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사회부장)
미국발 악재에 국제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자연히 국내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00선을 넘보던 코스피지수가 맥없이 추락을 거듭하더니 1,500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5%나 급등,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고, 인플레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또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부동산 세금폭탄 제거에 나섰다. 세금폭탄은 부자 뿐만 아니라 서민들을 괴롭히는 큰 요인이다. 막대한 세금 부담이 돈의 흐름을 저해하면서 전체 경제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관공서에서는 승용차 홀짝수제를 시행하고, 에어컨은 27℃에 맞추고 있다. 전주지검 등 관공서에서 에어컨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요즘 풍경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자전거·시내버스로 출근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경제가 어렵다. 벌써부터 예고된 공공요금의 하반기 인상은 서민들의 가계를 더욱 주름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법원·검찰 주변 경제는 기름값 파동, 금리 인상, 증시 추락 등과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경제가 나빠졌다고 각종 사건과 소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법원·검찰에는 항상 넉넉한 사건과 재판이 있고, 공무원들은 일에 바쁘다. 도내 법조 주변에는 100여개의 변호사 사무소와 200여개의 법무사 사무소가 집중돼 있지만 그들이 '일거리가 없어 파리 날리는 일'은 없어 보인다.
일반인들은 진정서, 고소장 하나 작성하려고 해도 법무사 또는 변호사를 찾아가는 세상이다. 로스쿨 첫 선발이 2009학년부터 있지만, 그들이 사회 각계에서 일반적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최소 5년 이후다.
범죄 용의자가 검거되면 변호사가 붙어 구속영장 단계부터 일이 시작된다. 기소된 후에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빼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재판이 진행되면 양형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변호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굵직한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어 법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매번 재판때마다 수많은 방청객을 몰고 다니는 국회 김세웅·이무영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에는 10명 이상의 변호사가 선임됐다. 이 사건 재판은 원심 판결 후 항소와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또 그에 따른 변호사 선임 비용도 치솟을 것이 확실하다. 김 의원의 경우 지난 28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내역에서 2억원이 넘는 적자 자산을 신고한 바, 의정비 상당부분을 변호사 선임비로 써야 할 처지로 보인다.
지난 25일 1심 선고가 내려진 전주시와 현대건설의 민사소송, 전주시가 전북도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막대한 지자체 예산이 변호사 비용으로 들어간다. 특히 헌소 사건의 경우 양측 모두 대법관 출신의 쟁쟁한 변호사를 선임, 그 액수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들 몇가지 사건에 따른 막대한 변호사 비용은 굳이 적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변호사들에게 지불되고 있는 이 돈은 공직자(공직후보)들이 법을 제대로 지켰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고, 의정활동과 주민 복리증진에 쓰일 돈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들이 승소해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상태가 됐더라도 흠결인 것은 분명하다.
/김재호(사회부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