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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내장산 단풍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이라는 시다. 가수 송창식이 불러 더 많이 알려졌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는 바로 그 단풍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겨울을 대비해 엽록소의 생산을 중단한다. 이때 잎안에 안토시아닌을 형성하면 붉은 색으로, 카로티노이드와 크산토필 색소를 나타내면 투명한 노란색의 단풍이 든다. 붉은 색과 노란색의 색소가 혼합하면 화려한 주홍색 잎으로 변한다. 단풍은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고 일조량이 많을 경우 더 붉게 빛난다. 보통 하루 평균기온이 섭씨 15도일 때부터 나타나며 우리나라는 설악산 오대산에서 시작해서 하루 약 25㎞씩 내려오고, 산에서는 40m씩 산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설악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이달 15일께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내장산은 이달 15일쯤 첫 단풍이 시작돼 11월 1일께 온 산이 뒤덮일 전망이다. 단풍은 이즈음이면 산뿐만 아니라 시골집 뒤안에도 내려온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 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시인이 전라도 토속언어로 빚어낸 단풍처럼 빛나는 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늦서리 맞은 단풍잎이 2월 꽃보다 더 붉다(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고 했다. 이처럼 불타는 단풍은 뭐니뭐니해도 우리고장 내장산이 자랑이다. 내장산의 현란한 단풍앞에 서면 대자연의 웅장한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듯 하다. 이은상은 내장산 단풍을 “내장산 골짜구니 돌벼래 위에/ 불타는 가을단풍 자랑 말아라/ 신선봉 등너머로 눈 퍼붓는 날/ 비자림 푸른 숲이 더욱 좋더구나”고 노래했다.

 

그런데 내장산 단풍이 오래 전부터 개체수가 크게 줄어 들고 있다고 한다. 활엽수에 치이고 넝쿨나무 등에 휘감겨 영양결핍으로 말라 죽는데 따른 것이다. 그래서 정읍시가 올부터 내장산에 매년 단풍나무 묘목 10만 그루씩을 심겠다고 했다. 붉게 타는 내장산 단풍을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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