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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정부 공모사업 선정 쾌거

한지를 활용한 건축인테리어 산업 육성과 관련한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의 과제가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선태) 한지산업지원센터는 중소기업벤처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0년도 시군구 지역연고산업 육성 기업지원 공모사업에 제출한 한지 건축인테리어 산업 육성 지원사업 과제가 최종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당은 오는 2022년까지 3년간 국비 15억2000만원을 비롯해 시비 1억5000만원, 민간 2억1000만원 등 총 18억8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전북과 전주지역 연고자원인 한지 소재는 고부가가치 기능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 집약적 핵심자원인 데다 산업 특화기술 수준이 우수해 새로운 산업군의 수요창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과제는 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가 주관했으며, 참여기관으로는 에코섬유융합연구원,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나섰다. 세 기관은 이달 중 모여 업무협약을 맺고 한지 건축인테리어 소재 사업화를 위해 다양한 협업을 펼쳐나가게 된다. 특히, 전당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인 한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건축인테리어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연구 결과물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지 건축인테리어 산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이 사업이 한지 건축인테리어 소재 분야에 관한 사업화를 앞당겨 도내 한지산업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지역 내 산업체와 협력해 사업화의 기틀을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20.06.22 17:09

[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I LOVE YOU 혹은 I HATE YOU

2018년 3월, 나는 NIPAF18 행사에 초청되어 일본에 갔다. NIPAF는 일본의 퍼포먼스 작가 세이지 시모다가 주도해서 이끌어온 국제 퍼포먼스 아트 페스티벌로서 벌써 23회째를 맞고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인지 마지막 NIPAF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9개국 3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 행사는 도쿄, 교토, 오사카, 나가노 등으로 이동하면서 10일간 계속 되었다. 나에게는 다섯 차례의 퍼포먼스와 1번의 세미나, 2번의 아티스트 톡이 주어져 있었다. 나는 다섯 차례의 행위에 일관된 주제로 I LOVE YOU, I HATE YOU!라는 주제를 붙이고 다섯 번 모두 내용이 다른 퍼포먼스를 구상하고 있었다. 주제의 의미는 사랑과 미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밀고 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는 설정이었다. 첫 행위에서 나는 준비해 둔 나의 목소리, 노끈, 페이스 칼라 등을 사용했다. 현장에서 섭외한 두 남녀를 끈으로 고정하고 녹음기에서는 I LOVE YOU, I HATE YOU!를 되뇌이는 목소리. 주술처럼, 운명처럼 처음 본 남녀는 그렇게 얽히고 굳어지고 있었다. 미얀마에서 온 작가 타미지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의 목에 걸린 끈을 잡고 강제로 무대 밖으로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부장적 여성 학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기꺼이 그 행위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차례에서 나는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것은 그녀가 반라로 서서 등을 대고 스페인 남자와 함께 묶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선선히 응했다. 나는 아름다운 보석 줄과 거친 노끈을 섞어 키 큰 스페인 남자와 그녀를 묶었다. 벽 쪽에서는 몇 사람이 I LOVE YOU 혹은 I HATE YOU 슬로건을 든채 함께 묶이고 있었다. 그 다음 쿄토 카페 바자르에서의 행위 때 나는 그녀에게 전라로 동참해주기를 요청했다. 그것은 그녀가 관중 앞에서 천천히 옷을 벗고 전라가 되어 관객을 2-3분 동안 응시하다가 뒤 돌아 서면 그 등 뒤에 내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은 I LOVE YOU 혹은 I HATE YOU가 될 예정이었다. 그녀는 5분여의 망설임 끝에 수락했다. 그래서 카페 바자르에서의 명장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말하기를 생애 처음으로 나체 퍼포먼스를 참여하게 되어 망설였지만, 미얀마에 돌아가면 정부의 독재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정부 청사 앞 광장을 나체로 걷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0.06.22 16:52

호남의 수부 ‘전라감영’ 그 모습을 드러내다

21일 오후 전주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사업지. 성인키 170㎝의 키와 비슷한 담벼락이 보였다. 돌 사이사이에 시멘트로 덮은 후 작은 기와를 얹은 담벼락이었다. 담벼락 위에는 전라감영 내부의 모습을 보긴 힘들었지만 하늘과 기와가 보였다. 원래 전라감영 내부 세 번째 출입문인 내삼문(內三門)은 이번 재창조 공사과정에서 전라감영의 정문으로 새롭게 자리했다. 해당 문을 열자 정가운데 과거 전라관찰사가 걷던 검은색 돌로 만들어진 길이 나왔다. 이 길은 선화당(宣化堂)으로 연결됐다. 선화당은 조선시대 관찰사 집무실이자 전라감영의 핵심 건물로 높이 10.9m 팔작지붕 아래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웅장한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선화당 복원에 사용한 목재는 대들보(대경목) 4개, 기둥 37개 등 수령 100년 이상 된 소나무만 40개 이상이다. 지붕을 떠받치는 서까래와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창방 등을 합하면 족히 200개 이상 소요됐다. 건물 기초이자 거대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은 익산미륵사지석탑 재료로도 활용됐던 익산 황등석을 썼다. 무게 0.6t 남짓한 돌을 석공들이 정과 망치로 23개월 동안 쪼고 다듬었다. 기와와 온돌, 미장, 창호 등도 공종별로 56명의 기능인들이 손을 모아 빚어낸 작품이다. 선화당 옆으로는 관찰사가 민정과 풍속을 살피던 누각인 관풍각(觀風閣)이 자리했다. 선화당과 관풍각 사이에는 전라관찰사가 마셨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도 세밀하게 재현했다. 선화당 뒷편에는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관청의 안채인 내아(內衙)와 관찰사 휴식처인 연신당(燕申堂)이 들어섰다. 내삼문 좌측 끄트머리에는 비장 사무 지원을 위한 보조공간인 비장청(裨將廳) 행랑이 포진했다. 내삼문과 비장청 행랑은 단아한 맞배지붕으로, 나머지는 모두 크고 긴 추녀를 지닌 팔작지붕 형태를 갖췄다. 임금의 덕을 베풂으로써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을 품은 선화당과 관풍각 현판은 일제강점기 때 촬영된 사진 글씨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다만 자료로 존재하지 않는 연신당의 현판은 중견 서예가 이당 송현숙 선생이 썼다.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재창조된 전라감영은 대부분 정통기법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통기법이 아닌 시멘트를 많이 사용했다는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전라감영은 전주부성의 핵심 관청으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도와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56개 군현을 관할하던 지방통치행정기구였다. 하지만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소실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당초 다음달 전라감영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최정규
  • 2020.06.21 16:28

타악연희원 아퀴, 퍼블릭프로그램으로 ‘기지개’

타악연희원 아퀴(대표 박종대)가 퍼블릭프로그램과 우수레퍼토리 공연으로 6월 중순부터 활동을 재개한다. 타악연희원 아퀴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고 전주덕진예술회관과 타악연희원 아퀴가 공동주관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라북도가 후원하는 2020년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타악연희원 아퀴의 퍼블릭프로그램 모리와 함께는 지난해 전라북도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면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올해는 초보자를 비롯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며 6월말까지 참가자를 모집한다. 6~10월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전북도민을 대상으로 풍물반(화요일 오후 7시30분), 난타반(수요일 오후 1시 30분, 7시 30분) 등 총 3개 반을 마련했다. 또한 우수레퍼토리 공연은 전통 타악을 바탕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타악콘서트 타톡과 미디어타악의 접목으로 큰 호평을 받았던 ICT타악퍼포먼스 히트를 준비했다. 타악콘서트 타톡은 오는 7월 10~11일에, ICT타악퍼포먼스 히트는 오는 8월 8~9일에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히트는 특히 R&D 기술개발지원 사업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만큼 타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박종대 타악연희원 아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공연계에 활력을 주고자 비대면 공연 창밖의 아리아를 기획하고 진행해왔다며 예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하지만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나아가 문화도시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퍼블릭프로그램과 우수레퍼토리공연은 공연장 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철저히 시행, 상시소독과 관람객 마스크착용, 발열 확인을 실시할 방침이다. 퍼블릭프로그램 참가문의 및 우수레퍼토리 공연문의는 전화 070-7558-4023.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6.21 16:28

여산 권갑석의 서예 정신과 미학 만난다

여산 권갑석 선생의 제자들이 제46회 여산묵연전을 열고 스승이 남겨준 서예의 명맥을 잇는다. 22~26일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여산 선생이 남긴 독자성과 고유한 예술정신을 알리는 자리다. 전라북도 서예계를 대표했던 故여산 권갑석 선생의 서예 명맥을 잇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해마다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회원들은 이 전시회를 통해 더욱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예술정신과 미학을 바탕으로 한 창작서체인 여산체를 알리는 일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여산 선생의 작품을 한 점씩 전시하고 회원 30명이 그간 갈고 닦아온 서예술을 담아냈다. 권영수권오신김계천김광영김순갑김연수김옥순김완영김현옥김후남나승민나인희박성석박양재백종희성완기송무홍송성엽신행근유양순유지인이규래이원익이재근이종욱전현숙정명화정영웅정종우허장욱 씨의 출품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재근 여산묵연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필묵정신으로 문기(文氣) 있는 작품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주옥같은 작품을 출품해 주신 회원분과 함께 선보일 예술적 감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6.21 16:28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시대를 뛰어 넘은 상상력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지난 4월 29일부터 열리고 있다(9월 13일까지). 이번 특별전은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점에 달하는 작품을 멀티미디어를 통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다.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와 인생과 예술의 동반자 아내 마리 조르제트 베르제 등 주변 인물도 소개한다.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는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벨기에 화가다. 초현실주의는 이성(理性)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과 환상의 세계를 중요시한 20세기 초 예술 사조다. 그가 창작한 기상천외한 환상의 세계는 신비스럽고 희극적인 요소와 함께 위기감과 공포가 서려 있기도 하며 비논리적이며 독창적이다. 마그리트는 사과, 새, 체스, 말, 나무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을 상식을 벗어난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롭게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만의 독특한 재능을 발휘한다. 이런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 칭하는데 이는 20세기 문화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물체의 변형으로 현실의 상황들을 바꾸고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작품 제목도 남다르다. 그림에 가장 적절한 제목은 시적인 것이다. 내 작품이 전하려하는 것은 한편의 시라는 마그리트의 미학이 색다르다. 예술이란 남다르게, 새로워야 함으로.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마그리트의 여러 면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섹션에서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를 비교 설명한다. 또한 마그리트가 고민했던 사물과 언어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찰과 함께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메레 오펜하임의 작품도 전시된다. 르네 마그리트 전시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일상의 물체들을 다르게 보게 하는 마력을 물씬 뿜어낸다. 작품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매료됐던 바다와 하늘을 작품에 강렬하게 묘사하는 점도 특이하다. 바다와 하늘이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제공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 다 블루여서일까. 그의 나이 14세에 비극적으로 자살한 어머니가 남긴 우울한 유산일까. 마그리트는 아마도 현실과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남다르게 보는 법을 창조했을 지도 모르겠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0.06.18 19:44

코로나19 속 전염병 대처의 지혜 선조들에게 배운다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선조들이 전염병을 어떻게 대처하고 이겨냈는지 배울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상설전시실 2층 역사실에서 다음달 말까지 주제전 선비, 역병을 막다를 진행한다. 전시 작품은 동의보감 등 12점. 선비의 휴대용 의학서적과 의료기구,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친구의 안부를 묻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도 공개된다. 전염병에 걸려 아우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연이어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하자, 선비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몸이 약한 어른을 잘 모셔야 한다며, 자신의 건강도 그리 좋지는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에는 시공간을 넘는 공감이 생긴다. 허준의 동의보감의 내용 중 중요한 내용만을 적어 휴대한 동의보감 수진용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당시 여럿 목숨을 앗아갔던 홍역과 천연두를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선비들도 소개한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홍역 치료법 책인 <마과회통(麻科會通)>을 저술했다. 하지만 이 속에는 정약용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 아내에게서 아들 여섯과 딸 셋을 두었던 정약용은 아들 넷과 딸 둘을 천연두나 홍역으로 잃었다. 특히 아꼈던 둘째 딸과 넷째 딸을 잃게 되면서 깊은 슬픔에 빠진 정약용은 죽은 자식들과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1797년 홍역 예방법 서적인 <마과회통>을 저술하게 된다. 자신의 고난을 사회에 대한 헌신으로 환원시킨 정약용의 모습은 진정한 선비정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동에는 정중기(1685~1757)란 선비가 있었다. 그는 역병의 창궐로 부친과 모친을 모두 잃는다. 전염병이 확산되자 새로운 땅으로 옮겨 병을 이겨내고자 하여 지금의 삼매리인 매곡지역으로 이주했다. 이 땅에서 간소艮巢라는 이름의 서재를 짓고 전염병을 피하며 틈틈이 공부에 몰두하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자가격리를 통해 역병을 피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대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시간과 공간은 변했지만 선비가 남긴 유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로 귀결된다면서 현실극복 의지와 사람 사이의 연대, 그리고 따스한 인간애이다. 그것이 2020년 현재, 옛사람에 비추어 우리를 되돌아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최정규
  • 2020.06.18 18:31

익명에 숨어 나도 마녀가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

온라인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생긴 익명문화. 익명에 숨어 마녀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은 공연이 열린다. 극단자루는 오는 20일 오후 4시와 8시 두 번에 걸쳐 우진문화광간서 익명이 주는 양면의 모습을 그린 #해시태그연극을 선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전교 1, 2등을 앞다투던 수정과 한나. 수정은 수능 전날 아빠의 동업자가 사업자금을 가지고 도망가는 바람에 수능 시험을 치르지도 못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인별그램에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가 된 한나. 집안도, 학벌도, 외모도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한마디로, 엄친딸! 그렇게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수정이 일하는 카페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한나를 바라보는 수정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한나를 만나게 된 후, 수정의 삶이 180도 달라지게 된다.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우리가 있다. 온라인에서 생산되는 미디어 매체들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삶의 일부가 된 요즘, 익명성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다. 이번 연극을 연출한 윤효진(30)씨는 나도 모르게 온라인 속 세상의 마녀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연극 #해시태그를 거울삼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최정규
  • 2020.06.18 18:31

‘일상의 복귀’ 전주천변에 흐르는 희망

전주천변에 살고 있는 수달, 청둥오리, 철새, 갈대의 몸짓은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유쾌한 조화를 뽐낸다. 혼자인 듯 유유자적 빛을 내던 반딧불이도 시절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계절을 건너간다. 함께여서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전주천변에 펼쳐진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여미도)이 제29회 정기공연으로 창작무용 천변연가를 선보인다.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과 27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이번 작품은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독특한 소재와 정체성을 살리면서 오늘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전북브랜드공연으로 제작했다. 무용단 24명과 객원무용수 2명이 함께 꾸미는 이번 공연에는 구성안무에 여미도 무용단장을 비롯해 대본연출에 이재환, 협력안무에 성지선이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작품 구성은 사계절의 변화를 춤으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 13개의 장이 봄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다시 봄을 열면서 우리가 기다리는 희망을 그린다. 무대가 전주천변을 상징할 수 있도록 흐르는 물을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 담아낼 계획이다. 무용수들은 전주천변의 생명력을 느끼며 발림과 함께 춤으로 희노애락을 전한다. 음악은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곡을 만드는 대신 각 장마다 계절감을 잘 드러내고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선곡했다. 안무의 특성과 분위기에 맞춰 무용수들의 감정을 담고 매순간이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더한다. 이재환 연출은 이번 작품의 특징에 대해 한 폭의 그림이나 사진처럼 모던한 형식으로 공연을 표현했다며 무용수들은 독무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군무로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일체감 있는 움직임으로 독창적인 춤의 미학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독무를 펼치는 여미도 단장은 국립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며 30여 년간 쌓은 경험을 이 작품에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여인으로 등장, 해맑은 소녀의 이미지를 보강하며 작품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여 단장은 우리 전통의 정서에 현대적 색채를 더해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춤을 만들겠다며 춤도 하나의 풍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우리의 다양한 삶과 사계의 모습을 담아냈으니 일상에 지친 도민들의 마음에 힐링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차주하 전북도립국악원장은 코로나19라는 악천후 이후 전북도립국악원의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준비한 작품이라며 전라북도 지역의 이야기와 일상의 가치를 담은 공연을 보며 잠시 쉬어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객석간 거리두기 방침을 준수한다. 공연 일주일 전부터 홈페이지(kukakwon.jb.go.kr)를 통한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공연 당일 1시간 30분 전부터 현장 좌석권을 배포한다. 공연 녹화중계일정은 홈페이지 참조.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6.18 18:31

호·영남지방 춤의 지역적 특색은?

소리는 전라도요, 춤은 경상도란 담론에 반론이 제기하는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호남의 소리와 기악선율문화가 뛰어나면서 춤 문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목소리다.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차주하)은 전통춤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19일 오후 1시부터 4시 30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세미나의 주제는 전라도와 경상도 춤문화권 연구이며,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호남지방 춤과 영남지방 춤의 독특한 지역적 특색을 규명하기 위해서 생태민속학적 접근방법으로 양쪽의 특징을 비교할 계획이다. 더불어 전라도춤이 경상도춤에 비해 강렬하게 부각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호남이 소리와 기악선율문화의 발달로 인한 상대적으로 춤이 저평가된 착시현상이라는 주장을 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춤 문화의 특징은 지리환경역사풍속음악민속춤 유형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또한 자연풍토적 배경(생업기후지리적 요인 등)과 사회역사적 배경, 민족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영호남 춤의 전승 현황 조사-문화재 중심으로 △영남춤의 위상 △영호남춤 전승의 예술사적 의의 등 3개의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영남지역 춤의 양상과 특성에 대한 발제 후에는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이 토론자로 나서 질의를 더할 예정이다. 특히, 전라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 교수들이 특별출연해 호남과 영남을 대표하는 춤을 선보이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화진 교수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2호 전라삼현승무를 준비했다. 이 춤은 2014년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예능보유자 문정근이 전승하고 있다. 박은주 교수의 무대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도 만나볼 수 있다. 최완자 선생으로부터 받은 굿거리 춤에 김녹주 선생의 소고가락이 덧붙여 사계절을 춤 8마루로 구성했다. 관련 문의는 전화 063-290-6458.

  • 문화재·학술
  • 김태경
  • 2020.06.18 18:31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5) 야천 김교선의 삶과 문학세계

김교선은 1912년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태어났다. 1932년 함흥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가서 도쿄호세이대학(東京法政大學) 문학과를 졸업하였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잠시 구문사라는 출판사에 다녔지만, 낙향하여 이화여전을 나온 최정희 여사와 결혼하였다. 해방 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고향에서 태연하게 지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로 와서 신혼살림을 했고, 슬하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6.25 전쟁 때에는 부산까지 피난하였고, 광주와 전주, 고창에서 교사와 교장을 역임하였다. 1954년부터 20여 년간 전북대학교에서 봉직하였고, 정년 이후에도 약 10여 년 동안 전주대학의 객원교수로 재직하였다. 김교선은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였으며 1960년대 초반부터 현대문학과 창작과 비평 등 국내 유수의 지면에 무게 있는 비평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1972년에는 선생의 회갑을 기념하려는 제자들의 뜻을 받아들여 그동안에 발표되었던 글을 모아 『소설의 이해와 평가』라는 평론집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또 24년이 흐른 뒤에 『관념과 생리』라는 문학평론집을 냈다. 김교선의 걸출한 제자 천이두 교수는 스승의 평론집 『관념과 생리』의 발문에서 그의 스승을 이렇게 회고했다. 선생의 강의는 웅변조나 연설조와 같은 화려한 강의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조용하고 차근차근하게 더듬거리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더듬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강의 스타일이었지만, 30년대의 이상(李箱)과 1차 대전 이후 서구의 전위문학과 불안(不安)문학에 대한 강의는 막연히 문학 쪽에서 삶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차츰 선생의 강의에 끌려 들어갔고 그분 특유의 인간적 분위기에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이렇듯 김교선은 전형적인 선비 스타일이었지만, 일체의 교조적인 태도를 배격하고 가정에서는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웠고, 학교에서는 제자들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였다. 또한, 문우들과도 자주 어울리면서 문학과 인생을 이야기하였다. 김교선이 625 이후 우리 지역에 정착한 것은 전북 문학계로서는 매우 은혜로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전북의 비평문학은 1920년대 이익상, 유엽, 김환태, 윤구상 등의 1세대 비평문학가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활동 시기는 대부분이 1930년대까지였다. 그들 이후 전북의 비평문학은 한동안 침체기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일제의 노골적인 침략 탓이 크다. 이러한 침체기에 전북 비평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그가 맨 선두에서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지도로 한국 비평문학계에 우뚝 선 천이두 교수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오하근, 임명진, 전정구 등 많은 평론가가 전북의 비평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그런 점에서 김교선은 전북비평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최명표 문학평론가는 「김교선의 생애와 비평」에서 김교선의 비평이 높이 현양되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전주예술사,2019). 첫째, 대일 항쟁기에 이익상으로부터 기원한 전북의 근대 문예비평이 해방 후 상당 기간 공백 상태에 처했는데, 이 혼란기에 전라북도 평단을 수복하느라 헌신하였다. 둘째, 뉴크리티시즘이라는 비평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전북대 국어국문과에 이식하면서 치밀한 독해를 강조함으로써 천이두의 텍스트에 대한 정치적 독해, 오하근의 원전비평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셋째, 김교선의 비평적 업적을 기술하지 않고서는 전북의 현대문학비평사가 제대로 기술할 수 없을 만큼 이익상의 졸서(卒逝)와 전쟁으로 중단된 전북지역 비평사적 맥락을 채워주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김교선도 한때 시를 쓰기도 했지만, 시가 관념적 정열의 소산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 시절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1962년 『현대문학』 2월호에 「불안(不安)문학의 계보와 이상(李箱」을 발표하면서 그는 나이 마흔에 늦깎이 문학평론가가 되었다. 그의 비평문학 활동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가 절정인데, 대부분의 평론이 『현대문학』지에 발표되었고, 월평과 서평을 도맡아 할 만큼 왕성한 필력을 과시했다. 그중에서도 「현대적 背理意識의 원형」, 「자기증명의 소설」, 「조화미의 절정」, 「이정화의 작품세계」, 「관념소설론」, 「윤흥길의 작품세계」 등은 높이 평가되는 평론들이다. 그의 첫 평론집은 『소설의 평가와 이해』(형설출판사, 1972)이다. 이 책은 작가론과 작품론을 일관되게 논의한 평론집이지만, 그의 말대로 작가론은 전기적인 성격의 작가론이기보다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논한 비평이었다. 작품론은 월평 중에서 중점적으로 취급했던 작품을 추려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론에서는 「김동인론」의 동인 문학의 근대성의 저변을, 「나도향론」은 자기증명의 소설을, 「현진건론」은 리얼리티에 관한 세계를, 「이상론」은 불안문학의 심리적 계보를 논의하였다. 또한, 성층적 구조의 소설인 황순원의 「原色 오뚜기」의 현대적 가치, 자의식 과잉의 표현인 최병익의 「張三李四」의 분석, 심리적 지적 사색과 소설적 형성을 보인 장용학의 「圓形의 傳說」의 현재적 의의와 표현상의 맹점, 현대적 배리(背理)의식의 원형으로서의 체호프의 「六號室」의 현대적 의의 등이 논의되었다. 그 외에 『현대문학』 월평으로 윤흥길의 「황혼의 집」, 이청준의 「침몰선」,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문단속 좀 해주세요」와 이세기의 「두 시간 십 분」, 이주홍의 「유기품」, 이범선의 「청대문 집 개」, 오영수의 「새」, 「갯마을」, 이병구의 「세금」, 임옥인의 「술꾼」, 김용성의 「불상」, 손창섭의 「흑야」와 박상륭의 「남도」, 이광숙의 「가변성」, 「광한 산신」, 최상규의 「적」, 오영석의 「구두와 훈장」, 송병수의 「정광호 군」, 「한여름의 권태」, 오유권의 「가랑잎새」 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비평했다. 두 번째 평론집인 『관념과 생리』도 작가론과 작품론, 월평과 서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소설의 이해와 평가』에 이은 24년 만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작가론은 이효석, 이정환, 윤흥길, 박완서, 이세기, 나도향, 이상의 문학세계를 분석하였다. 작품론은 김소월의 「산유화」, 이범선의 「오발탄」, 오상원의 「모반」,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김주영의 「천둥소리 3」, 최명희의 「혼불」, 오영수의 「갯마을」, 황석영의 「객지」, 임철우의 「사평역」, 김정한의 「사하촌」,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신석상의 「프레스 카드」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김교선의 비평 태도는 문학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 자체에 집중하여 작품의 실상을 따뜻하게 심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였다. 김교선은 나가 배제된, 나의 주체적 심정적 참여가 배제된 어떠한 고담준론도 믿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나 속으로 탐닉함으로써 대상을 내 안에 흡수시켜 버리는 나르시스즘도 배제했다. 즉, 그의 비평세계는 어떤 선입견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작품 자체에 밀착하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천이두 교수는 김교선의 비평은 항상 대상을 일정한 거리에 두고 바라보는 자세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관념과 생리』의 발문), 최명표 박사는 김교선의 비평 태도를 중용의 비평가로 정리했다.(전북작가열전,2018) 중등학교 재직시절부터 김교선의 동료였던 송준호 교수는 <야천 김교선 선생과 나>라는 글에서 그를 이렇게 서술한 바 있다. 야천 선생은 범사에 사리가 분명하고 비리 앞에 의연하며 속된 타협을 모르고 사는 분이다. 그러나 선생은 또 언제나 분위기가 좋고 가족적이며 그러면서도 매사에 원칙과 질서가 존중되는 학자로서 알려져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많은 사람의 선망이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김교선은 2006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으며,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완주공설공원묘지에 안장되었다. 그에게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는데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여 우리 사회의 중추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 장녀 김춘이는 서울대학교 산업미술과를 나와 다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차녀 김진이는 전주대학교에서 영어교육과 교수로 정년 퇴임하고 사회복지의 법인 대표로 봉사하고 있다. 아들 김정민은 감리사로 건축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이번 편부터 송일섭 학예사가 전북문학관 지상강좌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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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8 17: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태건 시인 - 박수서 시집 '갱년기 영애씨'

아내가 밤마다 사라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나 혼자 누워 있다. 거실에 나왔다가 소파에 잠든 아내를 보게 된 것은 얼마 전부터다. 밤새 아내는 어디로 다녀온 것일까? 혼자 깨는 아침이 늘어나면서 나는 아내의 꿈이 궁금하다. 분명 그녀와 나는 생의 중요한 고비를 넘고 있다. 갱년기다. 박수서의 여섯 번째 시집 <갱년기 영애씨>는 중년의 다시 겪는 사춘기 이야기다. 사는 일이 자꾸 삐걱거릴 때, 그래서 간신히 견디는 일상의 무사함이 고맙게 느껴질 때 이 시집을 읽어보자. 사춘기는 신체와 정신이 재구성되는 시기. 이때 겪는 성장통은 다음 한 세대를 견디게 하는 예방주사다. 생활인으로 살아온 중년의 시인은 갱년기를 겪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음 시간을 준비 한다. 시인은 시간의 불안함을 견디는 존재일까? <갱년기 영애씨>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적 버전이다. 시집 곳곳에서 순수했던 시절을 호명한다. 시인의 사랑은 때론 너무 무겁고(주문진항) 자꾸 삐걱거려도(마흔일곱) 살아야 하는 법을 배운다. 갱년기는 한때 눈부셨던 초록의 기억을 조금씩 꺼내 먹으며 살아야 견딜 수 있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주말 부부인 시인은 월요일은 혼술 하고 금요일에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혼자 견뎌야 할 일주일을 혼술로 달래는 갱년기는 지독히 외롭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젖어 있다. 지금. 여기. 없는, 사아랑은 눈물겨운 삶을 견뎌야 하는 것이니까. 생각건대 박수서 시인은 사랑이라는 닻에 자신을 묶어두고 산천을 떠도는 에코의 숙명을 가졌으리라. 시인은 경험한 것에서 상상하고 상상하는 것에서 성찰한다. 평생 다른 사람의 등만 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숙명을 시인은 아프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 비애야말로 시인이 발견한 사랑의 문법이 아닌가? 내가 알기로 애달픈 사랑아 그래도 어떡하니?라는 문장을 시에 담은 시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한국시가 발견한 눈물의 또 하나의 경지가 여기에 있다. 이번 시집에는 먹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이다. 그의 시에는 삶의 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이 냄새는 갱년기를 넘어서는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의 표현이다. 아, 오늘 하루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이 왜 이리 아프게 들리는 걸까? 시인의 절창인 흑백영화처럼 눈이 내리고 부글부글 홍합탕은 끓고 있어라가 어울리는 계절이 기다려진다. *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가족사로 등단했다. 시화집 <봄, 기차>, 산문집 <나그네는 바람의 마을로> , <사람의 마을에 꽃은 피고>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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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7 16:58

[신간] 화려한 휴가작전 전 광주시민군은 어떻게 지냈나

1980년 5월 27일 새벽. 지금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부인하고 있는 누군가의 공격명령이 있기 전 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쟁을 기다리는 시민군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기다렸을까. 당시 시민군의 감정과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됐다. 정도상 작가(60)가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펴냈다. 당시 스물한 살 청년이었던 작가 정도상이 40년 만에 518민주화운동을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 소설이다. 이 책의 본래 제목은 도청이었다고 한다. 본래의 제목처럼 이 책은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결사항전이 있던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한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이뤄진 광주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날의 밤과 새벽,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의 순간을 기다리던 500여 명의 시민군들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의 챕터는 26일 저녁 7시부터 27일 새벽 5시 이후까지 한 시간 단위로 디테일하게 구성돼 사실감과 현장감을 더한다. 주인공 스물한 살 명수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꽃잎처럼>을 통해 518의 현장으로 다시금 투신해 직접 주인공 명수의 귀와 눈과 입이 되어 당시의 뼈를 깎는 핍진한 순간들을 40년 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정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와 공부를 하면서 518이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필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이 책은 (단순히)역사의 실화를 재구성 한 소설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몸부림쳤던 사람들의 실존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1989년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 평화의 댐 건설 반대시위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던 1987년 전주교도소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같은 해 6월 항쟁으로 사면 복권됐다. 다작 작가로 알려진 그의 명성답게 1988년 장편소설 <천만 개의 불꽃으로 타올라라>, <친구는 멀리 갔어도>, <여기 식민의 땅에서>, <새벽 기차> 등을 발간했다. 1990년 창작집 <아메리카 드림>과 장편소설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노래>, <그대 다시 만날 때까지>와 중편소설 <해 뜨는 집> 등을 발표했다. 2003년 장편소설 <누망>으로 제17회 단재문학상을 받은 그는 2008년 연작소설집 <찔레꽃>으로 제25회 요산문학상과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6.17 16:49

[신간] 우리 풀꽃에 담긴 인생살이의 지혜

문학을 하려면 우리 주변의 초목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꽃 한 송이가 피어나려면 얼마나 힘들지, 아름다움과 향기에는 어떤 수고가 따르는지 헤아려보게 되거든요. 이번 책은 우리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풀꽃도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의 특색을 알게 되고 더욱 정겨운 만남이 된다. 김용옥 시인이 낸 풀꽃그림 시집 <우리 풀꽃 77>(도서출판 북매니저)에는 자연을 쏙 빼닮은 추억이 흐른다. 평소 산책을 하며 우리 주변의 풀꽃을 꼼꼼히 그렸고, 그에 맞춰 40여 편의 시를 붙였다. 책의 목차도 풀꽃의 이름과 시 제목으로 나눠 달았다. 풀꽃그림을 먼저 찾아 볼 수도, 시를 찾아 읽을 수도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은 왜 있는가?하는 질문이 스스로를 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이 책은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두라 말한다. 등갈퀴나물꽃 개망초꽃 강아지풀꽃이 / 시절인연 따라 핀다 // 외로움 때문에 꽃피고 / 그리움이 배불러서 꽃피고 / 슬픔이 자라서 꽃이 핀다 // 풀밭에 서면 향기로운 것은 / 갖가지 잡초가 / 각각 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풀냄새전문.) 김 시인은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첫 단계는 이름을 알고 생김새를 익히는 것이라며 지천에 아무리 꽃과 풀이 널려 있어도 이름을 모르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인생의 의미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동네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만나는 풀꽃들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영특하게도 철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시인은 가만 가만 풍경을 눈에 담으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세상사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지상에 핀 풀꽃일까. 인생살이의 지혜도 살포시 얻어 간다. 김용옥 시인은 이리남성여자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전북문학>에서 고하 최승범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한국시문학문인회 지도위원, <수필세계> 편집위원, <현대수필> 이사로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17 16:49

[신간] “일상에서 경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악연을 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박천권 작가가 이들을 위한 지침서인 <아무도 모르고 누구나 다 아는 것>(크레파스북)을 펴냈다. 이 책은 보통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 쉬는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의 부정함 속에 일생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한 소시민의 영혼을 조망한다.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결코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푸쉬킨의 잠언은 통할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쓰다 버려지는 엑스트라 처럼 살아야 하는가. 달걀로 바위치기 같은 세상일지라도 끊임없이 두드려야 한다. 거짓은 결코 진 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희망의 시작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함정에 빠지고, 자신이 무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치면 칠수록 계속되는 고통의 시간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며, 누가 감당해내야 하는 것인가. 세상의 정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믿는다. 달걀로 바위치기 같은 세상이라고 하지만 살아남는 자에겐 아직 희망은 존재한다. 이런 내용을 통해 이 책은 우리가 좀 더 용기를 내어 정의를 지켜내야 할 마땅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박천권 작가는 익산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원불교와 접하며 종교에 귀의했다. 원광대학교병원서 25년간 근무했고, 전라북도를 사랑하는 전사모 회장,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심판 조정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지역사회활동을 벌였다. 현재는 어공으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 전라북도 세종사무소 협력관으로 근무중이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6.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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