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섭(경제부장)
전북역사에서 새만금사업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여곡절끝에 바야흐로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
IMF 때보다 어렵다는 세계적 경기 침체를 눈앞에 두고 사실 전북도민들의 깊숙한 주머니에는 두가지 점에서 남 모르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
워낙 열악한 전북 경제는 IMF도 피해갔던(타 지역에 비해) 상황이라 이번 경제위기도 큰 타격없이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섞인데다, 이제 '과실을 따는 일만 남았다'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기대심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삽질을 앞두고 있는 새만금 개발사업에 지역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역건설업계가 깊게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변의 여건만 탓하면서 실제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이다.
새만금 개발사업에 영세한 지역건설업계가 실질적으로 참여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참여한만큼의 경제력을 지역에 활용할 때, 그 파급효과는 전북경제에 커다란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지역업체들만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발주기관과 자치단체의 의지가 앞서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건설업계에 쓴소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본보에서 누차 보도했듯이 최근 정부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지역업체의 비율을 50%까지 유지시켜 지역건설업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방수제공사를 시작으로 본격 개발사업이 진행될 새만금사업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만금 방수제공사는 1조9천억 규모로 24개 공구로 나눠 1차 사업 15개 공구에 대해 3월 턴키방식으로 발주하기로 돼 있다. 9월에 9개 공구 발주에 이어 연말 또는 내년초 2조1천억 규모의 산업단지 발주를 앞두는 등 내부개발사업이 착착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3월 발주될 1차 사업개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첫 사업부터 지역업체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나머지 사업들도 '남의 집 잔치'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공사에 지역업체들이 참여하기에는 자본과 기술력 등이 모자라지 않느냐며 고개를 흔든다.
사실 새만금 이전의 전북 최대 건설공사였던 용담댐 건설에 있어서는 그런 논리가 통용됐었다. 당시 일정부분 1군업체들이 요구하는 기술력이나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사업참여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수제 공사의 경우 현재의 지역건설업체 기술력으로 충분한 사업내용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발주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공구를 쪼개 지역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건설업계에서 분석하듯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역시 나머지 과제도 지역건설업계에서 풀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관행처럼 굳어져 온 지역업체들의 중앙 1군업체 눈치보기는 그만하고, 그럴 시간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역업체들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이 어렵겠지만 첫 길을 개척한다는 뿌듯함과 지역건설업계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뼈를 깎는 자성을 하자.
새만금 개발사업에 최하 30% 이상 지역업체의 참여라는 과제는 이제 지역건설업계가 떠 안아야 한다.
/정대섭(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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