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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서민과 3천만원짜리 상품권 - 홍동기

홍동기(편집부국장)

"♪∼가슴이 뻥 뚫려 채울 수 없어서 죽을 만큼 아프기만 해 총맞은 것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백지영의 노래 '총맞은 것처럼'가사 일부이다.

 

'총맞은 것처럼'은 연인과의 이별후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픈 심정을 발라드 풍으로 애절하고도 호소력 있게 표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 이 노래는 단지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만의 가요가 아닌 서민들의 노래가 되어 버렸다.

 

작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붙으면서 국내 경기가 바닥 모르게 추락하면서

 

많은 서민들의 마음이 '총맞은 것처럼' 뻥뚫려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예상보다 가파른 추락' ,'경제지표 쇼크·· 환란때보다 심하다', 'KDI 올 성장률 0.7%로 하향','주요기업들 감원 칼바람','소비심리 10개월째 꽁꽁', '올 신규 취업 마이너스 공포' ,'설대목 재래시장 경기 실종'등등.

 

올해들어 신문및 방송들의 주요 머리기사가 경기불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제목들로 연이어 장식되고 있다.

 

국내 생산·수출·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10여년전 외환위기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이너스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어 서민들은 공포감마저 느끼는 분위기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일부 유명 백화점들이 지난 설명절을 겨냥해 한정판매한 고액 상품권이 날개돋친 듯 팔렸다는 소식이다.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정해진 액수의 무기명채권인 상품권하면 대다수 서민들은 대개 5만∼10만원권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여기서 언급한 고액상품권은 자그마치 1천만원짜리 이상이다.

 

1천만원짜리 상품권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이다.

 

롯데백화점이 처음 선을 보였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추석부터 뒤이어 내놓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을 겨냥, 종전 최고 1000만원짜리 3배나 되는 3000만원짜리 상품권 50세트를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판촉에 돌입했다.

 

도내에서 고액상품권을 유일하게 취급하는 롯데백화점 전주점의 경우 지난 2004년 개점후 설과 추석때 1000만원짜리'프레스티지 상품권' 30세트(세트당 50만원권 20매)를 한정판매, 모두 소진시키고 있다.

 

이번 설때는 상품권 1000만원짜리 30세트가 판매개시 21일만에 모두 소진되고, 3000만원짜리도 1세트가 팔렸다.

 

경기 한파에 서민들은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 1만원짜리 한장을 지갑에서 꺼낼때도 곱씹어 생각하고 있으나 고액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우리사회의 '빈익빈 부익부'와 '소비양극화' 현실을 실감케 한다.

 

고액상품권은 아직도 논란의 대상에서 비껴나지 못하고 있다.

 

딴나라 얘기처럼 들릴 서민들에겐 위화감을 들게 하고 판매업체의 의도와 달리 뇌물용으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의 전방위 로비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김용철변호사는 삼성 로비자금의 샘터인 '비밀의 방'을 이야기하면서 "그 방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도 많이 있었다"고 밝힌바 있다.

 

반면 백화점측은 "금융권 등에서 VIP용 고액상품을 내놓는 것처럼 고액상품권 역시 VIP마케팅 차원의 상품이다"며 다른 해석을 경계한다.

 

또 "너무 소비가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며"상품권이 소비촉진에 기여한다"고 긍정론을 편다.

 

어떻든 유통업체들의 고액상품권을 두고 서민들이 총맞은 것처럼 가슴이 뻥뚫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도록 빠른 국내 경제회복조치들을 고대해 본다.

 

/홍동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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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기 hongd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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