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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메뚜기잡기

“남쪽하늘에 작은 먹구름이 이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부채꼴로 퍼지며 온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온통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 앉는 곳은 모두 졸지에 누런 황무지로 돌변한다.”

 

펄벅의 소설 ‘대지(The Good Earth)’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설과 같은 장면이 올 여름 중국과 페루에서 일어났다. 20년래 최악의 가뭄으로 시달린 중국 북부 허난(河南)성 등에는 메뚜기떼가 들끓어 자그마치 3백66만㏊에 이르는 지역이 혹심한 피해를 입었다. 카이펑(開封)현 같은 곳은 1㎡당 1천마리의 메뚜기가 득실거리고 한발짝만 디디면 24마리가 깔려 죽을 정도였다. 재해 경보기준이 1㎡당 0.5 마리라고 하니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만 하다. 그래서 농업부 산하에 메뚜기퇴치 전담부서를 두고 비행기까지 동원, 살충제를 뿌리는 박멸작전을 벌였다. 또 70만 마리의 오리특공대를 조직, 메뚜기떼 진압작전에 나섰다.

 

페루에도 20년만에 1억5천만마리로 추정되는 메뚜기떼가 창궐해 비상이 걸렸다. 엘리뇨 현상 때문으로 화염방사기와 헬기 등을 동원, 공중전을 벌였다. 두 나라 모두 환경오염과 산림의 황폐화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들 메뚜기는 정주성(定住性)과 이동성으로 나누는데 대개 이동성 메뚜기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동성 메뚜기는 10억-1백억 마리씩 떼를 지어 움직인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메뚜기는 정주성으로 5백년 동안 피해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농약피해 등으로 메뚜기를 찾아보기 힘들어 지면서 ‘귀한 몸’대접을 받고 있다. 경남 산청군의 ‘메뚜기 쌀’은 서울 유명백화점에서 일반쌀보다 40% 가량 비싸게 팔린다. 또 서울 룸싸롱에서는 메뚜기 안주 1접시에 30만원을 받고 있는곳도 있다.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는 이 즈음이면 전국 곳곳에서 메뚜기잡기 행사가 벌어진다. 29일부터 3일간 열리는 김제 지평선 축제에서도 메뚜기잡기 체험이 들어 있다. 벽골제옆 1천8백평에 2만여 마리를 풀어 놓은 것이다. 이 메뚜기는 전북대에서 8백5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지천으로 널려있던 메뚜기를 돈들여 사육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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