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기(편집부국장)
2년 6개여월전인 2006년 봄 김완주 도지사와 유성엽 국회의원은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 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은 열린우리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맞대결을 벌인 것이다.
김 지사는 당시 전북의 수도격인 전주시의 시장을 두번째 연임하다 사퇴한뒤 기초자치단체를 아우르는 광역자치단체의 CEO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 의원은 본인이 세운 큰 정치 로드맵 실현을 위해 정읍시 초선 시장직을 주변 예상을 깨며 그만두고 결단력을 과시하듯 도백 도전 대열에 뛰어들었다.
두사람은 고교및 대학동문(전주고와 서울대)인데다 행정고시로 공직을 시작해 행정자치부와 전북도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 출신이라는 점 등이 닮은 꼴로 인연이 남다른 편이었다.
김 지사가 1998년 전주시장에 출마할때 10여년 후배인 유 의원이 고교동창 등 지인들을 통해 측면 지원했었던 일화가 있는 점을 보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는 한때 각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두 사람이 우리당 도지사 후보경선이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피할수 없는 접전을 벌임으로써 도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첫 공개적인 대결인 경선과정에서 전북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대결 못지않게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적인 네거티브 전략이 구사되고 제소사태까지 빚어져 멋진 경쟁을 기대했던 도민들에게 실망감과 함께 후유증 우려를 낳았다.
또 둘 사이에 선연(善緣)만이 아닌 악연(惡緣)도 그간 존재해 왔음을 세인들에게 노정시키고 말았다.
경선결과 유 의원은 짧은 준비기간에도 선전했지만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야인의 신세가 됐고, 일찌감치 표밭을 일궈와 도지사행 티켓을 큰 차이로 거머쥔 김 지사는 본선에서도 여유있게 승리, 오늘의 도정 최고 책임자가 됐다.
둘 사이 갈등의 골은 경선 종료뒤에도 유 의원 측근이 김 지사와 우리당 지도부를 상대로 공천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깊어질수 밖에 없었다.
불편한 관계는 유 의원이 고향 정읍에서 시장재직때 청렴성과 지역발전 기틀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민심을 파고든 끝에 올해 4월 9일 실시된 제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임에도 민주당 후보를 가볍게 제치고 의원배지를 달때까지 이어졌다.
총선 결과가 둘 사이 해빙무드 조성에 기폭제됐다.
두사람은 사적회동을 몇차례 가진데 이어 최근엔 공개석상에서 관계복원의 신호탄을 내보냈다.
이달 17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전북도 국감 현장에서 유 의원이 "경선 당시 욕심이 앞서 김 지사에게 불편함과 아픔을 드렸던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고 이에 김 지사가 "유 의원의 솔직한 느낌과 소회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그런 마음으로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하시길 바란다"고 덕담으로 화답한 것.
이를 두고 "정치판에선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앙금이 완전 해소됐겠느냐" "복당을 위한 수순이다"식으로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없지 않는듯 하다.
하지만 공개석상에 선뜻 꺼내기 어려운 사과와 덕담으로 화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을 마냥 사시적으로 보는 것은 가혹한 면이 없지 않다.
협력을 아껴서는 안될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대립각을 접고 서로 손을 내민 모습에 일단 박수를 보내는데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설령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지라도 선연을 유지해 전북발전및 도민들의 복리증진에 기여한다면 반길일 아닌가.
/홍동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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