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면서 쥐들이 극성이다. 혐오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쥐를 미워하지는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현실적인 피해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 한 두 마리가 집 근처에서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뭐 시골에 쥐가 있기 마련이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뒷간에 있는 휴지통을 뒤집기 시작하면서 쥐들을 쥐놈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추위가 다가오니 쥐들은 화장실의 휴지를 끌어가서 굴 바닥에 깔고 자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천장을 뛰어다니거나 해서 잠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지만 점점 우리 집 근처에서 쥐들에 의한 피해가 커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피해는 홍화 씨앗이었다. 홍화 씨앗이 워낙 비싸서 올해 홍화를 조금만 심었다. 그래도 그 씨앗을 받아 내년에는 많이 심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거두어서 하룻밤을 툇마루에 놓고 잤더니 그 사이 쥐들이 홍화씨를 남김없이 다 까먹어 버린 것이다.
그 억울함이란! 급기야는 여름 내내 손대지 않아서 안심하고 두었던 감자 상자에도 쥐가 침입을 했다. 숨쉴 구멍만 뚫어놓고 틈이 없도록 잘 막아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종이 상자 한 구석을 갉아내고 그 안에 들어간 것이다. 상자 안에는 쥐가 갉아먹어 상처난 감자 뿐 아니라 쥐의 똥이 굴러다녔다.
피해가 없는 감자도 오줌을 싸두어서 지린내가 진동을 했다. 12월까지는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감자들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통째로 삶아 닭에게 주는 수 밖에 없었다.
피해가 늘어나면서 보관하는 방법을 바꾸는 한편 쥐를 퇴치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겨울에는 또 어떤 피해가 있을지 모르는 판에 그냥 방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웃집의 경험을 빌어 쥐덫을 하나 마련했다. 보통 쥐덫을 설치하면 조심스런 쥐들이 여간 걸려들지 않을 뿐 아니라 덩치가 큰 쥐들은 쥐덫을 달고 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쓰는 방법이 통 안에 쥐덫을 설치하는 것이다. 먼저 깊숙한 통 안에 쥐덫을 설치하고 쌀냄새가 솔솔 나는 등겨를 살짝 덮어둔다.
그렇게 하고 나무장작을 통에 걸쳐서 쥐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두면 호기심이 많은 쥐들은 등겨의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통 안에 들어갔다가 쥐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일단 통 안에서 덫에 걸리면 제 아무리 힘 좋은 쥐도 그걸 끌고 통 밖으로는 나오지 못한다.
이 방법을 배워서 덫을 설치하고는 이틀에 한 마리 꼴로 쥐를 잡았다. 쥐를 잡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잡은 쥐를 처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쥐덫을 확인하고, 잡힌 쥐를 물에 빠뜨려 죽이고 나면 마음이 영 좋지 않은 것이다.
대 여섯 마리의 쥐를 잡아 마음 불편한 것도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 집에 고마운 손님이 나타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었다. 야생 암코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목줄을 달아보려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그 후 가끔 멸치를 주고 강아지 사료도 나눠주고 쉴 자리도 마련해 주니 어느새 우리 집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햇빛이 좋은 낮에는 툇마루에 누워서 재롱을 부리고 노는 모습이 이제 우리 식구가 된 듯하다.
덕분에 한참 재미를 보았던 쥐덫은 한켠에 치워두고도 쥐 걱정은 덜게 된 셈이다. 정을 안 붙이는 것이 고양이의 성격이라지만 겨울 동안은 잘 달래서 우리 집에 살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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