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섭(경제부 부장)
최근들어 도내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부쩍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4개의 크고작은 건설업체가 부도를 냈고, 4곳의 아파트 신규분양에서는 청약률 0%를 보이는 등 유례없는 불황의 그늘 속에 허덕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건실하고 양심적이라고 생각해 온 한 업체도 최근 부도를 냈다. 뒷얘기를 들어보니 몇군데의 현장을 가지고 있던 이 회사 대표는 오르는 원자재 가격에 사업을 계속 진행하다가는 더 큰 빛을 지고 주변에 많은 손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결심 속에 부도를 냈다고 한다. 어쨌든 '부도'라는 것은 욕먹어 당연한 일이지만,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회사가 견실하든 현장을 많이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현장의 어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숨죽이고 있는 업체들이 부도위험이 적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전주시내에는 대형 크레인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어디 한 곳에서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처럼 건설경기가 바닥을 기는 사태는 IMF시대에도 없던 일이라는 통탄의 목소리이다.
지역 금융가에서는 연말 위기설이 돌고 있기도 하다.
도내 어음 부도율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고 가계 빚에 대한 연체율도 계속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농업도 연말쯤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이다. 외국산 곡물가 인상과 늘어만 가는 농산물 수입, 비료와 사료·면세유 등 원재료값 상승 문제로 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농가파탄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이다.
최근의 경제상황 악화를 IMF시대에 견주는 일이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IMF때의 전북경제는 오히려 큰 위기가 없었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IMF는 전북땅에 늦게 찾아와서 길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으로, 전북의 산업구조 취약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대단한 산업체 하나 없었을 뿐더러 도내 산업체들이 그만그만한 업종이어서 수도권이나 영남권의 타격에 비하면 '큰 풍파'는 피해 갔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2% 경제니 3% 경제니 자조의 목소리를 내온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극으로 치닫는 듯한 경제상황이 자꾸 어깨를 쳐지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국가경제에 대한 시니컬한 얘깃거리가 회자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이 가마솥에 가득 해 놓은 밥을 전두환·노태우대통령이 다 먹었고, 김영삼대통령이 누룽지까지 긁어 먹어 더 이상 먹을 게 없던 노무현대통령은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놨다고. 그런데 이명박대통령이 전기밥솥 코드가 100W인지 220W인지 몰라 코드를 잘못 끼우고 있다는 '실 없는 얘기'이다.
비록 우스갯소리에 불과하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는 깊기만 하다.
국가경제의 큰 틀에서 전북경제의 상황을 바라본다면 더욱 좌절감이 커지기만 한다.
그러나 한숨만 쉬고 있는 때는 아닌 것 같다. 최근 일본의 재래시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재래시장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지역에서 생산된 산품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사회적 공동의식이었다.
전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가나자와시의 경우도 '카가요리'를 일본 최고의 전통음식으로 올려놓기까지 지역민들이 생산한 청정 농산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았기에 가능했다는 전언이다.
전북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유망기업 유치에 나서고, 내고장상품 애용하기 등을 위한 새로운 기획이 나와야 한다.
현실의 어려움을 가슴으로 헤쳐 나갈때 희망의 불빛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대섭(경제부 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