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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다양한 주체를 배려하는 지역문화

지역문화는 다양한 주체를 고민하고 배려해야 한다. 중앙에 몰리지 않는 지역간 균형과 다양성을 주장하면서 그 지역 내부에서 다양성을 잃는 것은 건강한 지역문화인의 모습이 아니다.

 

전주를 문화도시로 만들고, 전주의 한 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 때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도시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한정된 대상집단을 중심으로 문화지대를 만들어나가게 되어있다. 하지만 한 지역이나 도시 문화정책을 최초에 세우는 사람들은 그 지역의 모든 구성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해나가야 옳다. 마찬가지로 행정적으로 문화지구를 설정하는 사람들은 중심에 설 집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꿈꾸고 일궈나가는 사람들은 지역주민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야 한다.

 

서울의 신촌 홍대앞은 지난 십 년간 그에 관한 교훈을 던져주었다. 대학 캠퍼스는 신촌의 상인이 그곳을 흐려놓았다고 비판하지만, 신촌문화를 연구하고 문화운동을 지속하는 학자와 대학인은 많지 않다. 홍대앞의 예술가들은 홍대앞의 유흥가와 상인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땅임을 주장하지만, 그 지역주민이나 보행자를 위한 고민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한편, 주민이라는 개념이 꼭 주민등록상의 정주자는 아니며 그 지역을 사랑하고 일구는 이들이 모두 주민의 자격과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신촌이나 홍대앞의 주인이라고 외치는 예술가나 카페주인, 상인, 그리고 대학인 등을 바라보면 늘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또, 누가 홍대앞의 주인인가를 말할 때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보행자들’이다. 부도심의 명소거리를 걷고 이 문화환경을 향유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몰려오는 보행자들에게 꿈틀거리는 문화적 힘을 의존해온 그 거리는 의미가 없다. 손님과 관광객을 생각하는 것 역시 그 지역의 수입거리라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관광객은 그 무대의 주인이기도 하니까.

 

서울의 신촌문화와 홍대앞 문화가 특히 주장하는 것은 ‘정서적 거주자’다. 이떤 이들에게는 지역문화 활동가 같은 말 대신 ‘주민’의 개념과 지위가 필요하다. 자신들의 정체성이 지역을 운동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진짜 애착을 갖고 살아가는 곳으로 보는 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상인 역시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마찬가지로 대접해주는 게 옳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 지역의 문화성장에 기여하는가 하는 문제만 남을 뿐이다.

 

서울의 이 지역에서 가장 제외되는 주인공은 불행히도 지역주민이었다. 홍대앞의 한 주민이 화려한 앞거리가 아니라 동네로 들어오는 뒷골목은 모두 지역주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나 상인이 아니라 주민들 잘 살도록 하는 조성책, 즉 후경을 잘 가꾸는 사업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전주는 전통문화중심도시이며, 올해 문화의 날 행사 개최지가 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를 열기 전에, 문화적인 땅이 먼저 되어야 한다. 비록 전통문화가 풍부하며, 이름 있고 개성 있는 지역축제도 많지만, 우선 사람들이 모여드는 터가 되어야 한다. 문화가 모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문화가 생성하는 지역 말이다. 이것은 예술가나 전통문화인 뿐 아니라, 노인과 청소년, 동네주민을 위한 공간들이 다 숨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전주나 전북의 작은 도시 안에서 이런 문화지역을 그릴 수 있을 때, 자꾸 늙어만 가는 신촌이나 홍대앞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안이영노(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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