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섭(경제부장)
▲오바마의 '변화'
美 대선에서 '변화'를 외친 오바마가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선거때마다 비슷한 구호를 많이 봐 온 것으로 기억되지만, 변화라는 말 자체가 현재의 국면을 뛰어넘어 보자는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잖아도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에서 기성세대들은 변화에 적응하기에 바쁘다. 항상 뭔가 뒤쳐진듯한 자극을 언제, 어느 장소에서도 받을 수 있으며 주눅들 때도 많다.
그러나 더욱 빨라진 변화의 속도 속에서도 어렵게 지켜지는 '원칙'은 엄청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전북은행의 놀랄만한 최근 실적은 이를 웅변해 주고 있다는 금융계의 진단이다.
▲위기 속에 빛나는 전북은행의 저력
전북은행은 최근 전 세계는 물론, 국내 유수의 은행들이 겪고 있는 금융위기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다.
최근 발표한 3/4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나듯이 당기순이익은 물론, BSI비율이나 예대비율이 은행권 최고수준을 유지했고 외화 유동성 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국가경제를 뒤흔드는 금융위기에서 전북은행이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모든 은행들이 앞다퉈 진출했던 파생상품, 주식투자, 키코 등에 대한 철저한 외면과 위기를 미리 간파한 비상경영 때문이다.
실제 전북은행 임원급에서조차 "지난해 말 분위기에 휩쓸려 선물환이나 주식투자 등 눈에 보이는 이익을 좇았다면 현재상황에서 상상하지 못할 어려움을 당했을 것"이라며 다소 '바보스런 은행 경영'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을 정도이다.
보이는 이익보다는 원금보장이 안되는 투자를 자제하고 위험성을 제거하면서 내실경영을 이끌어 온 홍성주행장의 '예측'이 신기할 정도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
▲변화 적응 외칠때 원칙 고수
홍행장은 지난해 전북은행의 최대 위기였다고 말한다. 지역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부도가 나는 등 전국평균 9배에 달하는 부도율을 보였기 때문.
이때 홍행장은 10번의 90분 특강을 통해 직원들을 설득했다. 홍행장은 "이번 3개월동안 미련없이 최선을 다했노라고 후에 말할 수 있을만큼 일해달라"고 호소하고 임직원 임금 동결과 가능한 모든 경영관리비를 절감했다.
당시의 금융환경은 역설적으로 매우 투자에 유리한 상황. 이명박정부가 탄생해 주가지수를 크게 끌어올리겠다고 호언했고 전문가들도 각종 파생상품 취급을 통해 은행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홍행장은 '외형 과당경쟁을 섣불리 따라가면 안된다'며 오히려 부도를 대비한 충당금을 쌓았다.
각종 파생상품으로 은행권이 재미보던 올 여름에는 소매금융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을 방문, 원칙과 내실을 강조하는 등 일반 은행권과 길을 달리했다.
'바보 경영' 소리를 들을 즈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터졌다. 그리고 전북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권이 앞날을 예측하지 못할 늪에 빠져버렸다.
▲폭넓은 시야와 열정으로
전북은행은 최근 수개소의 지점을 신설하면서 매우 특이한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간판에 전북은행 로고보다 몇배 크게 '편리한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 마치 신축 아파트에 건설회사 이름보다는 이미지 네임을 쓰듯 과감하게 은행의 간판을 바꿔버렸다.
전국 은행 중 처음 시도된 이 작품은 홍성주행장의 아이디어이다.
전 금융권을 꿰뚫어 보는 넓고 깊은 시야와 끊임없는 열정과 창의성으로 홍행장은 본인 말처럼 '8년만에 빛을 보고' 있다. 작지만 '매운 고추'같은 지역은행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정대섭(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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