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호(익산본부장)
지난 3-4년전 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무원 신(新)10계명'이란 글이 올라와 당시 큰 화제를 남긴바 있다.
그간 공무원 사회에 나돌던 '공무원자격 10계명'과 구별되면서 당시에 폭발적 클릭수를 기록했던것으로 기억난다.
많은 우스갯 소리와 뒷얘기 거리를 남겼던 공무원 신 10계명은 비록 신(新)자가 붙여졌지만 냉소적이고 자조적이었던 표현이나 부정적으로 왜곡된 시각에서 비춰볼때 신,구 10계명 모두 변함 없는 내용을 갖고 있기에 우리 모두로부터 높은 인기 검색어로 손꼽혔다.
구 10계명은 공무원의 자격을 제시하고 있다.
먹고살만큼 재산이 있고 배우자가 직업을 가진 자, 취미생활에 관심이 없어 밤 12시에 퇴근하거나 공휴일이 없어도 되는 자, 운동선수같은 체력이 있어서 산불끄기 수해복구 벼일으켜세우기 등 육체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자 등을 대표적인 공무원 자세로 꼽았다.
왕따가 되어도 좋고 민원인들에게 멱살을 잡혀도 웃을 수 있는 자, 승진 봉급 연금 등에 관심이 없는 자도 공무원의 자격 기준으로 내세웠다.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 조건을 시대적 상황에 맞춰 풍자한 것 같아 당시 우리 모두를 한번 크게 웃게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신 10계명은 한낱 우스갯 소리로 넘기기에는 뒷 맛이 영 개운치 않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적극적인 공세로 최대한 이득을 취하라는 내용들이어서 뒷 맛이 다소 씁쓸했다.
먹을 수 있을 때 즉시 챙겨라, 퇴직금 담보해서 빚을 내서라도 증권, 부동산에 투자하라. 상사에게 상납을 잘하고 예스맨이 되라….
더욱 극단적인 내용도 있다.
국가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하라.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지 말라. 시간외 근무 출장 등으로 깎인 체력단련비를 보충하라.
힘겨운 일과 박봉에 시달리는 어느 공무원이 불평과 불만을 이런 식으로 토로하고 있었다.
당시 공무원 사회에 떠돌던 이같은 내용의 10계명을 접한 상당수 일반 국민들은 만일 공무원들이 정말로 이 '계명'들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받아들여 실천에 들어갈 경우 우리의 공직사회는 분명 난장판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지금처럼 나라 경제가 어렵고 힘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는 어려운 시기에 공직자들마저 당시의 10계명 대로 행동한다며 과연 나라가 어떻게 될까 하면서 몇 년전의 얘기거리를 끄집어 내 봤다.
재차 떠 올려보기도 싫은 우려와 걱정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믿고 기대것은 성실한 공직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새로운 공무원 십계명이 다시 나와 함께 공감하며 크게 한번 웃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문득 떠오른 고사성어를 옮겨 본다.
위나라 문후가 재상 임명을 위해 이극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제 동생인 성자와 적황중 어떤이가 재상에 적합 합닌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극은 문후에게 다섯가지 사항을 진언한다.
"평소에 지낼때는 그의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때는 그가 취하지 않는것을 살피십시요"라고 말했다.
위나라 재상으로 성자가 발탁됐다.
그는 자신의 소득중 10%만 생활에 쓰고 나머지 90%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용했다.
재상으로써 적임자 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 가빈사현처(家貧思賢妻)·국난사양상(國難思良相)이다.
즉, 어려운 시기에는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필요하다는데에 비유되는 이 말은 집안이 가난하면 어리 아내를 그리게 되고(家貧思賢妻), 나라가 어지러울 때 훌륭한 재상을 그리게된다(國難思良相)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 모두가 힘들어하는 요즘, 우리 모두에게 청량제가 될수 있는 새로운 공무원 10계명이 나와 한번 크게 웃어봤으면 좋겠다.
/엄철호(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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