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문화교육부장)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 경우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계급장 떼고 붙자"고 했지만, 현 정부는 "체급을 무시하고 드잡이 하라"고 한다. 100㎏ 무제한급과 40㎏ 플라이급을 맞붙인다.
엊그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8 우수 인력양성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원내역을 봐도 그렇다. 대학을 둘러싼 지역의 여건이나 환경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72개 전문대학이 모두 497억원을 지원받았는데, 도내는 전주기전대학 단 한 곳에 불과하다. 10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학교가 20 개나 되지만 기전대학은 2억5000만원이다. 전국 예산대비 0.5%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업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적으면 2∼3개씩은 선정되는게 보통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가장 큰 이유다.
예전에는 각 학교가 사업계획서를 내면 교과부가 이를 평가해서 지원여부를 결정했다.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전문대학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학교의 의지나 노력은 아무런 영향을 못미친다. 과거에는 보조자료로 쓰였던 각종 지표들만이 평가 대상이 된다. 학생들의 취업율과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율, 1인당 교육비 등이다.
언뜻 들으면 시장경제논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평가인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경우 학교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평가를 좌우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지역의 낙후정도이다.
실제로 전문대학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은 지방의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전문대의 취업율은 지역의 중소기업 사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북의 경우에는 중소기업이 튼실하지 못하다. 산업여건이 전국에서 가장 나쁘다.
재학생 충원율도 마찬가지다. 한때 250만명을 넘어섰던 전북도의 인구는 이제 180명선도 무너졌다. 학생충원 기반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학생들의 수도권 유출은 날로 많아지고, 수도권학생들의 지방대 전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지역의 낙후가 대학평가에 영향을 미쳐 지방대학의 몰락을 가져오고, 지방대학의 몰락이 인구유출을 가속화시켜서 지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지역에 있는 전문대학들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여건만을 탓하기 보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해왔는지, 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 전반의 문제다. 새 정부는 학교자율화정책은 겉으로는 기업경영 방식이고 효율이고, 합리성을 따지는 것 같다. 그러나 내용적을 들어가보면 잠재력 있는 숨은 인재를 찾아서 키우기 보다는 강남의 행운아들을 우대하는 정책이다. 결국에는 이 나라가 한쪽에서는 비만에 걸려 신음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영양실조로 시들어갈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은 있을 수 있지만 도별 안배는 없습니다. 지역의 특성이나 격차를 인정하면 뜻하지 않게 역차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간 격차를 무시하는 교육부 관계자의 말에서 암울한 지방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이성원(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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