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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술과 쑥국 - 이광연

이광연(한의사·경희대외래교수)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속을 차려야 되는데 나는 불혹이 반 정도 지났는데도 여전히 속을 못 차리고 지내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술 때문인데 진료를 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해서 마신다는 알량한 이유를 대보지만 사실은 자제력과 통제력이 부족한 나의 변명일 뿐이다.

 

나의 첫 음주경험은 고등학교 일학년 여름 방학 때였다. 완산칠봉 정자에서 불량하지 않은 친구들과 우연하게도 마셨던 샴페인이 나의 첫 취함이었는데, 요즈음은 그런 기분을 너무 자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너무 연속적이라는 거다.

 

불쌍해 보이는 날 위해 집사람은 해장에 좋다는 북어국, 배추국 콩나물국 등을 자주 끓여주는 편인데 오늘은 평소의 메뉴와 다르게 쑥국을 끓여 주는 게 아닌가,

 

아니 서당귀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한의사와 살면서 술국도 동의보감에 입각해서 끓이는 것 같아 쑥이 술해독에 좋은 줄 알고 끓였냐고 물어 보았더니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한의사가 봄나물을 이야기 하면서 쑥이 영양가도 많지만 주독을 풀어주는 아주 좋은 야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다 .

 

참 고마운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집사람에게 해장국을 덜 끓이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오래갈지 ,,,,

 

어렸을 적에 봄이 되면 할머니와 함께 양지바른 정자울이라는 우리 밭이 있는 곳으로 쑥을 자주 캐러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봄철에 많이 캐는 쑥은 식용과 약용으로 함께 쓰이는데 아마도 최고로 많이 쓰이는 약재일거다.

 

세계 최초로 마취수술을 성공시킨 명의이자, 조조의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수술을 해야 한다고 조조에게 제의를 했다가 조조의 오해로 죽임을 당한 최고의 명의 화타에게 어느 날 간장병 환자가 찾아왔다.

 

진찰결과 화타도 고칠 수 없어서 그냥 돌려보냈는데 반년이 지나 우연히 만난 그 사람이 죽기는커녕 건강하고 쌩쌩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화타가 그것을 보고 하도 신기해서 어떻게 해서 병이 나았느냐고 반문하자 "먹을 것이 없어서 그냥 쑥만 먹었더니 그냥 신기하게 낳았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쑥은 정말로 대단한 약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의초( :?)라고 불리는데 단군신화에도 등장하고, 이차대전 때 원자폭탄 투하로 잿더미가 된 히로시마에 가장 먼저 돋아난 식물이 바로 쑥이라고 한다.

 

그만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식물로 봄철에 식욕이 없을 때 입맛을 돌게 하고 간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영양소들이 많아서 특히 간 건강에 특히 좋다.

 

또 쑥은 해로운 음식과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서 알게 모르게 쌓이는 독성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해주고, 정화시켜주며 술로 인해서 손상된 간기능을 회복시켜주는데 최고다.

 

영양학자들은 쑥에는 우유보다 칼슘2배 철분은 육류보다 4배 비타민 C는 오이보다 3배 이상이 들어있어서 봄철 최고음식으로 꼽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도 "쑥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수족냉증과 하복부냉증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부인병중 생리불순 임신 중 하혈 태반이 조기박리 될 때 또 남성들의 정력이 현저히 감퇴될 때도 효과가 뛰어나다."라고 기록되어있다.

 

그래서 옛날 우리 어른들은 봄 삼월의 애쑥은 산촌 처자를 쌀찌우게 한다고 했나보다.

 

/이광연(한의사·경희대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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