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國選) 변호인 선정 범위를 확장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지난달 20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미 예견된 것처럼 형식적인 변론에 그치고 있다.
피고인들이 성실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인정한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린다면 보완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피고인이 경제사정 등으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변호인을 선정해 국가비용으로 변론을 맡기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33조는 피고인이 미성년자(만 20세 미만)이거나 70세 이상의 노인일 경우에는 피고인의 청구가 없더라도 사선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지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전북지역 국선 변호인단은 전주지원 21명, 군산지원 13명, 정읍지원 7명, 남원지원 2명 등 모두 43명이 선임돼 있다. 그러나 대개는 변론다운 변론을 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변론이 이뤄지고 있다. 업무과중에다 형편없는 변론비용, 변호인의 의욕상실 등이 큰 이유다.
실제로 국선변호인 1명이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3명에 대해 연속적으로 변론에 나서는 형편이고, 변론 시간 역시 고작 2∼3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3건을 모두 합해야 10분을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영장실질심사가 개정되기 1시간 전에야 피의자 접견이 이뤄지는 판이니 변론을 준비할 겨를도 없다. 국선변호사 대부분이 사선(私選) 변호사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사건을 동시에 맡는 일도 다반사다. 이러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건 내용을 검토할 여력이 없고, 자연히 변론내용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국선변호 제도를 운용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이런 식이라면 형식적 겉치례에 불과하다.
국선변호인만 탓할 일도 아니다. 이들 보수는 1건당 1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업무는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 정식 재판까지 모든 변론을 책임져야 한다. 돈은 적고 업무는 과중하니 의욕을 갖고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국선변호를 기피하는 사례도 많다.
실상이 이러할 진대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론이 취지라면 적어도 이런 취지가 재판 현장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선 변호인 역시 피고인의 인권과 성실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생각한다면 사선 변호인 못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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