 놓았다. 이철균 선생은 책상머리에 앉아 원고지에 뭔가를 쓰고 구겨버리고 또 쓰곤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구겨진 원고지가 한 뭉치씩이나 되었다. 그 무렵 나는 선생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딴짓은 다 해도 시를 쓰는 일, 문학은 어려운 것이라고 판단,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매일 밤 밤새도록 원고지와 씨름한 시인은 6.25 전쟁 때 전주에 있는 부모님이 궁금하다며 돌아간 후 다시는 만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뒤로 소식을 모르다가 우연히 덕진공원에서 시인의 시비를 보고 그를 떠올리며 쓴 수필에 나온 내용이다. 그의 제자 이운룡 시인은 이철균 선생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유인 이철균 시인은 진짜 시인이다. 시인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꺾지 않았음은 물론, 고고한 시 정신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시와 맞붙어 일생을 두고 1대1로 싸운 선생의 치열한 정신과 의지는 모든 시인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말로 처절한 고투였다. 외로움이 시인의 전유물이요 고독한 삶이 시인의 운명이며 인생인 것처럼 피붙이, 살붙이 하나 남김이 없이 그리고 자신의 무덤조차 남기지 않고 재로 뿌려졌지만, 이제 저승의 한 점 바람 앞에 하얀 감꽃 그림자로 서서 이 『新卽物詩抄』를 바라보고 쓸쓸한 미소를 띨 것이다. 항공대학교 윤석달 교수는 이철균 시인을 시대의 아웃사이더, 외로운 단독자였던 시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삶은 고독한 여정이었고, 외로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 <감꽃>은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가다. 그의 초기 시부터 감꽃을 노래했다. 감꽃의 순수한 소박미와 동양적 정서를 잘 그려낸 시인, 감꽃처럼 수줍게 피어나 감꽃처럼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갔다. 쑤꾸기 소리 따라 감꽃은 하나 둘 피어났는가? 다시는 오지 못할 푸르름 밑에 하마터면 뜨지 못한 나의 눈빛이 진정 새로운 뜻으로만 피어나는가? 의좋은 어느 집 어린 형제와 같이 돌담 위에 서로의 손짓이 보일 듯 어제 밤 너와 나와의 아쉽던 가슴 위엔 저기 저 감꽃이 쑤꾸기 소리 따라 피어났는가? -<감꽃>전문 이 시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인 자신의 간결하고도 근원적인 소망이 눈물로 아롱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되었다. 최종한의 박사학위 논문「존재론적 시 의식 연구」에서 쑤꾸기 소리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적 어떤 것이며 부재(不在)다. 그리고 쑤꾸기 소리로 인하여 형상을 갖춘 감꽃은 새로운 생명이며 존재(存在)다. 따라서 여기에는 쑤꾸기 소리가 곧 감꽃이고 감꽃이 곧 쑤꾸기라는 인식이 내재하여 있다. 즉 부재가 존재이고 존재가 부재인 것이다. 시인은 육십 평생 시를 썼지마는 살아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도 낸 바 없다. 그렇다고 국정교과서나 문학 교과서에 실린 적도 없어서 시인이 활동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문학 활동을 했던 많은 제자와 시인들은 그의 삶을 아직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인의 고독한 생애와 시집 한 권도 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중산 이운룡 시인을 비롯한 우리 고장의 문인들이 뜻을 모아 전주 덕진시민공원에 시비를 세우고 4년 간(2002-2005년) 이철규문학상을 주고 시인의 삶을 기렸으니 얼마나 가슴 든든한 일인가. 그 시비에는 그의 시 <한낮에>가 새겨져 있다. 영(嶺)을 넘어 구름이 가고 나비는 빈 마당 한구석 조으는 끝에 울 너머 바다를 흐르는 천봉(千峯)이 환한 그늘 속 한낮이었다. <한낮에> 전문 한 폭의 그림처럼 한가롭고 고요한 시가 속에 그려진 마을의 풍경이 떠오르는 시다. 어떤 요사한 관념이나 현란한 수사도 없이 여름 한낮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시로, 여기에도 동양적 사고가 유유하게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시인이 시집을 내려고 준비했던 자서에 의하면 나의 시 대부분은 무수한 자살에 직면하면서 그 위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극복해 간 나름의 눈물이요, 내 존재의 집들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많은 시가 그렇기 쉽게 씌여진 시가 아님을 곧 눈치채게 한다. 시인이 직접 이름 지어놓았다는 유고시집 『新卽物詩抄』도 즉(卽)의 철학이라는 실존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감꽃의 시인 이철균 시인은 우리 곁은 외롭게 떠났지만, 시인이 남긴 주옥 같은 시편들은 전북 문단의 후배들에게 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월간 문예지 <수필과 비평>이 2020년 7월호로 통권 제225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는 2020년 황의순문학상 수상자인 황선유 작가와 수필과비평 문학상 수상자 김대원,김정호 작가의 출품작을 실었다. 기획특집으로는 우리 시대 원로 수필가 정혜옥 작가 인터뷰를 통해 수필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전달하고 싶은가, 그 성찰의 매듭에 대해 다뤘다. 기획연재인 공감을 넘어 통감으로의 주제에서는 재난 이후의 문학을 다루며, 김은혜 작가의 엄마가 구술하는 전쟁과 분단의 기억이란 작품을 다뤘다. 제225호 신인상 당선작으로는 방순자 안개의 저편에 남아 있는 것, 정용숙 엄마 꽃, 추소연 뻐꾸기와 호박나물 등 3인을 선정하고 심사평과 당선소감, 수상작을 실었다.
군산 출신의 소설가 윤규열 씨가 장편소설 <푸른 멍텅구리배>(개미)를 새로 냈다. 이 책은 정신병적 증상의 하나인 망상과 정신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등장하는 조현병 환자인 동수는 마치 당시의 푸른 거룻배의 승객처럼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고 도시의 주변을 떠돌며 망상을 하고 실재처럼 이해하는데, 정신병환자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윤규열 작가는 정신병은 단지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정신질환으로 진단이 내려졌더라도 소통이 되고 있는 상황은 정신병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제3회 허균문학상 수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천강문학상, 전북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장편소설 <철화매화문벽개각>, <내 마음의 강물>, <둥근 울타리>, <주이상스>, <신발>(교보문고 e-book)을 출간했다. 대학교재로 <정신보건론>이 있다. 그의 소설은 기층민들의 삶,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에서 나타나는 내면적 상처의 문제를 핍지하게 엿볼 수 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노련한 관찰력, 개성적이고 날렵한 문체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소설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는 문제작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선화 시인이 2011년 이후 약 9년 만에 새 시집 <그곳에 내 스무 살이 살고 있다>(신아출판사)를 내고 청춘의 목소리를 소환했다. 이 시집에는 푸른 풀밭에 떨어지는 햇살의 아름다움과 바람의 상큼한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인의 감정이 녹아있다. 이 시인은 그동안 모아두었던 원고를 들추면서 마음의 주인이 되면 마음의 양식이 쌓인다는 것을 새삼 느껴봤다며 하얗게 내뿜어서 동그랗게 둘둘 감긴 시어들이 환하게 빛을 보기를 소망한다고 새 시집을 낸 소회를 전했다. 시집 곳곳에는 애틋한 가족 사진이 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출가한 8남매가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모습이다. 그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했던 스무 살 청춘의 이야기는 이제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추억으로 남았다. 작품해설을 쓴 안도 문학평론가는 이선화 시인이 발표한 90편의 시 속에는 평소에 간직해온 삶의 순간들이 녹아있다. 그리고 자연과 사물의 속내며 바닥에 숨겨진 비밀을 들추어내는 매력적인 연출과 눈부신 함의를 특징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이선화 시인은 2004년 전북여성백일장 운문부 차하상 입상을 시작으로 대둔산 백일장 운문부 가작 입상, 한국 효도회 효행상공로상, 전북예총 하림 공로상을 수상했다. 온글시민대학 문예창작과를 수료했으며 전북대평생교육원에서 문예창작과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동심문학 총무로 있다.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이해우 교수가 출간한 저서 <중국 민어 음운과 주변 언어와의 관계>(한국문화사)가 교육부와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선정하는 2020년 우수학술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이 책은 중국 방언 가운데 푸젠성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민어 음운의 공시적통시적 음운 체계 및 주변 언어와의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중국 방언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한국어로 서술된 중국 방언학 개론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교수의 이번 저서는 한국에서 중국 민어 방언 관련 최초의 역작이며, 세계적으로도 민어 음운과 주변 언어와의 관계 연구에서 가장 방대하고 심층적인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중국 민어와 한국 한자음과의 음운 대응 관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일본 한자음의 커다란 두 갈래인 오음(吳音)과 한음(漢音)이 중국 민어와 어떠한 음운 대응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저자는 미국 하와이대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정량위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이후 20년 넘게 민어 관련 논문 발표와 저서를 꾸준하게 출간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공자아카데미원장과 신문방송사주간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석대 교양대학장을 맡고 있다. 올해 우수학술 도서 선정지원 사업에는 381개 출판사가 발행한 3284종의 국내 초판 학술 도서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인문학 66종, 사회과학 96종, 한국학 36종, 자연과학 73종 등 총 271종이 2020년 우수학술 도서로 선정됐다.
동화를 통해 이해와 소통, 나눔과 배려, 조화와 공존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소박하고 소중한 삶의 가치가 인문학의 감성을 깨운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최기우)과 전주대학교 인문한국플러스 온다라 지역인문학센터(센터장 백진우)가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동화적 삶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특강을 연다. 매주 화수요일 오전 10시 최명희문학관 세미나실.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인 김도수 동시작가 진행을 맡는다. 특강의 초청작가로는 신작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김근혜박예분이경옥전은희 작가가 함께 했다. 김근혜이경옥 작가는 각각 2012년과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첫 번째 강의는 전은희 작가가 들려주는 평범한 천재와 함께하는 자존감 찾기로 21일 진행된다. 전 작가는 동화 <평범한 천재>(책읽는곰)를 쓴 이유처럼 어느 누가 더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우리는 모두 지금 모습 그대로 소중한 사람이기에 평범한 천재처럼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2일에는 게임 동화가 가르쳐 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김근혜 작가의 강의를 만날 수 있다. 게임이 아이들의 또래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인문학적 감수성 쌓기, 소통의 중요성을 나눌 예정이다. 올해 출간한 장편동화 <제롬랜드의 비밀>(좋은책어린이)이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이경옥 작가는 28일 삽살개 아리랑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한민족과 함께 한 삽살개의 수난에 얽힌 이야기로 우리 땅에 있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이 작가는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 장편동화 <달려라, 달구>(아이앤북)를 냈다. 29일 열리는 마지막 강의는 전북아동문학회 박예분 회장이 한국전쟁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우리 형>(책고래)에 담긴 세상살이를 읽어준다.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과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 작가는 동시집동화집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말과 글의 아름다움과 전북 문학의 가치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의 다양한 문학체험프로그램도 이 시간을 함께 한다. 29일 오후 2시에는 정서연강귀녀 공예가와 함께 전주정신 꽃심을 품은 나만의 꽃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모든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며, 강의별로 문학과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 20명을 모집한다. 신청 및 문의 063-284-0570.
온춘성 전주여의동우체국장 자연과 사람을 사귀고 사물과 현상을 접하면서 가슴 속 소쿠리는 시의 소재로 채워진다. 우체국에는 희로애락의 사연이 모인다. 2020년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온춘성(58) 전주여의동우체국장의 이야기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는우체국맨으로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쌓아오면서 우체국 업무와 시 쓰기에 공통점을 찾았다고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잖아요. 우체국은 여러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요. 저는 마음과 마음을 잇고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합일(合一)을 이끌어내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 겨울, 온 국장은 문예계간지 <문예운동> 통권144호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능소화, 봄비, 옥정호반의 하루, 백하수오의 꿈, 하지감자 등 시 5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그의 시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유년시절의 추억, 고향 풍경이 담뿍 배어있다. 당선작 중 하나인 하지 감자에는 아버지의 감자 심는 모습 뒤로는 무당벌레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모깃불 연기에 눈이 매워 눈물 찔끔 흘리던 어린 시절 추억이 그려진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시간이 시(詩)와 시(時)의 동행이라면 생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일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설렘 가득하고 충만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삶은 각양각색의 언어와 절제된 글에서 오롯이 우러나오는 참 맛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제 금구에서 태어난 온 국장은 청운초, 삼우중, 전주영생고,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우체국에 몸담아왔다. 온 국장이 지극히 평범한 학창시절의 기록이라며 보여준 빛바래고 낡은 종이에는 임명장이라는 글귀가 흐릿하게 남아있다. 4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은 온 국장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제1학기 쓰기반장을 맡았던 일을 되새겨준다. 당시 특별활동으로 문예부에 들었는데 고대 그리스 문명과 로마의 신화를 다룬 책을 읽고 낸 독후감으로 값진 상을 받았다. 온 국장은 이 상장을 보고 있으면 10살 소년시절 부터 문학에 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 시인 등단을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는 온 국장은 전국 5일장의 장터, 땀방울의 가치가 담긴 건설노동현장,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사찰 등 다양한 삶의 현장을 찾아 나를 되짚어 보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중략)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 시인의 동시는 읽을 때마다 느끼는 특별한 맑음이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시인의 눈에는 꽃밭도, 마당도, 푸른 들판도, 파란 하늘도 다 아름답고 넓은 세상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채송화꽃의 시기부터 시야를 확장하고 화자를 성장시킨다. 시인이 감탄한 차암 많은 집에서도 아이가 바라보는 순수한 눈이 벅차오름을 느끼게 한다. 참이 아닌 차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순수는 시인의 동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생각이 많아요.에서는 나름 심각한 생각을 방해하는 엄마를 극복하고 아이는 희망을 꿈꾼다. 깜짝! 세상을 놀라게 할지 누가 아냐고 말이다. 그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필살기인 반짝 빛나는 생각 하나가 있으니까. 시인의 동시를 읽는 동안 독자로서의 나는 신나고 즐거운 상상을 하는 아이 하나를 줄곧 만난다. 시인 또한 동시를 쓸 때면 늘 가슴이 설레고, 자연과 친구하는 즐겁고 신나는 아이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가끔 아이의 마음에서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낙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제로 아이를 동시에 끌어들이지 않는다. 아이를 찾아가 친구로 만난다. 놀이터에서 같이 그네도 타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놀이도 하면서 가까이 가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시 속의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 노는가보다. 봄볕은 모두에게 고루 내리쬔다. 차별이 없다. 따사로운 봄볕은 올망졸망 모여 사는 골목 안을 따뜻하게 만든다. 다투는 고양이와 강아지, 민들레꽃과 냉이꽃, 골목사람들, 나지막한 지붕, 빨래, 화분, 조그만 아이들 신발까지 봄볕을 나눠준다. 할아버지의 손수레는 남이 버린 헌 것만 모으러 다니는 할아버지 수레에 생명을 실어주는 뭉클함이 있다. 버려진 화초는 헌 신문지에 싸 손수레 앞에 싣고, 데리고 와 기르는 작은 개는 할아버지 뒤를 따라간다. 누군가 생각 없이 버린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쓸쓸한 할아버지 수레 뒤를 지켜주는 개의 모습이 차암 따뜻하다. 조그만 발은 첫 연 1행과 마지막 연 1행에 참 놀랍지 않니?하며 감탄을 두 번 한다. 25cm가 될까 말까 한 조그만 발이 얼마나 묵묵히 걷고 버티고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가장 아래에서 힘겨움을 감내하는 발, 작은 간지럼에도 웃을 수 있는 넉넉함을 그렸다. 시인의 눈은 또 섬세하다. 큰 별 뒤에 숨은 작은 별, 조그만 일개미들처럼 작은 것을 발견한다. 초승달에 끈을 매달아 별들이 짤랑짤랑 소리 나는 가방이 가지고 싶다는 동시를 읽다 문득 예전에 부르던 동요가 떠오른다. 푸른 하늘 은하수 작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언제 불러도 맑고 순수한 이야기가 그려지는 노래다. 이준관 시인의 시는 자연을 노래하고 작은 마음을 노래한다. 아이들은 물론 골목길과 자연만물이 다 친구가 된다. 작은 세상을 우주보다 넓게 노래한다. 지금도 시인은 아름다운 무언가를 찾아주는 시를 찾고 있을 거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시인의 세상은 늘 따뜻하다. 이런 따뜻함을 품었기에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길 희망한다.
꿈틀대는 굵은 선과 점들의 집합을 반복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미경으로 관찰한 세포조직과 같은 느낌을 준다. 붉은색과 청색의 보색대비, 그리고 장식성마저 가미된 화려한 느낌의 색채와 함께 추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신만의 고유 질서를 정립해가기 위한 색채와 형태의 조화, 그리고 빛의 투과성을 탐구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이남규는 원광대학교와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과 교수, 가톨릭미술가회 회장(19881991)을 역임했고, 상파울루 비엔날레(1970) 등 여러 국제 미술전에 참가했다. 작품 안내 _ 이문수(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지나가버린 여러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은 어제를 기억하며 지금의 현실을 보여준다. 전주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10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영구 작가에게 지난 옛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태조로가 그랬다. 보고 또 보아도 오늘인 양 하며 어제를 말하고 있다. 지나버린 옛 사랑을 살포시 말해 주고 있다. 지금 현재를 나타낸다 하지만 사진은 어제의 이야기 즉 옛 이야기다. 작은 사연을 간직한 모습이 좋았다는 작가는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는 결론에 가닿았다. 그가 작업한 사진에는 어제와 지나간 흔적이 담겨 있다. 지금이 아닌 어제의 사연에 주목한 덕분일까. 빛바랜 색 뒤편으로 남몰래 간직하고픈 정이 서려 있다. 김영구 작가는 사진에는 어제를 보게 하고 옛 이야기를 하나하나 더 만들어가는 힘이 있다며 묵직한 셔터 소리에 지금이라고 말하는 어제를 간직하면서 내일의 미련을 간직해본다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 김영구 작가는 내 곁에 가까이라는 주제로 지난 2009년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우진문화공간, 교통아트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합죽선의 맥을 이어온 부자의 이야기가 전시에 담겼다.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 지선실에서는 오는 28일까지 선자장 김동식과 김대성의 초대전이 열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과 그의 아들인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이수자 김대성의 신작과 대표작 20점을 만날 수 있는 자리.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이수자 김대성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의 아들로 5대에 걸쳐 합죽선의 맥을 잇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부채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일상으로 봐왔다. 2007년부터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합죽선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은 14살이 되던 1956년, 고종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기술이 뛰어났던 외조부 라학천(羅鶴千)을 스승으로 모시고 합죽선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64년이 된다. 외삼촌인 라태순의 집에서 처음 합죽선 만드는 기술을 배운 후 대나무살을 쪼개는 것부터 합죽선에 종이를 붙이는 것까지 모든 기술을 외가에서 익혔다. 지난해에는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선자장 조충익이 별세하고 올해 합죽선을 만들던 장인 4명이 고령화로 합죽선에서 손을 놓았다. 어려운 길이지만 가업을 함께 이어가는 김동식 김대성 부자(夫子)는 전주 합죽선의 자존심이자 미래다. 선자장 김동식은 부채는 죽은 대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라며 외증조부부터 아들까지 5대에 걸쳐 부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이번 전시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아버지 대를 이어 합죽선을 만드는 김대성은 아버지는 선풍기와 에어컨에 밀려 사람들이 하나둘 부채에서 손을 놓았을 때도 묵묵히 가업을 이어오셨다며 아버지가 다 죽어가는 꽃에 정성을 다해서 생명을 주시고 꽃밭을 만들어주셨듯이 저도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꽃밭을 잘 가꾸고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 그리고 어쩌다 어른이 된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다시 찾아왔다. 여자, 서른 이후 10년 만에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온 배우 이혜지의 두 번째 모노드라마 여자, 마흔이다.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혜지는 2020년 우진예술극장을 뜨겁게 채워줄 새로운 기획공연 모노드라마 열전의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 극중 상황 전개를 비롯해 무대 장치, 소품, 음악에 더욱 신경써 짜임새 있는 극을 준비했다. 결혼과 출산 후,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경력단절을 경험한 그는 연극으로 다시 복귀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관객들과 나눈다. 그리고 복귀하고 나서도 험난한 하루를 보내며 피를 말리는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 극의 주인공인 하소연은 인기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일도 사랑도 완벽함을 꿈꿨던 여자 하소연이 주인공이다. 여느 대한민국 여자들의 모습과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마흔의 그녀는 방구석 라디오가 On Air되면서 걸죽한 수다와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오는 16~19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평일 오후 7시 30분과 주말 오후 5시에 공연한다. 전석 2만원. 문의 063-272-7223.
(재)전주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에 백옥선 씨(55)가 내정됐다. 전주문화재단(이사장 김승수 전주시장)은 14일 전임 대표의 임기 만료에 따른 새 대표이사 공개모집 결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백옥선 씨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백 내정자는 전주예총 사무국장, 전주공예품전시관 초대관장, 전북도청 문화전문직 사무관을 역임했고, 전주한지축제 기획 및 군산 근대역사경관사업 제안 등 문화예술 행정과 현장 경력 등이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문화재단은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에 대한 신원조회 등을 거쳐 조만간 최종 임명할 계획이다.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임기는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전주역사박물관이 개관 18주년을 맞아 15일부터 9월 13일까지 기획전시실서 창암 이삼만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에는 옥과미술관, 강암서예관, 전북대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전북도립미술관 등 여러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작품들을 모은, 창암 서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30여 점이 전시된다. 또 올해 창암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고 그의 서예작품과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특별전 개막식 및 학술대회는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사회자, 좌장, 발표자, 토론자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고, 방청석 참여자 없이 온라인 유튜브(전주역사박물관 유튜브 계정)로 실시간 중계된다. 전주출신인 창암 이삼만(1770~1847)은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힌다. 창암은 서울애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원교 이광사를 비롯한 명필들의 글씨를 스승 삼아 평생을 서예만 전념하여 심오한 경지에 오른 명필이다. 창암은 자신만의 필법인 구름 가듯 물 흐르듯 막힘이 없고 자연스러운 행운유수체로 이름을 떨쳤으며, 중국의 서법을 배제하고 동국진체를 완성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전주에 들러 창암의 글씨를 보고 감탄하였으며, 창암의 묘지명을 써주었다고도 한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창암은 서예로 심오한 경지에 올랐지만, 그의 삶의 자세와 지역성이 강조되는 지금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서예를 떠나서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더 빛날 창암의 서예에 대해 감상하고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00년 역사의 백제. 이 중 익산의 백제유적은 공주부여와 다른점과 강점은 무엇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백제세계문화유산센터가 진행한 백제세계문화유산기행에 참가한 기자들은 부여공주에는 없는 왕궁터의 규모에 일단 놀랐다. 또 선화공주와의 사랑이야기로 잘 알려진 서동 설화는 익산의 백제역사를 풍요롭게 한다. △부여공주에선 볼 수 없는 온전한 왕궁터 익산의 백제유적지는 오로지 단 한명의 왕의 흔적이 남아있다. 바로 무왕(재위 600~641)이다. 강력한 왕권을 꿈꾸던 무왕은 익산으로 도읍을 옮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증거는 왕궁면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후기 궁궐의 구조와 기능, 축조과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익산 용화산 남측 끝자락의 구릉에 자리 잡고 있다. 궁궐을 둘러쌌던 직사각형 담장은 동서 약 230m, 남북 약 495m로 총 길이 1454m에 달한다. 잘 다듬은 화강석으로 쌓아올린 담장은 잔존 부분의 최고 높이 1.2m, 폭 3m 내외다. 전반부에 대형건물, 후반부에 후원공방대형 화장실 등이, 전반부와 후반부 경계에 정원이 조성되었던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유적에는 백제 무왕 때인 639년에 건립했다는 제석정사 터를 비롯해 그 안에 관궁사, 대궁사 등의 절터와 토성터 등이 남아 있어 이곳이 왕도였거나 왕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유적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익산읍지 등의 문헌들은 이곳이 옛날 궁궐터 무왕이 별도(別都)를 세운 곳, 마한의 궁성터라고 적고 있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주목되는 자료는 일본 교토의 청련원에서 발견된 <관세음응험기>의 필사본이다. <관세음응험기>는 백제30대 무왕이 익산으로 천도하여 제석사를 창건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왕궁리유적을 중심으로 한 백제 무왕의 익산 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헌 자료다. 후백제의 왕궁터, 마한의 궁성터라고 보기에는 이곳에서 출토된 기와 및 토기 등 유물이 백제 무왕시기의 유물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또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석탑은 언제 세워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어 탑이 세워진 시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는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와 문양과 양식이 매우 비슷하다. 이러한 목적이 분명하고, 온전히 왕궁의 터가 존재, 백제후기의 왕궁 건축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왕궁터는 현재 익산이 유일하다. 부여와 공주 등에서는 일부 왕궁터 추정장소가 있지만 이토록 온전히 남아있는 왕궁터는 없다. 익산이 익산백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 같은 유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배석희 익산시청 역사문화재과장은 같은 백제역사유적지구라도 익산은 왕궁의 크기, 처음 발굴조사 때부터 그 목적이 분명한 곳은 왕궁리 유적뿐이라며 왕궁리 유적은 백제문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 무왕의 본래 이름인 장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아름답고 고운 것이 짝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깎고 신라로 넘어가 노래를 지어 여러 아이들에게 가르쳐 부르게 했는데, 이 노래가 신라에 궁중에 이르자,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내쫓았고, 선화공주는 서동과 결혼했다.는 내용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서동요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는 익산백제가 다른 백제문화권과 다른 또다른 강점이다. 부여공주가 부러워하고 탐을 내는 이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아직 안타깝게도 유물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이 설화의 배경 위에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값진 유산이다. 익산시는 이러한 서동을 바탕으로 현재 서동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및 축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주구장창 내린다. 그러께, 작년엔 마른장마더니 올해는 비가 많다. 비 내리는 소리 지글거린다. 꼭 부침개 부치는 소리 같다. 비 오시는 날 파전, 호박전, 부추전, 감자전 생각에 출출해지는 건 다 이 빗소리 때문이다. 장마통에 호박 크듯 한다는데, 없는 남새밭엔 못 가고 마트에 간다. 호박 부추 감자에 막걸리 한 병, 마음이 먼저 거나해진다. 막걸리는 찌그러진 주전자다. 유리잔 말고 양재기가 제격이다. 단추 하나쯤 풀어진 채 먹어야, 옆자리보다 더 목청을 돋워야 제맛이다. 독작 말고 서넛은 둘러앉아, 권커니자커니 돌려야 제격이다. 뼈째 썬 병어회를 깻잎에 싸 먹으며, 막걸리는 배불러서 싫다는 싸가지를 씹어야 제맛이다. 사골 고듯 조린 고등어 조림 한 접시에 한 주전자 추가다. 어디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더냐? 맨정신으로 건널 수 있는 세월이더냐? 멀쩡한 화장실 두고 골목에 오줌 갈기듯, 막걸릿집 벽면에 가버린 사랑을 변해버린 우정을 달아나는 세월을 휘갈겨야 제맛이다. 축축한 날엔 막걸리가 딱이다.
우아함과 발전된 문화를 만들어온 우리의 고대국가 백제. 660년에 신라에 의해 멸망하면서 잊혀진 역사가 됐다. 하지만 현재는 익산부여공주에서 옛 도읍지 터 및 유물들이 오랜기간 발굴, 조사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제는 크게 초창기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 한성도읍기(기원전 18기원후 475), 웅진도읍기(475538), 사비도읍기(538660)로 시기를 구분한다. 현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웅진도읍기와 사비도읍기의 흔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백제세계문화유산센터이 이러한 백제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9일과 10일 익산, 부여, 공주에서 진행한 백제세계문화유산기행을 동행 취재했다. 백제유적의 현 상황과 함께 익산 백제유적의 앞으로 과제를 짚어본다. △웅진백제의 숨결 공주 연수의 첫 장소는 충남 공주시에 있는 공산성이었다. 현 공산성은 백제의 두 번째 도읍지인 웅진 백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총 연장 2660m의 고대 성곽으로 해발 110m의 능선에 위치한 공산성은 475년 백제가 고구려에게 한성이 함락되고 난 후 급하게 시절에 도읍지로 삼았던 곳이기 때문에 산세가 험하다. 공산성의 현 입구는 서쪽문으로 당초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 1993년에 고증을 거쳐 복원된 상태였다. 성벽을 따라 5분정도 이동하면 공산정이라는 정자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금강과 공주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과거 백제시대에는 이곳이 적군의 침입을 살피는 망루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산성의 중심부에는 왕궁터로 추정되는 공간이 있다. 현재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주의 또 다른 백제문화유산은 송산리 고분군 유적이다. 이 곳에는 웅진백제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무령왕과 왕비의 능, 즉 무령왕릉이 있는 곳인데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과거에는 일반인에게도 관람이 허용됐지만 훼손이 우려돼 현재는 모형으로 고분군 전시장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왕의 염원이 담긴 익산 익산은 무왕의 꿈이 담긴 도시다. 강력한 왕권을 꿈꾸며 익산 천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미륵사지다. 용화산(해발 342m) 밑에 조성된 탁 트인 미륵사지(터)의 위용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삼국유사>는 백제 무왕(재위 600~641)이 부인(선화공주)와 함께용화산 밑의 큰 못가에 이르니부인이 이곳에 큰 절을 지어달라고 해서 하룻밤 사이에 전과 탑과 낭무를 각각 세 곳에 세우고, 절 이름을 미륵사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미륵사터에는 3금당 3탑의 형태, 즉 서탑(2019년 원형 복원국보 제11호)+금당, 중앙탑(목탑 터만 남음)+금당, 동탑(1993년 모조탑으로 복원)+금당 등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또 다른 익산의 유적으로는 왕궁리 유적이 있다. 그 넓이는 백제문화유적지 중 가히 최고이며, 목적이 가장 분명한 왕궁터로 많은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이곳에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무왕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이 있다. △백제의 마지막 희망 부여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을 함께한 도시다. 사비백제의 중심지로 이 곳에는 많은 백제유적지가 남아있다. 부여의 가장 대표적인 사찰은 정림사지다. 정림사지는 부여의 한 가운데 위치한 사찰터로, 도심에 세워진 사찰 중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 크기가 비록 크지 않지만 소박하지만 정갈한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높이 5.62m의 석불인 석조여래좌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중문탑금당강당이 남북 자오선상에 일직선으로 놓이고 강당 좌우의 부속건물과 중문을 연결하는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일탑식가람 배치로 백제 가람배치의 전형적인 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을 알 수 있는 삼천궁녀의 이야기가 담긴 낙화암도 있다. 의자왕의 후궁들이 차라리 죽을지언정 남의 손에 죽지 않겠다며 이곳에 와서 강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절벽 아래에는 빨간글씨로 落花岩(낙화암)이라 써있는데 이 글씨는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이 삼천 궁녀들이 떨어지면서 바위에 부딛혀 피로 물들지 않았겠냐는 상상을 통해 빨간 글씨로 새겼다고 한다.
우리 곁의 본질적인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결이 화폭에 담겼다. 연석산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권구연 작가의 개인전에는 평면 11점과 설치 1점이 걸렸다. 나의 자아를 찾아가는 치열한 작업 속에서 이번 작업 과정은 결국, 아이로부터 소통하여 나를 돌아보고 내 존재의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작가노트 中) 권 작가는 주로 한지의 질감을 살린 결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특별히 이번 기획초대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자신의 두 딸을 통해 느끼는 판타지를 그렸다. 그렇게 이름 붙인 이번 전시의 주제 아이. 그대로의 판타지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만화 속 주인공의 믿음 같은 판타지로 완성됐다. 권구연 작가는 두 딸아이들의 사진 속에서 특수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 스스로의 이상 세계, 어릴 적 얻지 못해 가슴 깊이 남아 있던 꿈과 아이들에게 모두 이뤄주고 싶다는 바람, 작가로서의 판타지적 상상과 기대감 등이다. 그래서 더욱 이번 전시는 이 특수한 감정이 하나로 섞인 이데아를 표현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 권구연 작가는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으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부터 서울전주장수 등에서 개인전 8회와 초대전 5회를 참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려왔다.
사랑의 고장 남원에서 펼쳐지는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가 작은 창극으로 완성됐다. 국립민속국악원은 국악연주단 정기공연으로 16~17일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작은 창극 춘향-봄날, 사랑 노래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영원한 고전인 <춘향전>에서 춘향과 몽룡의 만남에서 이별까지로, 춘향가 전반부 이야기를 엮었다. 류기형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이 연출을, 2019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수상한 김백찬이 작곡을 맡았다. 이야기는 도창이 중심이 돼 이끌어가며 춘향과 몽룡을 제외한 등장인물은 모두 도창의 소리에 무용수가 연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형 창극의 틀에서 벗어나 등장인물을 최소화했으며 각 인물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선착순 150명)로 진행한다. 예약은 전화(063-620-2324)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국립민속국악원을 통해 하면 된다.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은 공연 전 감염예방교육과 공연 관람 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여 모두가 안전한 공연관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북의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서예의 기초를 다져 대중화하기 위한 전라북도 서도대전이 마무리됐다. 한국서도협회 전북지회(지회장 서홍식)는 제16회 전라북도 서도대전의 심사 결과 6개 부문에서 259점의 입상작을 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지난 7월 8~9일 작품을 접수하고, 11일 전주문화원 전시실에서 정의주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각 부문 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를 진행했다. 한문한글문인화서각전각원로부 등 6개 부문에 총 338점이 출품됐다. 심사 결과 우수상에 해서 부문 김종대(66, 전주), 문인화 부문 김정묵(69, 임실), 오은하(60, 전주)씨가 선정됐으며, 특선삼체상 20명, 특선 86명, 입선 130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해서 부문의 우수상을 수상한 김종대 씨의 작품 병기춘풍(病起春風)은 건실한 북위서체를 맑은 먹색으로 매우 힘차게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됐다. 또한 문인화 부문의 우수상을 차지한 김정묵 씨의 작품 묵송(墨松)은 두 그루의 소나무를 조화 있게 교차시켜 깔끔한 문인화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같은 상을 받은 오은하 씨의 작품 묵죽(墨竹)은 몇 줄기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운치와 참새와 배치돼 재미있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정의주 심사위원장은 전국 각지에서 수준 높고 전통 서예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을 모색하는 작품들이 출품돼 전북서도대전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노령화 시대에 맞춰 어르신들의 건전한 여가와 특기를 살려 주는 원로 부문과 서각 부문을 운영하는 등 서예의 저변확대에 노력하는 전북서도대전의 운영 방안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심사총평을 전했다. 한편, 한국서도협회 전북지회는 전북도민과 서예인을 대상으로 서예 유적답사와 탁본실습을 실시, 지역의 서예 유산을 재조명하고 전통문화인 서예의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전북서도대전은 전북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수준 높은 작품이 출품돼 신인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 간의 문화 교류의 장이 되고 의미 있는 서예인의 축제가 되고 있다. 입상작 시상식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생략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의 입상작은 오는 8월 15~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윤흥길·박범신·안도현, 세 거장이 불러낸 ‘문학 도시 익산’
한강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주년 시화전 열린다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나만의 사진언어를 제시하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전주문화재단, 2025 탄소예술기획전 개최
정상현 우석대 명예교수 대통령 표창
[결산! 전북문화 2025] ①희비 교차한 전북 미술계
창의와 열정의 주인공…2025 주민시네마스쿨 영상콘텐츠대잔치 시상식 개최
미소로 건네는 작은 평화⋯박종권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