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BS TV가 방영한 기획물인 ‘아메리칸 하이킥, 익스트림 마샬아트의 도전’은 지난 50여년간 미국 무술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태권도가 익스트림 마샬아트(XMA)에 위협받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태권도 위기 탈출을 위한 과제를 태권도인들에게 던져준 셈이다.
XMA는 미국인들이 한국의 태권도, 일본의 가라테, 중국의 우슈 등 전통적인 동양무술에 체조, 서커스, 댄스들을 가미해 만든 신종 무술 장르다. 화려하고, 빠른, 미국적인 신종무술 익스트림 마샬아트가 지금 매서운 기세로 미국 무술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열리는 XMA 대회는 칼과 장봉, 쌍절곤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들이 출전해 신나는 음악속에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관중을 사로 잡는다. 대회는 유료채널인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익스트림 마샬아트의 열풍속에 한국의 태권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수십년간 태권도를 지도해 온 미국 각지의 도장들이 XMA를 가르치고 있다. 태권도 용품 판매점들도 한국산 태권도 용품 대신 미국산 XMA 용품들로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익스트림 마샬아트의 열풍이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가뜩이나 태권도는 팬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한때 퇴출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며, 중국은 스포츠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으로 태권도가 자신들의 우슈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한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변화와 도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속에서 한국 태권도는 종주국의 권위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힘겨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누구나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무술로 보편화 하는 한편 ‘생활 속의 도(道)’를 추구했던 우리식 전통문화와 혼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수련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이 일을 태권도공원이 주체적으로 맡아 해야 한다. 그런데도 태권도공원은 부지가 결정된지 2년이 넘도록 아직 전체 사업비와 규모조차 확정짓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도 하루 빨리 태권도공원을 조성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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