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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만만찮은 익산 세상사 - 엄철호

엄철호(익산본부장)

세상 일이란 만만한 게 단 하나도 없다.

 

얼핏 간단하게 넘어갈 일도 하다가 보면 의외의 복병을 만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어 엉뚱한 결말을 만들고 만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복잡 다단한 현대 사회에서는 일이 더욱 꼬여가고 있다.

 

어떤 때는 막대한 타격을 입고 최초의 의지와 계획이 중도에 무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일을 자주 당했는지 험악한 무신들이 득실거리던 고려 무신 정권 시대에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 선생은 이렇게 시 한 수를 남긴다.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 탈도 많아서/ 움직였다 하면 마음에 어긋나 뜻대로 되는 게 없구나/ 풍년 시절에 집안 가난해 마누라는 노상 업신여기고/ 말년에 봉급 많으니 기생들만 따르려 한다/…/ 목에 탈나 못 마실 때 깊은 술잔 만나고/ 오랜 병 낫고 보면 이웃에 의원이 있네.(違心·위심)"

 

가지가지가 예상하거나 의도한 바와 정반대다.

 

왜 하필 목이 아픈 때에 술 마실 일이 생기는가.

 

이런 식이라면 정말 세상사 탈이 많다 할 수밖에.

 

그러나 본디 인간사란 이런 게 아니겠는가.

 

우리들의 욕망과 기호에 딱 맞는 일이 제때에 찾아와 줄 리 만무다.

 

오비이락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시급하고 불가피한 일은 왜 그리도 꼬이는지.

 

과거에 급제했어도 변변한 벼슬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규보는 무신정권 실력자들의 집을 드나들어 훗날 그의 글은 어용문학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

 

중국 송나라 때 시인 후산거사 진사도(陳師道) 역시 비슷한 한 편의 절구(絶句)를 짓는데 이러하다.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책은 쉽게 읽히고/ 아름다운 나그네는 약속해도 오지 않네/ 세상 일 어긋남은 언제나 이와 같아/ 백 년 인생에 좋은 심회 몇 번이나 열어 젖힐까."

 

정말 우리네 인생을 돌이켜보면 좋았던 적 몇 번이 있었으며, 즐거웠던 시절 얼마나 오래였던가.

 

/엄철호(익산본부장)

 

거의 없는것 같다.

 

만만치 않은 세상사다.

 

현재의 익산 사정과 현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결코 만만찮은 세상사를 쉽게 엿보게하면서 이같은 시들을 자연스럽게 생각나게 한다.

 

시급한 추진되어야 각종 현안사업들이 예기치 않은 일부의 이기주의적 욕심과 편견에 부딪쳐 매번 주저앉거나 터덕거리는 산통(産痛)을 겪기 일쑤다.

 

타지역과 달리 날로 심해지는 이들의 습관적 트집과 흠집은 결코 만만찮은 세상사 이치를 새삼 일깨워주기에 앞서 그룻된 세상사만을 고집하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갈 길 바쁜 지역 숙원사업들마다 발 목을 잡아 딴죽걸이에 나서는것이 세상사 이치를 일깨워주는 것인지 재차 되묻고 싶을 뿐이다.

 

그저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말밖에 더이상 할말이 없다.

 

왜 이렇게 익산만 만만찮은 온갖 세상사 고통과 고뇌를 온 몸에 껴안고 가야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수차례에 걸쳐 지역 발전을 앞세운 시민간의 넓은 아량과 이해, 화합과 미덕을 요구했지만 이마저 허사다.

 

전혀 먹혀들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야말로 저 이규보의 시 '위심'과 진사도의 시 '절구'에 맞먹는, 어긋남의 연속인 만만찮은 익산의 현실을 되짚어 보면서 결코 즐겁고 살맛나게 순탄한 익산의 세상사는 우리들의 막연한 희망 사항에 그칠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익산=엄철호기자 eomch@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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