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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전통 도시냐 창조적 도시냐

전주를 전통문화 중심도시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전주가 우선적으로 되어야 할 것은, 창조적인(creative) 도시 그 자체다. 전통문화를 억지로 찾아 세워 포장하는 성급함 역시 피해야 할 일이다. 전통의 한 소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왜 전통의 향기를 맡기 위해 전주를 찾아야 하는지를 아무에게도 설득하지 못 한다.

 

우선, 많고 많은 우리 옛것 중에서도 전주만의 독창적인 것(originality)을 찾는 차분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왜 우리 도시가 그것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삼척동자도 당연하게 느낄 수 있도록 사람들 사이에서 설명해내야 한다.

 

전통 속의 대상을 찾기 전에 왜 우리만의 것, 남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것은 전통의 범주를 넘어선 초현대적인 것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먼저 찾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통이란 소재가 아니라 사람들이 믿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도시가 크리에이티브하게 살 수 있는지 확인하는 단서는 바로, 눈에 잘 안 보이는 그것을 찾아내는 데 있다.

 

전통을 오늘날에 맞게 재활용, 재창조하는 것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다름아닌 오리지널리티다. 오늘날에도 먹는 김치와 한껏 개량된 한복 뿐 아니라, 한국형의 버스, 한국에만 존재하는 카페풍습 같은 게 다 전통이다. 차(茶) 문화나 한여름의 패션 아이템이 된 부채처럼 현대의 삶 속에 잘 편입했기에 창의적인 동시에 남다른 전통이 된 것도 많다. 역설적으로, 옛것이 꼭 우리것은 아니다.

 

전주에 대한 기대가 큰 지금, 전통자산을 박물관에 갇힌 것이나 단순한 과거 유산 정도로 제시했다가는 마음의 초라함을 겪을 수 있다. 전통이 그렇지 않듯, 오리지널리티는 옛것만이 아니다. 그것이 단순한 복원이 아니듯, 크리에이티브하다는 것은 또한 새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새로움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급히 모색하려는 들뜬 모습을 한번쯤 되돌아보자.

 

그럼에도 전통에서 출발하는 것은 좋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며, 있던 것을 조합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발견이다. 그것은 신기한 것이나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과정상, 과거의 것을 모자이크하고 수정하고, 또 있는 그대로를 관점을 바꾸어 소개하는 것이다. 독창적인 것은 결과적으로 차별성을 갖게 되지만, 과정상은 관습의 힘을 통해 누적되어 만들어진다.

 

결국 창조적인 문화도시는 전통의 영역이나 대상을 잘 선정하는 것보다, 전통의 요소를 발견하여 주민들이 이를 키우도록 합의하는 과정이 독창적이고도 현명해야 한다. 전통문화를 중심에 두는 도시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의 소산 중에서 아름답고 기분좋고 선한 것을 계속 키우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흔히 전통이라고 부르기 쉬운)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옛것을 붙이기도 하고, 새것을 접목하기도 한다.

 

전주는 지금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안이영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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