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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셋째'

한(韓)민족 최고(最古)의 경전이라는 천부경(天符經) 첫 대목에 '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一始無始一析三極無盡本) 천일일지일이인일삼(天一一地一二人一三)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풀어보면 한 인간의 탄생과 함께 세개의 극이 형성되니, 그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원리는 하나에서 출발하지만 세상의 근본은 셋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 대사상가였던 노자도 그의 저서 도덕경(道德經)에서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이라 하여 원리는 하나지만 세상 모든 사물은 세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파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셋'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애착을 갖는 것도 이와 무관한 것 같지가 않다. 혹자는 사람이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3'의 의미가 각별하다고 논리비약까지 하지 않던가.

 

어쨋든 우리는 셋이라는 숫자에 무척 익숙해져 산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하루 식사도 세차례요, 노크를 할 때도 세번, 기합을 넣을 때도 하나 둘 셋을 외친다. 또한 교통신호등도 빨노파로 3원색, 미적가치도 진선미로 세가지, 교육목표도 지덕체로 삼위일체를 지향한다. 속담에서도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 '셋째 딸은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며 셋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무슨일을 할 때도 '삼시세판'이라고 해서 세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 일상화 되다시피 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세상의 근본을 이룬다는 숫자 '셋'이 한때 무척 괄시를 받은 적이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전국 방방곡곡을 도배질하던 시절, 셋째 아이부터는 퍽도 푸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학비 지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의료보험혜택에서까지 제외가 될 정도였으니까 그 설움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라 살림 축낸다고 셋째 우습게 보더니 댓가 한번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개인주의가 심한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1.89명과 1.64명,애 안낳기로 유명한 일본이 1.33명인데 우리나라는 1.17명이다. 당연히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둘이 하나씩 낳다보면 인구가 반쪽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요, 인구가 반쪽이 되면 우리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길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세상의 근본이 셋이라는데 그 근본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누구 아는 사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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