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친지나 이웃끼리 모여 덕담을 건네며 한해의 기원을 나누는 날이다. 특히 설날은 어린이들에게는 마냥 즐거운 날이다. 열심히 발품을 팔면 세뱃돈으로 몇달치 용돈 정도는 너끈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뱃돈을 주어야 할 자녀나 조카가 있는 어른들은 일부러 은행에 찾아가 빳빳한 새 지폐를 미리 준비하는 일도 연중행사의 하나라 할 수 있다.이왕이면 새돈으로 주는 것이 새뱃돈을 받는 청소년들을 기쁘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뱃돈을 주는 것은 아시아권의 설 풍속이다. 세뱃돈 풍습의 원조격인 중국에서는 아침에 자녀들에게 ‘야쑤이첸(壓歲錢)’이라는 세뱃돈을 붉은색 봉투인 홍파오(紅包 )에 넣어 주면서 “돈 많이 벌으라”는 덕담을 함께 건넨다. 중국인들은 붉은 색을 행운의 색깔로 여겨왔기 때문에 돈을 붉은 색 봉투에 넣어주는 것으로 새해 첫 출발의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에서는 큰 절은 안해도 ‘오도시다마’라고 쓰여진 봉투에 새뱃돈을 넣어 준다. 베트남에서는 빨간 봉투에 새 지폐를 담아주는 ‘리시’라는 관습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세뱃돈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조선 순조때 당시 세시풍속을 빠짐없이 기록해놓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설날 덕담 풍습은 자세히 들어 있지만 세뱃돈에 관한 기록은 없다. 세뱃돈 대신 세배하러온 성년들에게는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아이들에게는 떡과 과일을 내어주었다. 그러던 것이 경제성장 이후 세뱃돈은 우리나라에서도 관습처럼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우리의 풍습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세뱃돈도 이젠 사이버머니로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 실제 일부 청소년들은 오프라인 돈의 가치 보다 사이버머니인 ‘도토리’의 체감가치를 훨씬 크게 느끼고 있다. 사이버머니를 새뱃돈으로 챙겨 주는 젊은 삼촌들의 인기가 높은 이유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 세대들로서는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얘기다. 나이 들면 세뱃돈 주기도 어려운 세상이라는 푸념이 나올 법도 하다.
세태가 변하는데 옛날만을 생각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해가는 풍습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세뱃돈으로 사이버머니를 줄 줄 아는 방법정도는 익혀야 할 때일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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