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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지방행정의 '경영마인드'

농업개방 자유경쟁시대를 맞아 농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다. 정부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농업발전을 위해 42조 원을 투입했다는데도 농촌의 현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앞으로도 무려 119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투자만 많이 하면 농업이 정말 회생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효율적인 투자와 관리를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원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 따라 적재적소에 적정규모로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예산을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고 표의 논리에 의한 선심성 배분이나 전시성 투자가 되면 안 된다.

 

전국 어느 농촌을 가나 ‘농공단지’라는 게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동되고 있는 공장이 평균 40% 미만이라고 한다. 90년대 초 문민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나도 앞 다퉈 농공단지를 무리하게 조성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농공단지의 적정규모, 사업성 및 시장전망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실행했고 사후관리도 허술했기 때문이다. 실로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지난여름 어느 ‘농촌체험마을’이라는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 숙박시설은 지자체에서 4억여 원을 지원하여 만들었고 별관 농촌체험관은 2억여 원을 들여 지었다는 현대식 시설이다. 그런데 농번기로 바빠서인지 모르지만 잠자고 먹는 것 이외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마땅한 프로그램도 안내자도 없었다. 하드웨어는 갖추어져 있는데 소프트웨어는 없는 격이다.

 

하기야 도회지 사람들이 농촌 풍경을 보고 밤하늘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농촌체험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뭔가 색다른 체험거리가 없이 외지인들이 또 다시 찾아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그렇게 되면 그 시설은 농촌 소득증대에는 별 기여함이 없이 재원낭비에 그치기 십상이다.

 

관할 행정기관에서는 체험마을 시설을 만들어 준 것만으로 만족하고 그 이후는

 

마을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 것이 바로 우리 행정의 맹점인 것 같다. 행정기관은 농촌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를 보자. 한 사업을 실현키 위해 치밀한 사업성 조사를 하고 시설투자 재원을 마련키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좋은 제품이 나오게 하고 판촉홍보는 물론 사후 A/S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이 잘 안 팔리고 회사는 결국 망하고 만다. 효율적 투자를 하고 반드시 이익을 창출해 내려는 노력과 의지 그것이 바로 ‘경영마인드’이다.

 

공공행정을 하는 사람들은 정책의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정책을 수립하고 재원을 투입하는 데 까지는 잘 한다. 그러나 그 이후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현하여 소기의 투자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소홀한 것 같다. 이는 아마도 ‘투자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그 기업은 결국 망한다’라는 투철한 기업적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탓 아닌가 싶다.

 

농촌이 농사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문화자산이든 자연자산이든 지역특성에 맞는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 외지인들이 많이 다녀가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간에 경쟁적으로 각 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부디 혈세의 낭비 없이 농촌경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구태의연한 행정의식에서 벗어나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갖춰야만 한다. 그 것은 먼저 국가 예산을 내 돈같이 아깝게 생각하면 된다.

 

/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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