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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병원과 교도소 - 김재호

김재호(사회부장)

간 이식 분야의 권위자 서울대병원 서경석 교수. 그가 얼마 전 심장이 멈춰 사망한 사람의 간을 생명이 위독한 간경화 환자에게 이식해 주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지난 7월22일 실시된 수술에서 의료진은 심장사한 40대 여성의 간을 떼어내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던 56세의 여성에게 이식했다. 간은 다른 장기에 비해 혈액 공급에 민감하다. 따라서 그동안 간 이식수술은 심장이 뛰고 있는 뇌사자나 건강한 사람의 간 이식 수술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합병증없이 회복했고, 기적처럼 걸어서 퇴원했다.

 

2007년 한해 동안 국내 간이식 총 건수가 748차례에 불과했던데 반해 간이식을 해야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이식 대기환자는 3500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심장사한 사람의 간을 떼어내 위중한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한 이번 수술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8월말 현재 국내 장기이식 수술 대기자는 1만8,63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장과 간장 등 고형장기 대기자는 9949명, 골수와 각막 대기자는 8688명이다.

 

그러나 뇌사자에 의한 신장, 간장 등의 장기이식은 780건에 불과하고,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이식도 1155건으로 나타났다.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돼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된 환자는 서서히 죽음의 문턱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심장사한 사람의 간이기 때문에 이식후 사망 가능성이 100%에 가까울 수 있는 위험한 수술이었지만, 서 교수가 죽음의 문턱에 걸쳐선 환자에게 위험한 수술을 권하고, 환자와 그 가족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장기이식 관련 범죄도 넘쳐나고 있다.

 

지난 2006년 9건 35명이었던 장기이식에관한법률위반 사범은 2007년 30건 98명으로 늘었다. 올들어 도내에서만 9월 현재 4건에 9명이 형사입건됐다.

 

특히 장기이식은 갈수록 국제화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최근 싱가포르 소재 병원의 한국지사장이 장기매매를 알선하고 수술비 명목으로 2억2000만원 상당을 받았다가고 적발돼 전주지검에 구속기소됐다.

 

'사랑의 장기 기증'이 아닌 '불법적 장기 매매'는 돈으로 생명을 사는 일이다. 자신의 장기를 떳떳하게 기증하지 않고 판매하는 사람이나,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을 한다. 그들에게 생명은 무엇일까.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면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곳은 교도소다.

 

환자가 병원에서 장기이식 등 극단적 수술을 통해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듯이, 교도소 재소자들 또한 교도소 생활을 통해 죄를 뉘우치고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주교도소가 최근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아버지 학교'는 주목할 만 하다.

 

'두란노 아버지학교' 후원으로 지난 20일부터 10월 11일까지 4주간 실시되는 이 가족관계회복 프로그램은 남자 수형자들이 아버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출소 후 좀더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가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아버지의 영향력, 남편의 사명과 아버지의 사명 등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이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면 그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재범 확률은 거의 없을 수 있다. 아버지이자 남편, 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진실로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그는 '신선한 간'을 이식받게 된 셈이니 말이다.

 

병원이나 교도소나 훌륭한 의료기술, 교화프로그램에 의해 인간에게 새 생명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또 하나 있다.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상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 하는 것이다.

 

/김재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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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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