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편집부장)
정동영, 몽골기병의 길을 가라
전주 덕진구와 완산구 국회의원 2명이 지난해 당선이 무효됐다. 전북의 정치 1번지 전주 국회의원 선거 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전주시민들의 마음은 복잡하고 불편하다.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도 밀려온다. 4월 29일 있을 재선에서 후속 '타자'를 고르는 일도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다.
두 의원의 종말은 예견됐던 터라 이들 지역구를 노리는 입지자들도 그만큼 많았다.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판세를 읽고 '운동'도 해왔다. 자연스런 정치 현상이다.
문제는 정동영이다. 알다시피 17대 대선서 패한 정동영은 18대 총선에서도 연패했다. 그 뒤 정동영은 미국으로 건너가 재기의 칼을 갈고 있다. 중국행도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 정동영이 다시 돌아온단다. 재선거가 예정된 전주 덕진은 자신이 갖가지 신기록을 남기며 화려하게 정치에 데뷰했던 곳이다. 그의 귀국과 출마의 연관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동영은 말을 아낀다. 그만큼 고심이 크다는 증거다. 고민은 곳곳에서 탐지된다. 지역 여론을 탐문하고 출마설의 반응도 체크한다. 측근들도 떠보기를 해대니 언론도 덩달아 춤춘다.
그러자 덕진구 재선거를 겨냥했던 입지자들이 졸지에 부동자세다. 거물의 등장이 두려운 표정이다. 사실 4월 재선거 예비후보 등록일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다고 평소 불평했던 그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망설인다. '정심'(鄭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이 정치 1번지라니, 참으로 졸렬하고 비겁하다.
정동영이 누군가. 전북출신으로서 유일무이했던 여당 대통령 후보요, 소석 이철승 이래 가장 전국적인 대형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재기의 발판으로 다시 정치적 고향 전주에 올 수도 있단다. 이에 대해 최근 기자가 만난 유권자 열 중 아홉은 고개를 젓는다. '용꿈'을 포기했다면 몰라도 큰 고기는 노는 물이 달라야 한단다. 비판과 기대의 교차다.
재선거 입지자들도 한심하다. 국가를 위해 여의도로 가겠다면 좌, 우, 앞, 뒤를 살피면 안 된다. 크게 보고 크게 선택해야 옳다. 설사 정동영이 나오더라도 당당히 겨룰 각오여야 맞다. 그렇게 큰 길을 가야 시민들이 눈길을 준다. 정동영이 나오면 안나가고, 안나오면 나가는 식이라면 '똘마니'를 자처하는 꼴이다.
이쯤 되면 '그럼 정동영은 어쩌란 말이냐'는 물음이 되돌아온다.
간단하다. 출국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면 된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의 패배는 차별화의 실패이고, 총선에서의 몰락은 우유부단의 결과다. 거기에 답이 있다. 자신의 말대로 공부를 더하고 국가 비전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 다음 선택을 기다리면 된다. 전주시민의 선택이 아닌 국민의 선택을 말이다. 2007년 12월 19일 그에게 보낸 617만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무릇, 죽었다가 살아나고 없을 것 같던 기회가 다시 오는 게 정치다. 따라서 정동영은 전주를 볼모로 삼지 말고 큰 정치를 해야 대권주자 출신으로서의 격에 맞다.
또, 정말 나오고 싶다면 큰판을 기다려야 한다. 예를 들면 서울 은평구 국회의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정치생명이 풍전등화다. 은평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 이재오의 지역구다. 미국에 있는 이재오는 언제든 귀국 태세다. 문국현이 선거법으로 '날아가면' MB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이 나오게 된다. 그런 곳이 정동영의 진짜 전쟁터다.
현 정권과 자신을 동시에 중간평가 할 수 있는 곳. 거기에서 '몽골기병' 정동영의 부활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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