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출신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인 야구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충주성심학교와 배재고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대0으로 뒤진 성심학교 선수들이 7회말 공격에 들어갔다. 이번 회에 점수를 못내면 콜드게임 패. 송영태 선수와 장영태 선수, 손창기 선수가 차례로 삼진 아웃됐다.
또 패배다. 2002년 9월 팀 창단이후 전국무대 본선에서 9전9패. 그러나 선수들과 감독의 얼굴에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 보다 1승이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새로 싹트고 있었다.
청각장애 학생만 입학이 가능한 특수학교인 충북 충주성심학교의 사령탑은 바로 군산 중앙초등학교와 남중학교, 군산상고, 원광대를 졸업한 전북출신(군산) 박상수 감독(39·소룡동)이다.
“청각장애가 생긴 뒤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소리를 돌려주고 싶어요. 장애인도 야구라는 룰 안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답니다.” 프로야구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촉망받는 외야수였던 그는 지금처럼 능숙한 특수체육 감독이 되기까지 두 번의 큰 좌절을 겪어야 했다. 프로 선수로 활동한 지 2년이 됐을 무렵인 1995년에 경기 중 슬라이딩을 잘못해 어깨와 무릎을 다쳐 6급 지체장애인이 됐고, 야구 인생을 접고 사업하던 중 선배에게 사기를 당해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날려야 했다. 연이은 실패로 일어서고 싶은 의지조차 없을 정도로 절망이었다.
“내가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건 역시 야구더라고요.” 박 감독은 야구 지도자의 길로 진로를 바꾼 뒤 2002년부터 1급 야구 경기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그는 현재 1·2급 야구 경기지도자, 생활체육경기지도자 1·2급, 소프트볼경기지도자 1급,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 심판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특수학교 감독직을 제의받은 뒤 첫 경기인 2003년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까지만 직을 맡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눈에 밟혀 떠날 수가 있어야죠.” 군산에 살고 있는 가족과 떨어져 학교 앞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인 박 감독. 그는 8일 고향에서 달콤한 하루를 보낸 뒤 장애인 친구들에게 야구의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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