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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닥나무

어렸을 적 닥나무 껍질은 팽이치기에 아주 좋았다. 닥껍질로 만든 채찍은 팽이에 착착 감기는 맛이 그만이었다. 질기고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쇠구슬을 박은 팽이가 이 채찍을 맞으면 굉음을 내며 무섭게 돌아갔다. 그런데 이 닥나무 껍질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다 손에 넣으면 여러 겹으로 접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였다.

 

이 닥나무가 다시 각광을 받을 모양이다. 종래 한지의 원료로서 뿐 아니라 부가가치 높은 섬유제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저상(楮桑)이라고도 부르는 닥나무는 산기슭의 양지바른 쪽이나 밭둑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높이가 3m에 달하며 나무껍질은 회갈색을 띤다. 닥나무가 종이원료로 사용된 것은 고려시대부터로,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 닥나무 재배를 장려했다고 한다.

 

닥나무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려면 먼저 줄기를 1-2m 길이로 자른다. 이것을 밀폐된 솥에 넣고 증기로 2시간 가량 찐 다음 꺼내어 껍질을 벗긴다. 이 껍질을 그대로 말린 것이 흑피(黑皮)고 흑피를 물에 불려서 표피를 긁어 벗긴 것이 백피(白皮)다. 흑피는 하급지의 원료로, 백피는 창호지나 서류용지, 지폐 등의 원료로 쓰인다. 조선시대에 닥나무 껍질로 짠 섬유를 저포(楮布)라 했고, 닥종이로 만든 돈을 저화(楮貨)라 해서 통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닥나무 추출물이나 유용성 감초 추출물 등이 미백기능이 있다고 해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

 

전북도가 이 닥나무를 대대적으로 활용해 영세한 섬유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계로 재구축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트렌드인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건강한 삶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포스트 웰빙)를 겨냥한 것이다. 한·미 FTA체제에서 섬유산업은 우리가 미국보다 강점을 가지는 분야다. 또 개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보다 앞으로는 미래의 환경보전까지를 생각하는 소비패턴이 자리잡아 전망이 밝은 편이다.

 

닥나무로 만든 섬유제품은 항균성과 소취(냄새제거) 기능이 우수한데다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해 로하스 제품으로 적격이다. 천연소재를 활용하는 이 프로젝트가 대구·경북의 밀라노 프로젝트를 능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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