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군산본부장)
불교용어에 구두선(口頭禪)이란 게 있다. 구두삼매(口頭三昧)와 같은 의미를 지닌 용어다.
이 용어는 경문(經文)의 글귀만 읽고 참된 선의 도를 닦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즉 어떤 일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실속없는 말만 늘어 놓을 때 구두선이란 용어가 쓰이고 있다.
올해 부쩍 언론에 오르내리는 새만금 관련사업을 보고 있노라면 구두선이란 의미가 새삼 떠오른다.
개발사업을 10년 앞당기네, 농업용지비율을 72%에서 30%로 줄이는등 토지이용구상을 확정했네, 산업단지조성을 위한 매립을 오는 2016년까지 완료하네, 군산공항을 확정하네등 참으로 말도 많고 청사진도 많다.
당장이라도 이 모든 새만금 사업이 이뤄질 것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새만금 내부개발사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같은 청사진들이 계획대로 금방 실현될 수 있을 까 하는 의구심만 든다.
왜일까.
정부나 전북도및 경제자유구역청이 이같은 청사진의 실현을 위해 진정으로 적극 논의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내부개발을 위해 진정으로 논의해야 할 일은 매립토의 확보다.
새만금 내부개발 2만8300ha중 매립을 하지 않는 농업용지를 제외하고 소요되는 매립토는 무려 7억㎥. 이 가운데 방수제 125km의 축조를 위해 필요한 토량 9000만㎥를 새만금 내부의 준설토로 충당한다고 해도 무려 6억1000만㎥의 매립토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부는 이 매립토에 대한 확보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국토해양부가 오는 6월까지 이 대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이다.
매립토확보에 대한 명쾌한 대안없이 광활한 바다상태인 새만금 내부지역에 농업용지, 산업용지, 관광용지, 유보용지, 신재생에너지용지등 토지이용계획만을 들먹인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새만금 인근 육상이나 해역을 둘러 봐도 새만금 내부개발을 위한 매립토확보방안이 나오지 않는다.
육상이나 바다나 자칫 환경훼손, 생태계파괴, 방조제안정성우려등 민원에 부딪혀 현실적으로 확보가 어렵다.
군산상공회의소와 군산항 물류협회가 새만금 내부개발 매립토로 군산항의 준설토를 활용하라고 중앙관계요로에 건의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들 기관은 이같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가차원에서 군산항의 준설토를 새만금 내부개발 매립토로 활용하면 군산항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매립토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백날 새만금 내부개발을 위한 매립토의 확보대책없이 다른 것을 논의한다는 것은 공중에 성(城)을 짓는 공중누각(空中樓閣)에 불과하고 모든 것이 구두선에 그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매립토에 대한 근본적인 확보방안없이 새만금 사업을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새만금사업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이같은 건의를 받아 들여야 한다.
더 이상 새만금 내부개발방안이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된다.
/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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