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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소나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 소나무다. 산림청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6.1%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그 다음이 은행나무 9.1%, 단풍나무 3.2%, 느티나무 1.7% 순이었다.

 

소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있는 대표적인 상록수다. '변함없는 푸름'과 함께 친근감을 준다. 오래된 낙락장송은 자태가 웅장하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수려하다. 또 작고 어린 소나무도 의젓한 기품이 느껴진다. 이러한 소나무의 품성은 오랫 동안 우리의 몸속에 체화(體化)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소나무를 백목지장(百木之長)이요, 만수지왕(萬樹之王)이라 했다.

 

우선 소나무는 부정을 물리친다고 생각했다.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목(洞神木)이나 산신당의 산신목(山神木)으로 소나무가 쓰였다. 신당(神堂) 주변, 또는 출산이나 장을 담글 때 치는 금줄에는 반드시 소나무 가지를 꽂았다. 그리고 궁궐 축조시에도 오직 소나무만 사용했다. 경복궁 복원이나 2003년 근정전 복원시에 쓰인 목재는 육송이었다. 다만 근정전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고주(高柱)는 국내에서 맞는 육송이 없어 미국산을 사용했다.

 

또 옛 선비들은 소나무를 절개의 표상으로 삼았다. 이이(李珥)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송·죽·매를 꼽았고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벗으로 쳤다. 김정희 역시 세한도(歲寒圖)에서 송백(松柏)을 그려 의리를 지킨 제자에게 주었다.

 

한편 소나무는 부(富)와 성공을 상징했다. 꿈에 소나무를 보면 벼슬을 할 징조고, 솔이 무성하면 집안이 번창하며 송죽 그림을 그리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해몽했다. 그래서 일까.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별장에 정원수로 온통 소나무를 심었다. 부호들이 많이 사는 서울 성북동에도 소나무 조경을 한 주택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이밖에도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목(長壽木)으로 꼽힌다.

 

소나무는 가격도 비싼 편이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현관앞에 심은 소나무는 당시 3000만원이었다. 수령이 100년 가량으로 지금은 1억5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소나무는 한국적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나무다. 공해에도 의외로 강하다. 전주 한옥마을에 가로수로 심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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