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한승주 주미대사는 북한이 핵문제에 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느 시점에서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의 중단(stop)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대사는 15일 미국 뉴욕의 시티그룹 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포럼에서 북핵 문제를 주제로 연설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혔으나 경수로 사업을 주관하는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대사는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반입하기 전에 안전조치 협정이 체결돼야 하지만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경수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점진적으로 폐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EDO는 북한과의 안전조치협정이 체결되면 배수로 탱크 등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반입해 본격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며 그 시한은 8월말까지로 돼 있다.
그 동안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 중단의 성격을 두고 관계국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온 `일시중단(suspension)' 또는 `영구종료(termination)'라는 용어 대신 한 대사는 영어로 진행된 연설과 질의 응답에서 일반적으로 `중단'을 의미하는 `stop'과 `점진적 폐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phase ou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한 대사는 행사 전 연합뉴스 기자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경수로 사업 중단에 대해 심리적 대비는 하되 제도적으로 이를 준비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해 이 사업의 중단을 공식화하려는 미국과 입장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 대사는 "경수로 사업의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KEDO는 지금까지 추진돼온 사업의 관리 또는 북한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경수로 이외의 사업 추진 등을 위해 존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사는 미국이 KEDO 분담금 납부를 거부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하루 100만달러가 들어가는 KEDO 사업비가 갑자기 늘어난다면 분담금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10년전 핵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핵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지만 북한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 일본이 확고하고도 일관된 정책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소진하고 난 이후에 다음 단계 조치를 고려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국제사회, 특히 중국으로부터 대북 압박 조치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날로 위협의 강도를 높여가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한 대사는 "북미 양자대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은 미국에 양자대화를 거부할 이유와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특히 핵무기를 제3자에게 팔아넘길 수도 있다는 북한의 언급은 9.11 이후 안보문제에 극도로 민감해진 미국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데서 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편 KEDO 사무국은 이틀간의 이사국 실무자 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경수로 건설 현황과 KEDO 운영에 관한 제반문제를 논의 검토했으나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KEDO 고위 관계자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4개 이사국 담당관 20여명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 가운데는 경수로 사업 중단에 관한 법적, 기술적 문제와 계약 조항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과 핵안전조치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경수로 핵심부품이 인도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경수로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한 대사의 언급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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