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의 장례가 5일장 형태의 국민장으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최 전 대통령은 오는 26일 영면하게 됐다.
자신을 격랑의 소용돌이로 몰고갔던 '10.26' 사태가 있은지 꼭 27년이 지난 '그날', 영욕과 질곡의 삶을 뒤로 한 채 이승과 하직을 고하게 된 셈.
정부는 23일 중앙청사에서 한명숙(韓明淑)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계획안'을 원안대로 의결, 26일 경복궁 뜰 앞에서 영결식을 엄수한 뒤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에 안장키로 했다. 이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79년 10월26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부하의 총탄에 맞아 갑작스레 서거한 '10.26 사태'는 외무부 장관을 거쳐 4년간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는 등 공직생활에서 승승장구하던 최 전 대통령을 혼돈의 회오리 속으로 내모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최 전 대통령은 5년간 외무부 장관을 역임한 것을 비롯, 71년 대통령 외교담당 특별보좌관을 맡아 두 차례 평양에 특사로 파견되는 등 정통 외교관료로서 박 전 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4년간 국무총리를 맡긴 것도 신뢰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한일회담 등을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하는 등 개발독재의 오명을 안고는 있지만 경제발전에 매진하던 그 시절, 대표적 관료로서 한 획을 그었다.
특히 73년 오일쇼크 때 박 전 대통령의 외교담당 특별보좌관 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파이살 국왕과의 담판을 통해 종전 수준으로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귀국후 박 전 대통령이 등을 두드리며 "자네가 일등공신이야"라고 칭찬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 전 대통령도 후일 지인들에게 "나는 박정희 사람"이라고 술회했을 정도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의가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계획안에 따라 장례비를 위해 국고에서 일정 정도의 예비비가 지원되며, 이날 하루 전국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해야 한다.
장의위원장은 한 총리가, 3부 요인과 각 정당대표, 친지와 그 외 저명인사들이 고문직을 각각 맡게 되며 부위원장단은 여야 국회부의장과 선임 대법관, 3명의 부총리, 감사원장으로 구성된다.
또 입법.행정.사법 3부의 장관급 이상과 사회단체 대표들로 이뤄진 장의위원단과 행자부 장관, 국가보훈처장, 국정홍보처장으로 이뤄진 집행위원장단도 구성된다.
장례 관련 세부 사항은 주무부처인 행자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별도 정부 지원단을 구성해 장의절차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관계부처의 협조를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의안 심의에 앞서 묵념 절차가 진행됐으며 한 총리를 비롯,국무위원 전원이 검은색의 조복 차림으로 참석, 고인을 애도했다.
최 전 대통령의 한 지인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최 전 대통령의 장례일이 10월26일인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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