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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범’이라는, 억울한 말

풀과 나무를 배울 때 ‘잡초’라는 말에 대한 이의 제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해한 풀, 허드레 취급을 당해도 마땅한 하류. 한마디로 없어져도 좋을 밑바닥 존재들을 잡초라 통칭하는데 그처럼 억울한 누명은 없다는 것이다. 숲해설가 과정에서 잡초로 퉁 쳐진 풀꽃들의 고유한 이름과 생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어느 한 관점에서만 따지는 유익성이란 게 얼마나 폭력적인 잣대인지를 실감했다. 잡초를 인간 세상에 대응시킨 말에 ‘잡범’이란 게 있다. 절도, 폭력, 사기 등으로 들어온 일반수들을 한묶음으로 부르는 말인데 주로 그들을 단죄하는 검판사들이 입에 올린다. 파렴치하다는 말이 쌍으로 붙어 다닌다. 마동석이 무지막지한 완력의 형사로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진실의 방’으로 끌고 가 몇 대 크게 후려치면 다 부는 하찮은 것들로 나온다. 잡범 외의 존재들, 감옥에서 ‘범털’로 불리는 윗것들은 진실의 방 따위에는 끌려가는 법이 없다. 그들은 모든 절차를 밟아 우아하게 조사 받는다. 얼마간 고생 시늉을 하다가 다시 화려한 양복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에 비해 잡범들은 기댈 데가 없다. 제 뒤에 돈과 빽 아무도 없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잡범=개털의 충족조건이다. 독방은 언감생심, 여럿이 끼여 자는 감방에서도 찬바람 부는 화장실 곁이 제자리다. 무시하고 짓밟아도 탈 안 나는 저 밑바닥에서 머리를 들고 사람 취급 한 번 받으려면 밥 대신 퐁퐁을 들이마시고 온몸에 자해를 해야 겨우 송곳 같은 틈을 인정 받는 한겨울의 자리. 8~90년대 운동노래를 많이 지은 박종화 시인은 당대의 사법 현실을 딱 세 줄의 시로 적은 적이 있다. “잘못했지요 / 반성하지요 / 이상입니다.” 개털들의 법정 풍경을 이렇게 기막히게 압축할 수 있을까, 절창이구나 감탄했던 시. 변호사들은 잡범들에게 사실관계를 굳이 묻지 않는다. 변론하지 않는다. 머리 쳐들지 말고, 고개 숙이고, 인정하고, 내려주시는 형량이나 깎으라는 것이다. 감방 안의 수인들은 시간도 깰 겸 자기들끼리 모의법정을 열곤 했다. 법정 경험이 많은 누범자가 재판부와 변호사 이름 조합에 따라 예상 형량을 맞추었다. 귀신들이었다. 재판의 고수들은 아침 출정하는 동료 잡범들에게 절대 머리 세우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높은 법대에 앉아, 묶인 자들을 내려다보는 판사들은 “재판정에 끌려 나온 순간 이미 죄인인 자들”의 고개 숙인 정도를 정상 참작의 근거로 삼는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굳이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법의 그물망을 쉽게 찢고 나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반박할 수 없는 리얼리즘이 오래 지배해온 법정 풍경에서 우린 얼마나 멀리 왔을까. 2025년 가장 뜨거운 재판 소식이 매일 뉴스의 첫 머리를 차지한다. 요즘처럼 온 국민이 헌법 제도와 재판 용어, 군과 각 정부기관의 명령 체계 등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을 것이다. 오늘의 법정은 나라를 뒤집어놓은 대형 범죄자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숱한 증거들 사이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걸 지켜봐야 하는 고통으로 가득 찬다. 정말 마동석 한 번 호출했으면 좋겠다 싶은, 진짜 잡범이 거기 있다. 수십 년 익힌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파렴치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는 국사범. 죄수들의 모의법정이 열린다면 검사 역을 맡은 잡초 하나가 이렇게 일갈할 것 같다. “눈 깔아. 이 잡범보다 못한 XX야. 네가 사람이냐.”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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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6 18:10

내란종식 원탁회의를 기대하며

1923년 11월 8일 오후 8시, 독일의 뮌헨에 있는 어느 맥주홀에서 뮌헨과 바이에른 정부의 유력자들이 모두 참석하여 독일의 11월 혁명 5주년 기념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 8시 30분, 무장한 나치 돌격대가 맥주홀을 포위하였고, 뒤이어 히틀러가 연단에 올라 바이에른 주정부의 해산을 선언했다. 히틀러가 독일 역사에 등단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폭동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를 통해 히틀러는 한순간에 독일의 스타가 되었다. 독일의 나치 파시즘은 그렇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여 세계사에 씻을 수 없는 폭력과 잔인함과 혐오와 대학살을 저질렀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일으킨 이후, 한국 사회에는 새로운 혐오와 폭력을 앞세우는 파시스트들이 전면에 나서서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극우 유튜브가 선동하는 파시즘의 물결이 비로소 파시스트들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은 내란 행위가 기폭제였다. 여당인 국민의 힘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파시스트들의 준동은 나날이 거칠어졌다. 마침내 서부지법까지 공격하는 헌정사 초유의 폭동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혐오와 증오 대상으로 삼았던 것처럼 저들 파시스트들은 중국인을 혐오와 증오 대상으로 삼았고, 민주당의 이재명 당대표를 집요하게 공격하여 마침내 내란 행위를 정당화하는 여론까지 형성하게 만들었다. 범죄의 객관적 사실과는 아무 관련성이 없는 중국인과 이재명을 공격하는 이러한 행태는 기계적 중립을 표방한 모든 언론의 방송화면과 기사를 통해 여과없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파시스트들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로 확정되고 말았다. 극우 파시즘의 등장의 기원과 철학적 원인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건 내란을 종식한 이후에 사회적 대화와 학문의 영역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과제로 넘어가고 일단은 매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개신교 일부와 극우 파시스트들의 결합, 종교와 정치의 망상적 결합이 한국에 등장한 파시스트의 주요한 특징이다. 거기에다 알고리즘으로 배치되는 SNS의 확증편향의 확산이 개신교 교도와 일부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을 파면 결정하더라도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며 폭동에 가까운 집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 힘’이 올라탄 형국이다. 최근 조국혁신당에서는 ‘내란종식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이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이 호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내란종식 원탁회의’의 본질은 한국사회에 뿌리 내리려고 하는 극우 파시스트들의 폭력과 선동을 종식시키기 위한 연합군의 창설에 있다. 나치와 일본의 극우를 종식시키기 위한 2차세계대전의 연합군 같은 조직이 긴급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윤석열의 내란이 극우 파시스트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으며 불안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내란의 일차적 종식은 정권교체에 있고, 궁극적 종식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이분법적 진영논리,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전대표의 ‘새로운 다수 연합’의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연합군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을 결성하지 않으면 민주당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조기대선에서의 정권교체는 극우 파시즘의 준동을 뿌리에서부터 잘라내고 새로운 나라로 가느냐 마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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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09 18:58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정권교체 가능하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 구속,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 등으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연말과 연초였다. 한겨울 맹추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구속 수사를 외치는 시민들의 뜨거운 목소리로 아스팔트를 달구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높은 시민의식을 자랑하며 선진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친위구테타식의 계엄을 불법적으로 발동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폭거였다. 시대착오적인 54년 만의 계엄은 1980년 피의 5·18을 상기시켰다. 즉각적인 시민저항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항거하는 하급 지휘관과 젊은 사병들의 모습이 달랐다. 탄핵 인용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와 정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성과를 헌재도 결코 비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다. 소수극우세력으로 치부되며 내란 주도 세력과 동조세력인 윤석열 탄핵 반대 그룹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5년 1월의 각종 여론조사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일뿐’이라고 하지만 속칭 태극기 부대와 동조세력의 수준을 벗어나 우파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에 더해 일부 중도층을 흡수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탄핵이 인용되면 변화가 분명하다지만 정국을 주도하며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민주당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여론흐름이다. 과표집이나 응대층의 적극성만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대목이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무색하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는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이다. 탄핵인용이 확실시되는 윤태통령의 몰락과 함께 이 대표도 동시 추락하거나 틀에 갇힌 모양새이어서 사법리스크와 더불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여론조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굳건한 진보 지지층이었던 20·30대 남성들이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대남은 말할 것도 없고 30대 남성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탄핵 찬성의 각종 집회에도 이들 20·30대 남성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와 성찰, 대응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탄핵 찬성이 70%를 훨씬 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60%대에 머물고 있다. 탄핵 이후 민주당의 독주와 배타적인 정국 운영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모습이다. 과거 정부부터 누적되며 소외된 청년 세대에 대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부터라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배타성과 독주, 무조건적인 낙인찍기가 아니라 수권세력으로서의 포용과 안정성을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세대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하나하나 제시하며 풀어나가야 한다. 식상하고 반복적인 강대강 전략으로는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 소수와 다름을 인정하는 당내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 극렬 팬덤을 극복하고 토론의 활성화로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응답하며 진정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고 미래 한국의 나아갈 방향이다. △김영기 대표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창립 실무자로 참여했으며 전북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상임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전북희망나눔재단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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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02 17:45

촛불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새옷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혹한의 겨울보다 춥고 불안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 12월 3일 늦은 저녁 뉴스를 보려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고 없는 등장과 비상계엄선포는 지나간 흑백영화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화면이었다. 국회를 포위한 경찰과 몰려간 시민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국회의원들과 헬기 타고 나타난 무장한 군인들 생중계로 방영된 광경들은 45년 전 암울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하지못한 세대에게는 이상한 밤이었으리라. 과거 계엄과 국가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70년대 유신 독재와 80년대 군부독재의 공포와 트라우마로 과거를 되살리며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계엄 사령관이 사인한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국회의원을 적으로 간주해 체포하고 폐쇄하려 했다. 또한,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국민의 귀를 막으려 했음이 밝혀졌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파업을 금지하고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다행스럽게 불법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의 소극적 태도와 시민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국회의원들 계엄해제 결의가 가능했다. 내란 쿠데타는 저지되었으나 이어 닥친 경제 한파는 서민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위태롭고 불안한 우여곡절이 없진 않지만 내란 일당들은 줄줄이 체포 구속되고 과거와는 다르게 큰 희생 없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계엄으로 가장 상처가 깊었던 호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 무섭게 한해를 이틀 남기고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날벼락 같이 겪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세월호 이태원 등 반복되는 참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예견된 사고임을 확인한다. 정작 책임져야 할 높은 분들은 빠져나가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안 되니 국민은 불신한다.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우수한 교육수준 높은 문화예술과 민도를 세계가 부러워한다. 내란을 주도한 사람들의 면면은 최고의 학교에 수석 입학 수석졸업자들이 즐비하다. 엘리트 리더들에게 믿고 맡긴 국가가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국민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력집중 제왕적 대통령제만이 최선인가? 재난 안전 시스템은 대형 참사가 거듭되는 이대로 좋은가? 경제적 부는 커져 있는데 가난으로 내몰리는 서민경제 양극화는 해결 불가능한가? 광장에서 추위를 견디며 촛불을 들고 매번 바로잡았던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을 약속하고 집권한 권력에 의해서 외면되온 현실은 어쩔 수 없나? 37년이 지난 6공화국 체제는 변화된 나라 안팎의 환경과 성숙하게 자란 대한민국 몸에 맞고 지속할 수 있는가? 이제 국민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정치는 삼류인데 나라는 국민에 의해서 일류로 향해 굴러간다는 냉소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엘리트 리더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허상을 확인했으니 대중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7공화국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내란세력의 철저한 단죄와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새 시대의 설계도 미룰 수 없다. K-PoP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역사의 한복판에 등장한 이 땅의 젊은 주인들에겐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새 옷이 필요하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권력만 이동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 멈출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바꾸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조준호 석좌교수는 제6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냈으며, (사)ESG코리아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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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9 16:56

잡혔어?

‘내란성 불면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십여 일째,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에서 뉴스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된 현실을 반영한 시사용어다. “잡혔어?” 졸린 눈을 뜨자마자 절로 터져나오는 이 말에는 제발, 오늘은⋯ 이 불면의 밤들이 종결되었으면 하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정의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애써 가라앉히고, 간밤 ‘그 자’의 안부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12월 3일, 지옥문 앞까지 갔으나 천행으로 악귀들이 몰려 나오는 문을 틀어막은 내란의 밤 이후 우리는 대한민국을 주도한다는 권세가들의 민낯을 라이브로 목도하고 있다. 장성들, 경찰 수뇌부, 총리 장관 등의 최상위 관료, 집권당 국회의원들까지 한통속으로 가담한 친위쿠데타가 만일 성공했더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권력의 이면, 추악한 결탁의 속살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전사, 정보사, 방첩사, 수방사 등 정예 무력과 정보기구의 지휘권을 틀어쥔 이들은 모두 윤석열의 패거리로 놀았다. 특정 연줄로 얽혀 화려한 정치군부시대의 재림을 꿈꾸었을 이들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전라도 말로 ‘오살 것’들이 판을 치는 잔혹한 국가 폭력의 피바다가 펼쳐졌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살이 떨린다. 군부정권의 기억으로부터 40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이 군사반란을 실시간 중계로 목격하면서도 많은 국민들은 이것이 현실임을 차마 믿기 어려웠다. 공화국의 기초가 이렇게 허약하다는 것을 맨눈으로 확인한 것이야말로 내란 사태가 남길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명백하고 온 국민이 증인인데도 대한민국은 아직 <내란 진행중>이다. 악은 창을 깨고 난입했는데, 정의와 선을 회복하는 일은 절차를 따져가며 지난한 경로를 따라 간다. 수괴는 경호처를 사병으로 동원하고 용산궁에서 장기농성을 하며 법과 제도를 비웃는다. 수괴는 말할 것도 없고, 내란주범의 정치적 경호부대로 전락한 국힘당 의원들의 변설을 들으면 후안무치, 적반하장 같은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와중에 요설을 펼치며 이상한 양비론으로 저들에게 분칠을 해주는 자도 여럿 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들이 늘어놓는 문장이나 노래, 설교 따위를 나는 결코 믿지 않는다. 이런 때에 저절로 드러난 본색들을 사람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사필귀정, 발본색원이 지금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정의가 오래 구현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 말에 기대 마침내 승리하는 순간을 꿈꾼다. 이 땅의 많은 일은 휴전선, 분단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본 체제에 근원적인 전원 스위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뿌리를 더듬어야 할 일들이다. 평범한 이들의 나날의 작은 삶이야말로 이 곡절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 아닐까 싶다. 식민지, 전쟁, 분단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총칼 아래에서 죽고 넘어지며 여기까지 밀려온 삶.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우리 등 뒤에 서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나는 일기장에 써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 저녁 노을, 어느 날의 비와 흰 눈들, 수많은 걱정과 희망들. 사람다움의 순간들.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 이름을 낮게 불러본다. △이재규 교수는 시민사회단체, 방송진행자, 국회 보좌관, 민간 남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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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2 17:57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살인 활주로가 될 수 있다

무안공항에는 붉은 울음이 흐르고 있었다. 라운지에 가득 찬 유가족을 위한 난민 텐트에서 가끔 단말마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붉게 충혈된 눈의 사람들과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침묵 속에서 봉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누군들 함께 울지 않을 수 있으랴. 검은 리본의 물결과 슬픔이 안개처럼 자욱한 무안공항을 나오며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해 생각했다. 새만금국제공항 주변에는 금강하구둑과 옥구 저수지, 만경강 하구의 넓은 풀밭과 평야지대 그리고 저수지 등이 산재해 있다. 그 때문에 겨울철에는 온갖 종류의 철새가 떼를 지어 몰려와 살고 있다. 금강하구둑의 철새 떼 군무는 군산시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게다가 새만금국제공항 주변의 철새 무리는 기러기나 큰오리류가 많다. 가마우지류의 새들도 서식하고 있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새만금국제공항의 반경 13㎞ 내에서 항공기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조류충돌 수(TPDS)는 최소 10.45에서 최대 45.92라고 한다. 국내의 다른 공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새만금국제공항의 TPDS가 비록 예상수치이긴 하지만 기존 공항보다 높다면 당연히 고강도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가 국내 국제공항 가운데 최단 거리인 2.5km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짧은 활주로 길이 때문에 대형항공기의 취항이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필자도 여러 방송 등에서 이 문제를 직접 지적한 적이 있다. 활주로 길이가 유난히 짧아 새만금국제공항이 운항할 수 있는 기종(機種)은 C급(항속거리 최대 6850㎞, 좌석 수 124∼190명)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게 무슨 국제공항인가? 이름은 국제공항인데 그저 그런 동네공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를 돌이켜 보면, 활주로 길이는 안전사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설계된 2.5km보다 최소 1km 이상 길어져야만 한다. 지난 1월 2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는 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계획상 새만금공항의 활주로가 거점공항에 비해 짧은 건 사실이지만 확장에 필요한 부지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우선은 계획대로 올해 착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6년 동안 전북자치도민들은 새만금 희망 고문에 시달려왔다. 일제강점기 36년과 똑같은 긴 세월 동안 기본계획 변경만 수 차례 하고 있을 뿐, 새만금 산업단지의 가동률은 겨우 1%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왕 늦어진 것, 2025년도에 당장 공항 건설을 착공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첫째, 조류충돌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반영하는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 둘째, 활주로 길이를 2.5km에서 3.5km로 변경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설계 변경이 이뤄진 뒤에 착공해도 늦지 않다. 최소한 이 정도의 설계 변경이 없다면, 착공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조류충돌과 활주로 길이는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고 착공부터 한다면 대규모 참사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도민들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제기했다. 도지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착공보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정도상 소설가는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로 작품활동 시작했으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낙타>, <꽃잎처럼> 등이 있고 한국작가회의 통일위원장,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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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5 17:59

새만금특별지자체, 지역통합과 혁신에 활로가 되기를

2024년 한 해가 숱한 과제를 남긴 채 저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전북도가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지역소멸과 통합이 여전히 새해 전북의 핵심 과제임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에 발표한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비록 ‘특별’이라는 용어를 담고 있지만, 예외적인 자치권을 부여받는 특별자치도나 특례시와는 거리가 멀다. 행정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두 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상 허용된 구역에서 제한된 기능을 가진 자치기관 성격의 법인체이다. 그동안 새만금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소지역주의에 가로막혀 지자체 간 내 땅 확보 싸움이 돼버린 상황에서 선택된 과도기적 연합체로, 기능주의적 통합 방식을 근저에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능주의란 비정치적인 부분에서의 통합이 시발점이 되어 추가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자극해 결국은 정치·사회적인 통합을 이끈다는 ‘부분 통합의 확장 논리(the expansive logic of sector integration)’를 뜻한다. 간단히 말해 국가나 지역 간에 기술과 경제적 차원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사회적 부문의 통합에 대한 필요성도 같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치적, 행정적 공동체의 결성 요구가 나오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럽연합(EU)이 기능주의적 통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EU 출범 이후 세계 각 지역에서 이러한 기능주의적 통합모델이 활발히 적용되었지만, 동서독 통일을 제외하곤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통합의 최종 목적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 통합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실질적 경험의 축적과 확산, 이익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초지역적인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강력하게 구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성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간의 국내 지역통합 시도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부울경 실패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완주·전주 통합의 경우에는 경제공동체 구축의 효과가 오히려 일부 지역 주민들의 통합 욕구를 저하하는 문제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 간의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 법인체이지만 일반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특정 사무에 대한 부가적이고 보조적인 의미를 지닌 서비스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통합으로 가려면 특별자치단체의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다음 단계로 어떠한 통합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식돼 있어야 하고, 이 내용이 모든 협력사업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분명한 목표 제시가 통합의 성공 요인이었던 유럽통합이 남겨준 소중한 교훈이기도 하다. 아울러 모든 주체가 통합에 함께 참여하며 발전을 공유해 나가는 다층적 거버넌스가 형성되어야만 길고 지난한 통합의 과정을 자율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협력사업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경우처럼 세 지자체가 공통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부문의 통합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만금 인근의 Re 100 에너지 통합이 이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협력의 확대로 얻어지는 성과는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공유되어야 하며, 모든 성과는 지역과 주민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아무쪼록 새만금특별지자체가 새해에는 그간 답보해 온 전북 지역의 통합과 혁신에 새로운 활로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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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9 19:18

국립전주박물관의 역할과 새로운 변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으로 지방에는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있고,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익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이 지방에 13개나 세워진 사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이렇게 지방에 많은 국립박물관을 설립한 이유는 국민들이 골고루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일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특별자치도에 들어선 최초의 국립 문화기관으로 1990년 10월 26일 개관한 이래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해 왔다. 개관 당시만 하더라도 지역에는 공립박물관이 전혀 없어 역사·문화 관련 자료의 수집·보존과 조사·연구, 이를 기반으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역할을 홀로 도맡아 수행하였다.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상설전시, ‘역사문물전’, ‘왕의 초상’ 등 지역 문화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조명하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 발굴조사를 비롯한 지역의 고고학·미술사 조사연구,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역의 중추 문화기관으로서 공립을 비롯한 다른 박물관이 하기 어려운 굵직한 일들을 수행하며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제 개관한 지 만 34년이 된 국립전주박물관은 변화되는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도전을 모색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조사된 관람객의 방문 목적을 보면 교육, 역사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정보를 얻기보다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가,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초창기와는 뒤바뀐 양상으로 볼 수 있는데, 박물관이 이제는 특정한 목적보다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국립전주박물관은 도민들의 일상 속으로 좀더 깊이, 좀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수요가 높은 어린이박물관과 역사·문화 관련 자료와 정보를 갖춘 아카이브 공간, 시민 참여 공간, 카페 등 사람들이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또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인 복합문화관을 새롭게 지을 계획이다. 내년에 설계를 시작해 2027년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은 정원도 보완하여 훨씬 안락하면서도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아울러 상설전시도 서예문화를 필두로 지역의 뛰어난 역사·문화를 조명하고 현재와 연결고리를 강화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하드웨어인 공간과 조경, 소프트웨어인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에서 국립전주박물관만이 가진 차별성을 강화시킴으로써 지역을 넘어 전주를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아울러 국립전주박물관이라는 존재가 전북도민들의 마음속에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을 설계한 이승우 건축가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박물관”이 되는 것을 의도하였다고 한다. 개관 이후 오랫동안 20만 명대에 머물던 관람객 수가 2010년대 후반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건축가의 의도에 어느 정도 다가서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국민에게 그러한 존재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에서도 힘을 보태고 응원하며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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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2 18:29

숨은 영웅들을 찾는 여정에서 함께하는 병무청

올해 초까지 방영된 ‘히든 히어로즈’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소개되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non)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과 개념적으로 많이 비슷해 보였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숨은 영웅들의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도전에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존경의 마음에서 과거로 뒤돌아 보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과거의 숨은 영웅들, ‘히든 히어로즈’는 누구였을까를 생각해 본다. 필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을 희생하여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의 기반을 굳건히 지켜낸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들로 수많은 6·25 참전용사를 떠올려 본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던 우리의 숨은 영웅들, 6·25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는, 2000년부터 참전유공자 관련 법률을 시행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한편, 애국정신 함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참전용사를 찾는 선양사업은 법률 시행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속되고 있다. 전사자로 직계후손이 없거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참전의 기억들이 희미해진 까닭에 후대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던 등의 사유로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참전유공자 선양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관련 단체와 유가족들과 함께 숨은 영웅을 찾아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전유공자의 참전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6.25 참전은 오랜 세월이 지난 일이라서 당시 기록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종종 있다. 당시에는 주민등록제도가 없었고 단기(檀紀) 사용과 양력․음력의 혼용으로 생년월일이 다르게 기록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병적기록표인 거주표에 이름이 한자로 기록되었는데 수기(手記)로 작성되어 신상확인이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참전용사의 주소와 성명에는 그 당시에도 널리 쓰이지 않던 지명과 인명이 많았고, 이 때문에 오기(誤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들이 제출한 제적등본을 근거로 거주표의 한자를 하나하나 해석해가며 병적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들은 어려운 작업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거 기록에 따라 병적 확인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필요할 때는 각 군 본부로 병적 확인을 추가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병적증명서를 유가족에게 발급할 때에는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병무청이 보유만 했던 과거의 기록들이 현재의 유가족들에게 명예를 되찾는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명예롭게 병역이행을 이행하신 참전용사들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또 그분들과 그 후손들이 누려야 할 각종 지원과 혜택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병무청은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날 것이다. 아직도 커튼 뒤에 잠든 많은 숨은 영웅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그 빛나는 명예를 찾을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본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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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5 18:46

절실한 이유가 정말로 없습니까?

지난 12월 3일, 대한민국은 잠들 수 없었다. 대통령이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에 따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육국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포고하고, 국회를 비롯한 주요 기관에 무장한 군대를 보냈고, 특히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무력으로 막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고된 포고령에는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를 비롯해 총 6개항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중 제5항은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를 겪으면서 시작된 장기 경기 침체와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이 발단이 된 의료대란으로 지칠 만큼 지쳐있던 국민들은, 예고 없이 선포된 45년만의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에 충격을 받고 분노하며 대한민국과 함께 잠들지 못했고, 이어서 ‘처단’이라는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포고령에 화가 난 의료인들이 정부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대립각을 세우며 의료현장을 추가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절망했다. 이유를 따질 필요도 없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을 ‘계엄법 처단’으로 돌려세울 수 없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인데,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도 모자라 ‘의료인 처단’이라는 극단적 포고를 통해 어렵게 시작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마저 중단시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정상화마저 막아버린 지금,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더 절실한 심정으로 아파하고 있다. 그런데 비상계엄 여파로 입법, 행정, 사법의 기능이 상당부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회와 상당수의 국민들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과 비상계엄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자에 대한 내란죄 수사 등을 외치며 비상계엄 수습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의료인이 추가로 떠나기 시작하며 점점 커져만 가고 있는 의료공백은 관심 밖에 놓인 채 간과되고 있다. 반면에 아파하는 국민들이 맞이한 이번 겨울에도 역시나 의료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 정상화는 더욱 중요하고,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는 것보다 아픈 몸을 정상적으로 치료받고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더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왜 정부만 절실한 이유가 없는 것인지 이제는 걱정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이라도 제발 정부가 의료인과의 대립을 멈추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적극적인 자세로 의료계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반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혜롭게 협의하여 신속하게 무너진 지역 의료와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를 하루 빨리 정상화 시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며, 이에 더해 현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의 예방에 필요한 긴급한 조치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끝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스러운 지금, 입법․행정․사법의 구성원 모두는 오로지 주권자인 우리 국민의 목소리에 맞춰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혼란을 신속히 수습할 의무가 있는 것도 잊지 않길 바란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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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08 18:09

해상풍력발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22대 국회 들어 해상풍력발전 촉진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법은 그간 풍력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온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의 해결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중점을 둔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입지와 수용성 문제 등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권한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특별자치도 차원에서의 각별한 관심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풍력발전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경제 발전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신산업으로서의 가치 또한 매우 크다. 풍력발전의 공급망 구축에는 소재, 부품, 시스템에 이르는 설비 체계뿐 아니라 전력 판매, 건설, 금융, 운영, 유지보수, 인증 및 표준화, 연구개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가 광범위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산업의 규모와 기술 면에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한데, 호남권에 계획된 10.6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이 들어서면 114조 2500억 원에 달하는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전국 최초로 지정된 서남권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를 개발 중인 전북으로서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과 더불어 성공 모델의 확보가 그만큼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해상풍력 발전이 전북의 미래 성장에 얼마나 큰 발전적 효과를 가져올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해외사례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덴마크 남서부 윌란반도의 항구도시 에스비에르(Esbjerg)는 인구 11만 명의 소도시지만 세계 해상풍력 발전의 메카로 유명하다. 예전에 이 지역은 소규모 농장운영과 어업이 주를 이뤘지만, 1967년 해저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의 주요 항만으로 발전했던 곳이다. 그런데 90년대부터 화석에너지 산업의 쇠퇴를 감지한 시정부가 기존 항만을 인근 해상풍력 발전과 연계한 새로운 산업지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2년에는 시에서 10km 떨어진 해상에 완공된 세계 최초의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혼스 레브(Horns Rev 1)의 배후 항만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글로벌 풍력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오스테드, 베스타스, 지멘스와 같은 세계 최대 풍력 기업들의 투자가 이곳에 밀려들면서 명실상부 유럽을 대표하는 해상풍력 발전의 요충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의 집적화가 이루어지며 이곳은 풍력설비 제조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해, 현재 북해 연안 풍력발전기의 3분의 2가 여기서 조립되고 유럽 전체 해상풍력발전 설비의 80% 이상이 이 항구를 통해 출하되고 있다. 그 밖에도 세계 최대 정보통신 기술회사 중 하나인 메타(Meta)와 같이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져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추가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유지 보수하기 위한 기업들과 운송 전문업체들의 진출 역시 활발하다. 그리고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학연 네트워크는 해상풍력과 조력,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관한 연구와 교육인프라를 제공하고 신북해경제권 산업 클러스터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에스비에르 사례에서 보듯 좋은 입지 조건의 안정적인 풍력발전 단지가 전북에 들어서는 것은 RE100을 준비하는 기업들에도, 지역의 발전에도 새로운 희망이 열리는 일이다. 미래를 위한 보다 더 적극적이고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절실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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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01 18:22

세계적인 박물관과 문화도시

필자는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부임한 이래 우리 박물관이 지향하는 수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해 왔다. 고민의 끝은 국립전주박물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정신 나간 소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주목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소장품도 부족하고 시설이나 부지, 인력과 예산의 규모도 크지 않은 박물관이 어떻게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전주와 전북이 가진 문화적 자산이 아주 풍부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가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반해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주를 포함하여 전북지역은 일찍부터 문화예술이 발달하고 꽃피운 고장이다. 굵직한 것만 보더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과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정읍 무성서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 등이 있고 전통한지와 전통 장담그기 문화도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기철기시대의 정교한 청동기, 출판·인쇄문화, 조선시대 후기의 서예와 그림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고 폭넓은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실의 본향인 전주는 선사시대부터 지역의 중심지로서 기능하며 오랜 시간 쌓여온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품고 있다. 전주시가 다양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역사·문화자원과 전통을 현재에 맞게 변화,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전주’를 보았을 때 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외에 크게 떠오르는 요소가 별로 없는 듯하다. 달리 말하면 수많은 문화자원을 아직 구슬로 만들지도, 그리고 이를 제대로 꿰어 보물로 만들지도 못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 지역이 가진 문화자원을 잘 가꾸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가 가진 것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가 점점 영역을 넓혀가며 세계인으로부터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우리가 가진 것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향이라 불리는 문화에술의 도시인 전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지역이 가진 문화자산을 따로따로 떼어놓기보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전통한지와 인쇄·출판문화, 인쇄·출판문화와 판소리를 별개로 보기보다 연결시켜 본다면 훨씬 이야기도 풍부해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끼리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고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완벽한 마무리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고 쉽지 않은 과정일 테지만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면 세계적인 문화도시 전주가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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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4 18:39

지역사회의 숨은 일꾼, 사회복무요원

우리사회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이며,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심각한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물론 병역자원도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노인 복지 등 사회서비스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 사회복무요원 인력을 잘 활용한다면 병역이행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사회서비스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무 제도는 1969년부터 시행된 방위병제가 폐지되고, 1995년에 공익근무 제도가 신설되어 운영되다가 2008년 보충역 자원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우선 활용을 위해 도입되었다. 전북지역에는 총 530여개 기관에서 1,900여명의 사회복무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사회복지 분야는 약 1,410여명으로 74.2%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사회복지 분야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보호 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고, 특수학교 장애학생 곁에서 1:1 맞춤 지원을 하는 등 숨은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지방병무청은 이렇게 어려운 곳에서 성실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노력하고 있다. 첫째, 정기적으로 복무기관을 방문하여 소통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및 복무기관장과 소통함으로써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복무경험이 사회생활의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 성실히 복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끔 복무기관 담당자로부터 사회복무요원이 직원 한사람 몫을 넉넉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다. 둘째,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자긍심 고취 및 사기진작이다.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하여 언론에 홍보하고, 정기적으로 ‘모범 사회복무요원’과 ‘자랑스런 HERO’를 선발・포상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무요원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 상호 간 임무 교차체험을 실시하였다. 현역병은 전・후방 곳곳에서 국토수호의 역할을, 사회복무요원은 장애학생을 돌보는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서로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셋째, 복무부실 예방 중심의 선제적 관리로 성실복무를 유도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못 막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사건・사고 상황에도 복무지도관이 복무기관을 즉시 방문하여 갈등 상황을 해결하여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에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전문 청소년상담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상담을 의뢰하여 치유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인력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질이 좋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등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직무역량이 향상되어야 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사회복무요원들의 자긍심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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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7 18:27

꼭 해야만 하는 일, 선생님 끝까지 지키기

초등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얼굴에 침을 뱉는 영상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그리고 대학교 교수인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6명의 담임교사가 학생을 떠나게 되면서 최근에서야 일곱 번째 담임을 맞이하게 된 것에 맞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부모가 근무하는 대학교 진입로에 근조화환 200여 개를 배달시킨 사연을 담은 시사프로그램 방영, 바로 우리 전북자치도에서 최근에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낯설고 충격적인 사건일 수 있지만, 컴퍼스로 담임교사를 찔러 죽이겠다고 달려들다 컴퍼스를 빼앗기자 재차 가위를 들고 위협한 초등학생, 자녀로부터 매 쉬는 시간마다 담임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받고 매 쉬는 시간마다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로 찾아가 교장선생님부터 보건교사까지 상담을 강요하는 학부모, 4학년 학부모가 4년간 담임교사 4명을 고소하고, 그 중 1건에 대해서는 CCTV 확인 결과 허위로 고소한 사실이 밝혀져 오히려 무고로 기소된 사건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더 이상 낯설거나 충격적이지 않은 사건이다. 이렇듯 교권 침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부모의 보복성 아동학대 고소로 수사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두려운 반면,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이나 그 학부모에 대한 행정상 제재나 형사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교권 침해 신고 대신 차라리 병가를 내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권 침해는 담임교사에 대한 비율이 매우 높아 피해를 입은 담임교사가 병가를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담임교사를 대신할 교사를 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학급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교육 붕괴 도미노로 이어진다. 그래서 교권 침해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간헐적인 교육만으로는 교권 침해를 막을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교권 침해자는 물론, 침해 방법, 시기 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오히려 예방보다 교권 침해 학생 및 학부모에 대한 신속한 분리와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요구는, 보복성 아동학대 고소를 우려한 피해 교원이 교권 침해 신고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고사하고 침해자와 분리조차 할 수 없고, 소위 ‘배째라’는 식으로 처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학부모에게는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소년보호사건이나 가정보호사건과 같이 형사사건과 구분하여 학교보호사건으로 처리하여 교사의 신분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보복을 위한 무고성 아동학대를 고소한 학부모에 대한 무고죄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엄히 처벌함으로써 피해 교원이 교권 침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권 침해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실을 공표하거나, 학교 접근 및 연락 금지 등 다양한 제재방안을 마련해 반복적인 교권 침해를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거석 전북자치도교육감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 이를 위해 악성민원으로 인한 명백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피해 교원과 학생들에 대해 법적․교육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미 있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신속한 조치로 전북자치도 교육이 하루빨리 교권 침해로부터 벗어나 정상화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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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0 17:47

저출생, 지방소멸의 위기와 통합

통합 추진 3개월 만에 서로 등을 돌렸던 대구와 경북이 다시 만나 서울시에 준하는 특별시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잠시 조용했던 지역간 행정통합 논의들이 다시 활발해지고, 전북 지역에서도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진 분위기다. 이런 변화된 환경이 갈등의 재현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그간의 국내외 통합사례들은 행정통합이 동전의 양면처럼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통합이 지역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하는 통합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지역통합의 추진 자체가 명분을 잃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통합의 내용은 계획 단계뿐 아니라,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할 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산업문명의 대전환 시기에는 지역통합을 요구하는 절박한 위기가 무엇인지, 거시적 관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밑그림을 둘러싼 논쟁만 지속하다가는 자칫 밀려오는 위험에 휩쓸려 모든 걸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통합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방소멸의 위기 상황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즉, 통합은 지방이 벼랑 끝에서 선택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은 인구 유출과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산업과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의료, 대중교통, 문화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가 취약해지고 정주기반이 와해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경제와 생활 기반의 약화는 결국 국가 경쟁력의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까지 불러온다. 조사에 의하면 2023년 현재 전 국민의 52%가 지방소멸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47년이면 모든 국민이 소멸 위험 지역에 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파괴적 상황은 저출생, 수도권 집중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작년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인구의 절반이 넘는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통계치가 보여주듯, 지금의 위기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극복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 버렸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역간 통합과 협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산 단위를 긴밀하게 연결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며 창조적 발전을 견인할 시너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6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기술이 가미되면 지리적 통합을 넘어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통합도 가능해진다. 전북은 14개 시군 중 11곳이 인구감소와 관심 지역으로 분류돼 있는데, 도내 총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사실상 전북 전체가 지방소멸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완주군의 경우 다행히도 인구가 늘고 있지만 전북 전체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할 때 그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오롯이 전주와 무관한 완주군 지역발전 정책의 효과인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은 주변 지역이 소멸하면 내 삶의 터전도 붕괴한다는 공동체적 위기의식이 절실한 대전환의 격변기다. 완성형 통합체를 향한 소모적 논쟁의 지속보다는 합리적인 미래형 공간을 창출하는 협의적 행동과 사고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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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3 18:47

책의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

얼마 전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도서・출판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후 일주일 만에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나 늘었다고 하니 노벨문학상 수상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모습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낯설고 놀라운 경험이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화가 가진 힘, 소프트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작년 12월 국립전주박물관에 부임하여 몇 달 동안 지내면서 놀란 점이 있었다. 바로 전주의 도서관이다. 전주에는 다른 도시에서도 운영하는 일반적인 공립도서관 외에 특색을 가진 ‘작은 도서관’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 수가 10여 개에 이르지만 규모도 작고 하니 별로 볼 것이 없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우연히 들른 동문헌책도서관과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을 시작으로 몇 곳을 방문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는 걸 느꼈다.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각기 나름의 특색이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꾸며 놓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다양한 도서관을 갖춘 것을 넘어 운영에도 열심이어서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도서관을 모두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도서관 방문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특징들이 눈에 들어왔고 전주시가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아주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전주시가 도서관뿐만 아니라 ‘전주 국제그림책도서전’, ‘전주책쾌’, ‘전주독서대전’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비롯해 ‘생애 첫도서관 이야기’, ‘고전 100권 함께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연히 만나게 된 도서관 관계자에게 행정조직으로 ‘도서관본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도 들었다. 그러면서 전주시가 왜 이토록 도서관과 책에 진심일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그 궁금함에 대해 필자가 찾은 나름의 답은 전주가 가진 출판・인쇄문화의 전통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이 10월 1일 개막한 특별전 <서울구경 가자스라, 임을따라 갈까부다-조선의 베스트셀러 한양가와 춘향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주가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출판・인쇄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유학이나 역사, 교육, 의서를 비롯한 한글고전소설 등 전주에서 출판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완판본>이라 부르는데, 특히 조선후기에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춘향전> 등을 출판하여 전국에 유통하기도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는 그야말로 전주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출판도시’였던 셈이다. 조선후기 전주에서 전국적인 베스트셀러가 출판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인쇄・출판 관련 제반 여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거울삼아 매력적인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어낼 우수한 작가가 모이고 양성될 수 있는, 또한 다양한 창작 기회가 제공되는 시스템 구축과 활용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전주시가 기획한 도서 관련 행사에서는 전문 작가나 출판인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이는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 지망생이나 도서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출판인에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단장하여 재개관한 완산도서관에는 전문작가나 예비 작가의 창작활동 지원 공간, 글쓰기 및 출판 체험 공간도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틀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전주가 도서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책의 도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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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7 18:01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예비군은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공학,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현재와 미래를 의미한다. 이로 인하여 긍정적인 전망은 기술이 진보되어 인류 전체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전포고 없이 대규모 침공 공격을 감행하며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2022년 양국 간의 전면적으로 번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모두 예비군이 동원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예비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충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충무훈련은 전시대비계획의 실효성 검증과 시행절차를 숙달하기 위하여 실제 훈련 위주로 실시하는 지역단위 종합훈련이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충무훈련을 2024.10.28.(월) ~ 2024.11.1.(금)까지 실시할 예정으로 군사작전 지원을 하기 위한 지정된 병력과 기술인력, 물자동원 등을 실제 동원하여 임무와 역량을 점검한다. 병무청에서는 충무훈련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기에 적정 충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병력동원 집행을 비롯한 전시 임무 수행 절차 숙달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부처로서 국가동원령이 선포되면 평시 업무를 중단하고 병력동원 집행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다양한 적의 공격에 대비하여 신속·정확한 병력동원 준비 태세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병력동원에는 우발 상황의 발생으로 추가적인 동원소요가 필요한 긴급동원과 계획된 정상동원이 있다. 긴급동원은 소집일 4일 전까지 지방병무청에 소요를 제기하면 지방병무청장은 소집일 1일 전까지 소집통지서를 교부하며, 정상동원은 사전 계획에 따라 평시 임무가 고지된 병력자원 대상으로 실시 하는 계획동원이다. 그래서 예비군은 병무청의 병력동원 계획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소집부대로 입영을 해야 한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군(軍)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저출산 시대에 병력동원 대신 드론과 전투로봇 등 첨단장비들이 그 역할을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장비를 조종하는 것은 병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을 상호 연결할 네트워크 관리와 조작·보완 등을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전쟁, 자동화, 무인화 등 이런 Key Word에 익숙해지다 보면 미래 군대에는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하여 국방력과 예비전력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컴퓨터는 믿을 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며, 멍청하다. 사람은 매우 느리고, 부정확하며, 뛰어나다. 둘이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도 병력동원 준비태세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역량을 갖춘 예비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병무청에서는 국가 비상사태 대비에 필요한 병력동원 소요 충원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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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8:38

우리의 미래,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노인복지법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로 정하고, 노인의 날에는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확산하는 행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10월 2일 제28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김관영 도지사는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행복한 세상을 위해 다양한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품격 있는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2024년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32,191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4.86%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남, 경북,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전북자치도의 13개 시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북자치도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에 노인 복지 예산으로 전체 예산의 15.2%에 달하는 1조 4,470억 원을 편성하고, 수요자 맞춤형 정책과 지원 체계 강화를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한 가지 더! 바로 노인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대피해노인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미래에 노인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노인학대는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2023년에 전국 37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노인학대 피해 건수는 21,936건이고, 이 중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7,205건이고,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6,079건, 시설 679건 순이며, 학대행위자는 배우자 2,830건, 아들 2,080건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통계처럼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할 집과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학대를 받는 노인, 때로는 생명줄과 같은 돈을 빼앗기고 의식주조차 제공받지 못한 상태로 숨죽여 울고 있는 노인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먼저, 청소년 대한 노인인권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청소년에 대한 노인인권교육은 자연스럽게 그 부모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고, 꾸준한 교육은 노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변화시켜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노인학대범죄만을 규율하는 법령이 없고, 기존 형사법은 노인이 사회적ㆍ정신적ㆍ신체적 약자임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므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같이 노인학대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와 피해노인에 대한 보호절차, 노인학대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을 명확히 규정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노인을 보호할 필요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노인학대 신고는 참견이 아니라 도움이라는 국민적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범죄신고는 112, 노인학대 신고는 1577-1389다. 노인학대예방의 날은 매년 6월 15일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학대예방의 날의 취지에 맞는 행사와 홍보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전북자치도는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노인 존엄을 이루고 전 세대가 다함께 살기 좋은 대한민국 1등 고령친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보며, 때마침 전북자치도와 김관영 지사께서 노인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한 만큼, 노인학대예방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북자치도의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행정상․재정상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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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3 17:27

선거도 경합과 협치의 공존이어야

10.16 재보궐선거는 기초자치단체 4곳과 서울시(교육감)에 한정된 선거이지만 현 정국에 대한 민심과 다음 지방선거 판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영광과 곡성군에서 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데,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 만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 정당 득표율 1위를 차지했던 조국혁신당이 과연 다음 지선에서 호남의 독점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북도민의 관심도 높다. 이러다 보니 조국혁신당이 두 곳에서 초접전과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선거 판세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의 미래뿐 아니라 당대표의 사법위기 타개를 위해서도 호남의 지지가 절실한 민주당은 선거전에 전력을 쏟으며 연일 거칠고 날 선 비판 들을 쏟아내고, 이에 맞서는 조국혁신당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사실 호남에서의 이 두 당의 경쟁은 정당 정치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이고, 선거 과정에서의 일부 과열된 모습도 선거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이 내뱉는 막말과 독설은 도가 지나쳐, 과연 두 정당이 큰 틀에서 시대적 가치를 공유하고 선의의 경쟁 관계를 언제나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공격적 상황은 결코 과열 경쟁이 낳은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협치와 공존의 가치가 사라진 적대와 배제의 정치가 어느덧 한국 정치의 모든 부문에서 일상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협치나 통합의 정치는 권력을 손에 쥔 집단만의 숙제가 아니다. 과거 정치사를 보면 오히려 권력 기반이 더 미약한 야권 정치세력에서 연합과 협치를 통해 시대적 과제를 주도하고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리더십의 예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여러 노동 정당 가운데 약소 집단인 노동자당(PT)을 새로 창당해 대통령에 당선된 브라질의 룰라나 야만적인 차별 속에서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남아공에 새로운 국가의 틀을 수립한 만델라 전 대통령의 포용과 권력분점의 정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내의 경우,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연대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화해의 기틀을 마련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 통합정치의 좋은 예다. 최근 발간된 ‘통합정치와 리더십(유재일 저)’이란 책에서 저자는 통합정치를 ‘시대가 당면한 과제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집단 간, 그리고 사회집단과의 협력과 경쟁을 축으로 삼아 합리적 결정을 이루는 정치적 행위와 문화, 제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통합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정치적 이익에 앞서 정치적 공동체라는 차원에서의 공공선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갈등과 분열은 협력, 공존, 연대 같은 통합적 방식을 기초로 한 경합과 협치의 정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합리적 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올바른 민주적 정치문화와 제도, 리더십 또한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통합정치를 이해하고 보면 협치와 권력분점, 그리고 대화와 대타협을 배제하고 오로지 선거 승리에만 몰두하는 정당에 바람직한 정치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치적 자산이 풍족한 정치세력일수록 경합과 협치의 자세는 더 깊이 있게 갖춰져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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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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