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정치부장)
세상 일이 곧이곧대로만 돌아가진 않는다. 여지가 많은 정치 세계에서야 더 말할 나위 없다. 흔히 정치적이라고 하면, 원칙적으로 안되지만 그래도 가능하게 만드는 수완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여기엔 긍부정적 의미가 혼재돼 있다. 본인의 이익과 관계될 때는 긍정적으로, 다른 사람과 연관될 때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특별교부금 배정을 놓고 뒷말이 많다. 참여정부 시절 힘있는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배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당시 전북 정치권도 실세가 많아서인지 전북의 시군들이 배정액서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2005년부터 3년간 전주가 182억원을 받아 전국적으로 5번째 많은 특별교부금을 받았고, 군산이 139억원으로 전국 9위, 장수가 123억원으로 전국 19위다. 도내 14개 시군중 8개 시군이 50위권 이내며, 2개 시군을 제외하고 모두 100위권에 들었다.
지역민들 입장에서 반길 일이다. 특별교부금을 많이 가져온 지역구 국회의원은 주민들로부터 능력있는 의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반면 적게 배정받은 지역의 주민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지원하는 특별교부금 취지와 다르게 예산이 사용됐고, 집행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도 제기됐다. 새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이 쌈짓돈 챙기듯 모교 또는 자녀 학교에 대해 특별교부금을 지원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결국 빌미가 돼 교과부 장관이 옷을 벗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같은 원칙없는 예산배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고 여당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전북 상황에서 역으로 박탈감을 가질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 자치단체들의 요즘 관심은 온통 내년 예산확보에 쏠려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부터 사업 담당 실무자까지 중앙 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나다녔다. 중앙부처를 상대로 예산확보 활동에 나선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약속했던 예산이니 꼭 반영해달라고 하면 '정권이 바뀌었어요'라는 썰렁한 답으로 돌아오기 일쑤란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때로 읍소하지만,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으로 찾는 방법이 연줄이다. 그러나 각 부처에 통할 힘있는 연줄이 끊겨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
"예산부처의 핵심에 전북 연고자들이 대부분 빠졌는데, 어떤 한 분이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전북의 예산확보에 힘이 됐다. 새 정부가 중요한 자리라는 점을 알았다면 그 분도 그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예산확보 활동의 원시성만 탓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국가예산이 시스템적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무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국회 상임위에서 말발이 먹히는 의원을 통하거나, 인적 관계로 안되던 예산도 만들어지는 예를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심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전북도는 정부 부처에 반영된 전북 관련 내년 예산 3조9천억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북 정치권과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열심히 뛴 성적표인지, 정부가 선입견 없이 객관적인 잣대를 사용한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예산확보가 올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치단체간 예산을 놓고 벌이는 제로섬게임은 매년, 상시적으로 이루어진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국가예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데다, 힘까지 떨어진 전북의 현실이 안타깝다. 예산을 놓고 징징대는 모습이 아닌,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자체 재원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묘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김원용(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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