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구간 88고속도로가 개통된것은 지난 84년 6월 전두환(全斗煥)정권때였다. 당시 5공정부는 동서간 단절의 벽을 허물고 영호남 교류확대와 지역개발, 교통망 확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도로 건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5공정부의 88고속도로 건설에는 정치적 목적도 없지 않았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씨에게는 호남지방의 반대 정서를 달래야 할 부담이 따랐고 자신의 고향인 합천에도 뭔가 선물 하나를 내놓아야 했다.
그런 마당에 88고속도로는 이 두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절묘한 당근’으로 떠올랐을 법하다. 바로 그런 정치적 배경도 한몫을 하면서 88고속도로는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공사를 서둘다 보니 도로가 제대로 났을리 없다. 2차선 1백83㎞에 이르는 전구간이 경사가 심한 고갯길, 급커브, 곡선도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정도의 직선구간은 불과 4∼5군데 뿐이다.
더군다나 포장마저 시멘트를 사용하여 비가 오거나 눈이 쌓이는 겨울철에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제법 통행량이 늘어 났지만 개통초기만 해도 이용 차량이 드물어 고속도로로서의 기능마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한번쯤 88고속도로를 운행해본 운전자라면 교통사고 위험때문에 아찔한 순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도로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커브길이 많다보니 중앙선 침범, 추돌사고가 잦고 사고도 대형화 하고 있다.
엊그제 일어난 트럭과 관광버스 충돌사고가 좋은 예이다. 이런 도로를 그대로 방치해 둘수는 없다. 커브길을 줄이고 미끄럼 방지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당장 4차선 확장이 어렵다면 선행(線型)개선사업이라도 시급히 착수하여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과속·추월을 일삼는 운전자들도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한때 동서화합의 상징처럼 불리워 지던 88고속도로가 전국최고의 교통사고 다발도로의 오명을 뒤집어 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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