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담론은 그 당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소설 거짓말이나 O양 또는 B양 비디오 사건 등은 우리 시대 의식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원조교제도 그 중 하나다. 수년전 일본에서 성행했던 이 말이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낯선게 아니라 이미 독버섯처럼 깊숙이 파고 들었다. 너무 급속히 번져가자 정부는 올 2월에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다. 또 시행령에는 내년부터 원조교제를 한 성인의 신상을 연간 2회 공개키로 했다. 관보와 정부 중앙청사및 16개 시도 게시판에 1개월, 청소년 보호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6개월간 공개한다. 내년 3월쯤 첫번째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서로 도우며 교제한다는 원조(援助)교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이중성이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신종 10대 매매춘’‘미성년 성착취범’등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노인들이 회춘(回春)한다는 명목으로 동녀(童女)를 취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창 일할 나이의 20-50대가 10대 매매춘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원조교제는 전화방이나 PC통신, 인터넷 채팅, 700 음성사서함, 080 무료전화서비스 등을 통해 손쉽게 접촉할 수 있다. 유형은 성인 남성이 여중 여고생 등 10대 소녀를 상대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에서 자녀 2명을 둔 30대 주부가 17살의 고교생과 원조교제를 가져 구속되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고교생을 만난 이 주부는 20여 차례 성관계를 맺고 대가로 7-8만원씩 1백여만원과 옷을 사준 혐의다. 이 주부의 사연이 기구해 동정여론이 없지 않다. 6살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이 주부는 남편이 밖에서 낳아 데려온 딸을 기르며 잦은 외도와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또 고아 며느리라는 멸시와 함께 시아버지의 중풍간호를 도맡아야 했다. 상대 남학생도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처지다. 동병상련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원조교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성이 어디까지 팽창해 갈 것인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