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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 - 김재호

김재호(사회부장)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단단한 이물질이 끼면서 톱니바퀴 마디마디에서 시시각각 파열음이 울리고 있다.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을 무기로 세계를 휘어잡아온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위기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자존심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 산업이 사실상 도산한 상태이고, 실업자는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아우성이다. 미국 정부가 시티그룹 국유화를 선언한 후 지난 주 미국 증시는 추락을 거듭했다. 시티 국유화 조치는 '안전 담보 카드'임이 확실하지만, 정부가 시티를 국유화 한 사실 자체가 향후 경제위기 흐름을 더욱 불확실하게 했다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저런 정치적 접근을 떠나, 어쨌든 현실적으로 미국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다. 정치 외교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더욱 그렇다.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수출입 구조가 그 중심에 있다.

 

글로벌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

 

최근 도내 양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와 GM대우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전라북도 수출이 50% 이상 급감했다는 사실은 가장 피부와 와 닿는 증거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한국이, 또 전북이 수출구조 다변화를 추구해 왔음에도 불구, 근래 우리가 수출시장으로 개척해 온 유럽은 물론 동유럽 등도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상황이니, 요즘 경제위기는 10년 전 IMF상황과 비견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이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일자리가 우리사회 최대 화두가 됐다. 결국 세계 경제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낀 이물질들이 제거돼야 해결될 문제이지만, 정부 당국자, 경제 전문가 등의 예측처럼 연말이 될 것인지 내년 한 해 더 견뎌야 할 지, 아니면 더 길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우리가 더 큰 성장을 위해 추구해 온 '글로벌 경제''세계화'속에서 우리의 의지는 그 만큼 제한적이 된 셈이다.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 초임 봉급을 낮추고, 기업은 인력 퇴출 대신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나누고, 자치단체는 일자리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는 등 세계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자며 묘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전주시가 관내 노인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73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런 정책들 가운데 하나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 A씨는 "올해는 어떤 일이 주어질 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쓰레기 줍기 등이 대부분이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하는데 20만원 정도 받았다"며 "그런데 요즘은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청년 일자리는 훨씬 더 큰 문제다. 오죽하면 대학 졸업을 미룰까. 전북대의 한 교수는 "올해 9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의 경우 실력을 키워 삼성그룹에 합격했다"며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바로 3D업종 기피에 대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청년, 실업자 등은 3D업종만은 피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20년 이상 대한민국 청년들이 3D업종을 피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3D업종에 대거 진출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모든 직업이 한 나라를 나아가 세계 경제의 소중한 톱니바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직종, 어느 일자리에서나 전문가가 된다면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도 해소되지 않을까.

 

/김재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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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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