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과 냉소주의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김대중 대통령을 2000년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타난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양극으로 나뉜다.
하나는 격려파요, 또 하나는 냉소파다. 물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가 더 많을 터이지만 말이다. 격려파는 이번 수상을 ‘국가의 경사’라고 칭찬하면서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 마당’이나 각 언론사 인터넷 토론방에 들어가 보면 수천건씩 올라온 것중 반수 이상이 이런 유형이다.
‘자랑스런 나의 조국, 자랑스런 대통령’이라는 초등학생의 글도 눈에 띤다. 반대로 냉소파는 노벨상 수상을 비아냥거리거나 비판하는데 열을 올린다. 신문에 실린 칼럼이나 인터넷에 올린 것을 보면 이들의 목소리도 무시못할 정도다.
이들은 “북한에 쌀과 비료를 그렇게 퍼주고 누군들 못타겠느냐”“노벨상이 밥먹여 주나?”라고 비아냥 거린다. 나아가 “올해 상을 탔으니 망정이지 못탔더라면 내년 수상을 위해 나라살림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 뻔 했다”고 주장한다.
“DJ가 발을 땅에 디뎌야”라고 점잖게 충고하는가 하면 ‘회초리를 들 때니, 아니니’하는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전직 김영삼대통령은 DJ의 노벨상 소식을 듣고 “택도 없는 소리, 노벨상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했고 일부 야당의원은 정부가 로비를 벌였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칭찬에 너무 인색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설령 나와 뜻을 같이하지 않더라도 잘한 일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새삼스런 얘기지만 노벨상이 어디 아무에게나 주는 상인가.
노벨상 역사 1백년만에 우리 민족 최초의 수상이라는 점 한 가지만으로도 칭찬받고 남을 일이다. 수상후 일정한 기간의 허니문(밀월)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자. 또 김대통령 개인의 야심에 의한 이성의 간지(奸智 cunning of reason)에 의해 수상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국제적 이미지나 민족적 자긍심이 얼마나 높아졌는가. 그러나 하나 더 생각해 볼 일이 있다. YS나 이회창 총재가 탔더라도 우리 역시 격려파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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